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 - 상생할 수 있는 "갑(甲)"과 "을(乙)"을 기대하며

  • 김의겸 (천안시육계지부, 대한양계협회)
  • Published : 2013.07.01

Abstract

Keywords

요즘 “갑”과 “을”의 관계가 사회적 이슈(issue)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의 모 상무가 비행기 안에서 라면이 짜다는 이유로 승무원을 폭행한 사건, 최근에는 남양유업의 영업사원이 대리점 주에게 제품 강매와 관련하여 통화 중에 욕설과 폭언한 내용이 공개 되는 등 그동안 가려졌던 “갑”과 “을”의 관계가 서서히 벗겨지면서 국민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 이후로도 편의점 사장과, 모 백화점 직원이 매출에 압박을 받아 불공정한 거래관계를 이겨내지 못해 자살한 사건 등 “을”의 입장에서 억울한 내용이 인터넷을 통하여 공개 되면서 그 파장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갑”과 “을”의 관계는 우리 사회 모두가 불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왜 이제야 관심을 갖고 새로운 인식을 하고 있는가? 그 안에는 SNS (Social Network Service)의 위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새로운 화제 거리나 특정한 관심거리를 공유하면서 공감하는 내용에는 적극적으로 참여 하고, 자기 의견과 생각을 SNS를 통하여 확산시킴으로써 사회 현안거리가 이슈화가 되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것이다. 하지만 SNS를 통해 전파되는 내용들 모두가 사회적 관심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뜨거운 관심거리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불편부당한 사실이 주를 이루거나, 상식적으로 보편타당성이 심각히 결여되어 소시민들로 하여금 도대체 이런 일이 아직도 발생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감정을 자극시키는 것들이다. 그 내면에는 비상식적인 거래나 불편한 상하관계로 자신이 고통을 받았거나, 정신적이나 물질적으로 피해를 입어 가슴속에 응어리져 있는 울분이 그러한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쌓여있던 감정이 폭발함으로써 대리만족을 얻는 보상심리가 작용하는 부분도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 “갑”, “을”을 조절할 수 있는 관련 법률은 가장 많지만 “을”을 보호하는 데에는 가장 미흡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공정거래법, 가맹사업법, 하도급법 등이 불공정 거래에서 “을”을 보호하는 법률들이다. 반면 독일, 미국, 영국 등은 공정거래법 하나로 대부분의 불공정 거래를 처벌 한다. 일본은 공정거래법에 하도급법이 추가로 있으며, 일본과 독일은 가맹점 주나 대리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할 수 있어, 집단 소송제도 활성화 등을 통해 본사와 대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은 계약 관계에서 징벌적 손해 배상제를 체택 하고 있기 때문에 “갑”이 “을”에게 불공정행위를 했을 때, 강한 배상을 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피해액의 수십배에서 수백배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계 당국이 “갑”과 “을”이 함께 성장해야 하는 관계를 깊이 인식하고 배려하는 문화에서,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우리나라는 독과점적인 시장구조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가진 “갑”을 만들어내며, 이를 감시하고 조정할 정부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시장질서가 왜곡되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올바르고 강력한 법률을 정하고, 친 중소기업 정책과 약자인 “을”의 입장을 헤아린다면 가능하리라고 믿는다.

“갑”과 “을”의 관계 인식을 변화하기 위하여 “갑”의 대표적인 기업인 유통업계의 움직임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 백화점은 협력사원으로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의 동료사원으로 호칭하며 상호간 소통과 친밀감을 강조하고, 관계개선 및 인식 변화와 함께 교육 강화와 힐링센터 를 운영하고 있다. 또 S 백화점은 “갑” “을” 용어 삭제, 소통 채널 확대, 동반성장협의회 운영, 협력사에 문화홀, 문화센터 무료지원을 하고 있으며, H 백화점은 “갑”과 “을” 표현을 계약서에서 삭제하고, 소통창구를 대거 마련하여 온·오프라인을 통해 올바른 비즈니스 예절교육을 한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주고 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갑”과 칼날을 쥐고 있는 “을”의 입장을 떠나, “갑”은 “을”때문에 기업이 번창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면 “갑”과 “을”의 관계는 공생을 넘어 한가족처럼 따스한 분위기에서 화기애애한 상생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작금에 일어나는 “갑”, “을”관계가 사회적 사건으로 비화된 이면에는 “갑”이 제공하는 제품을 팔거나, 용역을 통해 “을”이 살아가고 있다는 우월적인 주종관계로 인식하는 “갑”의 그릇된 자세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축산분야에서도 “갑”과 “을”의 관계가 “을”의입장에서 농가들이 꾸준히 “갑”의 부당함을 제기해 온 것이 육계계열화 문제다. 축산분야 계열화가 차지하는 육계 점유율은 90%를 넘은지 오래다. 오리, 육용종계, 양돈이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유독 육계분야만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되고 있고, 타 축종은 유야무야 넘어간 게 현실이다. 축산분야의 “갑”과 “을”의 불공정한 거래나, 부당한 대우 등을 해결하고자 축산계열화 사업에 관한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시행 초기라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따른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직적 계열화에서 수평적 계열화를 지향 하고, 그동안 계열사들이 “갑”의 입장에서 우월적지위를 이용하여 농가들과 마찰이 지속되자 계열화업체를 견제하고자 “대한육계협동조합”을 설립 하였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활성화가 안되고 명색만 유지하고 있는 것도 육계농가들의 입장에선 안타까운 일이다. 1980년대만 해도 종업원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근무 하였으나 이제는 “갑”의 입장이 되었으며, 축분(畜糞)도 돈을 받고 매매할 때는 “갑”이 큰소리를 쳤지만 현재는 “을”의 눈치를 봐야 할 정도로 사회가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계란 상인도 거래를 위하여 농장에 선수금을 맡겨 놓았으나 요즘은 외상을 주고도 상인은 “을”이 아닌 “갑”의 형태로 바뀐 것도 우리 업계의 현실이다. 문제가 발생하니 마지못해 변화하는 것처럼 보이지 말고, 향후에는 진정으로 상생하고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런 생각의 전환과 실천을 통해 공동체를 향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갑”과 “을”모두 나아갈 방향임을 인식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