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석가금진료연구소 양계 질병 동향 - 닭의 사육과 면역, 그리고 생산성(6)

  • 손영호 (반석가금진료연구소 반석LTC)
  • Published : 2016.10.01

Abstract

Keywords

5. 백신프로그램 해설

양계농장의 생산성은 사료영양, 사양관리, 질병·위생관리 등 3가지 관리요소에 의하여 결정되며, 무엇보다도 이들 3가지 관리요소간의 균형이 잘 이루어져야 농장의 생산성이 극대화 될 수 있다. 이 가운데 질병·위생관리는 가장 빈번하게 생산성에 굴곡을 가져오는 요인으로 농가에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가금질병이 국외로부터 빈번하게 유입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국내에서 잘 발생하지 않던 질병이 새롭게 발생하거나, 한동안 발생하지 않던 질병이 갑작스럽게 다시 발생되기도 한다. 어떤 질병은 백신으로 잘 관리되어 컨트롤 할 수 있는 질병도 있지만, 어떤 질병은 발생이 이어지고 문제가 되고 있지만 백신을 할 수 없는 질병들도 있다. 어떤 바이러스는 변이가 매우 빨라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백신의 효과가 미미하거나 전혀 방어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농가에서 사용하는 백신은 백신프로그램을 어떻게 설계하여 접종하느냐에 따라 질병을 예방하는데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백신프로그램을 설계한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백신프로그램의 설계는 가금전문수의사의 고유한 영역이라 할 수 있지만 농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농가의 의견이나 생각을 반영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이유에서 백신프로그램은 관리하는 수의사와 농장의 공동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백신접종만으로 질병을 100% 예방할 수는 없지만, 백신접종은 해당 질병의 발생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기 때문에 백신의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백신프로그램을 설계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백신프로그램 설계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입추당시 모체이행항체 수준과 반감기, 질병의 특성 및 계군의 해당질병에 대한 감수성 일령, 백신접종 후 유효 방어기간, 최근에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질병의 발생양상과 농장의 발병 이력, 백신의 투여경로와 접종 후 발생할 수 있는 접종 반응, 백신간의 상호 간섭현상, 단미백신과 다가백신(혼합백신)의 선택, 그리고 백신접종이 목적으로 하는 면역형성에 방해되는 물질의 투여 여부 등이다.

1) 입추당시 모체이행항체 수준과 반감기

농가에 병아리가 들어오게 되면 입추된 계군의 모체이행항체를 측정하여 모체이행항체 수준과 이들의 반감기를 고려하여 백신프로그램을 설계하여야 한다. 입추계군의 모체이행항체 수준은 입추 초기 약 3주간의 생독백신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하여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예를 들어 모체이행항체 수준이 너무 높을 때 생독백신을 접종하면 백신의 효과가 없고, 모체이행항체 수준이 너무 낮을 때 백신을 접종하면 면역력이 생기기 전에 질병에 감염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시기에 백신접종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입추 계군의 사이즈가 커서 병아리가 2대 이상의 차량에 실려 온 경우, 수송된 병아리의 차량별 모체이행 항체 수준을 측정하여 어떻게 백신프로그램을 운영하여야 하는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모체이행항체는 일반적인 질병뿐만 아니라 난계대 질병에 대해서도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난계대 질병들에 대한 모체이행항체 수준을 측정하는 것은 육성 중에 난계대 질병들이 발생할 것인지에 대한 예상과, 발생시 조치사항들을 사전에 계획하는데 도움을 준다.

입추계군의 모체이행항체 수준은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모체이행항체를 측정하지 않고 농장에서 일괄적인 백신프로그램을 적용시키는 것은 경우에 따라 백신이 지향하는 소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모체이행항체를 측정하고 이들의 반감기를 고려하여 백신프로그램을 설계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모체이행항체는 3주령이 되면 대부분 소실된다. 그러나 닭뇌척수염(AE)의 경우는 약 10주간 모체이행항체가 지속되므로 백신접종 일령을 약 70일 이후에 설정해야 한다. 모체이행항체의 수준은 단순한 평균치보다 항체의 균일도가 더 중요하다. 모체이행항체의 균일도가 낮으면 생독백신의 투여 일정이 다소 복잡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농가에 병아리가 입추되면 가금전문수의사에게 모체이행항체를 측정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백신프로그램을 설정하여 운영하여야 질병 예방에 한 층 더 도움이 된다.

2) 질병의 특성 및 계군의 해당질병에 대한 감수성 일령

질병에 따라 단 한차례의 백신접종만으로도 해당 질병을 거의 완벽하게 방어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산란저하증후군(EDS'76)은 산란 전에 실시하는 한번의 사독백신 접종만으로도 방어가 가능하다. 반면에 최근 발생은 없으나 농가에 상당한 피해를 주었던 뉴캣슬병(ND)의 경우는 수차례의 백신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발생을 억제할 수 없었다. 뇌척수염(AE)의 경우는 산란계에서 산란 개시 약 3주전 1회 접종으로 산란저하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다만 산란개시 직전에 백신을 실시하면 백신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난질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EDS'76이나 AE와 같이 산란율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들은 반드시 산란 수 주 전에 백신을 실시하여야 한다.

질병에 대한 감수성 일령도 고려하여야 한다. 최근 농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닭뉴모바이러스감염증(AMPV)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할 때와 지금은 발생시기가 많이 달라졌다. 초창기에는 약 80~100일령에 백신을 접종하여도 닭뉴모바이러스감염증을 예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감염 일령이 앞당겨져서 육성 중에 수시로 발생하고 있으므로 농장별 모니터링 결과를 참고하여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접종일령을 설정해야 한다. 닭뉴모바이러스감염증은 자연 감염 후 회복되면 면역력을 획득하므로 이 질병에 감염되었던 것이 확인되면 추가로 백신은 접종하지 않아도 된다.

위 사항들을 모두 고려하여 각 질병의 특성과 감수성 일령이 반영된 백신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으면 질병발생을 막을 수 없거나 일부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결과가 생겨 생산성에 차질을 겪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ND, IB, EDS'76 등에 대한 사독혼합백신(오일)은 접종 후 약 3주가 경과되어야 원하는 수준의 면역력을 얻는다. 그러나 질병별로는 일정한 감수성일령 없이 전일령에서 발생하는 질병들(ND, IB, AMPV 등)이 있는데, 이러한 질병들은 백신을 반복적으로 접종하여 부스팅 시켜야 한다.

3) 백신접종 후 유효 방어기간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단 한차례의 백신으로 질병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백신들도 많다. 가금티푸스를 예로 들어보자. 가금티푸스는 과거에는 사균백신을 사용한 적도 있지만 현재는 생균백신이 사균백신보다 효과가 우수하다고 입증되어 생균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그러나 생균백신의 유효방어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물론 가금티푸스 생균백신을 거듭 사용하면 한 번 사용한 경우보다 방어가 잘되는 것이 사실이며, 가금티푸스균이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발생농장에서는 본 병이 근절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백신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반적으로 가금티푸스가 발생하고 있는 농장은 농장에서 사육중인 전 계군에 적어도 3개월 간격의 추가접종을 실시하고, 육성중인 계군에 대해서는 산란 전 최소 3회 이상의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권장된다. 특히 성계사에 가금티푸스가 발생하고 있는 농장에서 동시에 육성도 하고 있으면, 성계사에서 육성사로의 수평전파를 막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특히 유의하여 재접종 계획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금티푸스 생균백신은 세포성면역에 관여하기 때문에, 가금티푸스 생균백신을 접종한 후 혈청학적으로 항체 유무를 측정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사균백신을 사용할 경우에는 혈청학적으로 높은 항체가를 획득할 수 있다. 백신을 접종한 후 얻어지는 항체역가만을 보면 언뜻 사균백신의 방어가 훨씬 잘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가금티푸스의 효과적인 방어기전은 세포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사균백신은 주로 체액성 면역을 활성화시켜 높은 항체가를 얻을 수는 있으나, 본 병의 방어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사균백신을 사용하여 가금티푸스를 막으려고 하면 상당한 수준의 방법적 요소가 고려 및 추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