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녹내장은 실명을 가져오는 중요 원인 중의 하나로 조기 발견하여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영구적인 시신경 손상이 초래되는 질환이다1). 녹내장은 망막 신경절 세포(RGCs)의 변성으로 시신경 유두의 함몰, 시신경 섬유 조직의 파괴 및 시야 결손으로 특징되는 진행성 시신경 병증으로2), 과거에는 안압 상승이 녹내장의 주요 위험 인자로 정의되어 왔다. 그러나 안압이 적절하게 유지됨에도 불구하고 녹내장성 시신경 변화와 시야 손실이 진행되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어, 안압 상승 외에 다양한 위험 인자들이 녹내장에 관여할 것으로 생각 된다3).
한의학적 관점에서 녹내장은 五風內障의 범주로, 瞳人이 변화되는 형태와 경과에 따라 雷頭風, 瞳人散大, 靑風, 綠風, 烏風, 黑風, 黃風內障 등으로 분류 된다4). 또한, 그 병세가 매우 급격하게 나타나서 風과 같이 잘 전변되는 질환으로 五風變, 五風變內障, 五風症이라고도 하며, 중의학에서는 靑光眼이라고 일컬어진다5).
녹내장은 40세 이상 인구의 2% 정도에 비가역적 실명을 일으키는 두 번째 주요 원인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6). 최근 서양 의학에서는 평균 수명 증가에 따른 녹내장 이환율의 증가로 녹내장성 시신경병증에 대한 다양한 치료 방법이 연구되고 있으며, 현재 녹내장 치료의 궁극적 목적은 시신경 손상의 진행을 막는 것으로 특히 시신경 퇴화에 대한 망막 신경절 세포(RGCs)의 신경 보호 치료 연구가 활발하다.
중의학에서도 녹내장에 관하여 비교적 다양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녹내장과 관련된 한의학적 연구로는 김 등5)과 김 등7)의 임상적 고찰 논문 2편에 불과하여 녹내장에 대한 한방적 접근은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저자는 녹내장의 신경 보호 치료 요법에 관련된 최근의 연구 동향을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한의학적 연구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Ⅱ. 연구 대상 및 방법
해외 의학 관련 잡지에 수록된 녹내장의 신경 보호 치료 요법에 관한 논문들과 중의학 및 국내 한의학 관련 잡지에 소개된 녹내장에 대한 논문을 대상으로 조사, 연구하였다.
1. 연구 대상(Fig. 1)
Fig. 1.Flow chart of article selection
1) Pubmed 검색
검색어 “Glaucoma”로 하여 조사된 논문 중 검색어 “Neuroprotection”으로 결과 내 재검색 하였으며, Full text available을 제한 조건으로 하여 최근 10년간 발행된 다수의 논문 중 21편을 선별하여 재료로 삼았다(Table 1).
Table 1.Research Papers on "Neuroprotection" and "Glaucoma" Searched in Pubmed
2) 중국학술정보원(CNKI, China National Knowledge Infrastructure)
검색어 “Glaucoma”로 하여 조사된 논문 중 검색어 “TCM”으로 결과 내 재검색 하여 최근 5년간 발행된 중국 논문 중 녹내장의 중의학적 치료에 대한 연구를 다룬 논문 21편을 선별하여 재료로 삼았다(Table 2).
Table 2.Research Papers on "Glaucoma" and "TCM" Searched in CNKI
3) 전통의학정보 포털(OASIS, Oreintal Medicine Advanced Searching Integrated System) 검색
검색어 “녹내장”으로 검색된 국내 한의학 논문 중 녹내장에 대한 임상적 고찰 논문 2편을 선별하여 재료로 삼았다(Table 3).
Table 3.Research Papers on "Glaucoma" Searched in OASIS
2. 연구 방법
연구 결과는 서양, 중국, 한국 순으로 기술하였으며, 원인과 치료에 따라 분류하여 서술하였다.
Ⅲ. 결 과
1. 서양 의학에서의 연구 동향
녹내장에서 망막 신경절 세포(RGCs)의 손상 기전은 한가지로 설명하기 어려우나 크게 일차적 손상과 이차적 변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차적 손상은 시신경 유두부위의 안압 상승에 의한 기계적 손상과 혈류장애에 의한 허혈성 손상8,9)이 그 주요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10). 그 외에 일차적으로 손상 받지 않은 시신경들이 이차적으로 손상 받는 현상을 이차변성(secondary degeneration)이라 하며, 일차적 손상 후 시신경 세포에 발생하는 이차변성이 시신경의 만성적인 손상을 가져온다고 보고되고 있다11). 정상 안압 녹내장과 같이 손상의 원인이 제거된 이후에도 신경 손상이 진행되는 경우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차적 변성은 glutamate에 의한 세포 흥분 독성, 면역 반응, 산화 스트레스, 신경 영양 인자의 결핍 등 복합적인 기전에 의해서 망막 신경절 세포(RGCs)의 손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녹내장성 시신경병증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어, 망막 신경절 세포(RGCs)의 이차적 변성을 막고 신경을 보호(neuroprotection)하는 치료 방법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10).
1) 세포 흥분 독성(exitotoxicity) 억제와 관련된 연구
신경 퇴행 질환에서 세포 흥분 독성은 glutamate의 수용체인 N-methyl-D-aspartate receptors(NMDARs)의 자극에 의해 발생한다12). glutamate에 의한 NMDARs의 과도한 활성은 Ca2+의 세포내 유입을 증가시키며, phospholipase, endonuclease, protease 등의 효소를 활성화시켜 세포 손상 및 세포 자멸사(apoptosis)에 이르게 한다3). 이와 같은 경로는 주로 중추 신경계 질환에서의 신경 퇴화 기전으로 연구되어 왔으나, Dreyer 등13)과 Brooks 등14)은 녹내장 환자 및 녹내장 동물 모델에서 유리체내 glutamate의 농도가 증가되어 있음을 보고하며 망막 신경절 세포(RGCs)의 손상에도 세포 흥분 독성 기전이 작용할 것이라 주장하였다.
세포 흥분 독성과 관련된 치료로는 NMDARs 길항제, glutamate 방출 억제제, 칼슘 채널 길항제 등이 연구되어 왔다. Memantine은 NMDARs 길항제로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신경 보호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약물이나2), WoldeMussie 등15)은 만성 고안압 쥐 모델에서 memantine의 복강내 투여가 RGCs손실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하였다. Nucci 등16)은 급성 녹내장 쥐 모델에서 비경쟁적 NMDARs 길항제인 MK801의 복강내 투여가 RGCs의 손실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NMDA 세포흥분독성으로 RGCs 손상을 유발한 쥐 실험에서 Yun 등17)은 세포외효소 중 하나인 C3가, Nicolas 등18)은 Taurine이 RGCs에 대해 신경 보효 효과를 가진다고 보고하였으나 그 정확한 기전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R. Scott 등19)은 녹내장 동물 모델에서 생체내 카나비노이드(Endocannabinoid)의 일종인 NAE18:2가 glutamate에 작용하여 RGCs의 세포 자멸사를 감소시킨다고 보고하였다. 그 외 칼슘 채널 길항제인 Flunarizine, Nilvadioine, Betaxolol이 RGCs에 대하여 신경 보호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기도 하였다3).
2) 면역 조절과 관련된 연구
녹내장에서 면역 체계의 조절이 RGCs의 손상에 중요한 인자로 작용한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Tezel G20)는 TNF-α/TNFR 신호, TLR신호, NF-kB 활성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녹내장 시신경 조직에 대해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데, 스트레스 인자가 지속될 경우 신경교세포의 과도한 활성으로 염증 반응의 생리적 불균형이 발생하여 신경 퇴행을 일으킨다고 보고하였다. Tezel G21)는 또한 TNF-α(Tumor Necrosis Factor-α) 신호가 caspase의 활성,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저하, 산화 스트레스를 발생시켜 RGCs의 세포 자멸사를 유도한다고 언급하며 TNF-α 신호의 조절이 녹내장의 신경 보호 요법에서 중요한 인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Fan 등22)은 만성 녹내장 쥐 실험에서 triptolide가 미세아교세포의 활동을 저해하고 TNF-α의 분비를 감소시킴으로써 RGCs의 생존을 개선시킨다고 보고하였다. Park 등23)은 Melatonin이 허혈성 망막에서 신경교세포의 일종인 Müller cell의 활성을 감소시킴으로써 RGCs에 대한 보호효과를 가진다고 보고한 바 있다. Maria 등24)의 연구에서는 카페인 섭취가 망막 미세아교세포의 신경 염증 반응을 억제함으로써 녹내장 동물 모델에서 RGCs의 감소를 억제했다고 보고하기도 하였다.
3) 산화 손상 억제와 관련된 연구
활성산소(ROS)와 일산화질소(NO)의 과도한 생성은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시켜 단백질 손상을 초래한다. Izzotti 등25)은 녹내장 환자의 안구에서 DNA 산화 손상이 발견됨을 보고하며, 산화 손상 억제가 녹내장성 시신경 병증의 병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언급하였다. Nucci 등26)은 대표적 항산화물질인 CoenzymeQ10(CoQ10) 및 Vitamin E의 국부 치료가 녹내장 유발 쥐 실험에서 RGCs의 사멸을 막는 효능이 있었다고 보고하였다. Everett 등27)은 비여성화 에스트로겐(Nonfeminizing Estrogens)이 망막의 광수용체 뉴런에서 산화 스트레스에 대응하여 시신경 보호 효과를 가진다고 보고하였다. A.K. 등28,29)은 ginko biloba가 고안압 녹내장에서 혈류개선 효과와 함께 산화 손상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설명하였다. Chan 등29,30)은 항 노화 효능을 가진 구기자의 polysaccharide가 RGCs에 대하여 신경 보호 효과가 있다고 보고하였다. Qi 등31) 역시 항 노화 효능을 가진 단삼 추출물을 쥐에게 경구 투여했을 때 RGCs에 대한 신경 보호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하였으나, 그 정확한 기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4) 신경 영양 인자(NTFs)와 관련된 연구
신경 영양 인자(Neurotrophic Factors, NTFs)는 뉴런의 생존과 변화, 재생에 관여하는 요소로 신경 체계에서 뉴런의 성장에 필수적이다32). 신경 영양 인자에는 NGF(Nerve Growth Factor), BDNF(Brain-dervied Neurotrophic Factor), NT-3(neurotrophin-3), NT-4/5(neurotrophin-4/5), GDNF(Glial cell line-derived neurotrophic factor) 등이 포함된다6). Ko 등33)은 고안압 유발 쥐 실험에서 재조합 BDNF의 유리체내 주사가 망막 내 RGCs의 생존을 강화한다고 보고하였다. Alessandro 등34)은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질환에 유효하다고 알려진 NGF를 안구에 국부 점안하는 연구를 시행한 결과, 쥐 대상 실험에서는 RGCs의 손상이 감소하였고, 사람 대상 실험에서는 시야와 시기능이 개선되었다고 보고하였다. Jiang 등35)은 쥐 실험을 통해 GDNF에서 유래한 미립자를 유리체내 주사할 경우 신경 축삭의 증가와 망막 속얼기층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하였다.
5) 줄기 세포 요법과 관련된 연구
Thomas 등36)은 치료가 불가능한 신경 퇴행성 질환에 줄기 세포 이식이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줄기 세포 요법에 의한 RGCs 이식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2. 중국의학에서의 연구 동향
1) 병인·병기에 대한 고찰적 연구
邓 등37)은 靑風內障의 實症은 肝鬱, 血瘀, 水停이 위주가 되고, 虛症은 肝腎兩虛, 氣血不足이 위주가 되며, 그 主는 肝, 腎에 있고 次는 脾, 肺에 있다고 하였다. 董 등38)은 靑光眼의 중의치료로 淸瀉肝火法, 最高新陳代謝法, 滋陰降火法, 化痰淸目法을 언급하였으며, 그 외 음식, 심리, 기거, 위생에 대한 주의도 녹내장의 예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邱 등39)은 안구의 방수 또한 인체의 수액중 하나라고 언급하며, 《黃帝內經》《素問·經脈別論篇》“飮入于胃, 遊溢精氣, 上輸于脾, 脾氣散精, 上歸于肺, 通調水道, 下輸膀胱. 水精四布, 五經竝行.”을 근거로 수액 대사에 장애가 발생하면 방수 순환에 영향을 미쳐 녹내장을 일으킨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水飮入胃→脾→肺→通調水道(三焦)→膀胱(腎)→排除體外”의 과정에 준하여 《傷寒論》경방을 통한 변증 치료로 吳茱萸湯, 柴胡加龍骨牡蠣湯 등을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谷 등40)은 RGCs에 대한 서양 의학적 신경 보호 작용 기전과 중약을 연결시킨 연구로 혈류 증가에는 刺蒺藜, 燈盞細辛, 川芎嗪을, glutamate 흥분 독성 억제에는 黃芪, 枸杞, 刺五加를, 활성산소 억제에는 枸杞, 原花靑素, 葛根素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西 등41)은 녹내장 환자와 TCM 변증 분석의 상관 연구에서 원발성 폐쇄각 녹내장 환자군이 정상 대조군에 비해 氣鬱 陰虛型이 많다고 보고한 바 있다.
2) 중약을 이용한 치료에 관한 연구
刘 등42), 张 등43), 李 등44)은 補腎疏肝하는 처방으로 녹내장을 치료하였다. 刘 등42)은 杞菊地黃顆粒을 사용한 결과, 안압 조절과 시야의 안정성을 개선하여 시신경 보호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하였다. 张 등43)은 肝火亢盛, 肝腎陰虛型으로 변증되는 초기 원발성 개방각 녹내장 환자에서 淸熱平肝, 補益肝腎하는 淸肝降壓胶囊이 안압 강하 점안액을 이용한 경우보다 안압 감소 효과가 크며, 변증과 관련된 제반 증상 호전에도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하였다. 李 등44)은 肝鬱氣滯型 녹내장 환자에게 逍遙散 加 菟絲子, 枸杞子를 처방한 결과, cobamamide를 사용한 대조군에 비해 시기능 및 시야 개선에 우수한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杨 등45), 宫 등46)은 益氣活血하는 처방으로 녹내장을 치료하였다. 杨 등45)은 益精補陽還五湯을 사용한 환자군이 cobamamide를 사용한 대조군에 비해 시야 개선 및 氣虛血瘀 증상 개선이 우수하다고 보고하였다. 宫 등46)은 燈盞花와 生脈의 정맥주사 및 補陽還五湯 처방을 응용한 益氣活血 요법이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에서 시력 민감도와 시력 결손을 개선시킨다고 보고한 바 있다.
宋 등47), 李 등48)은 補腎活血하는 처방으로 녹내장을 치료하였다. 宋 등47)은 원발성 폐쇄각 녹내장에서 杞菊地黃丸과 複方丹蔘片을 응용한 補腎活血 치료가 cobalt mecobalamine을 사용한 치료에 비해 더 높은 시야 개선효과를 나타냈다고 하였다. 李 등48)은 정상 안압 녹내장에서 補精益視片과 methecobal을 병용하여 치료한 결과 methecobal 단독으로 치료한 군에 비해 시야, 시야 민감도, 시야 결손 방면에서 개선 효과가 우수하다고 보고하였다.
그 외 邓 등49)은 肝鬱血虛型 개방각 녹내장에서 還睛散으로 祛風淸熱 치료한 경우가 逍遙散 加減方 및 안압 강하 점안액을 사용한 대조군에 비해 시야 결손, 안압 조절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크다고 보고하였다. 胡 등50)은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에 氣虛血瘀, 肝腎不足, 肝鬱氣滯 변증에 따른 다양한 중약 처방과 銀杏葉, 川芎, 葛根素 등을 응용한 정맥 주사의 병행이 안압 강하 점안액 만을 사용한 서양 의학 대조군에 비해 시야 개선에 효과적이었다고 보고하였다.
3) 침을 이용한 치료에 관한 연구
孙 등51)은 녹내장성 시신경병증 환자에게 睛明, 上明, 承泣, 合谷, 風池, 太陽穴에 자침 치료 한 결과 안압 조절, 평균 광민감도의 개선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였다. 韩 등52)은 球后, 太陽, 太衝, 風池穴 자침과, 耳尖 放血 요법의 응용이 단기간의 안압 하강 및 장기간의 안압 조절 효과가 있다고 보고하였다.
4) 중약과 침을 복합적으로 응용한 치료에 관한 연구
鲍 등53)은 녹내장에 六味地黃丸 加減方과 睛明, 球后, 四白, 太陽, 贊竹穴 등의 자침 치료를 응용하여 중약과 침을 병행한 경우, 중약만을 복용한 경우, 무처치한 대조군을 비교한 결과, 중약과 침을 함께 병용한 경우에서 효과가 가장 극대화되었다고 보고하였다. 宋 등54)은 경혈안마 등의 혈위 자극 관련 연구와 川芎, 複方 丹蔘, 魚腥草 정맥 주사 등의 중약 연구, 침구와 약물을 종합한 치료의 안압 강하 효과와 시신경 기능 보호 효과 등에 대한 임상 연구들을 정리하여 소개하였다.
5) 수술 후 시신경 회복에 대한 중약의 효과 연구
녹내장 수술 후의 시신경 보호 치료에 대하여 중약 복용이 서양 의학적 치료에 비해 효과적이었다는 보고들이 있었다55-57).
李 등55)은 녹내장 수술 후 疏肝解鬱하는 중약의 복용이 mecobalamine 복용보다 시신경의 평균민감도, 시야결손 및 시각 유발 전위조사에서 우월한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하였다. 龙 등56)은 녹내장 수술 후 補肝, 益氣養陰하는 중약의 복용이 mecobalamine과 vitamin B1의 복용보다 시각 유발 전위 검사 및 시신경 회복 효과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고 하였다. 그 외 伍 등57)은 녹내장 수술 후 活血通絡하는 중약을 사용한 결과 inosine과 vitamin B1, mecobalamine을 이용한 서양 의학 치료에 비해 시신경 회복 효과가 우수했다고 보고하였다.
3. 한의학에서의 연구 동향
한의학에서 녹내장에 관련하여 발표된 논문은 현재까지 단 2편에 불과하다.
김 등7)은 양약치료 혹은 수술치료 후에도 녹내장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 14명에게 綠風還睛丸 전탕액을 처방하고 睛明, 贊竹, 絲竹空穴 등에 자침 치료하여 분석한 결과, 녹내장 환자들이 만성적 진행을 갖고 있을 때 한방병원에 내원하며, 제반 증상을 치료하기 위하여 치료 기간이 1개월 이상 필요하고 침과 약물을 병행할 때 가장 치료효과가 우수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였다. 김 등5)은 內障질환과 眼盲질환의 한방 치험례에 대해 전반적으로 고찰하였는데, 녹내장 환자 4명에 綠風還睛湯과 瀉肝湯類를 처방하고, 睛明, 贊竹, 太陽穴 등을 자침한 결과 안압하강효과의 유의성을 찾을 수 있었으며, 증상의 완화 효과 또한 긍정적이었다고 보고하였다.
Ⅳ. 고 찰
녹내장은 망막 신경절 세포(RGCs)의 변성으로 인해 시신경 유두가 함몰되고, 시신경 섬유 조직의 파괴 및 시야 결손에 이르게 되는 진행성 시신경 병증이다2). 녹내장은 전방각의 개폐 유무에 따라 개방각 녹내장, 폐쇄각 녹내장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개방각 녹내장에는 고안압증과 정상 안압 녹내장이 포함된다1). 개방각 녹내장은 안압 상승 및 다양한 요인에 의해 시신경 장애가 발생하여 특징적인 시야 변화를 보이는 증후군이며, 폐쇄각 녹내장은 후방 압력의 갑작스런 상승으로 인해 홍채 뿌리가 전방쪽으로 이동하여 전방각이 폐쇄된 경우이다1). 녹내장은 그 외 선천성 녹내장과 속발성 녹내장으로도 분류할 수 있다.
과거에는 안압의 상승이 녹내장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되었지만, 최근에는 안압 상승 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녹내장의 발생에 작용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서구에 비하여 정상 안압 녹내장의 유병률이 높은 편이며, 일부 환자에서는 안압을 하강시킨 이후에도 시야 결손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최근 녹내장 치료에 있어서 다양한 방면으로의 접근이 대두되고 있다58).
녹내장의 발생 기전은 안압 상승, 허혈성 요인에 의한 일차적 손상과 이차적 변성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결론적으로 망막 신경절 세포(RGCs)의 손상이 시신경 병증 및 시야 결손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최근에는 녹내장 치료에서 망막 신경절 세포(RGCs)에 대한 신경 보호(neuroprotection) 요법이 주목받고 있다. 신경 보호 치료와 관련하여 다양한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연구된 바로는 세포 흥분 독성과 관련된 연구2,3,15-19), 면역 조절과 관련된 연구20-24), 산화 손상 억제와 관련된 연구25-31), 신경 영양 인자와 관련된 연구32-35) 및 줄기 세포 연구36) 등이 진행되고 있다.
중의학에서 녹내장은 靑光眼으로 불리우며 녹내장의 중의학적 치료와 관련한 연구들이 비교적 활발하게 보고되고 있다. 녹내장에 관련된 중의학 논문을 검색한 결과, 녹내장의 주요 원인을 肝鬱, 腎虛의 범주로 생각하여 연구 및 치료한 논문37,42-44,47-49,53)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氣虛, 血瘀의 범주로 생각하여 연구한 논문들45-48)이 많았다. 그 외 녹내장 치료에 침을 이용한 연구51-54)와 중약 정맥 주사를 응용한 연구46,54), 녹내장의 병기를 서양의학과 접목하여 치료 방향을 제시한 논문들39-41)이 있었으며, 녹내장 수술 후의 시신경 회복에 대한 중약의 효과를 연구한 논문들55-57)도 있었다.
한의학에서 현재까지 녹내장에 관련하여 보고된 논문은 단 2편으로 연구가 미비한 실정이며, 녹내장 단독으로 연구한 논문은 단 1편에 불과하여 녹내장의 임상 및 기초에 대한 한의학적 연구가 더욱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녹내장은 한의학에서 五風內障의 범주로, 瞳人이 변화되는 형태와 경과에 따라 雷頭風, 瞳人散大, 靑風, 綠風, 烏風, 黑風, 黃風內障 등으로 분류한다. 雷頭風은 녹내장에서 극심한 두통이 동반되는 경우를 일컬으며, 瞳人散大는 五風內障이 발생된 후에 瞳人이 散大되는 증상을 일컫는다. 그 외 瞳人에 나타나는 瞖膜의 색 및 형태에 따라서 靑風, 綠風, 烏風, 黑風, 黃風內障으로 나눌 수 있는데, 靑風과 綠風은 초기에 나타나고 黃風은 말기의 증상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烏風과 黑風은 흔히 발생하지 않는다4).
한의학적으로 접근했을 때 녹내장의 발생 기전은 《世醫得效方·眼科》“七情內傷으로 肝膽의 火熱이盛하고 風火가 上沖되거나 또는 陰虛火旺으로 氣血이 不和되어 氣機阻塞으로 玄府가 閉塞되고 神水가 積滯되어 발생한다.”4), 《回春》“內障者, 肝病也”59)에 근거하여 肝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肝기능계는 肝主疏泄을 생리적 특성으로 하는데, 疏泄은 기운이나 물질의 운행과 배설, 분비 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특성을 말한다60). 서양의학에서 연구되고 있는 녹내장의 병기 중 glutamate의 축적 및 NMDARs의 과활성으로 인한 세포흥분독성, 신경 교세포의 과활성으로 인한 면역 조절 실패, ROS의 불균형으로 인한 산화스트레스 등은 한의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모두 肝의 疏泄 기능이 실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肝의 疏泄不能은 肝陽上亢, 肝鬱氣滯를 일으키며 그 결과 氣血이 不和하여 녹내장이 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素問·五臟生成論》 “入臥血歸于肝, 肝受血而能視”61), 《靈樞·脈度篇》“肝氣通于目, 肝和則目能辨五色矣”61)에 근거했을 때, 肝의 氣血과 시야와 관련된 눈 기능과의 연관성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현대의학의 녹내장 신경 보호 요법과 한의학적 접근의 관련성을 찾을 수 있으며, 녹내장의 한의학적 치료로는 肝과 관련하여 疏肝, 補肝, 疏通氣血하는 방법을 응용 할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 그 외에도 세포 흥분 독성 억제와 관련된 연구에서 언급된 Taurine이 肝經의 邪熱을 淸熱하는 약재인 熊膽에 풍부한 물질이며, 산화 스트레스 억제와 관련된 연구에서 언급된 枸杞子와 丹蔘이 모두 肝을 귀경으로 하는 약물61)임을 미루어 봤을 때, 治肝이 녹내장의 신경 보호 요법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임을 다시 한 번 추측할 수 있다.
녹내장은 肝 외에 腎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된다. 고대 의가들이 눈을 五輪으로 분류한 것에서 水輪은 오늘 날의 망막, 시신경을 포함하는 개념인 瞳神을 지칭하는데, 瞳神은 腎臟에 속하고 腎은 水를 주관하므로 水輪이라 하였다62). 이러한 점에서 봤을 때, 오늘날 녹내장의 치료에서 망막 신경절 세포(RGCs)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治腎과 연관이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 腎의 생리적 기능은 腎藏精으로 인체의 생명 활동을 유지하는 기본적인 물질 기초를 간직, 공급하는 역할을 하며, 《靈樞》에서는 “五臟六腑之精氣, 皆上注於目而爲之精”59)라 하여 腎과 目의 관계를 나타내었다. 또한, “腎精이 충만하면 瞳神이 淸營하고 眼光이 光彩를 띄게 된다.”62)하였으며, 《丹心》에서는 內障에 대하여 “屬血少, 神勞, 腎虛也. 宜養血, 補水, 安神以調之”59)라 하여 補腎, 補血할 것을 강조하였는데, 이는 현대의학에서 시신경의 허혈성 손상 및 신경 영양 인자의 부족으로 녹내장이 발생한다고 보는 관점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녹내장의 허혈성 손상에 대한 회복 및 신경 영양 인자 보충과 관련한 한의학적 치료로는 補腎, 補肝腎陰, 益精하는 방법이 의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녹내장에 관련된 현대 의학의 다양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법은 규명되지 않아 녹내장에 대한 한의학적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이는 현대 의학에서 연구하는 신경 보호 치료 요법의 의미와도 동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녹내장의 신경 보호 치료에 대한 한의학적 접근은 의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향후 이와 관련하여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Ⅴ. 결 론
녹내장의 신경 보호 치료에 대한 해외 및 국내 연구들을 정리, 분석하여 동·서양 의학의 이해를 도모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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