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환절기 농장관리 점검 - 가을철 다발하는 양계질병 및 예방대책

  • 최강석 (농림축산검역본부 조류질병과)
  • Published : 2017.09.01

Abstract

Keywords

적정 온·습도, 환기 관리로 가을철 질병 예방

밀집된 구조에서 대량 사육하는 양계산업은 국민에게 단백질 공급원을 제공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염병(특히 호흡기 전염병)의 상재와 순환을 위한 이상적인 환경 여건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계사 내 전염병의 유행과 순환을 제어하는 데 있어서 사육 환경의 품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계사의 환경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으로는 적정 사육 공간의 확보이외에도 온도, 습도 그리고 환기 등 세 가지 중요한 요인이 작동한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계사 내 온도와 습도를 동시에 최적 상태로 유지해야 좋은 성적이 나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밤낮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는 특히 어려움이 있다. 환절기에는 기온이 25℃ 이상 올라갔다가 밤에는 5℃까지 떨어지는 등 최소한 15℃ 이상 일교차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 계사의 환기관리가 쉽지 않은 시기다. 후덥지근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선선한 날씨에 습도는 떨어진다. 계사 형태와 구조, 사육일령, 계절 등 농장 상황에 따라서는 습도보다는 온도에, 또는 온도보다는 습도에 보다 초점을 맞춰 농장을 운영해야 한다. 온도를 유지하려면 계사를 최대한 밀폐시켜야 하고, 온도를 낮추려면 최대한 개방해야 한다. 계사 내 습도 조절은 온도만큼 쉽지 않다. 밀폐시키면 습도가 과도하게 높아지고, 개방하면 습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따라서 적정 습도 수준(약 50~70%) 유지를 위해서 정확한 습도계가 필요하며 각 계사마다 이들을 배치하고 수시로 확인해 조절해야 한다. 환기 관리는 온도와 습도 관리의 중요한 수단인 동시에 신선한 산소 공급과 유해가스 감소시키는 수단이기도 하다.

환절기의 온도와 습도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여 계사 내 온도와 습도 조절에 실패하게 되면, 가장 먼저 부닥치는 문제가 호흡기 질병 문제이다. 즉, 환기가 불량해지면 계사 내 암모니아 가스 다량 발생하게 되고, 계사가 너무 건조하거나 온도 편차가 심하면 호흡기 손상이 쉽게 발생한다. 호흡기 질병은 사료 섭취량 저하를 일으키며 소화 흡수력도 떨어뜨리기 때문에 증체 불량으로 이어지고 또 다른 복합 질병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그래서 호흡기 질병이 문제가 되면 계군의 생산성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실제로, 농장에서 단순히 실수로 계사팬 작동이 멈추는 경우에라도 발생하면 호흡기 질병 발생문제로 계군 생산성이 무너지는 사례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환경 관리 실패는 호흡기 질환의 문제와 직결되는 즉, 호흡기 질병은 환경 질병이다. 그래서 호흡기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려면 계사 환경관리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호흡기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다양하고 그 종류도 많다. 그리고 국내 호흡기 질병의 유행 양상도 시대 상황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세균의 경우 마이코플라스마, 만성호흡기증후군, 대장균, 전염성 코라이자 등이 있고, 바이러스 질병으로는 닭전염성기관지염(IB), 닭 뉴모바이러스감염증, 닭 전염성후두기관염(ILT) 등이 있고, 곰팡이성 아스페로질러증 등이 있고, 계사 내 암모니아 가스와 같은 유해가스도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문제는 호흡기 질병이 어떤 특정 병원체에 의한 단발성 단독 감염으로 끝나기 보다는 대개 2차 복합감염으로 이어져 질병 피해가 더욱 더 증폭된다는 데 있다. 호흡기 질병 피해가 있는 사례들을 살펴보면 일차적으로 호흡기 바이러스가 먼저 피해를 일으키고, 이어서 대장균 등 세균성 질병이 이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필드의 호흡기 질병발생 사례의 경우 대장균증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은 데, 호흡기 바이러스가 먼저 지나가고 이차적으로 또 다른 상재바이러스 감염이나 대장균증으로 폐사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실제로 진단사례들을 분석하다보면, 진단 당시 이미 지나간 상태라 바이러스 진단은 어렵고 해서 2차 감염 결과만 가지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이 나오지만, 설령 외형적으로는 대장균증 문제이긴 한데, 호흡기 질병 피해의 일차적 원인을 제공한 것은 대개 호흡기 바이러스인 경우가 많다. 즉 근원적인 문제는 바이러스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닭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호흡기 바이러스 중 국내에서 가장 중요한 바이러스는 단연 닭 전염성기관지염(IB) 바이러스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중국 등으로부터 새로운 타입의 IB 바이러스가 주기적으로 유입되어 양계산업에서 큰 유행을 일으켜왔다는 것이다. 90년대 초에는 KM91형(중국 III형) 신장형이 국내 유입되어 전국적으로 많은 피해를 입혀왔고, 2000년대 초에는 중국 QX형 신장형이 유입되어 지금까지도 크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어느 순간 중국 QX형과 KM91형 신장형 바이러스가 같이 유행하면서 이들 두 타입이 서로 재조합된 신종 타입 형태가 출현하여 최근까지 유행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 IB상황은 상당히 복잡해지는 양상이긴 하지만, 현재 주로 문제되는 중국 QX형 신장형의 유행은 중국 QX형 사독백신이 사용되면서 완화될 수 있는 있는 여건이 형성되었다.

KM91형 백신 사용 경험을 반추해 보면, 그 유행타입 백신을 사용하면 수년 이내에 발생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에 이러한 예측이 가능하다. 또한 여러 타입의 생독 백신이 양계 필드에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라서, 동일 타입 바이러스 이외에도 광범위 방어면역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농장에서 IB 문제가 발생했다면, 농장 상재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수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서 효과있는 IB 백신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국내 양계산업에서 IB 다음으로 중요한 호흡기 바이러스는 닭 뉴모바이러스이다. 이 바이러스는 80년대부터 국내 이미 존재하고 있었으나, 뉴캣슬병 등에 가려져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한 바이러스였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뉴캣슬병 문제가 사라지면서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던 닭 뉴모바이러스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닭 마이코플라스마처럼 이 바이러스는 단독 감염으로는 심한 피해를 야기하지는 않지만, 호흡기 방어 장벽을 취약하게 만들어 IB나 대장균 등이 2차 감염을 쉽게 유도하는 방아쇠 역할을하기 때문에 생산성 저하문제를 예방하는데 무시할 수 없다. 현재 닭 뉴모바이러스 사독백신이 농장에서 사용되고 있어, 산란저하 문제를 예방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단 1회 사독백신 접종만으로는 충분한 방어면역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 중추에 접종 후 산란 전 보강 접종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도 한다.

저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9N2)는 90년대 말에 국내 유입되어 2000년대 중반까지 많은 문제를 일으켰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산란계와 종계에서 사독백신이 사용되면서 산란계와 종계에서의 발생은 상당히 줄어들어 현재 발생 사례를 사실상 찾기가 힘든 정도로 까지 개선이 되었다. 지금은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토종닭에서 일부 발생하는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닭전염성후두기관염(ILT)이다. 최근 몇 년간 경기 지역과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ILT 발생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 바이러스는 허피스바이러스 특성상 잠복 감염되어 있다가 환경 변화나 스트레스 충격이 가해졌을 때 재활성화 될 수 있는 특성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이 질병의 재발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과 함께 사육과정상 환경적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앞에서도 여러 번 강조했다시피, 호흡기 질병은 환경 질병으로 농장 계사의 환경관리, 즉 온도, 습도, 환기 등 삼박자를 최적하게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호흡기 질병의 방아쇠 역할을 하는 마이코플라스마와 호흡기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농장방역 조치와 예방접종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환절기 양계 농장의 생산성은 바로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에 대응하는 종합적인 노력에서 지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