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HPAI를 예방하자 -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세계 발생 동향 분석

  • 최준구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조류질병과)
  • Published : 2012.10.01

Abstract

Keywords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인 HA (hemagglutinin) 및 NA(neuraminidase) 단백질의 혈청형에 따라 구분하고 있는데, 야생 오리류나 갈매기류, 도요류 등이 자연 숙주로 현재까지 HA 혈청형은 16가지, NA 혈청형은 9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최근에는 박쥐로부터 새로운 혈청형 (H17N10으로 분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분리 보고되기도 하였다.). 이들 야생조류에서 분리되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대부분 병원성이 낮은 바이러스로 감염이 일어나더라도 감염개체가 폐사되거나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H5 형이나 H7형의 저병원성 바이러스가 닭, 오리 등 가금류에서 순환 감염되면서 고병원성 바이러스로 변이되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 HPAI)가 발생된 것으로 분석된 사례가 있고, 또 현재 세계적으로 커다란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H5형 HPAI와 주로 아메리카 대륙을 중심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H7형 HPAI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절실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4번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였다. 4번 모두 H5N1형의 HPAI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 발생이었으며, 이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역학적 분석 결과 네 번 모두 철새의 이동에 따른 바이러스 유입의 가능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2010/2011년 겨울철에 발생한 H5 N1 HPAI의 경우 앞서의 경우와는 다르게 생포된 야생철새(청둥오리)나 야생철새의 분변으로부터 바이러스가 분리되기도 하였고, 폐사된 채로 발견된 원앙, 가창오리 등 철새나 이를 먹이로 이용하는 수리부엉이 등의 맹금류에서도 바이러스가 분리되어 야생철새를 통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유입 및 가금에서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H5N1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상황

2003년 이래로 H5N1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의해 51개 국가에서 4억 마리 이상의 가금이 죽거나 살처분되었고, 추산 20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FAO 자료 인용). 여기에 더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사람이 감염되어 사망하는 사례도 1997년 이래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아직 까지 계절 인플루엔자와는 달리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염이 쉽지 않아 인체 대유행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지만, 치사율이 60%에 이르는 등 그 위험성은 다른 어떤 전염병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제기구들의 세계적인 H5N1형 HPAI 발생 상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1997년 홍콩에서 처음 발생 보고된 H5N1 HPAI는 2003년부터 한국을 포함하여 인접국가로까지 전파되었으며, 2005년 및 2006년도에는 유럽 및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 광범위하게 전파되어 발생 국가수에서 최고를 기록하였다. 이후 2008년도 중반까지 서서히 감소하다 이때를 기점으로 차츰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1).

<그림 1> 2003년부터 2012년까지의 H5N1 HPAI 발생상황 (FAO EMPRES-i, OIE WAHIS)

세계 동물보건기구(OIE)에 보고된 H5N1 HPAI 발생 국가를 확인해 보면 2012년도의 발생 국가수는 12개국(방글라데시, 부탄, 캄보디아, 중국, 대만, 홍콩, 인도, 이란, 이스라엘, 미얀마, 네팔, 베트남)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넓은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그림 2).

<그림 2>  최근 (2012년 1월~2012년 7월) H5N1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국가별 발생상황(FAO EMPRES-i, OIE WAHIS)

이들 국가 중 방글라데시, 중국, 이집트, 인도네시아 및 베트남 등의 국가의 경우 가금에서 H5N1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상재화 (endemic)된 상태로, 이들 몇몇 국가에서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를 예방하기 위하여 백신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문제는 백신 사용으로 질병 검출이 가려질 수 있다는 점인데, 백신을 접종하게 되면 질병 증상 발현을 경감시키고, 감염된 개체로부터의 바이러스 배출량을 줄일 수는 있으나, 감염 자체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로 인한 2차, 3차의 질병 전파가 가능하다.

따라서 백신 접종 이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감염개체 혹은 감염군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방역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이들 국가에서는 가금 사육 환경이 소규모 개방형의 경우가 많아 야생조류와의 접촉이 빈번할 것으로 생각되며, 불완전한 백신 면역 및 낮은 질병 방역/위생 수준 등으로 인한 바이러스 전파, 변이 등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재 아시아 유럽 및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H5N1형 HPAI 바이러스는 1996년 중국 광동성의 사육 거위로부터 분리된 바이러스를 그 기원으로 하고 있는데, 이로부터 시작된 H5N1 HPAI는 이후 홍콩 및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발생하며 진화를 거듭하여 여러 유전형의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전파되어 발생하고 있다(그림 3).

우리나라에서 2008년 및 2010/2011년도 발생했던 바이러스의 유전형(clade)은 2.3.2.1 바이러스로 중국, 몽골, 러시아, 베트남 등지에서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그룹에 속하는 바이러스였으며, 지금도 2.3.2.1 유전형의 바이러스는 중국 및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그림 3).

<그림 3> 2011-2012년 3월까지 가금 및 야생조류 유행 H5N1 HPAI 바이러스의 유전형별 분포도 (FAO 자료 인용)

H7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동향

H5형 HPAI 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H7형 HPAI도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가금에서 순환 감염 되면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변이를 일으켜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5년간 가금에서 저병원성 H7형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국가를 살펴보면 중국 (H7N3, 2011), 덴마크(H7N1, 2008, 2010), 독일(H7N3, 2008; H7N7, 2009, 2011), 이탈리아(H7N3, 2008), 일본(H7N6, 2009), 네덜란드(H7N7, 2011; H7N1, 2011), 남아프리카공화국(H7N1, 2009, 2012), 스페인(H7N7, 2009), 영국(H7N7, 2008), 미국(H7N3, 2008, 2011; H7N9, 2009), 등으로 상당히 많은 국가에서 발생하였다.

또한 아메리카 대륙의 국가들에서 지난 10년간 주요 H7N3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국가를 살펴보면 칠레(2002년), 콜럼비아 (2004년), 캐나다(2004년, 2007년) 등지에서 수차례 발생이 있었으며(그림 4), 철새 유래 저 병원성의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유사한 특징을 보이는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발생한 고병원성 H7 조류인플루엔자로 확인되고 있다.

<그림 4> 2002 년부터 2012년까지 아메리카 대륙의 가금 및 야생조류에서의 H7N3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상황 (FAO 자료 인용)

최근 파키스탄의 경우에도 H7N3형의 저병원성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예로 저병원성 바이러스라고 하더라도 안심할 상황은 아닌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가금이나 야생조류로부터 H7형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 분리된 적은 아직까지는 없다.

하지만 예찰 과정에서 저병원성 H7형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오리농장에서 확인된 예가 여러 번 있었는데, H7N2(2009년), H7N6 (2010년) 그리고 H7N7형(2010년 및 25011년) 등 다양한 NA형을 갖는 바이러스가 분리되고 있어 H7형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세계적으로도 최근(2012년 6월 최초 보고) 멕시코의 서부 할리스코주에서 H7N3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여 8월 현재 공식 발생 40건에 490만 마리의 가금이 살처분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위험 지역 내 긴급 백신 접종을 실시(2012년 6월 26일부터)하여 8월 중순까지 4천만 마리분의 백신이 66개 가금 농장에 적용되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 현재 세계적인 H5N1 HPAI 발생은 2005/2006년도의 폭발적인 발생 양상은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이제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계절의 시작점인 데다 중국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와 인접한 많은 국가에서 다양한 유전형의 바이러스에 의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더구나 철새의 이동시기와 맞물려 우리나라로 바이러스가 유입될 위험성은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H7형 HPAI 발생도 지리적으로 거리가 있는 아메리카 대륙을 중심으로 주로 발생하고 있는 양상으로 우리나라가 당장 위험스런 상황에 빠지게 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으나, 주변 인접 국가들에서의 발생상황과 맞물려 이동하는 철새의 존재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로 충분할 것이다.

농장 단위의 철저한 차단방역과 가금 및 철새를 대상으로 한 조류인플루엔자 예찰, 신속한 질병 발생 신고를 통한 초동방역체계 가동 등 철저한 대비로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