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석가금진료연구소 양계 질병 동향 - 기본에 충실한 고병원성 AI 차단방역

  • 손영호 (반석가금진료연구소 반석LTC)
  • Published : 2017.11.01

Abstract

Keywords

지난 몇 개월 동안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헝가리, 이탈리아, 나이지리아 및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지의 가금사육 농장에서 고병원성 AI의 발생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의 야생조류와 분변에서도 AI 바이러스의 검출빈도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최근 검사 케이스가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를 보인다. 이제는 지구촌에서의 AI 발생이 연중 이어지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이러한 글로벌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고병원성 AI 발생과 연관된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정부에서는 10월이 되면서 AI 심각 단계에 준하는 방역 조치들을 현장에 요구하고 있고, 잇달아 철새(야생조류)의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확인됨에 따라 평소보다 훨씬 강화된 사전 예방 조치들이 실제로 시행되고 있다.

2003년 국내에서 최초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이후 지난해까지, 고병원성 AI로 인한 우리나라의 피해 규모는 점점 커져 왔고, 지난해 11월 이후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천문학적인 정도의 피해를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4년간 연속으로 AI가 발생한 상황에서 맞는 이번 겨울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가금사육 농가와 계열사들은 올해만큼은 AI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갖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병원성 AI가 발생하고 전파되는 데 역학적으로 관여하는 원인이 분명하게 규명된다면 AI 방역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방역은 ‘가능성에 대비하는 조치’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나 지자체가 요구하는 보다 강화된 조치들이 농가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AI 전파 가능성과 그에 대비하는 측면에서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거나, 우리의 현실이 가진 한계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AI 연속 발생 차단이 필요한 현시점에서 AI 방역전문가가 기본에 충실한 고병원성 AI 차단 방역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하다는 판단으로 AI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몇몇 사항들에 관해 기술하기로 한다.

1. 최근 벌어지고 있는 AI 관련 상황

1) 야생조류 유래 AI 바이러스 확인

지난 9월 13일 경북 영천시 자호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바이러스(H7N7, 저병원성)가 확인된 이후 10월 추석명절 연휴가 끝날 무렵에는 충남과 서울, 그리고 경기도 등지에서도 연달아 AI 바이러스가 확인되고 있다. 과거보다 야생조류 분변에서의 AI 바이러스 최초 확인 시점이 다소 당겨졌고, 검출 빈도도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과거 농장에서의 최초 발생시기를 고려한다면 9월~10월 초에 야생조류에서 AI 바이러스가 확인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야생조류 유래의 AI 바이러스가 잇달아 확인됨에 따라 정부는 AI 바이러스가 확인된 곳을 중심으로 반경 10km 지역을 ‘야생조수류 예찰 지역’으로 설정하고 해당 지역 내 가금 및 사육조류에 대한 이동통제와 소독을 하고 있다.

야생조류 분변 예찰 과정에서 확인되는 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이든 아니든 그것은 덜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야생조류에 의해 AI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야생조류 분변이나 사체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확인된 해에는 어김없이 가금사육농장에서 AI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확인될 것이 예상되므로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2) 위험지역과 위험 축종에 대한 ‘사육 휴식제’ 시행

경기도는 일부 지역에서 약 3년간 사육 휴식제를 시행한 바 있다. 사육 휴식제의 의미는 위험지역에서 취약한 가금의 사육을 특정 시기에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도 지역적으로는 AI 발생 위험도가 높은 지역에 위치한 농가를 대상으로, 그리고 축종별로는 사육시스템의 문제점에 의거 AI 발생위험도가 높은 축종을 대상으로 휴식제가 점차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사육 휴식제는 사실상 AI 방역의 한계성을 인정한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해도 해도 안 되는 상황을 정부와 사육 농가가 인정한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사육 휴식제란 의미인 것이다. 사육 휴식제를 시행하지 않고도 AI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과정이야 어떻든 AI 발생 취약 지역과 축종에 대한 사육 휴식제는 분명히 AI 발생 억제의 효과를 기대할 만할이며, 정부와 농가의 협의 때문에 시행된다는 또 다른 의미부여도 가능할 것이다.

2. ‘차단 방역의 기본개념’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늘 가금에 대한 진료와 방역업무를 수행하는 입장에서 ‘새삼스레 차단 방역의 기본 개념을 논하는 것이 아닌가?’라고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차단 방역의 결과로 농가들이 AI뿐만 아니라 다른 가금 질병들로 인한 피해를 수도 없이 겪는 것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느꼈던 부분들을 농가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1) AI 바이러스 제거를 위한 세척과 소독

세척은 AI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데 큰 효과가 있고, AI 바이러스는 소독약에 대해 감수성이 높아 적절하게 소독만 하면 쉽게 바이러스를 사멸시킬 수 있다. 그러나 AI가 주로 발생하는 시기가 동절기(혹한기)라는 상황이 세척과 소독을 어렵게 한다. 다량의 유기물에 함유된 바이러스를 제거 혹은 사멸 시키기에는 계절적 변수가 너무 크다. 그리고 잘 설계된 차량 소독시설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차량 구석구석에 소독약이 잘 도달 되는가?”라는 질문에“예!”라고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동력 분무기로 사람이 직접 소독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또 차량 내부에 대한 소독을 꼼꼼히 하지않는 농가들이 너무 많다. 심지어는 거점 세척 및 소독시설에서 조차도 농장을 출입하는 차량 운전자들이 차량 내부에 대하여 소독하는 것을 꺼리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농장 출입구에서 실시하는 세척과 소독의 효과에 대한 신뢰와 철저한 실행은 전적으로 농가의 관리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야생조류의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확인되는 것과 연관한 위험성은, 철새의 휴식과 먹이활동이 가능한 지역에 인접해 있는 농장에서 매우 높다. 텃새도 AI 발생과 매우 연관성을 가질 수 있다. AI가 발생한 어느 농장의 경우는 자주 보이던 참새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추더니 농장에서 AI가 발생했다고 한다. 참새들이 AI에 감염되어 죽어서 농장 주변에서 자취를 감춘 것일까?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일도 아니다. 농장에서 텃새들의 출몰이 확인된다면, 매일 여러 차례 계사 주변에 대하여 소독할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 차단 방역의 실행적 측면 고려

AI 차단 방역은 방역시설의 설치 여부와 무관하며, 얼마나 큰 비용이 들어갔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농장에 출입하는 차량 및 장비, 사람들에 대한 소독 활동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가 훨씬 중요한 것이다. 농가의 관심도에 따라 방역수준이 결정된다. AI 바이러스가 농장에 유입될 수 있는 아주 적은 가능성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전실도 설치보다는 기능이 중요한 것이고, 축사 전용  신발도 비치보다는 위생관리와 교차오염방지를 위한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또 혹한기에는 차단 방역 시설의 가동여부가 중요하다. 사실상 혹한기에 차단방역을 위한 동력 분무기 등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농장들이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혹한기는 어느 때보다 AI를 비롯한 가금 질병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인데, 소독시설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근무하는 농장의 특성상, 일과시간 이후의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방역관리가 매우 중요한 질병 발생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모임과 취미활동들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AI 방역에 필요한 방안들이 마련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 농장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들이 틈만 나면 주변 하천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기도 하고 뱀을 잡기도 한다고 한다.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이 농장의 AI 바이러스 유입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러한 경우엔 외국인 근로자들에 의해 AI 바이러스가 농장에 유입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금사육농장에 대한 지자체의 차단 방역 점검도 변화가 따라야 한다. 농가에 대한 차단방역 점검이 방역시설 유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여부의 판단과 소독을 할 수 있는지에‘차단 방역시설의 실행적 측면에 대한 평가와 지도’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3) 가금농장 차단 방역의 한계점들

농장을 방문하여 폐사한 닭들을 부검하다 보면, 폐사체 일부가 훼손된 경우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야생고양이를 비롯한 야생동물들이 밖으로 내어놓은 폐사체를 먹기 때문이다. 길고양이와 같은 야생동물들은 축사 출입이 가능하고, 원거리를 이동하는 특성상 농장과 농장 간 질병전파의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한다.

AI 바이러스의 공기 전파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많았던 지난해, AI 발생 시 케이지 상단(환기구 주변)에서 먼저 폐사가 발생한 것이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하여 전파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근거였던 것이다. 물론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필자는 이 경우 공기 전파보다는 야생동물의 침입에 의한 전파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주장하고 싶다.

공기 전파 여부는 해당 농장 주변에서의 발생 상황들을 좀 더 분석한 후 판단하여야한다. 설치류(쥐)도 질병의 근거리 전파에 크게 관여한다. 또 이 부분은 자세히 언급하지 않더라도 농가들이 이미 잘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농가들이 이에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며, 이것이 농가가 AI 차단 방역을 시행하는 데 가장 큰 한계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와 농가들은 향후 설치류 및 야생동물에 의한 AI 전파 가능성에 대해 더욱 더 대비해야 하며, 이에 대한 구제적인 방안들을 모색해 주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4) 기본에 충실한 AI 차단 방역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다. ‘기본에 충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중요한 것이다. 기본에 충실 하는 것 ‘쉬운 방역’ 혹은 ‘방역을 쉽게 하는’ 개념으로 인식할 수도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운동도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본이 무엇인지를 깊이 인식하고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차단 방역의 기본을 농가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인식하지 못하면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지자체, 생산단체 및 전문가들은 농가에 기본을 충실하게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하고, 농가는 내 농장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필수조건인 차단 방역의 기본이 무엇인지를 더 궁금해하고, 익히고, 실천하고자 노력했으면 한다.

올겨울은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업체와 농가들이 합심·노력하여 매년 발생하는 고병원성 AI의 발생 고리를 확실히 끊어서 AI가 발생하지 않은 겨울로 기억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