서론
재난적 의료비는 한 가구의 소득 또는 지출에서 일정 수준 이상을 의료비로 지출할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의료비에 대한 가구의 경제적인 부담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개념이다[1]. 세계보건기구는 소득의 40% 이상을 의료비로 지출할 경우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각 국가별 상황에 따라 그 수준은 상이하다[2]. 재난적 의료비는 보건의료 재정의 공평성 및 보건의료체계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이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 보장률과 관련이 깊다[3]. 의료 급여행위 확대로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증가할수록 가계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재난적 의료비를 경험할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중요성을 감안하여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비급여항목이 많고 치료기간이긴 중증질환에 대하여 본인부담률을 인하하려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하지만 확대된 급여행위만큼 비급여항목 진료비도 증가하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60%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국민 의료비 대비 공공재원 비율도 5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인 72.5%보다 낮은 수준이다[4].
과중한 의료비 부담은 가구의 경제적 부담을 초래하여 빈곤화로 이어지게 되며 국가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이 연구는 우리나라의 2017년 재난적 의료비 지출경험 가구의 비율과 연도별 추세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방법
1. 연구자료
이 연구는 재정패널조사(2011–2017년)와 가계동향조사(2006–2016년) 데이터를 통해 재난적 의료비 경험 지출 가구의 비율을 산출하고 연도별 추이를 분석하였다[5,6]. 각 데이터별로 연구대상 가구의 연(월)평균 상세소득과 의료비 및 식료품비를 포함한 가계 소비지출 정보를 활용하였고 분석과정 중 설문문항에 대해 무응답을 한 결측치는 모두 제외하였다. 2017년 재정패널조사의 연구대상 가구는 6,634이다.
2. 측정방법
재난적 의료비 경험 가구비율을 산출하기 위하여 세계보건기구의 Xu [7]의정의를기준으로분석하였다. 가계소비지출, 의료비, 그리고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비를 통해 빈곤선, 기초 생계비, 가구의 지불능력을 산출한 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의료비 지출비중을 산출하였다. 빈곤선은 소비지출(생활비) 대비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비의 비율이 45–55분위 이내인 가구에서 가구원 수를 보정한 식료품비의 가중평균으로 정의하였다. 재난적 의료비 지출경험이 있는 경우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정의한 기준에 따라 가계 지불능력 대비 의료비 지출이 40% 이상인 것으로 보았다. 가구소득은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제곱근 지수방법을 사용하여 가구단위의 소득 데이터를 가구원 단위 소득으로 전환하여 균등화 소득으로 산출한 후 분석하였다.
3. 통계분석방법
각 데이터별로 재난적 의료비 지출경험이 있는 가구의 빈도와 비율을 산출하였으며, 하위그룹 분석으로 가구를 소득 5분위로 분류하여 각 소득분위별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을 산출하였다. 연도별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의 추이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 검정을 위해 추세분석(trend test)을 시행하였으며, 연간비율변화(annual percentage change, APC)를 통해 연간 비율의 변화를 제시하였다. Log-binomial model을 통해 재난적 의료비 지출경험 여부와 관찰 연도를 각각 종속변수와 독립변수로 지정하여 회귀분석을 실시하였고, 산출된 회귀계수에 지수함수를 반영하여 연구대상 기간의 변화율을 산출하였다. 모든 자료분석에는 우리나라의 인구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각 데이터별 가구횡단 가중치를 사용하였다.
결과
재정패널조사 자료 분석결과, 2017년 재난적 의료비 지출경험의 비율은 2.16%이며 최근 연도 기준으로 소득 5분위로 구분하였을 때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높은 재난적 의료비 지출비율을 보였다(Table 1). 또한 연도별 재난적 의료비 지출 가구비율을 보면 2011년에는 2.82%, 2014년에는 3.13%, 2017년에는 2.16%를 보였다. 가계동향조사 자료에서 재난적 의료비 지출 발생률을 보면 2006년에는 2.33%, 2011년에는 2.63%, 2016년에는 2.92%를 보였으며(Figure 1), 소득분위별재난적의료비지출에서소득이낮은가구일수록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이 높았다(Table 1). 재정패널조사 데이터를 통해 연도별 재난적 의료비 지출 가구비율의 증감 추이를 추세 검정한 결과, 최근 7년간 APC가 -2.01 (β= 0.980, p<0.001)으로 소폭 하락하는 경향성을 보였으며, 가계동향조사 데이터를 통한 최근 11년간 APC는 1.43 (β=1.014, p<0.001)으로 소폭 상승하는 경향성을 보였다(Figure 1).
Table 1. Percentage of households with catastrophic healthcare expenditure
Values are presented as number or number (%), unless otherwise stated.
CHE, catastrophic healthcare expenditure.
Figure 1. Percentage of households with CHE experience by year. CHE, catastrophic healthcare expenditure; APC, annual percentage change.
고찰
재정패널조사에서 2017년 재난적 의료비 지출경험 가구의 비율은 2.16%이었으며 2014년을 기점으로 재난적 의료비 지출 가구의 비율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추세검정 결과 최근 7년간 연도별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은 소폭 하락하였다. 한편, 가계동향조사에서는 2016년 재난적 의료비 지출 발생률 2.92%로, 2006년 이후 전체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고 이는 우리나라의 재난적 의료비를 분석한 기존의 연구결과들과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3,8]. 대부분의 선진국들의 재난적 의료비 지출경험 비율이 2%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2%가 넘는 우리나라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이며, 전 세계적으로 재난적 의료비 지출 경험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과 배치되는 결과를 보였다[9].
우리나라 인구의 약 97%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고 있으나 경상 의료비 중 가계직접부담 비율이 36.8%로 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 평균 19.6%의 약 2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10]. 이는 중증질환과 같이 고액의 의료비가 발생하는 경우 개인의 의료비 부담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11]. 한편, 소득수준에 따른 재난적 의료비 지출 발생률의 경우 소득이 낮은 계층의 발생률이 높은 것을 보였는데, 전년도 연구결과와 비교하였을 때 저소득층의 재난적 의료비 지출경험 비율이 전년 대비 더욱 증가하였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에서의 발생률은 소폭 감소하였다[3]. 이는 저소득층이 재난적의료비 발생에 매우 취약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재난적의료비 지출을 경험하여 파산한 가구의 비율은 4.49%로 경제개발협력 기구 회원국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으며, 최근에는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10,11]. 이것은 중증질환 등으로 인해 경제적 손실의 위험이 높은 저소득층에 대해 의료비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가구의 빈곤화(impoverishment)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12], 이러한 재난적 의료비 지출의 주요 발생원인은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중반부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하여 의무가입보험 재원의 지출 비중을 늘리는 등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였으나, 낮은 의료수가와 그에 따른 비급여 진료가 확대되는 이른바 풍선효과로인하여개인의본인부담비중이줄어들지않아실질적으로가계가 경험하는 경제적 위험은 감소하지 않고 있다[13].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8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국정과제 중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제도화하였고, 추가적으로 지원대상 가구범위를 확대하는 등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14].
재정패널조사 결과에서 재난적 의료비 지출 발생률이 전 세계의 보다 높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선행연구 및 가계동향조사의 결과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연구대상인 표본 가구 추출기준이 각 데이별로 다르기 때문에 재난적 의료비 지출 발생률이 상이하였다[12]. 또한 연구대상에 대한 후향적 데이터 수집과정에 따라 지출액이 과소ㆍ과대 계상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경우 2017년 자료부터 소득과 지출을 구분하여 공표하고 있어 세계보건기구에서 정의한 기준에 따른 재난적의료비 산출에 제한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2017년 재난적 의료비 경험 가구의 비율은 평균 약 2.16%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저소득층에서 재난적 의료비 경험 가구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을 보였으며 이를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본인부담 경감과 지원 확대가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재난적 의료비 발생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공적 지원제도 확대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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