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대통령이 특성화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어릴 때부터 가진 소질과 끼를 발견하게 도와줘 자기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사회 환경이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데서 많이 약하다”며 “지금도 우리 사회가 그런 방향으로 가려고 꿈틀꿈틀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 교육이나 문화가 그런 쪽으로 팍팍 바뀌어야 한다”는 뉴스를 듣고, 어느 신부님의 강연 내용이 생각난다. 초등학교 졸업 때가 되면, 몸으로 살 놈과 머리로 살 놈으로 구분하여 그 적성에 맞는 직업 선택의 길을 열어주어야 행복과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개인의 적성을 무시하고, 엄청난 시간과 경제적 손실을 감수 하면서 무턱대고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불필요한 투자를 하다보니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대학 진학률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OECD 회원 국가 중 대학 진학률 1위). 몸으로 살 놈이 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부모와 자식이 다 같이 고생을 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개인에게 적합한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예로 제빵업을 보자. 대학을 졸업한 경영주의 빵과, 대학을 안나온 경영주의 빵과 무엇이 다른가? 빵집은 맛이 좋아야 많은 고객을 확보해 성공할 수 있다. 대학보다는 전문적인 제빵 기술을 배워 창업 한다면 서로가 고생을 안 하고, 시간과 경제적인 면에서 다른 가계보다 경쟁력이 있다.
그러면 왜 대학을 많이 진학할까? 제가 생각하기에는 학력중시풍토라고 본다.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면 고용 불평등, 결혼문제, 인간관계 등 경제외적 활동까지 영향을 받는 사회의 편견이 무조건적인 진학을 유도해 학력 인플레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학력과 학벌은 단순히 경제생활의 수단을 넘어 인간을 서열화하는 잣대로까지 활용한다. 서열화를 잘 보여주는 예가 올림픽 수상식에서 볼 수 있다. 다른 국가 선수들은 동메달, 은메달 수상 때 밝게 웃는데 유독 한국 선수들은 그리 밝은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선수들의 잘못이 아니라 잘못된 우리의 서열의식과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다. 선진국은 총 받은 메달 수에 따라 순위 집계방식을 취하나, 우리나라는 금메달 숫자에 따른 순위 집계 방식을 고집한다. 철저한 서열 매기기 중심의 문화가 우리 교육을 망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겨울 농업 마이스터 독일연수 기회가 있어 교육제도와 마이스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우리나라 교육제도도 빨리 변화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독일의 경우 학습태도와 학습발전의 기본을 닦는 단계인 초등교육과정은 4년으로, 우리나라 초등학교 4학년에 해당된다. 다음 교육단계는 중등교육과정 1단계로 학업 성취도에 따라 인문계학교(8년), 실업학교(6년), 기간학교(5년)를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학업 성취도가 우수할 경우 인문계학교 편입이 가능해 초등교육과정부터 적성과 소질, 재능에 따라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중등교육과정 2단계(3년)는 직업학교와 전문고등학교 등이 있고 직업학교는 듀얼시스템으로 일주일에 보통 하루씩 등교하여 이론위주로 공부하고, 나머지 4~5일은 경영체(농업의 경우 농장)에서 실습위주의 현장학습을 하게 된다. 학업성취도가 좋고 대학에 진학하여 학문을 연마 하고자 하는 학생은 일반적으로 인문계학교를 선택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각자의 소질과 재능이 있는 정도에 따라 직업과 관련된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실업학교나 기간학교를 선택하여 진학한다. 직업학교에서 개설되는 분야는 약 350개 정도다.
이 가운데 농업분야는 14개의 직업분야가 있고, 학교향상 훈련에는 이론 중심적인 전문학교가 있으며, 실무향상 훈련에는 현장 실기 중심적인 마이스터과정이 있다. 마이스터 종류는 산업마이스터(60종류), 수공업마이스터(150종류), 농업마이스터(14종류)로 크게 3가지가 있으며, 독일 연방 전체에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자격시험을 거쳐 주어지게 된다. 독일인들은 독일이 세계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구축할 수 있는 배경에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탄탄한 직업학교 과정을 거치고, 마이스터 자격을 취득한 전문가들이 적성과 재능에 맞는 분야에서 오랜기간 종사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혁신을 통한 기술개발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술력을 갖춘 인재들이 중소기업에 포진함으로써 ‘히든 챔피언’으로 불리는 중소기업이 탄생해 세계적인 기술강국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소강국의 기술 경쟁력이 독일의 국가 경쟁력의 뿌리인 것이다. 농장도 대를 이어 가업으로 여기며 검소하게 열심히 경영해 나가는 것을 우리 젊은이들도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 축산인들도 농장에 투자를 많이 하여 규모화는 되었는데, 자식은 농장에 관심도 없고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져 물려받을 사람이 없어 고민하는 축산인을 주위에서 보면서 한 번쯤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대하여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 미국의 여론 조사기관인 갤럽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정도에 대하여 조사한바 있다. ‘잘 쉬었다고 생각하는지?’, ‘하루 종일 존중 받았는지?’, ‘많이 웃었는지?’, ‘재미있는 일을 하거나 배웠는지?’, ‘즐겁다고 자주 느꼈는지?’ 등 5가지 질문을 통해 행복지수를 평가하는 질문이었다. 파나마와 파라과이 국민이 85%가 “그렇다”고 답해 공동 1위를 차지했다. 10위권 안에 든 태국과 필리핀을 제외하면 모두 중남미국가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63%가 그렇다고 답해 그리스, 몽골, 카자흐스탄, 체코 등과 같은 공동 97위를 기록 했다. 46%만 긍정적으로 답변한 싱가포르는‘가장 무뚝뚝한 국민’1위에 이어 두 번째 불명예를 안았다. 이번 조사 결과는 국민소득이나 수명, 대학 진학률 등의 객관적인 지표가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과는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파나마 GNP는 세계 90위인 반면 싱가포르는 세계 5위의 부자 국가다.
이러한 결과를 볼 때 소득 수준과 행복 순위는 일치하지 않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규모가 10위권에 속하고 1인당 GNP가 2만 달러를 넘는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잘 살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이 이처럼 낮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중산층의 기준이 우리나라는 경제적인 면에 치우쳐 있지만 선진국들은 그 기준을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이 과거 보다는 삶이 점점 각박하다는 증거이며, 정(情)을 나누며 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행복의 척도가 주관적인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물질적인 것에 앞서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묻는 질문에 “예”라 고 답할 수 있다면 행복한 것이다.
시간적인 여유도 없고 항상 바쁜 일과와, 주위에서 기피하는 3D업종에 종사하는 축산인 여러분들은 행복 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하여 걱정과 긴장속에 농장을 경영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을 볼때, 갤럽의 5가지 여론 조사에 과연 몇 농가가 “예”라는 대답을 할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