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 론
두 물체가 접촉하여 상대 운동할 때 물체에서 발생하는 마모는 상대재의 종류, 접촉양식, 미끄럼거리, 접촉하중, 미끄럼속도, 시험온도, 주변의 습도 등 많은 운동 및 환경 조건에 영향을 받는다.
응착마모의 경우, Holm-Archard식에 의하면 미끄럼거리 및 하중이 증대함에 따라 마모체적이 증가하지만 재료의 경도에 대해서는 반비례하여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3]. 그리고 마모 발생은 마모형태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져 특히 접촉면에 산화물이 생성정도는 마모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1-3].
열처리성 철강재료는 일반적으로 quenching 후 필히 tempering처리를 한다.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tempering 처리는 용도에 따라 고온 tempering과 저온 tempering 으로 구분되나, 이들 간 가장 큰 차이는 tempering 후의 경도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tempering 온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은 경도뿐만 아니라 내식성 등과 같은 많은 물리·화학적 성질도 변화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4]. 특히 재료의 내식성의 변화는 응착마모 시 마모면상의 산화물 생성과 연관될 것이 분명하여 산화마모 발생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이 경우는 전술한 응착마모에 대한 Holm-Archard식의 경도와 마모체적과의 관계를 따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현재 베어링이나 traction drive 등에는 절삭가공성이 우수하고 소입성이 우수한 고탄소 크롬강인 베어링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들의 열처리는 일반적으로 quenching 후 tempering을 한다.
본 연구에서는 quenching 후 3종류의 tempering 경도를 가진 베어링강을 동일 재료, 동일 경도 간 미끄럼마모 시험을 하고 이를 해석하여 미끄럼마모 거동에 미치는 tempering 경도의 영향을 고찰하였다.
2. 실험방법
본 연구에서는 시판되는 고탄소 크롬 합금강인 베어링강 STB2 환봉(0.98%C, 1.33%Cr)에서 소정의 pin(Φ6 × 15 mm) 및 disc(Φ80 × 8 mm)의 형태로 가공하였다. 이후 이들은 소입(quenching) 온도 830℃에서 40분간 유지한 뒤 유냉한 후 tempering을 180℃, 400℃ 및 650℃에서 각각 두 시간씩 처리하였다. 열처리 후 이들의 경도는 각각 HRC 62, 54, 34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미끄럼마모 시험전 pin과 disc의 접촉면은 600# abrasive paper를 이용하여 표면거칠기를 조절하였다.
미끄럼마모 시험은 pin-on-disc식 미끄럼마찰마모 시험기[5]를 이용하였다. 이때 tempering온도에 따른 경도의 영향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pin과 disc는 동일 경도간의 조합으로 시험하였다. 시험 시 수직하중은 300 g으로 하고 미끄럼속도를 5조건(0.3, 0.7, 1, 2.5, 5 m/s)으로 변화 시켰다. 그리고 모든 시험은 대기 중 무윤활 상태에서 총 마찰거리를 6 km로 하여 행하였다. 마모량은 소정의 마찰거리마다 시험을 중단하고 측정한 중량 감소 정도로 산출하였으나 동일 조건의 시험을 2~3회 반복한 후 그 평균값을 사용하였다.
3. 실험결과 및 고찰
3-1. 미끄럼마모 특성
Fig. 1은 여러 속도에서 미끄럼거리에 따른 pin의 마모량의 변화를 tempering 경도별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어느 것도 미끄럼거리에 따라 마모량이 증대하나 tempering 경도 및 미끄럼속도에 따라 증가하는 정도가 상이하다. 그리고 tempering 경도와 무관하게 미끄럼속도 0.3 m/s 및 0.7 m/s 부근에서 그 증가 정도가 가장 큰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HRC34의 경우는 증가 정도가 현저하여 미끄럼거리 1.5 km 부근에서 시험을 중단하였다.
Fig. 1.Variation of wear loss with sliding distance at several sliding speeds according to tempered hardness
Fig. 2는 각 속도에서 미끄럼거리에 따른 마모량의 변화를 초기마모 영역 및 정상마모 영역으로 구분하여 미끄럼속도에 따른 마모율 변화를 tempering 경도별로 비교한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마모율은 tempering 경도 및 마모영역과 무관하게 저속도 구간에서는 크지만 고속도 구간에서는 매우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 응착마모에 대한 Holm-Archard식에 따르면 소재경도에 따른 마모경향은 고경도일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3]. 그런데 미끄럼속도 0.3 m/s에서의 마모율은 그림에서 tempering 경도 HRC54 → HRC62 → HRC33 순으로 마모율이 증대하는 것으로 확인되어 HRC54와 HRC62의 마모율 간 순서가 역전되어 있고 2.5 m/s이상의 고속도 구간에서는 경도에 따른 마모율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결국 이들 속도구간에서는 tempering 경도에 따른 마모는 Holm-Archard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가 얻어진 것은 열처리 조직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bearing강을 소입하면 martensite조직이 되나 이것을 온도 600℃, 400℃ 그리고 180℃에서 tempering하면 각각 sorbite, troostite, tempered martensite조직이 얻어진다[6]. 그런데 400℃ tempering에서 얻어지는 troostite 조직은 sorbite 및 tempered martensite 조직보다 산에 대한 내식성이 아주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4]. 따라서 산에 대해 열악한 내식성을 가진 HRC54의 마모면은 0.3 m/s에서 산화마모 발생을 용이하게 하여 내마모성 향상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Fig. 2.Variation of wear rate with sliding speed according to tempered hardness.
한편 고속도 구간에서 tempering 경도와 무관하게 동일한 마모율을 나타낸 것은 마찰면의 온도가 현저히 높아졌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마모의 극대를 나타내는 1 m/s의 속도부근에서는 고경도일수록 마모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3-2. 마모면 관찰결과
Fig. 3과 Fig. 4는 각각 180℃ 및 400℃에서 tempering하여 경도가 HRC62 및 HRC54인 pin을 미끄럼속도 0.3 m/s 및 5 m/s에서 시험한 후 관찰한 마모면의 광학현미경 사진을 나타낸 것이다. 그림에서도 보듯이 동일 속도의 마모면이라도 pin의 미끄럼 접촉입구(entrance)와 중앙부(center), 출구(exit)쪽에서 마모면의 양상이 상이한 것으로 밝혀졌다. 입구 쪽에서는 많은 scratch가 관찰되나 출구 쪽은 철산화물로 추정[5]되는 흑색화합물의 존재가 현저하다. 이러한 마모면의 양상변화는 마찰면 부위에 따라 즉 미끄럼 방향의 전면 부위와 배면 부위 간에 마찰면의 온도상승 정도가 상이하기 때문으로 추정되나 불명확하다. 한편 미끄럼속도와 tempering 경도에 따른 마모면상의 산화물의 양 차이는 현저하지 않으나 전반적으로 고속인 5 m/s시의 마모면에 그리고 저경도인 HRC54의 마모면에 다소 많은 것으로 관찰된다. 반면 HRC34의 0.3 m/s시의 마모면에서는 산화물생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Fig. 3.Micrographs on worn surface of pin tempered at 180℃ (HRC62).
Fig. 4.Micrographs on worn surface of pin tempered at 400℃ (HRC54).
Fig. 5는 상대재 disc의 마모면을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를 비교한 것이다. 0.3 m/s의 경우는 어느 것도 반점이 관찰되나 HRC34의 마모면은 pin과 마찬가지로 외관상 금속광택을 띄고 마모면상의 검은 반점은 EDS분석 결과 응착부위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와 달리 HRC62와 HRC54의 마모면상의 검은 부위는 철산화물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결국 그림에서 보듯이 HRC62의 마모면보다 HRC54의 마모면에 산화물 생성이 더욱 현저한 것으로 밝혀져 이러한 차이가 Fig. 2의 0.3 m/s에서의 마모 경향으로 나타난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이와 같이 HRC62의 마모면 보다 HRC54의 마모면에 많은 산화물이 생성되는 이유는 martensite조직을 400℃에서 tempering하였을 때 얻어지는 troostite조직의 부식되기 쉬운 성질[4, 7]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재료의 내식성과 산화마모 발생 경향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5 m/s의 고속도에서의 마모면은 그림에서 보듯이 tempering경도와 관계없이 대부분 얇은 산화물 층으로 덮여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것은 전술한대로 이 속도에서는 접촉면의 온도상승이 현저하였기 때문에 tempering 경도의 영향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Fig. 5.Micrographs on worn surface of counter disc.
Fig. 6은 0.3 m/s에서 시험한 상대재 disc의 마모track 위를 미끄럼방향에 수직방향으로 측정한 단면곡선을 나타낸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c) HRC34의 마모면에서는 깊은 groove가 관찰되고 (a) HRC62의 경우는 groove가 거의 관찰되지 않아 전술한 마모면의 양상과 pin의 마모율과 좋은 대응을 하고 있다. 반면 이 속도에서 (a) HRC62보다 마모율이 적었던 (b) HRC54의 경우는 (a) HRC62보다 다소 큰 요철들이 관찰되나 이들은 초기마모 과정에서 생성된 것으로 생각되었다. 따라서 HRC54의 경우는 산화물이 생성되기 전 초기마모에서 마모가 발생하나 이후는 치밀한 산화물 층이 형성되어 오히려 더욱 마모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Fig. 6.Profile curves on worn surface of counter disc (0.3 m/s).
4. 결 론
Tempering 경도에 따른 미끄럼마모거동을 조사하기 위하여, quenching한 베어링강을 세 온도에서 tempering한 후 동일 재료, 동일 경도 간 미끄럼 마모시험하였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1. Tempering 경도에 따른 미끄럼마모 거동의 차이는 저속도 영역에서 나타난다. 2. 저속도영역에서 저경도인 HRC 54의 마모율은 고경도인 HRC 62의 마모율보다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은 부식되기 쉬운 troostite 조직이 산화마모를 촉진하기 때문으로 생각되었다. 3. 산화마모 시의 pin의 마모면 양상은 부위에 따라 상이하였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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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rl-Heinz Zum Gahr, Microstructure and wear of materials, pp378 Elsevier, New York, 1987.
- Hutchings, I. M., Tribology : Firction and wear of engineering materials, pp. 82. CRC press, Ann Arbor, 1992.
- William F. Smith and Javad Hashemi, "Foundations of Materials Science and Engineering," McGraw-Hill, 2005 (Trans : Ko, Jin Hyun et al., pp. 640, Scitech book Co. Korea, 2008)
- Lee, L. Y., "Analysis of sliding wear mode on annealed steel by X-ray diffraction technique," Wear, Vol. 256, pp. 657-663, 2004. https://doi.org/10.1016/S0043-1648(03)00512-X
- Japanese society for heat treatment, "Guide book for heat treatment," pp. 63, Taiga book co., Japan, Tokyo,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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