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양계산업 안전을 위한 방안

  • Published : 2017.08.01

Abstract

Keywords

생산기반 안정보다 물가를 우선시 하는 양계산물을

지난 겨울부터 6월까지 이상 기후 탓인지 가뭄이 심해 몸살을 앓아왔다. 상반기 전국 평균 강수량도 189.1mm를 기록하여 사상 최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여름 기온이 매년 올라가고 있어 농장 관리를 어렵게 하고 있다.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5월의 전국 평균 기온은 18.7℃였고, 6월은 폭염 경보가 연속 8일이고 23일까지 기온이 28.4℃여서 최근 30년 평균치보다 1.5도나 높다. 금년 여름의 기온도 110년 만의 폭염을 기록하여 사상 최악이었던 지난해(28.8℃)와 비슷할 것이란 예보가 나와 걱정이 되고 있다.

이렇듯 기온이 높아지면 양계농장의 관리는 몹시 힘들어진다. 그래서 모든 농가들은 기온 변화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닭이 머무르는 계사안의 온도가 너무 낮거나, 너무 높아도 생산성을 저해한다. 낮고 높은 정도에 따라 생산비에 영향을 미치므로 외부 온도에 신경이 쓰인다. 여름과 겨울에는 사람 사는 집보다 계사 안 온도가 더 쾌적하다고 이야기 할 정도로온도 관리에 관심이 집중된다.

문제는 이런 시설 속에서 생산되는 계란과 닭고기가 경우에 따라서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자원이 절대 부족하여 축산물 가격이 높았고, 근래에는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식품의 품질 고급화 때문에 소비 증가와 함께 가격도 높게 유지되었다. 이런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어 가다 보니 부득이 자동화 시설이 도입되어 양계산물은 대량 소비에 맞추어 대량 생산체계로 전환되었다. 계란이나 닭고기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을 집중화한 것이다. 이를 1.5차 장치산업이라고 평할 만큼 자동화 시설의 도입은 보편화 되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불편함도 초래되었는데 다름 아닌 생산이 수요를 앞지르는 과잉생산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양계산물 가격은 생산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만성적인 적자 경영의 날이 더 많아지게 되었다. 농가들은 닭을 키워 남는 이익은 고작 은행이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채산성이 점차 악화되었다. 그럼에도 어디에다 대고 원망이나 하소연할 수도 없는 처지이다. 왜냐 하면 생산량이 많아서 빚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지나침은 부족함과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인데, 그간 노력한 덕분으로 국민 모두가 양질의 단백질을 부담 없이 섭취하도록 한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나 생산자들은 반대로 가격이 낮아져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므로 생산이 부족하여 소득이 낮았던 때와 별반 달라진 것은 없고 일만 많아졌다고 푸념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소비자들로부터 감사하다는 인사는커녕 소득이 낮아져 먹고 살기 팍팍해져가고 있으니 흥이 날 리가 만무하다. 이것도 모자라 틈만 나면 서로 납품 처를 놓고 이전 투구하느라 난감한 일도 벌어진다.

양계농가들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는 것은 비단 과잉생산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HPAI 발생을 계기로 매몰된 산란계가 많아 계란의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이를 통해 우리는 수입을 결정할 때 가늠하는 잣대의 실체를 그대로 보게 되었다. 시장에서 계란 값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인상되자 일부 상점에서는 1인당 구매량까지 제한하는 안타까운 일까지 벌어졌다. 갑자기 모자라는 계란을 늘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다 보니 해결책을 놓고 생산자들은 양계업의 구조상 일시적인 현상임을 들어 속히 생산기반의 정상화가 우선 시 되어야 함을 주장한 반면 유통에서는 공급 관리가 먼저라 긴급 수입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팽팽히 맞섰지만 결국은 정부마저 물가 관리를 내세워 수입의 필요성에 뜻을 같이하였다.

계란이 세계 어느 곳에 있건 간에 물량 확보가 가능하면 운반비는 물론 관세 혜택까지 주어졌다.

물가 앞에서는 양계농가의 입장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준 것이다. 수입 방침이 발표 된지 불과 몇 일만에 계란이 수입되어 시장에 공급될 정도로 서둘러 부족분을 메웠다. 현재도 계란 수입은 계속 시도되고 있는데, 특히 태국산 계란의 수입과정을 보면서 냉엄한 현실이 비춰진다. 물량 확보 이외에도 물가 안정이 수입을 결정하는 새로운 요인이 된 만큼 업계는 어렵더라도 적정량을 생산하여 수입에 대처하고 제값 받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