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업 당면 현안과 발전방안 - 무한경쟁시대의 농가 경쟁력 강화 방안

  • Published : 2013.10.01

Abstract

Keywords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의 배신

- 근본적 경쟁력강화 방안은 수급조절 프로그램

- 수급조절, 공급량 통제와 수요조절 사업

- 농가조직화는 수급조절을 위한 기초적인 작업

- 자조금사업, 수요 증대를 위한 기본적인 프로그램

농업인 좁게 보아 양계농가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원고 청탁서의 거창한 주제를 보며 농가들의 경쟁력을 생각해 보면서, 현재 우리 정부가 농업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실시한 정책들을 나열해 보고자 한다. 양계농가에게 정확히 부합되지 않는 부분도 있으니 이해 바라며 결국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 경쟁력으로 전달됐는지 또는 진짜 경쟁력을 갖기 위한 다른 길이 있는지를 말해보고자 한다.

1. 시장개방과 경쟁의 시대 도래

농업부분 무한경쟁의 시대를 이야기 할 때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농업은 UR 이전과 이후의 농업으로 나눌 수 있는데, UR 이전의 농업은 국내 식량공급의 주류였으며 지금 주류역할을 하고 있는 수입농산물은 쿼터를 설정해 놓고 부족한 양만을 수입하는 방식을 써 왔다. 결국 내부적으로 잘 조절만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농가들이 돈을 벌수 있는 길이 있었던 것이다. 국내산농산물과 수입농산물의 역할은 UR협상이 타결되고 2000년을 전후해 시장이 개방되면서 어느새 주류는 수입 그리고 보조적 역할을 국내농산물이 하는 식으로 바뀌고 말았다. 자급률의 변화가 이를 증명한다. 즉 값싼 수입농산물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우리 식탁의 주류 자리를 우리 농산물이 내놓게 된 것이다. UR협상 이후 우리 농업은 말 그대로 어디서, 누가, 어떤 식으로 생산해 어떻게 들여오는지도 알 수 없는 수입농산물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후 시장 개방 속도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시장개방의 폭을 더 넓히고, 그나마 존재했던 관세장벽까지 허물어뜨리면서 더 높은 경쟁력을 가져야만 생존할 수 있는 상황으로 농민을 몰아가고 있다.

2. 정부주도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

이러한 시장개방에 대응해 정부가 내 놓은 정책을 종합해 보면, 농장의 규모화, 시설의 현대화를 농가 단위 농장단위로 유도했고, 농가조직화를 위한 브랜드사업과 수직계열화사업이 함께 시작됐다. 가격 경쟁력을 품질로 극복해 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품질고급화 정책이 함께 짝을 이루었는데 품질고급화 정책은 축산에서는 등급제, 냉장유통시스템 도입 등이 대표적이고 위생수준을 높이기 위한 배합사료 그리고 도축, 집유, 유가공, 육가공 시설에 대한 HACCP도입 및 의무화가 뒤를 잇는다. 여기에 친환경농법이 보급이 되고, 항생제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사료에 첨가되던 항생제를 제거하는 등 우리 농축산물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각종 제도가 도입된다.

농가조직화 사업의 경우 거래비용의 감소, 거래교섭력의 강화를 위한 방편으로 시작이 되어 하림과 같은 국내 산업규모 치고는 큰 규모의 계열화사업자가 등장하고, 생산자 중심의 수많은 브랜드경영체가 탄생하면서 어느 정도 사업의 성과를 냈다. 품질고급화도 위생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가 정착단계에 있고, 축산물의 품질도 몇몇 품목의 경우 수입산을 능가하고 있다. 농장의 규모화도 꾸준히 진행돼 1980년대는 상상도 하지 못할 수준의 엄청난 규모의 농지에서 쌀농사를 짓고, 수십만 마리의 닭을 키우는 농장, 연간 수만 두의 돼지를 출하하는 농장들이 생겨났다. 여기에 농협이 1990년 초부터 시작한 신토불이 운동의 성공, 축산분야의 의무자조금 제도 도입과 이를 통한 꾸준한 마케팅으로 우리 농축산물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극대화 되면서, 우리 농산물의 가격이 수입농축산물보다 월등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선택받는 시대가 됐다. 국내산 밀이 저가의 수입밀에 힘없이 무너져 자취를 감춘 것과 달리 2000년 대 이후 우리 농축산물은 국내산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시장개방 이후 우리 식량자급률은 더욱 하락해 경쟁력 확보를 무색케 하고 있다.

3. 경쟁력 강화 정책의 배신

하지만 이러한 국내산 농산물의 승승장구로 높게 평가받아왔던 20여 년간의 각종 경쟁력 강화 정책도 2010년을 전후해 힘을 잃고 만다. 바로 공급과잉 그리고 공급부족이라는 수급조절의 잇따른 실패다. 2010년 배추파동 당시 배추 주산지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공급량이 급감하자 배추 한포기 소매가격이 1만원을 돌파했고, 이듬해에는 공급과잉으로 땅에 배추를 묻어야하는 상황이 또 발생한 것이다.

끝없이 오를 것처럼 보였던 한우가격도 공급과잉에 2010년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고, 송아지 가격의 회복시키는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돼지의 경우는 2011년 구제역으로 인해 상당수 돼지가 살처분되면서 쇠고기 가격을 위협할 정도로 가격이 올랐고, 1년 뒤에는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가들이 생존권 보장을 해달라고 시위를 할 정도로 어려움에 빠졌다. 바로 수급조절이 되지 않으면 앞에서 실시했던 수많은 경쟁력 강화 정책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다. 공급과잉 상황이 지속되면, 품질을 고급화하고, 농가를 조직화해 거래교섭력을 높이고, 농장의 시설을 현대화하고, 자조금을 통해 마케팅을 해도 낮은 가격에 농축산물을 판매할 수밖에 없고, 반대로 공급부족상황이 지속되면 앞의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을 전혀 하지 않더라도 비싼 값에 농축산물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의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은 수요와 공급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룰 때 수요를 촉진하는 수단이 되거나, 또는 거래비용의 검소 또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추가 소득을 가능케 하는 수단들이다. 경쟁력 추가적인 부가가치 발생은 수급불균형 상황이 발생하면 가격이 급격히 오르거나 또 내려가기 때문에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정책이 바로 수급조절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방편을 마련해 놓는 것이다.

4. 수요를 만들어라

미국 대공황을 극복한 경제정책은 이른바 케인즈의 유효수요 이론에서 시작했다. 아무도 물건을 사지 않는 불황기가 길어지자, 기업은 망하고, 일자리는 줄고, 더 소비를 줄이면서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자조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요를 늘리는 작업을 할 수 있다. 꾸준한 품목별 소비확대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소비를 계속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요 확대는 점진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급조절 용으로 활용되기 보다는 산업의 성장을 위한 도구로 활용 돼야 한다. 최소한 소비가 줄지 않도록 관리하고 더 공격적으로 한다면, 점진적으로 소비를 늘려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농가들의 자조금사업 참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계란, 닭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긍정적 이미지를 갖게 함으로써 소비를 유지시켜 주고, 숨은 고객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수급조절용 수요 확대 프로그램으로 흔히 사용되는 가격 할인은 단기적으로 소비확대에 도움을 주지만 근본적 처방은 되지 못 하기 때문에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5. 생산자 카르텔-공급을 용이하게 조절할 시스템을 만들자

올해 말 EU의회를 통과하게 될 공동농업정책에는 생산자단체의 카르텔을 허용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말하면, 농민생산자단체에게 가격 안정을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는 담합행위를 허용한다는 것으로 우리 농업계도 수급조절을 위한 허용 가능한 카르텔을도입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인 수매와 같은 방법은 비용도 많이 들뿐더러 시장에 충격도 많이 주기 때문에,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사전에 입식량을 정하는 방식으로 협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새 정부 들어 품목별 수급조절위원회가 구성된 만큼 이 위원회에 구속력 있는 수급조절명령권을 부여함으로써 공급과잉이나 부족이 현장에서 일어나기 이전에 조치함으로써 시장이나 농민의 충격을 줄여주자는 것이다. 이 같은 행위는 경쟁을 저해하는 카르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의 법 적용을 배제하도록 하는 등의 후속조치가 함께 이뤄져야 보다 정밀하고 실효성 있는 수급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