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 - AI 방역 현장에서 느꼈던 소회

  • Published : 2018.03.01

Abstract

Keywords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 말까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가 발생한 전남 고흥과 장흥지역에 기동방역팀장으로 1주일씩 다녀왔다. 그리고 특별방역점검단장으로 1차례 충북 음성·진천군 소재 농장, 도축장 등 축산시설의 차단 방역 추진상황을 현장 점검하였다. 이렇게 3주 동안 AI 방역 현장을 다니면서 느꼈던 소회를 우리 양계인들과 공유하고 싶다.

3단 방역의 보완점들

올해 가장 큰 국가행사인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리에 개최되는데 가축전염병이 걸림돌이 안되게끔 예년보다 강도 높게 질병발생억제 및 확산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취지로 새롭게 도입한 현장방역 시스템이 3단 방역이다(표1 참조).

표 1. 3단 방역 체계도

구체적으로 설명해드리면, 1단계는 거점소독소이다. 농장을 출입하는 모든 차량은 소독을 받아야 하는데 소독을 해주는 곳이 바로 거점소독소이며, 소독필증도 발부한다. 이동통제초소에서는 2단계로 출입 차량을 소독하고 GPS 장착 여부 등을 점검하며, 농장관계자의 출입을 통제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3단계에서는 농장출입때농장주(농장근무자)로부터 농장상황에 따라 소독 등을 마지막으로 받게 되며, 이런 일련의 과정을 3단 방역이라 한다. 3단 방역이 정립되어 현장에 적용된 계기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 1주일이 멀다 하고 HPAI가 전남지역에서 발생함에 따라 고육지책으로 공무원, 군인, 민간인을 동원하면서 시작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방역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전남지역의 발생이 잠잠해져 일단 그 효과가 작지 않다는 생각들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3단 방역은 관에서 주도하는 방역으로 향후 우리가 나아갈 방향인 농가자율방역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어쨌든 온전하게 3단 방역이 정착되려면 이동통제초소 근무자에 대한 배려와 보완이 좀 더 필요하다. 초소는 보통 2명이 2교대 또는 3교대로 24시간 운영하는데, 일반 컨테이너의 반쪽 크기에서 한겨울 난방(난로)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 밤을 지새운다는 것은 아주 큰 고욕이며, 근무자들의 생리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간이 화장실이 완비되지 않아 근무 중에 멀리 떨어진 장소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올겨울 유난히 추워서 초소에 설치된 고압분무기와 소독조가 동파되어 작동이 멈추는 상황이 자주 확인되었다. 따라서 효율적인 3단 방역이 정착되기 위해선 충분한 복지시설과 한파를 이겨낼 수 있는 설비의 보완이 꼭 필요하다.

농가의 자율방역 의식 확산 필요

충북 음성 축산시설 방역점검을 하면서 크게 느낀 자율방역의 아쉬운 점이 있었다. 점검대상은 가금농장, 거점소독시설, 도축장, 부화장, 퇴비처리업체, 사료공장 등이었으며, 점검내용은 HPAI 유입방지를 위한 현장에서의 차단 방역실태를 확인하는 임무였다. 음성군 소재 12만수 산란계 농장의 소독 및 방역실태를 점검하면서 무척이나 놀라웠다. 그 농장 입구는 한참 세월이 지난 생석회의 도포 흔적만 남아있었고, 발판 소독조 안에는 소독약은 없고 얼음 덩어리만 있어서 수주일간 소독약 교체 없이 방치되어 있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그림1 참조).

<그림 1> 대규모 산란계농장의 발판 소독조

또한 농장 내 U자형 소독기는 이미 작동이 멈춰있고, 고압분무기에서는 소독약이 없는 맹물만이 뿜어져 나오는 최고로 나쁜 상황이 연출되었다. 어떻게 이런 농가에서 HPAI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축주에게 이 사실을 고지하는데, 축주의 한 얘기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관(면사무소)에서 “어떻게 소독약을 타야 할지 알려주지 않아서 못했다”는 푸념이었다. 아직도 일부 농가에서는 전염병으로부터 본인 재산인 농장을 정부(지자체)가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유능한 사람이 방역하더라도 질병을 막을 수 없다. 축산인들에 대한 방역 관련 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거점소독시설의 중요성 공유

거점소독시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곳이라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다. 모든 축산차량이 집결하는 곳이 거점소독시설이다. 이곳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철저한 소독을 안 되면 질병 전파의 온상이 된다는 사실이다. 소독시설에 진입한 차량은 20초 이상 장대비를 맞는 것처럼 소독액이 뿌려져야 하고, 소독시설을 나온 후에도 고압분무기로 다시 차량바퀴 등을 집중소독을 받고, 운전석과 차량 바닥을 대인 소독기로 소독을 받은 다음에야 소독필증이 발부되어야 한다.

이런 철두철미한 소독을 않고 대충 소독필증이 발부된다면 미숙한 운전자에게 폭탄을 배달시키는 것과 같은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거점소독시설 종사자는 특별한 사명감으로 철저한 소독 절차 등의 임무를 숙지한 상태에서 근무해야 할 것이다.

중앙방역 점검단의 차별성 강화

전남 장흥 HPAI 발생으로 기동방역팀장으로 1주일간 현장방역을 하면서 느낀 점이다. 장흥은 오리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곳이다. 국내 가장 큰 도압장(다솔)이 있어 전국의 오리 차량이 집결하는 곳이면서, 국내 유일한 원종오리 농장이 소재하고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이런 중요한 곳에서 HPAI가 발생하다 보니 행정안전부, 농식품부, 검역본부, 전라남도 도청에서 장흥군 방역 관계자가 일을 잘 하고 있는지 매일 점검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군 담당자 입장에서는 시어머니가 넷으로 늘어나다 보니 본연의 일보다는 상부 기관들의 지시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다. 따라서 AI SOP 등의 개정 및 신설규정을 만들어서 각 부처가 현장에 파견되면 발생지역의 방역담당자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하고, 기관별 임무가 중복되지 않게끔 업무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