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tudy on Limitations and Possibilities of Convergence Education in Engineering

이공계 대학 융합 교육의 한계와 가능성 탐색

  • Huh, Jisuk (Innovation Center for Engineering Education, Ajou University)
  • 허지숙 (아주대학교 공학교육혁신센터)
  • Received : 2018.09.28
  • Accepted : 2019.03.07
  • Published : 2019.03.31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iscuss the current status and limitations of convergence education in universities and to explore new possibilities of engineering convergence education by analyzing characteristics and cases of self - design semesters as convergence education. As a result of this study, it was found that the education for fostering convergence ability is insufficient for the viewpoint of education. The types of convergence education could be classified into three categories. However, the concept and paradigm of convergence education has not been established precisely because it is made in a 'top-down' manner by the government. In addition, there was a limit of the lack of a foundation to operate the convergence education. However, A university's self-design semester, it shows the possibility of cultivating the overall convergence ability by giving autonomy and subjectivity to learners and through the acquisition of contextual knowledge and the ability of collaboration.

Keywords

I. 서론

오늘날 대학은 학력 인구의 감소, 대학의 특성화, 개방화, 자율화 등으로 인해 늘 개혁의 시점에 있다(민철구 외, 2010). 우리나라의 발전 여부가 대학의 변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 논란의 중심에는 이공계 대학이 있다. 이에 따라 이공계 대학은 산학연계 교육, 융합 전공, 융복합 교과의 개발, 역량기반 교육과정 등 다양한 제도들을 통해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박수정, 송명현, Chen-Peng, 2017).

이와 더불어 전 세계적인 화두는 ‘융합’이었다. 현대의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문제 해결능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며 이러한 인재는 하나의 전문적인 시각이 아닌 다양한 접근성과 통합적인 관점을 통해 배양될 수 있기 때문에(김재득, 이희용, 윤아영, 2015) 융합 교육은 모든 교육기관의 관심 대상이자 시대의 화두로 보인다(박일우, 2016).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나라는 새로운 시대의 인재상을 ‘창의·융합형 인재’로 정하고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 융·복합 교육과정, 통합형 교육과정, 자유학기제의 도입과 확산’ 등 학습자의 융복합적 태도와 역량을 신장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제도적 노력을 실천하고 있다(차윤경, 안성호, 주미경, 함승환, 2016).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최근 국내 KAIST, GIST, DGIST, UNIST, POSTECH 등과 같은 국내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무학과, 초학제 전공 제도를 시행할 계획을 발표했다(대학뉴스, 2018. 5. 17.). 무전공, 무학과로 입학하여 다양한 전공 경험을 통해 공학 기술계의 핵심인재를 키운다는 것이다. 이러한 무학과, 초학제 전공 제도는 이미 2000년대 경상계열에서 자유학부(전공)라는 이름으로 시도된 제도이다. 하지만 현재 자유학부(전공)은 입학생의 축소로 다시 학과 중심 전공제도의 회귀(최미리, 2013)하거나 폐지되었고,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게 전문대학원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관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안동현, 2016). 한편 현재 대학에서 운영되는 융합 교육은 단기간의 성과주의나 취업을 위한 실용적 지식만을 제공하는 경향이 있으며, 교과목 짜깁기에 불과하다는 비판과 어설픈 제너럴리스트만을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김혜영, 2013).

이러한 융합 교육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공계의 융합 교육은 이전의 사례나 한계점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기존의 융합 교육 형태를 그대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금까지 공학 분야의 융합 교육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단순하게 융합 전공 또는 융합 교과목 사례분석(이건상, 2018), 공학의 융합 교육모델 분석(이양원, 2012; 한경희, 고동현, 최문희, 2016), 융합 교육에 대한 요구분석(임세영, 박윤희, 배광민, 2016; 진성희, 신수봉, 2013)등으로 실제 공과대학의 융합 교육에 대한 문제점이나 융합 교육에 관한 본질에 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 이런 면에서 아직도 이공계 융합 교육은 그 개념부터 초보 단계라 할 수 있다(신동주, 김학진, 2012). 게다가 융합되는 교과 내용을 제시하는 데 급급하여 어떻게 학생들에게 융합역량이 함양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빠져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 국내 최초로 A대에서 자기설계학기가 시행되었다. 자기설계학기는 자기 주도형 학기, 수요자 중심 학기제, 대학판 자유학기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전공과 무관하게 학생들의 주도적으로 설계하여 학점 또는 학기·학점 단위로 수강한다는 면에서 융합 교육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자기설계학기는 2016년부터 시행하여 현재 아주대, 이화여대, 건국대, 한양대 등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융합 교육으로서 그 특성과 사례에 대한 연구는 전혀 없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교육적 관점에서 융합 교육의 개념과 한계점을 살펴보고 현재 이공계 대학의 융합 교육 중 A대의 자기설계학기 사례를 분석함으로 이공계 융합 교육의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II. 융합 교육의 개념과 융합역량

1. 융합 교육의 개념과 논의

‘융합’이란 개념은 처음 외국의 학제 간 연구의 결과인 convergence technology를 표현하기 위해 도입했다(김유신, 2015). 하지만 이를 수렴기술(convergence technology)로 번역하지 않고 융합(fusion)을 사용하면서 오늘날 융합이란 용어가 활성화되었다. 즉, 스마트폰과 같이 여러 기술이 하나의 공간으로 활용된다는 ‘모음’을 강조하면 수렴기술이 타당하며, 두 기술 간의 강한 ‘결합’을 강조하면 융합기술로 사용이 타당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융합’이란 용어는 통섭(consilience), 다학제(interdisciplinary), 다학문 등의 용어와 혼합하여 쓰이고 있으며 단순히 융합이라는 용어로만 본다면 서로 다른 두 분야가 서로 통합, 상호작용하여 새로운 것이나 분야를 창출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최현철, 2015).

한편 교육적 차원에서 ‘융합 교육’으로 논할 때는 다양한 개념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개념들은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정리될 수 있다. 하나는 학제와 학제 간의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것으로 융합학문에 대한 이해, 즉 ‘융합 연구’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어떻게 융합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으로(김유신, 2015) ‘융합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으로 보는 관점이다.

특히 이공계 분야의 융합 교육은 이러한 관점에서 오는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단순하게 어떤 기술과 기술을 결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많았으며,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단순하게 융합 학문적 사례만 나열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높은 학제적 장벽을 낮추고 학문의 융합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해 ‘깊이 있는 전공지식’이 필요하다는 모순적 결과들을 내놓기도 하였다(진성희, 신수봉, 2013). 사실 대학의 융합 교육은 기존 학문의 체계를 ‘낮추어 연계’하려는 게 아니라 독립된 학문을 ‘유기적으로 결합, 연결’하는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왜냐하면 다양한 학문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새로운 것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더 깊은 전공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결국 융합 교육에 요구되는 것은 다양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는 지식을 어떻게 융합하느냐는 개인의 능력, 즉 역량과 관계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융합 교육은 어떤 학문이 융합될 수 있는가보다는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무엇인가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많은 융합 교육 연구들을 보면 융합 교육에 대한 개념 정의와 사례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다양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신동주, 김학진, 2012). 그로 인해 지금까지 운영되는 국내 융합 교육의 형태는 단순하게 두 개 이상의 전공 지식을 나열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많고, 대학의 정책이나 정부 정책도 인문사회-과학기술 학제 간 융합 연구 등 학제 간의 인위적인 결합을 강조하는 정책들만 쏟아내고 있다.

대학에서 융합 교육을 ‘융합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으로 보는 관점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는 한두 개의 학문이 결합함으로 해결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합적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권성호, 강경희, 2008; 손동현, 2007).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면 그 범위와 지식의 양은 방대해진다. 또한 복잡한 문제는 단순하게 공학과 인문, 또는 공학과 공학의 결합한 지식만 습득한다고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최근 새롭게 등장한 융합학문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을 자유롭게 횡단하며 스스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박구용, 2012). 창의·융합인재에게 필요한 통합적 관점은 여러 가지 학문에 관련된 수업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또는 여러 가지 학문을 통해 해석해보는 연습만으로 배양한다고 할 수 없다(김혜영, 2013).

둘째, 융합 교육은 실제 생활에서 무엇을 행할 수 있는 능력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날의 첨단 융합분야 중에 일부는 현재에는 전문지식일지 몰라도 언젠가는 보편성을 가진 기초능력교육이 될 것이다(김대영, 2016). 또한 급변하는 기술로 인해 대학에서 신흥 학문이라고 배운 지식은 이미 현장에서 오래된 지식일 수도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학생이라는 삶의 주체를 대학 안에 불러들여 교과 과정 안에서 융합적인 삶을 살아갈 능력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대학 밖의 삶, 대학 이후의 삶과 연계시켜 유용성이 발휘되도록 하는 데 있다(홍병선, 2016). 실제 우리나라에서 자유전공제도가 실패한 원인은 학생들이 졸업 후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진로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융합 교육의 현실적인 성공과 실패의 여부는 융합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느냐에 있다(박일우, 2016).

마지막으로 새로운 융합의 세대를 위해서는 교육의 주체는 대학이 아니라 학생이기 때문에 학생 스스로 융합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즉 융합 교육의 최종목표는 융합적 지식이 아니라 융합역량이 되어야 하며, 학생들 스스로 이러한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김혜영, 2013). 그런 면에서 본다면 대학의 융합 교육은 교육을 통해 융합 핵심역량이 실제로 확보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홍병선, 2016).

2. 역량관점에서의 융합 교육

앞서 논의한 대로 대학에서의 융합 교육은 융합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융합과 관련된 역량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을 뿐 더러, 교육모형 및 핵심역량 함양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 등은 미흡한 상황이다(이경화 외, 2015). 또한 많은 대학에서는 융합인재 양성을 교육목표로 설정하였지만, 실제 융합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이 체감하는 함양정도나 교육의 효과성을 쉽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홍효정, 이재경, 2015).

박기문 외(2014)는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융·복합에 가치를 두고 융합인재 교육의 핵심역량을 문헌연구를 통해 고찰하고, 타당성을 연구하였다. 이를 통해 융합인재 교육의 핵심역량을 융합인지능력, 융합수행능력, 융합태도능력 등 3개 영역, 9개 중영역, 18개 평가요소로 최종 개발하였다. 하지만 박기문 외(2014)의 연구는 융합역량을 개발하고자 하는 대상이 명확하지 못하다는 것과 융합인지능력 등을 발현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능력이 무엇을 발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요소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백윤수 등(2012)은 미래 인재 개념과 상위 100대 기업인재 역량, 국내외 주요 대학의 미래 인재 역량 관련 문헌 등을 고찰하여 융합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창의, 소통, 내용융합, 배려의 4C 핵심역량을 제시했다.

박성미(2014)는 공학 분야의 융합 교육을 통해 융합인재가 갖추어야 할 자질을 델파이 조사한 결과 ‘배움에 대한 열린 사고와 열정’, ‘창의적 표현능력으로서의 창의적 상상력’ 전공능력, ‘타 학문 영역에 대한 개방적 마인드’, ‘타인의 견해를 받아들이는 수용 능력’, ‘도전정신’, ‘타 학문 분야에 대한 이해력’ 등으로 도출하였다.

진성희, 신수봉(2013)은 융합 교육에 관한 산학연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융합역량으로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의사소통 및 설득능력, 다양한 학문에 대한 이해력으로 도출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공에 대한 깊은 지식과 기술이 융합역량에 대한 기본이라 강조하였다.

이상의 연구 결과를 종합할 때 융합역량은 창의력과 협력을 위한 소통능력, 전공지식과 타 학문에 대한 이해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에서 지적하듯이 융합역량은 창의성 발현과 비인지적 측면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최상덕 외(2011)는 21세기 요구되는 창의적 인재상을 “인성, 지식, 핵심역량을 겸비하여 새롭고 가치 있는 아이디어나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자”라 정의하였다. 여기서 새로운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창의성과 관련이 있으며 이는 ‘다르게 생각하고 새롭게 결합해 내는 능력’으로 융합역량과 관련이 깊다. 이처럼 융합역량은 창의성의 발현과정에 필요한 역량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창의성의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융합역량을 창의성의 발현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때 융합역량은 어느 정도 도출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창의적 사고력은 스스로 생산해 낼 수 있는 사고력으로 내적 동기, 자기 주도성이 중요한 하위역량이 될 수 있다. 또한 창의성 발현의 핵심은 공감 능력이며,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의 문제에 관심을 두는 능력이다. 이러한 공감 능력은 기존의 관계나 고정관념을 넘어 새로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데 원천이 된다. 또한 이러한 것을 함께 하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 의사소통과 협동능력이다(최상덕 외, 2011). 그런 면에서 융합역량은 비인지적 측면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공감과 소통, 인문학적 소양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융합을 통해 창의성이 발현되는 것인지, 창의성을 통해 융합적 결과를 나타내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창의와 융합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III. 대학 융합 교육의 유형과 한계점

1. 융합 교육의 유형

현재 국내 대학에서 시행하는 융합 교육을 정리하면 융합의 대상, 융합의 주체, 융합의 범위 등으로 범주화할 수 있다.<Table 1참조>

 Table 1 Types and contents of convergence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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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Ⅰ형은 현재 대학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는 융합 교육의 형태로 2개 이상의 학분 분야를 통합하여 하나의 교과목으로 학생에게 제공하는 융합 교육 형태이다. 이것은 융합 교육을 처음 시도하는 경우 쉽게 실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무분별한 개설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며(김혜영, 2013), 전체 융합 교과들의 유기적인 연계와 효율적인 운영 및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서 지적하다시피, 융합교과목의 형태는 기존의 두 교과목을 단지 물리적으로 통합된 형태로 진정한 의미에서 융합 교육이라 볼 수 없다(김대영, 2016).

두 번째 유형인 Ⅱ형은 대학 중심의 융합 교육으로 부전공/복수전공, 연계전공, 융합전공과 같이 2개 이상의 전공 교과목을 이수함으로 2개의 전공을 부여하거나 새로운 학과(학부)로 인정해주는 형태이다. 이 유형은 연계전공, 협동과정, 융합전동 등 다양한 이름으로 운영되지만 교육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존의 주전공을 이수하고 있는 상태에서 추가로 타 전공을 이수하는 형태로 기존의 복수전공이나 부전공과 다를 바 없다(허영주, 2013).

마지막으로 Ⅲ형은 자유전공(학부), 학생설계전공, 자율연구 등으로 학생 중심의 융합 교육이라 생각할 수 있다. 보통 자기설계전공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학생이 기존에 주어진 학과의 단일전공이나 프로그램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전공을 만들어낸다는(안동현, 2016) 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융합 교육의 형태이다(김대영, 2016)1). 자기설계전공은 1960년대 말 미국의 자유언론, 시민권리 등 사회적으로 활발한 민권운동과 함께 학생들의 학문적 자유를 향상시키고 선택권에 초점을 둔 혁신적인 제도이다(Shoenfeld, 1972).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서강대에서 최초로 자기설계전공을 도입하였고 이후 많은 대학이 자유전공학부 또는 학생설계전공 제도를 시행하였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와 다르게 우리나라의 자기설계전공은 대학의 전공별 인원조정의 필요 및 법학전문, 의학전문 등의 진학을 위한 입문 과정으로 만들어낸 면이 강하다(서민규, 서덕희, 이희용, 2014; 안동현, 2016). 그로 인해 미국보다 소극적이고 복수 전공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이두휴, 2017) 현재까지 매우 적은 수의 학생들이 이수하거나 학부 폐지 또는 명칭을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생연구 또는 자기설계학기는 학생이 스스로 연구주제나 교과목 내용을 선정하여 학점으로 인정받는 형태로 전공 외에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선정한다면 좋은 융합 교육의 형태이다(허영주, 2013). 이러한 형태는 공학 분야에서 문제해결형 프로젝트나 캡스톤디자인 교과목의 다학제 팀 프로젝트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생 중심의 융합 교육은 일관된 교육목적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이 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교수자의 질 확보와 대학 전체 차원에서의 다양한 노력(재정, 학제개편등)이 필요하기에(허영주, 2013) 아직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

또한 일부 대학에서는 기존전공+학생설계전공 또는 융합 전공+학생설계전공 같은 형태로 운영되거나 경희대의 후마니타스칼리지나 이화여대의 호크마 교양 대학 등과 같이 교양 교육과정의 융합의 형태도 운영되고 있다.

이공계 대학에서 시행하는 융합 교육의 현황도 앞서 논의한 융합 교육의 유형과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이공계 대학에서는 특정기업 맞춤형 트랙, 국가 정책 트랙 형태로 융합 교육이 많이 운영되고 있다. 특정 기업 맞춤형 트랙은 삼성정보통신 트랙, 엘지트랙 등과 같이 특정 기업에서 요구하는 전공분야로 구성된 교육과정이며 국가 정책 트랙은 에너지 분야 인력양성사업, SW 양성 사업 등 신기술 분야나 새로운 신산업분야에 대한 인력확보를 위해 정부 사업 형태로 진행되는 융합 교육이다. 최근에는 지역 산업단지와 연계된 산학연계 융합 교육이나 성장 유망 분야의 연계한 융합 교육이 대학원 중심으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공계 융합교육 역시 여러 전공 교과목을 나열하여 선택 이수한다는 점에서 거의 대부분 Ⅱ형에 속하며, 학생의 융합역량을 위한 교육보다는 융합적 지식을 습득하는 데 중점을 둔 교육형태라 할 수 있다.

2. 융합 교육의 한계점

이렇듯 현재 다양하게 운영되는 대학의 융합 교육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융합 교육의 한계점을 정리하면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대학에서의 융합 교육은 소위 정부로부터 ‘하향식(top-down)’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김재득, 이희용, 윤아영, 2015; 박일우, 2016; 홍병선, 2016) 융합 교육의 개념 및 패러다임이 정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김대영, 2016). 대부분 이공계 대학의 융합 교육은 연구자들의 필요나 자생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대학기관의 정책적 결정이나 정부 재정지원사업(ACE, CK, 공학교육혁신지원사업, LINC 등)에 의한 외적인 요인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홍병선, 2016). 박일우(2016)는 오늘날 대학의 융합 교육은 원래 의미는 퇴색해버리고 정부 정책의 실적 ‘건수’로서 평가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정성호(2015) 역시 정부가 제도(정책)를 통해 융합 교육을 규제하다 보니 교육의 본질이 흐려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명확한 개념의 정립 없이 정책으로서 시행되는 융합 교육은 그 동기나 목적이 불분명하고 교육 트렌드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거나 대학의 특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홍보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홍병선, 2016).

둘째, 융합지식의 전달 측면을 강조하면서 역량 측면에서의 융합 교육이 미흡하다. 앞서 논의된 대로 현재 국내 대학에서 현재 시행되어오고 있는 융합 교육은 대부분 교과목 중심의 융합방식이며 병렬적 방식을 채택해왔다. 복수전공, 부전공, 연계전공, 협동과정 등의 방식들도 실제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를 수강하고 학생 내부에서 융합되기를 기대하는 융합 교육방식이다(허영주, 2013).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융합 교육을 통해 최종 이루고자 하는 인재의 방향성이다. 융합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융합된 지식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융합을 하는 능력, 즉 지식 중심이 아닌 역량 중심의 교육이 되어야 한다(김혜영, 2013). 따라서 융합교육은 학생들에게 어떤 학습적 효과를 주며 실제 융합 역량을 확보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융합 교육은 그것을 통해 실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홍병선, 2016) 우리가 만족할만한 문제해결역량을 키워내고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부족하다(박일우, 2016).

셋째, 융합 교육의 주체로서 학생과 교수가 융합 교육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반이 미흡하다. 먼저 융합 교육의 결과이자 융합 교육의 대상으로서 학생은 중고등학교 때까지 지식 위주의 교육을 받으며 스스로 자기주도적인 학습역량이 체계적으로 훈련되지 않았다. 이렇게 주입식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스스로 융합 교과를 설계하거나 융합 교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학습역량을 가졌는지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홍병선, 2016). 융합지식의 전달자이자 설계자로서 교수 역시 융합 교육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오헌석(2014)은 교수의 전공 분야나 연구경력의 다양성이 융합 연구나 융합 교육의 효과적인 수행을 설명하지 못하다는 연구 결과를 통해 교수자 스스로가 다양한 분야의 지식, 기술, 이론, 관점을 결합할 수 있도록 교육방식의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함을 제안하였다. 실제 많은 교수들은 융합될 분야의 전문가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지 않고, 서로의 관심과 연구방법이 너무 상이하기 때문에(서덕희, 윤아영, 이희용, 2017) 교수자 스스로가 융합 교육에 대한 이해가 낮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융합 교육을 운영하는 대학도 충분한 재정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미흡하다. 허영주(2013)는 한국의 융복합교육에 대한 문제점을 인재상 및 교육목표의 부재, 단편적, 백화점식 교과개발, 유사전공, 유사학과의 단순융합, 병렬적 팀티칭 교수, 교육평가를 위한 체계 부재, 인적, 재정적 학사지원체계의 미확립 등으로 융합 교육의 한계점을 지적하였다.

IV. 융합 교육으로서의 자기설계학기 사례

1. 자기설계학기의 특징

4차 산업혁명이 크게 이슈화되고 국내 융합 교육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자기설계학기가 새로운 융합 교육으로 대두되고 있다. 자기설계학기는 학생이 스스로 교과 내용을 선정하여 학점이나 학기로 인정받는 융합 교육의 한 형태로 아주대학교의 ‘파란학기제’, 건국대학교의 ‘드림학기제’, 이화여자대학교의 ‘도전학기제’, 한양대학교의 ‘프로젝트학기’ 등 다양한 목적과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외국의 경우 UC 버클리의 학부 학생 연구 프로그램이나 미국 올린 공대의 학생중심설계(Student-oriented Course Design) 프로그램이 비슷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버클리대학교의 경우 연구중심대학으로 연구 참여를 보다 중요하게 강조하지만 사회봉사 체험학습, 연구 인턴십 등 통학제적 접근(cross-disciplinary approaches)을 동시에 강조한다. 또한 교수주도 연구와 학부생주도 연구로 나누어 학생 스스로 관심 문제를 선택하고 연구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으로 현재 국내 자기설계학기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김지현, 신의항, 2017). 올린 공대의 학생중심설계의 경우에도 학생이 구체적인 연구 활동을 직접 계획하고 진행하며 교수가 멘토링을 해주는 방식으로 학점까지도 직접 정하며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주도적으로 정한다(조봉수, 2017).

자기설계학기는 그 내용과 운영 면에서 학생설계전공(자유전공), 학부생연구, 또는 자유학기의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교육 내용과 형태면에서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먼저 학생설계전공은 자신의 전공을 설계하는 반면 자기설계학기는 자신이 이수할 교과목을 설계하는 것이다. 학생설계전공은 기존 학과제도에서 달성될 수 없는 고유하고 독특한 학문적 관심과 적성, 미래계획을 가진 학생들이 학교의 지원과 교수들의 지도하에 스스로 전공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이수하는 학사과정의 전공 형태라 할 수 있다(김지현, 2009). 학생설계전공은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를 습득하기 위해 능동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자의 모습과 다양한 현장 경험을 통해 삶을 위한 진로 교육에 부합하지만(안지연, 2017), 실제 학생설계전공을 운영하는 대학이 소수이며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소속감이나 연대감의 상실로 진지함과 학문적인 공동체 의식 등을 경험하기 어렵다는 것(안동현, 2016)과 자칫 자신의 흥미만 느끼는 과목만 수강하여 학문적 엄격성과 기초적인 부분이 소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학의 관심 부족과 학생들의 소극적인 태도, 학과 중심적인 사고 등이 지적되고 있다(이두휴, 2017). 특히 우리나라 중고등 학생의 경우 대부분 본인의 진로 탐색이나 자기주도적인 학습역량이 체계적으로 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공을 본인 스스로 설계하는데 소극적이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반면 자기설계학기는 학생 스스로 자신의 관심과 적성에 따라 배울 내용을 설계한다는 점에서는 자기설계전공과 유사하지만 이미 교수에 의해 정해진 교과목을 짜깁기해서 새로운 전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과목(목표, 내용, 학점, 평가 등)을 학생 스스로 설계한다는 점에서 좀 더 학생에게 자율성과 주체성을 부여해준다. 또한 학생설계전공처럼 진로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덜 수 있으며, 기존의 소속전공을 계속 유지하기에 연대감이나 소속감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학부생연구(자율연구)는 하나의 전공 내에서 진행하지만 자기설계학기는 전공과 무관하게 실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내용의 교과목을 구성할 수 있다. 학부생연구(자율연구)는 대부분 이공계 대학에서 3, 4학년을 대상으로 대학원 진학 전에 자기 주도적으로 연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프로젝트 형태로 많이 운영되고 있는 교과목이다. 학생 스스로 연구주제를 정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교수가 정해주는 전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으로 진행하며, 교육목표와 수강학점은 정해져 있다. 또한 교육의 효과가 교수자의 질과 노력에 상당한 의존성이 높다(허영주, 2013). 또한 팀보다는 개인 단위로 연구를 진행하며, 교과목 내용을 실제 활용에 어려움이 많다. 그에 비해 자기설계학기의 경우 교과목 내용은 공모전, 창업, 영화제작 등 전공과 무관한 다양한 내용으로 교육목표와 내용을 선정할 수 있으며 담당 교수도 자신의 소속 전공과 무관하게 교육목표에 맞는 교수를 선정할 수 있다. 또한 교수자가 내용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선정하는 것이기에 교수의 질과 무관하게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기설계학기는 ‘자신이 진정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과제를 스스로 설계하면서 인생의 방향과 진로를 깨달음으로 자신감을 배양한다’는 목적으로 시행되어 자유학기제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있다. 자유학기제는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 영국의 갭이어(Gap Year),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Efterskole) 등을 모델로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중학교에서 시범 운영되었다. 자유학기제는 ‘과도한 경쟁과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학생의 꿈과 끼를 살려주는’ 교육으로 중학생에게 미래설계와 진로 교육차원에서 제공되고 있으며 2016년 전면 도입되었다. 이러한 자유학기제는 전통적인 교과수업이 아니라 다양한 내용의 체험과 활동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준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설계학기는 자유학기를 경험하지 못한 대학생들에게 자기 진로에 대한 경험과 체험을 주며 향후 자신의 취업 활동과 관련하여 많은 시사점을 준다.

2. A대의 자기설계학기의 운영사례

A 대학의 자기설계학기는 국내 최초라는 의미도 크지만 정부재정지원사업과 무관하게 대학 내에서 주도적으로 만들어진 제도이다. 또한 타 대학에 비해 많은 재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단순히 학기제로 시행했지만 현재에는 ‘도전과목’, ‘OO 학기’, ‘도전트랙’ 등으로 유형을 다양화하여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운영은 한 학기에 몇 학점 이상 이수하느냐에 따라 학기로 인정된다. 참여 유형은 학생이 스스로 내용과 과목을 설계하는 ‘학생설계 프로그램’과 교수나 학교가 제안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학교(교수)제안 프로그램’ 유형으로 나뉜다. 도전과목은 수강 포기는 가능하지만, 재수강은 불가능하며 교양 선택으로 인정되나 도전과제 내용이 전공과 맞을 경우 학과 승인하여 전공학점으로도 인정할 수 있다. 또한 자기설계학기 평가는 활동 증빙자료, 학생들이 제출하는 보고서와 결과물을 토대로 지도교수가 성적(A/B/F)을 부여해 준다. 자기설계학기를 이수한 학생의 성적증명서에는 이수 내용(목적, 내용, 수행 결과 등)이 노란색 박스로 표기된다.

자기설계학기의 학점 인정 절차는 <Fig 1>과 같이 신청 기간을 약 3개월 이상 두고 대학 내 설명회, 면담, 컨설팅을 지원하여 신청 전에 교과목설계에 대한 구체적인 지도를 받는다. 신청 후에는 심사를 최종 참가자를 선정하며 선정된 팀은 매주 활동 보고서, 중간, 최종 보고서를 제출해 최종 학점을 인정받는다. 2018년 1학기까지 A대의 자기설계학기를 신청한 학생은 149팀, 총 555명이 참여하였다.

먼저 참여한 학생 현황을 살펴보면 과반수가 이공계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의 도전과제 역시 『스마트 자전거 잠금 디바이스 제작』, 『주름진 고분자 패턴 위 세포 성장 형태 연구』, 『제로에너지 하우스 설계 및 시공』,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등 일반 전공교과목에서 도출할 수 있는 결과보다 더 높은 차원의 결과물을 도출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물은 하나의 전공지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로 융합된 지식을 요구함으로 볼 수 있다. 특별히 이들의 과제들은 학생의 개인적 경험과 삶에 구체적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추구(허영주, 2013)함으로 현대의 교육이론과도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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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Self-Design Semester Process

Table 2 Participation in A University's self-design seme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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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학생들의 자기주도적인 학습 역량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역량을 키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참여 학생들은 교육목표부터 주차별 계획, 평가까지 스스로 설계하고 수행함으로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경험한다. 또한 교수자가 일종의 내용 전달자가 아니라 멘토, 조언자, 안내자의 역할을 담당함으로 학생들은 스스로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이를 통해 그동안 교과목 수업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자기 주도적 학습을 체험함으로 스스로 종합적 탐구역량 및 문제해결력을 키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기설계학기에 참여자들은 대부분 다학제로 이루어진 팀으로 교과목에서 이루어진 팀 프로젝트와는 다른 소통과 협업 능력을 배우게 된다. 교과목에서 이루어진 팀은 보통 인위적으로 팀이 구성되며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과제를 수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설계학기의 경우 팀 구성원은 자발적인 참여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팀이 구성된다. 이로 인해 이들은 교과목의 팀 프로젝트와는 달리 팀원 간의 갈등도 겪으면서 진정한 소통능력과 협업능력을 배우게 된다.

자기설계학기에 대한 연구는 아직 시행 초기로 선행연구가 별로 없으며 질적 연구가 수행된 바 있다. 허지숙(2018)은 자기설계학기를 참여한 이공계 대학생 6명을 대상으로 질적 연구를 실시한 결과 자기 주도적인 학습경험과 소통을 기반으로 한 협업능력, 융합적이고 맥락적인 지식을 학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의미에서 A대의 자기설계학기는 총체적인 융합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융합 교육으로써 자기설계학기가 많은 장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대학은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자기설계학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학사행정과 효과적인 지원을 위한 인력 충원, 그리고 충분한 재정과 인프라가 확보되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자기주도성을 강조하지만, 학생들의 보고서와 관련하여 지속적인 상담과 컨설팅이 필요하기(박수정, 송명현, Chen-Peng, 2017) 때문에 체계적인 행정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로 인해 자기설계학기는 학생과 교수 외에도 교직원의 지속적인 협조와 관심이 선행되어야 한다.

V. 결론 및 제언

정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선언하며 다양한 융합 교육에 대한 정책과 재정지원사업들을 시행하고 있다. 대학 역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추어 다양한 융합 교육 방안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실은 단순히 타 전공들을 묶어 전공 교과를 개설하거나,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의 과목을 듣도록 하는 트랙 형태의 과정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대학 융합 교육의 의미와 한계점을 고찰하고 자기설계학기의 사례를 분석함으로 이공계 융합 교육에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이공계 융합 교육의 내용은 기술과 기술, 인문과 기술 등의 지식 나열이 아니라 실제 삶과 지식이 연결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융합 교육적 실천은 학생의 관점에서 학생의 경험과 관심을 바탕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는 데 관심을 두어야 한다(차윤경, 안성호, 주미경, 함승환, 2016). 따라서 융합 교육에서 교육내용은 삶과 지식을 연결할 수 있는 사회 맥락적 과제이어야 하며, 이를 통해 살아있는 지식을 학습자들이 체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노상우, 안동순, 2012). 자기설계학기를 참여하는 학생들은 전공 또는 교과 내용과 관계없는 다양한 과제를 수행함으로 그들의 진로와 삶의 의미를 확장하는 경험을 한다. 오늘날 융합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현대 삶의 복잡한 문제해결을 위해 통합적 관점을 키워주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배운 지식의 파편들이 연결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경험이며, 경험을 통한 배움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둘째, 학생들의 주체성과 자율성의 확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자기설계학기는 참여 학생이 스스로 교육목표와 수행목표를 설정함으로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가능할 뿐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다. 특히 한국의 대학생들은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과 학습설계능력이 부족하다. 스스로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나열된 지식을 스스로 통합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융합 교육은 학생들의 내부에서 스스로 사고하고 생산해 낼 수 있도록 하는 자기 주도적인 학습이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대학 신입생 때부터 flipped learning, MOOC 등 다양한 교육방법을 통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며, 스스로 문제해결과정을 설계할 기회들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학교 차원의 교수 지원, 행정체계, 인프라 등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기설계학기에서 중요한 변화는 교수의 역할이다. 자기설계학기에서 교수자의 역할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가능한 한 명확하고 냉철한 판단을 하도록 도와주는 촉진자, 안내자로서의 역할이다(안지연, 2017). 하지만 연구만 강조하는 대학 풍토나 교수들의 강의시수 등은 교내 교수들의 참여 의욕을 저해할 수 있다(조성구 외, 2008). 따라서 학생들의 지도와 관련하여 지속적인 상담과 컨설팅 능력이 필요하다(박수정, 송명현, Chen-Peng, 2017). 또한 대학의 관심 부족, 노력, 투자 부족, 잘못된 교수법과 교육환경으로 융합 교육에서도 주입식, 이론식 교육이 주로 행해지고 있다. 더구나 실험 실습도 실제 문제 해결 교육과 연계되지 않으며 리더십, 의사소통과 같은 비인지 관련 역량은 정규 교과목에서 습득할 기회조차 없다. 따라서 대학은 다양한 교과목 형태와 이수체계 개편 등 통해 융합 교육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융합 교육 프로젝트 수행에 대한 경비, 팀별 활동 지원, 그리고 공간 확보 등을 위한 재정적, 물적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제 융합 교육은 융합된 지식을 제시하기보다는 융합인재가 가지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에 초점을 두어야 하며 융합의 주체인 학생이 가진 역량이 실제 확보되는가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지식의 축적과 변화가 빠른 이공계 분야의 융합 교육은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인재가 아니라 다양한 학문을 결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데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이 논문은 2018 한국교육학회 연차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수정, 보완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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