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청소년기의 정신건강 욕구는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청소년의 약 20%가 정신건강 개입을 필요로 하지만,1,2) 실제로 진단 가능한 청소년의 1/6에서 1/3에 해당하는 학생들만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3) 이들의 대부분이 학교에서 서비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4-6)
서구에서는 1980년대 이후 학교기반 정신건강(school-based mental health)이 다양하게 확대되어 왔다. 학교기반 정신건강의 개념은 정신건강의 역사적 발달 과정에서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를 기반으로(community-based)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에서 확대된 것으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학교는 서비스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는 데 따르는 낙인을 감소시키고, 정신건강증진 및 예방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세팅이다.7)
이미 미국, 호주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1990년대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 정신건강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학교 정신건강모델은 발전 과정에 있으며, 이에 대한 단일한 개념이나, 최선의 실천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지는 못하다.8) Weist 등9)은 기존의 학교 정신건강모델에 대한 검토를 통해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첫째, 학교-가족-지역사회 간 협력이 필요하고, 둘째, 정신건강 교육, 증진, 사정, 문제 예방, 조기개입, 치료 등의 포괄적인 연속성이 있어야 하며, 셋째, 문제를 가진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일반 청소년을 포함해야 한다. 특히 학교와 지역사회 정신건강 서비스 연계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서비스의 효과를 높이는 주요한 요인으로 제시된다.5)
학교기반 정신건강 서비스의 효과성을 검증하는 데에는 복합적인 학교환경과 방법론적인 한계로 인하여 아직까지 관련 연구가 활발하지 않으며 서비스의 대상, 내용, 강도 등에 따라서 효과성을 다양하게 측정하고 있다. 선행연구에서는 학교기반 정신건강의 효과성을 크게 두 가지 수준에서 측정하고 있다. 먼저 학생 개인 수준에서는 특정 문제나 진단군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을 통해 대상 학생들의 우울, 약물사용, 비행, 스트레스 등의 감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6) 다음으로 학교 수준에서는, 학교와 지역사회 정신건강자원의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에 대한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고, 학교 정신건강 분위기를 향상시키는 것을 주요한 성과로 측정한다. 측정된 성과의 결과를 통해 학교의 정신건강 환경에 대하여 학교 구성원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였으며, 정신건강 전문가의 활용을 통해 부적절한 의뢰를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10)
한국에서도 학생 정신건강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2000년대부터 개입이 시작되었다. 2009년부터는 교육부에서 전국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정서·행동특성검사를 실시함으로써 정신건강 어려움을 조기 발견하고자 하였으나, 이후 지속적인 개입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었다. 이에 한국에서도 학교기반 정신건강모델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교육부에서는 학교의 학생 정신건강 대응역량을 강화하고 고위험군 학생의 효과적인 관리체계를 형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2013년 학생 정신건강 지역협력모델 구축·지원 사업’을 6개 지역 55개교를 대상으로 시작하였다. 이 사업은 다음의 세 가지 목적을 가진다. 첫째, 지역 특성에 기반한 효과적인 학교-지역사회 연계체계 구축을 위해 교육청 단위 지역정신건강 협의체와 학교 단위 자살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한다. 둘째, 정신건강 고위험군 학생 지원 및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교마음건강자문의사를 지정하여 사례회의, 자문, 교육 등을 실시한다. 셋째,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학생, 교사, 학부모 대상 프로그램 실시를 통해 학교의 역량을 강화한다. 이는 국내 전국 단위의 학교기반 정신건강증진모델의 첫 시도이며, 특히 학교와 지역사회 간의 연계를 핵심 서비스 요소로써 강조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2013년 학생 정신건강 지역협력모델’의 결과와 성과에 대해 탐색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며, 이는 학교 정신건강 환경 변화에 대한 사업담당 교사의 인식과 사후관리 현황 분석을 통해 이루어졌다. 연구 결과를 통해 한국에서의 학교기반 정신건강 확대를 위한 정책적, 실천적 제언을 하고자 한다.
방 법
1. 대 상
본 조사는 「2013년 학생 정신건강 지역협력모델 구축·지원 사업」 심사를 거쳐 선정된 6개 지역 내 학교의 정신건강 담당교사(보건 또는 상담교사) 설문을 통해 이루어졌다. 6개 지역은 광주광역시, 대구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전라남도, 제주특별자치도, 충청북도이며, 초·중·고 각각 20개교, 26개교, 9개교로 총 55개교이다.
2. 도구 및 절차
본 조사에서 사용된 도구는 학교 정신건강환경 인식조사지와 고위험군 사례관리 조사지이다. 우선 학교 정신건강환경 인식조사지는 외국의 학교기반 정신건강모델 연구들의 평가에서 사용된 도구들을 토대로10,11) 한림대 자살과 학생 정신건강 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하였다. 학교 정신건강환경 인식조사지는 학교에서 학생 정신건강을 위해 충분한 자원을 갖추고 명확한 정책을 세워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지, 그리고 효과적으로 지역사회자원과 연계하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당 조사지는 인구사회학적 질문을 제외하고 총 24개의 문항, 6점 척도로 구성되어 있다(부록 1). 또한 학교 정신건강환경의 하위영역을 정신건강자원, 정신건강정책, 학교분위기, 지역사회연계의 네 가지 차원으로 구성하였으며 Cronbach’s α는 각 차원별로 .898, .812, .906, .905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부록 1.학교 정신건강환경 인식 조사지 구성 내용
본 조사는 사업 실시 전과 후에 이루어졌다. 사업 기간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2월까지이나, 실제로 사업이 진행된 것은 학기 중이었기 때문에 조사는 6개월의 간격을 두고 사업 시작인 6월과 사업 실시 후인 12월, 총 2회 실시되었다. 설문조사 실시 전, 각 학교의 사업담당자에게 본 설문조사의 취지와 내용에 대한 안내 공문을 발송하였으며, 본 설문조사는 자발적으로 조사의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 이에 본 조사에 동의한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자살과 학생 정신건강 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설문을 실시하였다. 총 55개교의 담당자들 중에서 1, 2차 설문조사에 모두 참여한 25개교의 담당자 데이터가 최종 분석에 포함되었다.
고위험군 사례관리 조사지는 각 학교별로 정신건강 문제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학생에 대한 사후관리 내용을 사업담당자가 기록한 것이다. 고위험군 학생은 크게 두 경로를 통해 발견된다. 첫째,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상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경우, 둘째, 교사의 관찰 및 판단, 학교 위기상황에 따라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경우이다. 사후관리 내용은 학교 내 관리와 전문기관 연계 현황에 대해 조사하였으며, 발견 당시와 5개월 후, 두 번 기록하도록 하였다. 고위험군 사례관리 조사지는 사업 참여학교 55개교 모두에서 회수하였으며, 기록된 고위험군 학생 수는 총 1,234명이었다.
3. 통계분석
수집된 자료는 한글판 Statistical Package for the Social Sciences(SPSS) 18.0(SPSS Inc., Chicago, IL, USA) 프로그램을 사용하였으며, 기술통계분석을 실시하였다. 학교 정신건강 환경 인식에 대한 사업 전후의 비교를 위해, 비모수 통계분석방법인 Wilcoxon signed-rank test를 실시하였다.
결 과
1. 학교 정신건강 인식
1) 응답자의 특성(Table 1)
Table 1.N : number
사업담당자의 특성을 살펴보면, 소속 학교가 초등학교인 경우가 11명(44%)으로 가장 많았으며, 중학교 9명(36%), 고등학교 5명(20%)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업 참여 학교 수를 고려할 때 중학교의 응답률이 다소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지역으로는 중소도시가 16명(64%), 대도시가 7명(28%), 농어촌이 2명(8%)으로 나타났다. 학급규모는 19학급 이상 36학급 이하가 16명(64%)으로 가장 많았으며, 18학급 이하가 5명(20%), 37학급 이상이 4명(16%)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개인특성을 살펴보면 여자가 23명(92%)으로 대부분이며, 연령대는 30대가 7명(28%), 40대가 9명(36%), 50대 이상이 8명(32%)이었다. 학력은 대학교 졸업이 14명(56%), 석사졸업이 10명(40%)이었고, 직위는 보건교사가 17명(68%)으로 가장 많았으며 상담교사가 4명(16%)이었다. 근무연수는 20년 초과 30년 이하가 9명(36%)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이 5년 이하 7명(28%), 10년 초과 20년 이하가 6명(24%) 순이었다.
2) 학교 환경 인식 변화(Table 2)
Table 2.SD : standard deviation
사업담당 교사의 학교 환경에 대한 인식변화를 살펴보면, 정신건강자원(z=-2.390, p=.017), 정신건강정책(z=-2.374, p=.018), 학교분위기(z=-3.972, p=.0001), 지역사회연계(z=-2.076, p=.038) 모든 영역에 있어서 사업 전보다 후에 더욱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교 분위기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를 나타냈다.
2. 추후관리 현황
1) 추후관리 대상자 현황(Table 3)
Table 3.N : number
추후관리 대상자는 총 1,234명으로 초·중·고 각각 204명, 806명, 224명이었다. 추후관리 대상자 발견 경로는 크게 두가지로,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를 통한 경우는 1,193명이었고 교사의 관찰을 통한 경우는 141명이었다.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를 통해 발견된 대상자의 경우, 우선관리 대상자가 525명(42.5%)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이 자살징후 대상자 543명(44%), 폭력피해징후 대상자 431명(34.9%), 일반관리 대상자 339명(27.5%) 순으로 나타났다. 관찰을 통해 발견된 대상자는 자살위험 대상자가 77명(6.2%)으로 나타났으며, 그 다음이 폭력피해, 폭력가해, 폭력기타의 순이었다. 각 사례들은 발견경로와 위험유형 간 중복사례들이 있다.
학교 급별로 살펴보면, 초등의 경우 일반관리 대상자가 122명(59.8%)으로 가장 많았으며 관찰에서는 폭력피해가 많았다. 중등의 경우 자살징후 대상자가 425명(52.7%)으로 가장 많았으며, 관찰에서도 높았다. 고등의 경우 우선관리 대상자가 150명(67%)으로 가장 많았고 관찰에서도 자살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학교 급별로 사례관리의 우선적인 필요성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즉, 초등의 경우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일반 관리의 필요성이 가장 많으며, 중등의 경우 자살의 위험성이 가장 심각하며, 고등의 경우 좀 더 높은 위험도의 정신건강문제가 있는 우선관리가 높게 나타났다.
2) 학교 급별 사후관리 현황(Table 4)
Table 4.N : number
사후관리 대상자들의 사후관리 현황을 살펴보면, 학교 내 관리의 경우 고등이 219명(97.8%)으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초등이 170명(83.3%)으로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대부분의 대상자가 학교 내에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내상담과 교내 집단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기관 연계의 경우 초·중·고가 각각 92명(45%), 393명(48.8%), 112명(50%)으로 추후관리대상자의 절반 정도가 전문기관으로 연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은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중·고등은 Wee 센터에 가장 많이 의뢰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고등의 경우 병·의원 의뢰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문기관으로 연계되지 못한 경우는 초등이 46명(22.5%)으로 가장 많았으며, 고등 32명(14.3%), 중등 73명(9.1%)으로 나타났다. 비연계 이유로 초등은 학부모 거부, 중등은 증상완화와 학부모 거부가, 고등은 학부모 거부, 증상완화, 학생 거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후 지속관리 현황을 살펴보면, 학교 내 관리가 고등은 212명(94.6%), 중등은 660명(81.9%)으로 어느 정도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초등은 130명(63.7%)으로 매우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상담대상자가 줄어들고 관찰 대상자수가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기관연계의 경우에는 중등 204명(25.3%), 초등 38명(18.6%), 고등 40명(17.9%)으로 3개월 후 지속관리 비율이 절반 정도로 낮아진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정신건강증진센터 연계 인원수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관리중단의 경우 초등이 62명(30.4%)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중·고등이 각각 69명(8.6%), 15명(6.7%)으로 나타났다. 관리중단의 이유는 상태호전이 공통적으로 가장 많았으며, 초·중등은 학부모 거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 발견 경로 별 사후관리 현황(Table 5)
Table 5.N : number
대상자 발견 경로별로 살펴보면, 학교 내 관리의 경우, 90%에 가까운 대상자 수가 관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기관연계는 관찰 상 자살위험대상자와 우선관리대상자가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검사 상 자살위험과 일반관리대상자가 높게 나타났다. 비연계는 일반관리대상자가 가장 많았으며 비연계의 이유는 학부모 거부와 증상완화가 많았다. 다음으로 관찰 상 자살위험대상자로서, 학부모 거부가 가장 많았고, 폭력피해징후 대상자는 증상완화의 이유가 가장 많았다.
발견 경로별 3개월 후 지속관리 현황을 살펴보면, 검사 상 일반관리대상자와 관찰 상 폭력피해대상자의 관리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으며, 나머지 대상자는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기관 연계의 경우 대부분 절반 이상 비율이 감소한 것을 알 수 있으며, 특히 관찰 상 자살이 12명(15.6%)으로 크게 낮아졌으며, 우선관리대상자도 136명(25.9%)으로 많이 낮아진 것을 알 수 있다. 관리 중단의 비율은 검사 상 일반관리군이 56명(16.5%), 관찰 상 폭력피해가 7명(16.3%)으로 가장 많았으며 대부분 상태호전으로 인한 관리중단이었다. 그 외에도 대부분 상태호전으로 관리를 중단하였으나, 검사 상 자살징후 및 폭력피해징후 대상자의 경우에는 학부모나 학생이 거부한 경우가 많았다.
고 찰
학생 정신건강 지역협력모델 구축·지원 사업은 정신건강 고위험군의 효과적인 개입전략 수립을 위해서 중앙 정부가 주관하고 여러 지역 교육청이 참여하여 2013년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학교 기반의 학생 정신건강 증진 사업이다. 본 사업 이전에도 지역에 따라 다양한 기관에서 다양한 내용의 학생 정신건강 증진 사업들을 시행해 왔으나 동일한 목표와 매뉴얼을 기반으로 중앙 정부 차원에서 전국 단위의 학교기반 정신건강증진모델로는 첫 시도이며, 학교와 지역사회 간의 연계를 핵심 서비스 요소로써 강조하고 있다. 본 연구는 2013년도 ‘학생 정신건강 지역협력모델’의 결과와 성과에 대해 사업담당 교사의 인식과 고위험군 사후관리 현황을 통해 탐색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학교 내 정신건강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개선되었고 정신건강 고위험군들이 전문기관에 의뢰되고 다양한 학교 내 관리를 통해, 관리와 개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사업에 참여한 담당 교사들은 학교 정신건강자원·정책, 학교분위기, 지역사회 연계에 있어서 모두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학교 분위기의 가장 큰 변화를 인식하고 있어, 본 사업이 학교 내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인식 및 노력을 높이는 데 매우 효과가 있다고 보았다. 이는 학교기반 정신건강 사업이 학교의 정신건강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선행연구의 결과와도 일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사전평가에서 4가지 하위 척도 중 3개 척도의 평균이 약 4.5점으로 매우 높았는데, 이는 학교 내 정신건강 관련 환경이 이미 긍정적인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담당자들의 방어적인 보고 경향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사업 수행 이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낼 만큼 상승한 점수들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본 사업을 통한 사례관리현황을 분석한 결과,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및 교사 관찰을 통해 발견된 학생들에 대한 사후관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사례관리 대상자의 80-90%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관리되고 있었으며, 절반 정도가 전문기관에 의뢰되고 있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는 검사 이후 적절한 사후관리가 수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으며, 특히 전문적 개입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주지 못했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었다. 그러나 학생 정신건강증진 지역협력모델 구축·지원 사업을 통해 정신건강 고위험군 학생이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전문적인 개입을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학교 급별로 사례관리의 우선적인 필요성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초등의 경우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일반관리의 필요성이 가장 높으며, 중등의 경우 자살위험성이 가장 심각하다. 또한 고등의 경우 정신건강문제의 위험성이 보다 높은 우선관리의 필요성을 알 수 있다. 즉, 향후에는 학급 급별마다 적합한 맞춤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행하고 보급해야 함을 시사한다.
셋째, 학교 급별 사후관리 현황을 살펴보면, 고등의 경우 대상 학생의 대부분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등의 경우 80%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관리 받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비연계 및 관리중단 사유의 대부분은 증상완화와 상태호전으로 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초등의 경우 3개월 후 지속관리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가장 많이 낮아졌으며 상태호전으로 인한 관리중단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즉, 연령이 어릴수록 개입에 의한 상태호전이 빨리 이루어짐을 시사한다.
넷째, 발견 경로별 사후관리 현황을 살펴보면, 검사 결과상 우선관리와 자살위험, 그리고 관찰을 통한 자살위험의 경우에 관리비율이나 전문기관 연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정서·행동 문제의 심각도가 높은 우선관리군과 자살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본 사업을 통해 적극적인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문적인 연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다섯째, 비연계 및 관리 중단 이유에서 학부모 거부가 높은 비율로 나타났으며, 특히 초등의 경우 학부모 거부 비율은 더욱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학교기반 정신건강에 있어서 학부모에 대한 개입이나 참여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미 서구에서도 학교기반 정신건강의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학부모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8) 따라서 학부모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개입전략이나 부모지지 기법들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12)
여섯째, 지역사회 전문기관 연계의 경우, 초·중·고 모두 사후관리 초반 50% 내·외의 비율에서 3개월 후 10% 내·외의 비율로 현저하게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해석하기 위해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우선 증상의 호전을 통해 개입이 중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앞서 초등과 중등의 관리중단 사유에 상태호전의 사유가 많았던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연계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관리가 중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즉 전문기관으로 연계된 이후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제공되지 않거나 효과가 낮다고 인식하여 임의 중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 예로 정신건강증진센터의 경우, 의뢰된 학생에 대한 심층검사를 실시하지만 이후 적극적인 개입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추후관리에 대한 학교에서의 현황 파악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아직까지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여 상담 및 치료를 받는 것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기에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음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추후관리에 대한 부분은 향후 후속연구를 통해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추후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 간의 협력체계를 효과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호주의 Mindmatters에서는 효과적인 의뢰를 위해 의뢰체계, 절차, 인력을 갖추어야 하며, 학생에게 적합하고 접근 가능한 기관을 연계해야 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의사소통 체계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13)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학부모와의 효과적인 협력과 의사소통이 중요한 매개요인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사업 담당자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총 55개의 학교 중 본 연구에 포함된 학교는 25개에 불과하였다. 이는 사후조사 시점이 방학기간이었고, 담당자가 교체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본 모델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교와의 비교를 시행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본 결과가 시간에 따른 변화인 것인지, 본 사업의 성과 때문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후에 적절한 대조군을 설정한 후속 조사가 이루어져야 본 결과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학생 정신건강증진 지역협력모델 구축·지원 사업은 2013년에 처음 시작되어 학교 일정 상, 1학기에는 담당자에 대한 교육 및 연수가 주로 이루어졌고, 본격적인 사업은 2학기부터 실행되었기 때문에 실제 사업시행기간은 3개월 남짓한 기간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사업의 성과가 일시적인 변화인지 지속될 수 있는 변화인지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보다 장기적인 시점에서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학생 정신건강증진 지역협력모델 구축·지원 사업은 2013년부터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모델 사업이다. 그동안 다소 폐쇄적이라고 여겨졌던 교육계가 본 사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학교마음건강자문의사와 같은 정신건강 전문가 및 유관기관의 학교 내 참여가 확대된 것이 괄목할 만한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본 사업이 장기적으로 수행되고 정착 및 발전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사업에 대한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 필수적일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엄밀하고 장기적인 후속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결 론
학생 정신건강 지역협력모델 구축·지원 사업은 정부가 주관하는 전국 단위의 학교기반 정신건강증진모델로는 첫 시도이며, 본 연구는 2013년도 ‘학생 정신건강 지역협력모델’의 결과와 성과에 대해 사업담당 교사의 인식과 사후관리 현황 분석을 통해 탐색적으로 분석하였다. 본 사업의 담당자들은 이 사업 이후 학교 내 학교 정신건강자원·정책, 학교분위기, 지역사회 연계에 있어서 모두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고 답변하였으며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대해서 다양한 학교 내 서비스의 제공과 함께 높은 전문기관 연계율을 보이고 있었다. 본 결과는 예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본 연구를 바탕으로 추후 보다 정밀한 대조군을 설정하고 다양한 측면의 성과들을 측정할 수 있는 후속 연구가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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