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간 필리핀의 대형 육계 농장을 방문하여 기술 자문할 기회가 있었다. 총 120만수 규모의 대형 육계 농장을 5군데에서 운영하고 있는 농장이었다. 시설은 유럽식 최신 기자재로 시설 투자를 하였는데, 1동 38,000수 규모의 3천만 페소(한화 약 6억원)의 비용을 들여 무창 계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육계 사업 뿐 아니라 육종 종계 등 양계 사업을 계속 확장하고 있었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다. 본인들은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고급 시설에 비해 농장 사양 관리 부분이 잘 따라 주지 않고 있었다. 지난 번에 이어 개선할 사항들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었다. 많은 지적에 싫은 기색을 낼 법도 한데 나름 잘 받아들이고 고맙게 생각해주었다. 필자로서는 보람 있는 농장 방문이었다. 이에 이 농장의 사례들 중 일부를 공유하고자 한다.
1. 사양 관리(온도 및 급수)의 문제
필자가 이 업체의 특정 계사를 방문하였을 때 이미 7일령 육계가 입추되어 사육되고 있었다. 무창 계사에 니플 급수기와 자동화 급이기를 갖춘 시설이었다. 그런데 이 계사에서 병아리들이 온도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것을 즉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온도를 낮춰주지 않아 많은 닭들이 개구 호흡을 하고 있었고, 삿갓 육추기 히터 아래에 온도가 너무 높아 병아리들이 그 자리를 회피해 있는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사진1 참조).
<사진1> 높은 온도의 히터기 사용
니플 급수기 숫자는 많이 모자란 상태였다. 35마리의 병아리가 1개 니플 급수기를 같이 공유하고 있었다. 보조 급수기라도 추가로 설치해 주어야 하는데 이것도 실행에 옮기지 않아 대부분의 병아리들은 탈수에 시달리고 있었다. 육추기 아래가 더운 환경조건이었음에도 일부 니플 밑에서는 병아리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이들 병아리들은 심한 갈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유추 되었다(사진2 참조).
<사진2> 갈증 증상의 병아리
일부 병아리들은 열의 전도(Conduction)현상으로 더운 온도를 피해 계사 벽면으로 달라붙어 더운 온도를 피하고 있었다(사진3참조).
<사진3> 열의 전도 현상
더운 환경 조건 하에서는 사료 섭취량이 줄어든다. 더구나 니플이 충분치 않아 물도 제대로 못 마시니 사료 섭취를 더욱 못하게 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체중 증가는 당연히 느려지게 되는 것이다.
2. 온도 관리의 중요성 재고
닭의 온도 관리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포유류에 비해 닭은 스스로 온도 조절을 하기에 훨씬 열악한 신체적 구조를 안고 있다. 닭은 땀샘이 없다. 그래서 외부 기온에 의해 닭의 체온이 영향을 쉽게 받는다. 특히 초생추는 차가운 온도와 더운 온도에 노출이 되면 차가운 외부 기온에 그대로 영향을 받게 된다. 어린 병아리의 솜털로 이루어진 깃털은 단열성이 전혀 없다. 병아리가 5일령이 될 때까지는 부화기 내에서 막 형성된 생명체로 냉혈기를 갖는 생명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그림1 참조).
<그림1> 닭의 냉혈기와 온혈기 구분
부화 직후 병아리의 상태는 심혈관 기관, 소화 기관, 면역기관, 골격 기관이 발달되지않은 상태이다. 그래서 처음 48시간 동안 병아리는 스스로 온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혈액 순환을 통한 온혈 동물로서의 기능은 5일령이 지나서야 비로서 제 역할을 하게 된다. 위의 필리핀 육계 농장 사례에서는 좋은 시설을 갖추어 놓고도 너무 덥게 육계를 사육하는 것이 문제였다. 더운 환경에서는 사료 섭취량이 줄어든다. 초생추 때에는 33-34℃로 시작하였다가 28일령이 되면 21℃ 정도 수준으로 온도를 점차적으로 낮춰줘야 한다(표 1 참조). 그렇게 해야 육계에서 원하는 출하 성적을 얻을 수가 있다.
표 1. 코브 육계의 육성 기간 중 권장 온습도
3. 외부 온도와 병아리의 열 교환기전
외부 온도와 병아리(닭)의 열 교환기전은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설명이 된다(그림 2 참조).
<그림2> 외부온도와 병아리의 열 교환 기전
① 복사(Radiation) : 태양열이 태양에서 지구로 전해지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중간에 매개체 없이 열이 이동하는 방법을‘복사’라고 한다. 또 복사를 통해 전해진 에너지를 복사 에너지 또는 복사열이라고도 한다. 모든 물체가 복사열을 방출하거나 흡수한다. 그리고 이 세기는 물체의 종류나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온도가 높은 물체일수록 더 많은 복사열을 내고, 복사열을 잘 내는 물체일수록 복사열을 잘 흡수한다. 닭은 복사열을 내서 온도를 조절한다.
② 대류(Convection) : 물질이 직접 움직이면서 열을 전달하는 방법이다. 액체인 물과 기체인 공기와 같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물질은 온도가 올라가면 부피가 커져서가벼워지게 된다. 가벼워진 물질은 위로 올라가려 하고, 무거운 물질이 아래를 대신 채우게 된다. 이와 같이 액체와 기체에서 열이 이동하는 것을 대류라고 한다. 닭은 주변의 차가운 공기의 이동에 반응하여 날개를 늘어뜨리거나 펴서 외부노출 면적을 증가시킨다.
③ 전도(Conduction) : 쇠막대와 같은 고체에서 열이 이동하는 방법이다. 쇠막대를 가열하면 가열한 쪽의 분자들이 아주 빠르게 움직이면서 옆의 분자와 충돌한다. 이 분자들은 또 옆의 분자와 충돌하고 마치 도미노처럼 계속 충돌이 일어나는데, 이때 열 에너지가 전해진다. 이처럼 충돌이나 접촉에 의해서 열이 전달되는 것을‘전도’라고 한다.닭들이 차가운 벽면에 몸을 대고 체온을 낮추고자 하는 현상이다.
④ 호흡(Respiration) : 닭들이 더우면 입을 크게 벌려 호흡을 함으로서 체 내에 있는 더운 수증기를 배출하여 체온을 떨어 드리는 현상을 말한다.
위의 필리핀 사례에서는 더운 계사 환경으로 인해 병아리들이 시원한 벽면을 찾아 모여 있는 현상은 위에서 열의 전도(conduction)라고 할 수 있고, 입을 크게 벌리고 호흡을 하는 것은 체 내의 수증기를 내뿜어 체온을 떨어뜨리고자 하는 열 교환 기전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