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산업 현주소와 발전방안 - 미래의 양계연구방향

  • 김상호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
  • Published : 2017.11.01

Abstract

Keywords

다양한 기술의 융·복합 연구로 나아가야

들어가며

당연한 얘기겠지만 물이 흘러가듯이 모든 연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루어진 결과를 바탕으로 당면 현안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양계연구도 사회적 및 소비적 관점의 트렌드 변화를 알아야 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관련산업의 기술 개발 현황, 그리고 닭의 생산능력 변화를 고려한 기술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까지의 국내 양계연구는

우리나라의 양계연구는 크게 사료영양, 사양관리, 시설환경, 양계산물 품질향상으로 구분돼 왔다. 80년대까지는 주로 사양관리 기술, 90년대에는 시설·환경, 2010년에는 안전성 그리고 현재에는 ICT 및 동물복지 연구가 더해져 왔다(표 1). 이러한 것은 사육시설의 현대화를 통한 생산량 증가와 소비자 선호도 변화에 부합된 소비촉진을 위함이다. ICT와 동물 복지를 미래분야로 본다면 생산성 강화와 안전성에 초점을 둔 연구과제가 주류를 이루어 왔다.

표 1 시대별 양계산업 및 주요 연구과제

앞으로의 양계연구는

1) 더욱 정밀한 사양기술 개발

흔히 구시대 연구라고 치부하는 측면도 있지만, 시대가 어떻게 변할지라도 생산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은 가장 기본적인 연구이다. 지금까지도 가장 효율적인 생산을 위하여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닭이 능력이 변하고 새로운 시설이 개발되면서 적합한 사료영양 기술은 지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닭은 개량속도가 타 가축보다 매우 빠르기 때문에, 최대의 유전능력(생산량) 발휘를 위한 사육조건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요구된다. 네덜란드 어느 농가 사례를 보면 65주령 산란계 산란율이 94%였고, 90% 이상 산란율이 90주령까지 유지된다고 한다. 이러한 것이 닭의 유전적 능력을 최대한 끌어낸 정밀사양의 결과다. 농장주의 능력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체중조절과 기별 사양 그리고 시설에 맞는 사양관리 기술 등 근간에 선진화된 기술이 접목되었기에 가능한 결과이다. 첨단시설과 좋은 병아리를 가지고 있어도 활용방법이 따라주지 않으면 갑 속에 든 칼일 것이다. 앞으로의 사양 연구는 단 1원의 가치를 소중하게 들여다보는 정밀 연구가 필요하다. 산란계의 체중을 산란피크기 체중으로 유지하여 지방축적으로 인한 사료 낭비를 줄이고, 증체에 필요한 아미노산만 공급하는 방법 등이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육계사료 요구율 1.0은 불가능할까?

2) 다양화된 생산시스템에 대한 연구

유럽에서 출발하여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발생한 계란 살충제 검출 파동으로 동물복지가 갑자기 대두되는 것 같지만 축산선진국에서는 동물복지가 일반화되어 있다. 공정무역과 같은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소비자의 요구로 집약적 생산방식에서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동물복지 생산방식으로 전환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기존의 EU 생산시스템인 난상과 횃대 및 모래 상자가 가미된 엔리치드(enriched)와 케이지에서 나올 수 있는 개방형 케이지(aviary)에 대한 비교 연구가 우선 과제이다. 더불어 기존 케이지와는 다른 점등방법, 바닥관리, 육성기 훈련 및 골절 발생 감소 등 세밀화된 연구도 필요하다. 그러한 것을 바탕으로 국내 실정에 적합한 양계 동물복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설정되어져야 하며, 복지형 생산시스템에 대한 표준설계도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복지형 생산시스템별 사료 및 사양관리 요령, 특히 방란관리, 카니발리즘 문제 등 기존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유럽형 동물복지가 과연 한국의 동물복지 생산시스템일까?

3) ICT는 필수적인 연구과제이다.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는 시대에서 앞으로의 축산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상용화되는 ICT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ICT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융·복합 연구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닭의 건강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생체정보 및 행동특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영상장비, 열화상, 음성분석 등을 인식 할 수 있는 센서가 필요하며 이것을 연산하여 실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필요하다. 단순히 양계전문가뿐만 아니라 기계, 전자, 카메라, 프로그램개발자 영역까지 아우르는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닭에게 적절하게 사료를 주고,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알아서 선조치(환경관리) 후보고(예상질병) 해 주며, ‘사람이 없어도 모든 프로세스가 이루지는 시스템’이 있다면 어떨까?

4) 안전성

동물이 살아가는데 질병이 없을 수가 없고 인간이 백세시대가 가능한 이유도 이러한 질병을 다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과 안전성은 지켜야 할 정지선을 넘어 서고 동시에 그 위반이 인간의 보건과 직결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이다.

항생제에 의한 내성균의 발생, 유해물질 잔류에 의한 계란 및 닭고기의 안전성 문제는 늘 강조되고 있지만, 여전히 양계산업의 숙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방은 치료보다 100배 이상의 가치가 있듯이 대체 소재의 개발과 차단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필수적인 과제이다. 또한, 종계부터 축산물까지 연쇄적으로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는 관리시스템(이력추적)과 위해물질을 신속하게 진단하여 차단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 개발이 필요하다. 아울러 유해 물질별로 보건상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유효한계치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제공할 수 있는 기초 연구도 병행돼야 한다. 항생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술개발은 불가능한 것일까?

5) 양계의 친사회적 연구

AI의 공중보건성 문제, 분뇨 및 악취로 인한 환경오염, 유해물질 잔류의 축산물 안전문제가 양계산업의 존립의 지속적인 걸림돌이다. 생명공학 기법을 이용한 자연산과 흡사한 인공 닭고기와 계란이 상용화되는 시기에 과연 현재와 같은 사양방법은 어떻게 될까? 심히 의문스럽다. 다소 뜬금없는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양계산업이 사회적 기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닭만큼 인간이 편안하게 생각하는 경제 동물은 없다. 이러한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양계의 친사회적 기능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그러한 관점에서 양계를 이용한 치유농업, 모성본능과 약자를 보호하는 교육적 기능의 양계,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관광형 양계 등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양계모델의 다양화 연구가 필요하다. 사회를 구성하는데 당연히 살아있는 닭이 자라고 알을 낳는 기능이 필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인식을 전환하게 하는 산업 개발도 앞으로 접근해야 하는 연구과제일 수 있다. 알을 거두는 즐거움을 사회와 공유할 수는 없을까?

마치며

양계연구의 미래과제는 다양한 기술의 융·복합 연구이다. 생산비 절감과 소비 확대를 위하여 여러 가지 단편적인 지식과 기술을 더한 창의적인 지혜를 제공하여야 한다. 또한, 인간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는 지속할 수 있는 산업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먹거리 제공 이상의 가치가 있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루트를 찾는 연구도 필요하다. 농가는 돈을 벌고 소비자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과제가 앞으로의 양계연구 방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