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유통구조 선진화 이루어야…
갑오년 청마의 해가 밝은지도 한 달이 지났다. 전라북도 고창에서 시작된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하여 사상 처음 이동제한(스탠드스틸)이 발령되고, 우리 양계 농가들은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에 앉은 듯 불안한 심정이다.
지난 2011년부터 본회에서는 계란유통구조 개선을 위하여 국회,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협 등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법 제정을 촉구하는 등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이 지면을 통하여 그간 진행되어온 상황과 향후 추진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본다.
1. 진행상황
유통구조 개선사업은 오랜 병폐였던 후장기 제도나 계란값 할인(D/C)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논의를 해오던 중 지난 2011년 농협중앙회가 주관한 계란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심포지움에서 광역유통센터라는 명칭을 처음 소개한 이래 산란계자조금(現 계란자조금) 사업의 일환으로 본회에서 주관한 “FTA가 채란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 및 경쟁력 강화방안”이라는 연구용역에서 FTA로 인한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군농가에는 자체 GP 개보수 자금을 지원하고, 광역유통센터를 신설하여 소규모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을 수거하여 모든 계란을 광역유통센터나 허가를 받은 GP를 통해 유통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제기되면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후 농협이 신경분리되면서 경제사업활성화자금중 계란의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1천억원의 예산이 세워지고, 그 예산을 가지면 전국에 세 곳 정도의 광역유통센터를 지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신경분리로 인하여 신용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경제사업에서 낸 적자를 메워주던 기존의 방식을 이용할 수 없게된 농협중앙회는 한국양계농협에서 운영하는 유통센터도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투자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또한, 모든 계란이 광역유통센터나 집하장(GP)를 통해야만 유통이 가능하도록 법제도를 먼저 개선하기 위해 국회의원을 만나고 농림축산식품부에도 여러차례 방문하여 논의를 거듭했지만, 얻은 결과는 전라남도의 녹색계란이라는 집하장을 이용하여 전라남도에서 먼저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개선점을 찾아 전국으로 확대하자는 농림부의 주장에 의해 우리 협회와 전남도지회는 농림부와 전라남도, 녹색계란과 계란유통협회 전남지부 등을 모아 합의점을 도출했으나, 여러 가지 현안적인 문제점에 봉착하여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는 애매한 상황에 봉착해 버렸다.
그러던 중 지난 12월말에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의 주제 하에 본회와 농협중앙회, 축산물품질평가원이 함께 모여 계란유통구조 개선회의를 했고, 농협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결론으로 회의를 마쳤다.
2. 향후 추진계획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집하장(GP) 개보수자금과 광역유통센터 신규 건립자금을 합하면 약 1,700억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 산란계 농가와 정부, 농협의 적극적인 의지만이 계란유통구조 개선을 이룰 수 있다.
첫째, 정부는 현행 계란유통에 관련된 법규를 개선해야 한다. 현재의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르면 계란을 생산하는 농가는 식용란수집판매업자에게만 계란을 판매해야 한다. 그렇지만 상위법인 건축법에 따르면 모든 종류의 판매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건축물의 용도가 근린생활시설이어야 하지만, 우리 채란농가 내에 위치한 집하시설은 대부분 동식물관련시설로 되어있고,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을 하기 위해서는 건축물의 대대적인 개보수가 필요하고,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지난 여름 식약처의 표시기준 단속에서 우리 채란농가 몇몇이 선의의 피해를 보았던 것처럼 농장이 HACCP 인증을 받았다 하더라도 식용란수집판매업자가 HACCP 인증을 받지 않았다면 계란의 포장지에 HACCP 마크를 사용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그나마 관할시군에서 식용란수집판매업 신고를 수리해 주었다 하더라고 집하장 HACCP을 받으려면 건축물의 용도가 근린생활시설이어야 한다.
결국 농장에서 직접 HACCP 인증 마크를 붙인 계란을 판매하려면 무리를 해서라도 건축물을 용도변경하던지, 농장 외부에 근린생활시설을 임대하여 동일한 시설을 중복 투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본회에서는 농림부, 식약처 담당 공무원들과 농협, 계란유통협회, 언론사 등과 토론회를 추진중에 있다.
둘째, 농협은 벌써 몇 년째 유통센터 건립을 고민하고 있으나, 그 내면에는 농협내에서도 부서별로 의견이 통일되지 않아 예산만 세워놓고 집행은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현 시점에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농협이라는 조직은 태생부터가 우리 생산자들을 위한 단체이지 금융업을 하기 위한 조직은 아니지 않은가? 1조5천억 계란시장의 유통 혼란을 그 10%를 투자하여 어느 농축산물에 못지않은 유통구조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면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추진과정이 우리 생산자를 배제하고 농협의 독단으로 간다면 그 성공은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셋째, 우리 농가들은 각자 자신들이 생산하는 계란을 제값받고 팔기위해 노력이 필요하다. 벌써 수 십년째 다람쥐 챗바퀴 돌 듯이 되풀이되는 이야기가 후장기 근절, D/C 철폐이다. 그러나 이러한 병폐들은 다른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 농가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본다. ‘혹시라도 내 계란이 체화되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 때문에 후장기를 묵인하고 가는 것이 우리 농가들 아닌가? 후장기가 있기 때문에 계란 할인폭(D/C)이 생기고, 늘어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후장기를 근절하기 위한 우리 농가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우리의 산업은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다. 우리가 우리 산업을 지키기 위해 본회도 조직하여 활동하는 것이고, 자조금도 거출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앞장서서 우리의 문제점을 모두 해결해 주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은 시간이 지나도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 12월 하림의 계란산업진출규탄대회에서 우리 채란농가들이 보여준 단합된 모습을 유통구조개선사업에서도 보여준다면 유통구조 개선은 그리 멀지않은 미래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