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현대의 지식 기반 사회로 접어들면서 일어난 지식 폭발은 교육 현장에 지식의 전달보다는 학생 스스로 지식을 구성하고 생성하는 능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1 즉, 개념 전달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탐구를 통해 지식을 생성하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탐구를 과학교육 개혁의 핵심 내용으로 강조해 오고 있으며,2,3 이는 세계적인 과학교육의 방향이기도 하다. 탐구는 과학자들이 자연 세계를 연구하고 이해하는 중요한 연구 방법이자, 학교 교육을 통해 과학을 가르치는 주요 학습방법으로,3 과학의 본성2이나 문제 해결 및 의사소통 능력4과 같은 자질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몇 년간의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탐구학습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7차 교육과정에서는 탐구 방법의 습득과 활용을 과학과의 목표로 명시함으로써 탐구 중심 교육을 지향하였으나,5 탐구의 중요성은 지적하면서도 학생들의 탐구능력 신장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6,7 교과서에도 다양한 탐구 활동이 제시되었지만, 학생들이 문제인식단계에서 가설 설정, 탐구 설계 및 수행, 결과 해석 및 결론 도출 등 종합적으로 탐구하는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7 결국 교과서에 제시된 단순한 과학 실험8은 ‘요리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2007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에서는 국민공통교육과정에 해당되는 3학년부터 10학년까지 매 학년별로 최소한 6차시의 탐구를 수행하는 ‘자유 탐구’를 신설하였다.9
자유 탐구에 대한 강조는 과학을 보다 과학답게, 과학자들이 일선에서 수행하는 참(authentic) 탐구를 지도해야한다는 주장에 근거한다.10 자유 탐구는 탐구 활동 중에서도 고차원의 활동에 해당하는 것으로,11 2007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창의적 문제 해결력’ 향상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12 이런 의미에서 2010년부터 연차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자유 탐구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과학교육계에서도 최근 자유 탐구와 관련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연구들은 주로 초등학생13-15 및 예비 및 현직 초등 교사1,10,16를 대상으로 한 자유 탐구의 수행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17 지금까지 진행된 중등 수준의 연구들은 중학생의 탐구 보고서의 제목에 나타난 변인의 유형을 분석하거나,18 탐구 보고서에 제시된 결론19이나 과학 방법의 특징,20 그리고 자유 탐구가 탐구 능력의 향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17 등 아직까지 많지 않은 실정이다.
2012년부터는 중고등학교 모든 학년에서 자유 탐구를 실행하게 된다. 새 교육과정에서 시도하는 자유 탐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자유 탐구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과 문제점을 분석하여 보다 효과적이고 구체적인 자유 탐구 지도 방법에 대한 지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선행 연구에서도 유사한 접근이 있었지만, 탐구보고서에 제시된 일부분에 대해 집중함으로써18-21 학생들이 실제 탐구 과정에서 겪는 경험에 대한 포괄적이고 정확한 이해를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중학생들이 탐구 문제 설정에서부터 보고서 작성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한 뒤 제출한 결과 보고서의 다양한 측면을 분석하였다. 보고서 내용 중에서도 특히 과학적 탐구의 출발점이 되는 탐구 문제,22 탐구를 하고 있으면서도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탐구 변인,18 그리고 탐구의 핵심이 되는 과학적 가설23을 중심으로 포괄적인 분석을 시도하였다. 또한 자유 탐구 수행과 관련하여 주제 선정과정에서 활용한 자료의 출처와 가설의 정의, 그리고 탐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단계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도 조사하였다.
연구 방법 및 절차
연구 대상
본 연구는 대구광역시 소재의 중학교 2학년 5개 학급 2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연구 대상 학생들은 자유탐구의 경험이 없거나 초등학교에서 1회 정도 실시한 학생이 일부 있을 뿐이었다. 학생들은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개인적으로 원하는 주제를 선택하여 자유 탐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서의 형태로 제출하도록 하였다. 총 215명의 학생 중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인터넷의 자료를 그대로 복사한 경우 등을 제외하여 총 165명(남 59명, 여 106명)의 보고서를 최종적으로 분석하였다.
연구 절차
이 연구는 현장에서 2007개정 교육과정에 의한 자유 탐구가 본격 시행되기 전인 2009년 여름방학 전후에 실시되었다. 방학 전, 2차시 동안 탐구의 의미와 수행 과정에 대해 전반적으로 안내하고, 도서관에서 탐구 주제를 탐색하도록 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하여 적합성 여부를 지도 교사와 상담하였다. 학생들은 다양한 영역에 대하여 탐구 주제를 검토하였으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탐구 주제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방학을 맞이하였다. 실제 탐구는 방학 중에 개인별로 실시되었는데, 주제 선정부터 재료준비와 실험 및 보고서 작성까지 학생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였다.
결과보고서에는 주제, 가설, 실험 설계, 실험 수행, 결과 정리, 결론 도출 및 느낀 점, 부록을 포함하도록 하였다. 학생들의 이해를 위하여 기존 탐구 보고서의 주제 예시를 안내지를 통하여 제공하였다. 탐구 방법은 특별히 제한하지 않고 주제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자신이 탐구를 수행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보고서에 포함시키도록 하였다. 또한 탐구 과정에서 책을 참고한 경우 해당 도서의 서지사항을 부록에 기록하고 중요 부분을 복사하여 보고서에 첨부하도록 하였으며, 가급적 책에 있는 정보를 활용하도록 권고하였다.
개학 후 학생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수합하였고, 수업시간을 이용하여 자유 탐구 수행에 관한 학생들의 인식을 조사하는 설문을 실시하였다. 설문지는 주제 선정 방법, 탐구 수행시 가장 어려운 단계, 자신이 생각하는 가설의 정의에 대하여 객관식 및 주관식 문항으로 조사하였다. 이후 학생들이 제출한 자유 탐구 보고서의 탐구 주제, 탐구 가설, 탐구 변인 그리고 설문 내용을 분석하였다.
분석 방법
탐구 주제의 영역별 분포를 알아보기 위하여 결과보고서의 ‘주제’란에 기록된 내용을 분석하였다. 보고서의 주제 영역을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생활의 5개로 구분하였다. 주제 분류시 탐구 문제와 관련된 핵심 개념이나 이론이 과학의 네 영역 중 어디에 속하는지를 먼저 판단하였고, 관련 개념이 복합적이거나 생활 상식에 가까운 것, 그리고 과학 이외의 주제들은 생활로 분류하였다.
가설은 크게 예상으로서의 가설과 임시적 원인 설명으로서의 가설로 분류될 수 있다. 예상이란 앞으로 관찰될 것으로 기대되는 현상이고, 임시적 원인 설명이란 지금 보이는 현상을 보이지 않는 임시적인 원인으로 설명하는 것이다.24 또한, 박종원25은 예측 가설이 되려면 아직 그 현상에 관한 일반법칙이 주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예측에 필요한 법칙을 제안하고 그로부터 어떤 현상을 예측해야 하며, 설명 가설이 되려면 어떤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를 인과적으로 설명하는 임시적인 해를 제안해야 한다고 정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학생들의 가설을 예측 가설과 설명 가설로 분류하였고, 분석요소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보고서에 기재된 ‘가설’이라는 항목에 해당하는 내용만을 분석하였다. 즉 가설의 내용이 실험 결과에 대한 예상을 하고 있는 경우에는 예측가설로,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어떤 현상에 대해 그 원인을 설명하는 경우에는 설명 가설로 분류하였다. 또한 타당한 근거의 제시 여부는 가설의 수용 여부에 중요한 요소이므로,26 각 가설에 과학적인 근거를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도 분석하였다. 이유를 제시했더라도 비과학적인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제시한 경우에는 가설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분류하였다.
가설의 정의에 대한 견해는 설문지에 학생들이 기술한 내용에 따라 ‘예측’, ‘가상’, ‘주관’ 등으로 구분하였다. 추측이나 예상, 예측 등의 단어를 사용하여 실험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것을 강조한 경우에는 ‘예측’으로, 가정, 가짜 등의 단어를 사용하여 진짜가 아닌 틀릴 가능성이 있는 어떤 것이라는 의미를 강조한 경우에는 ‘가상’으로 분류하였다. 마지막으로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학생 자신의 임의적인 생각을 강조한 경우에는 ‘주관’으로 분류하였다. 여러 의미를 중복하여 포함하고 있는 경우에는 더 강조된 부분으로 분류하였다.
학생들의 탐구 보고서에 나타난 독립 변인과 종속 변인의 유형을 분석하였다. 변인의 유형은 선행 연구18의 기준을 참고하여 범주형 변인, 연속형 변인, 불확실 변인으로 분류하였다. 변인이 연속성을 띠지 않고 종류나 항목의 형태로 되었거나 비교에 의해 순서를 정한 것은 범주형변인으로, 수치의 형태로 연속성을 띠는 경우는 연속형변인으로 분류하였다. 보고서의 내용상 변인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경우에는 불확실 변인으로 분류하였다. 선행 연구18에서는 탐구 제목만으로 분석하였으나, 보다 정확한 분석을 위하여 우선 보고서의 항목 중 탐구 주제와 탐구 가설에 제시된 문장으로부터 변인을 유형별로 분류한 뒤, 실험 설계에 나타난 변인의 유형과 비교 분석하였다.
이상의 모든 분석에는 연구자의 주관에 의한 편향된 분석을 막기 위하여 보고서 일부를 분석자 2인이 개별 분석한 뒤 비교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분석자간 일치도가 90% 이상이 된 이후에 분석자 1인이 전체 보고서를 분석하였다.
연구의 제한점
교육과정에서는 정규 수업 시간 중 소집단 단위로 자유탐구를 운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은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자유 탐구가 시행된 이후에 수행되어 최근에 발표된 한 연구15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초등학생들에게 방학 기간 중 개별적으로 탐구를 수행하도록 한 바 있다. 자유 탐구가 교과서에 도입되기 전에 실시된 본 연구 역시 여름 방학 기간 동안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탐구를 수행한 상황에서 탐구 보고서가 작성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를 정규 수업시간에 협동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으로 일반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연구 결과 및 논의
탐구 주제의 영역별 분석
탐구 주제의 영역별 분포와 주제 예시를 Table 1에 제시하였다. 탐구 주제를 영역별로 분석한 결과 빈도수가 화학, 생물, 생활, 물리, 지구과학의 순으로 나타났다. 165명의 학생 중 화학 영역의 주제를 선택한 학생들이 62명(37.5%)으로 가장 많았고, 생물과 생활 영역이 각각 40명(24.2%), 37명(22.4%)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물리와 지구과학을 선택한 학생들은 비교적 적은 편이었는데 특히 지구과학은 6명(3.7%)으로 소수의 학생들만 이 영역의 주제를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물리와 지구과학 영역15이나 생물 영역21에 대한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결과와는 달리, 중학생들의 관심 영역이 초등학생들의 관심 영역과는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Table 1.Content area of open-inquiry reports
Table 2.Sources of inquiry ideas
학생들이 탐구 주제를 선정할 때 참고했던 자료의 출처에 대해 설문지로 조사한 결과(Table 2), 스스로 생각했다는 학생이 전체의 46.7%로 가장 많았다. 이러한 결과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15와도 일치하는 것으로, 학생들은 자신의 과학적 지식이나 일상 생활에서의 경험에 기초하여 탐구 주제를 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에서 생활 영역의 주제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던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 다음으로는 책을 아이디어의 출처로 응답한 학생이 21.2%였고, 인터넷과 다른 사람의 도움이 각각 9.1%를 차지하였다. 기타 출처로는 TV나 교사가 준 안내장을 참고했다는 응답이 포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초등학생21이나 중학생19은 탐구를 수행할 때 다른 매체들에 비해 인터넷을 더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책을 아이디어의 출처로 선택한 학생이 인터넷을 선택한 학생보다 많았는데, 이는 탐구수행 전 주제 선정을 돕기 위해 도서관에서 1차시 수업을 진행한 것과 가능하면 책을 참고하도록 권고한 것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상의 정보는 접근하기에는 용이하지만, 자료의 질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교사들도 의문을 가지고 있다.27 따라서 학생들이 탐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정보들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정보들을 공급해 주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설의 종류 분석
전체 165개 보고서 중 가설 항목이 기재된 보고서는 130개(78.8%), 기재되지 않은 보고서가 35개(21.2%)였다. 이 중 가설 항목을 포함하는 130개의 보고서를 분석하여 기록된 가설의 종류를 설명 가설과 예측 가설로 구분하고, 과학적 근거의 포함 여부를 확인하였다(Table 3).
Table 3.Numbers of hypotheses including evidence and no evidence by the types of hypothesis
학생들이 보고서에 기재한 130개의 가설을 분석한 결과 설명 가설(16개, 12.3%) 보다는 예측 가설(114개, 87.7%)이 훨씬 많았다. 각 가설에 과학적인 근거를 포함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분석한 결과, 과학적인 근거를 가설 안에 포함한 것이 45개(34.6%),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것이 85개(65.4%)로 과학적 근거가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이는 학생들이 가설을 진술할 때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경향성은 설명 가설보다 예측 가설의 경우에 더욱 분명하였다. 설명 가설의 경우 과학적 근거를 포함한 경우(7.7%)가 포함하지 않은 경우(4.6%)보다 다소 많았던 것과 달리, 예측 가설의 경우에는 과학적 근거를 포함하지 않은 경우(60.8%)가 포함한 경우(26.9%)보다 훨씬 많았다. 즉, 학생들은 가설을 설정할 때 과학적인 근거 없이 단순히 실험 결과를 주관적으로 ‘예상’하거나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학생들이 과학적 가설의 조건으로 과학적 근거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예측 가설과 예상, 설명 가설과 과학적 설명의 차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28
학생들이 가설의 정의에 대해 서술한 내용을 크게 ‘예측’, ‘가상’, ‘주관’으로 분류한 결과(Table 4), 학생들은 주로 가설을 ‘아직 알지 못하는 어떤 현상에 대해 예측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59.4%). 또한 가설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잠정성’을 강조한 학생들도 적지 않았고(18.2%), 과학적 근거보다는 자신의 주관에 근거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일부 제시되었다(9.7%). ‘일반 법칙에 근거한 예측 혹은 임시적인 원인을 이용한 설명’24이라는 가설의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탐구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써의 가설의 의미는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미를 포함한 답변은 거의 없었다. 이러한 결과를 볼 때, 과학적 가설에 대한 학생들의 정확한 이해가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즉 가설이 과학적으로 타당한 개념이나 이론으로부터 도출되어야 한다는 점을 알지 못하거나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한편, 예측이라는 가설의 한 기능에 대해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Table 4.Students’ thoughts about hypothesis
자유 탐구 보고서의 변인 유형 분석
자유 탐구 보고서에 나타난 독립 변인과 종속 변인의 유형을 탐구 주제와 탐구 가설, 그리고 실험 설계 측면에서 분석하였다(Table 5). 전체적으로는 탐구 주제와 탐구 가설 단계에서는 변인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독립 변인의 경우, 탐구 주제와 가설에서는 범주형 변인이 절반이 넘지 않았는데(탐구 주제: 41.8%; 탐구 가설: 45.4%) 실험 설계에서는 70.0%로 비중이 높아졌고, 불확실 변인은 각각 47.9%(탐구 주제)와 38.5%(탐구 가설)에서 18.5%로 낮아졌다. 종속 변인의 경우에는 탐구 주제와 탐구 가설에서 범주형(탐구 주제: 14.5%; 탐구 가설: 16.2%)보다는 연속형(탐구 주제: 30.3%; 탐구 가설: 33.1%)이 많았는데, 실험 설계 단계로 가면서 범주형이 46.9%로 높아졌다. 즉, 독립 변인과 종속 변인 모두 실험 설계 과정에서 범주형 변인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불확실 유형은 탐구 주제와 탐구 가설에서 55.2%와 50.8%였던 것이 실험 설계로 가면서 23.8%로 낮아졌다. 이러한 결과는 학생들이 탐구 주제를 기술하고 가설을 제시할 때에는 변인에 대해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측정 가능한 형태로 변인을 설정해야 하는 실험 설계 단계에 이르러서야 구체적으로 변인에 대해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영재학생들이 탐구 보고서를 작성해 가는 과정에서 글쓰기의 초점에 따라 임시적 설명에 대한 언급 여부가 달라졌던 결과를 고려해 볼 때,29 보고서 작성시 초점을 어디에 두었느냐에 따라 보고서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Table 5.Numbers of categorical, continuous, and ambiguous variables according to inquiry steps
탐구 수행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자유 탐구를 수행하는 과정 중 가장 어려웠던 단계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설문지를 통해 조사한 결과를 Table 6에 제시하였다. 가장 빈도가 높았던 응답은 ‘주제 정하기’로 전체 165명 중 80명(48.5%)의 학생이 선택하였다. 다음으로는 ‘실험 수행’을 고른 학생이 35명으로 21.2%에 해당하였다. ‘실험결과 및 결론’을 선택한 학생은 22명(13.3%)이었고, 실험 설계는 9명(5.5%)이었다. ‘가설 설정’이 어렵다고 응답한 학생은 5명(3%)으로 가장 적었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교과서나 교사에 의해 제시된 주제를 따라 실험을 진행한 것과 달리, 자유 탐구에서는 학생 스스로 주제를 정해야 한다. 이때 개별적으로 탐구를 수행해 본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다른 단계에 비하여 ‘주제 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주제 정하기는 초등 예비교사1도 어렵다고 느낀 부분으로, 학생들에게 성공적인 탐구 수행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주제 정하기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인 안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특히 탐구해야 할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가설 설정과 이에 기반한 엄격한 실험 설계의 필요를 느끼지 못할 수 있으므로, 더욱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 또한, 실험을 직접 수행하고, 결과를 정리하는 과정 역시 학생들에게는 쉽지 않은 부분으로, 주제 선정 이후에 교사의 계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부분임을 알 수 있다. 한편, 보고서에 제시된 탐구 가설에 과학적 근거를 포함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던 것과 달리, 가설 설정 단계가 어렵다고 응답한 학생은 매우 적었다. 이처럼 많은 학생들이 과학적 가설을 정확하게 진술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설 진술이 어렵다고 생각한 학생이 적었던 결과는 과학적 가설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가 완전하지 못함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Table 6.Students’ perception of the most difficult step in inquiry
결론 및 제언
본 연구에서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작성한 자유 탐구 보고서의 특징을 분석하고, 탐구 수행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조사하였다.
학생들이 작성한 보고서는 실제로 실험을 실시하기가 어려운 지구과학 영역보다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화학, 생물 및 생활 영역에 관한 것들이 많았다. 각 보고서에 제시된 탐구 가설을 분석한 결과, 가설이 없는 경우가 21.2%로 적지 않았고, 가설이 제시된 경우에는 대부분 설명 가설보다는 예측 가설에 해당하였다. 제시된 가설 중 과학적 근거를 포함하는 경우는 전체의 34.6%로, 자신의 탐구 내용에 대한 예측 혹은 설명의 근거를 포함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결과는 과학적 가설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간접적으로 나타내주는 것으로, 일반 법칙에 근거한 예측 혹은 임시적인 원인을 이용한 설명으로서의 가설24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보고서에 제시된 가설이 대부분 예측 가설에 해당했던 점, 그리고 가설의 정의에 대한 학생들의 응답 역시 예측에 대한 것이 많았던 결과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경험하는 탐구 상황이 주로 과학 시간에 학습한 이론의 적용에 제한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 자유 탐구를 직접 실시할 때에는 탐구 수행에 앞서 가설의 정확한 의미와 가설 설정 방법에 대한 지도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각 보고서에 제시된 독립 변인과 종속 변인의 유형을 탐구 주제, 탐구 가설, 실험 설계 측면에서 분석한 결과, 탐구 주제나 탐구 가설에서는 변인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실제 실험 설계에서는 변인이 불확실한 경우가 줄어들었고, 범주형 변인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결과로부터 탐구 초기에는 학생들의 변인에 대한 인식이 모호하다가 실험 설계 단계에서 비로소 명확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주로 사고 과정에 해당하는 초기 단계와 달리 실제 실험을 설계할 때는 실험 장비상의 제약으로 범주형 변인이 많아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탐구 가설의 설정에 따라 실험 설계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독립 변인 및 종속 변인을 실제로 측정 가능한 형태의 변인으로 탐구 문제 및 가설 설정의 단계부터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강조할 필요가 있다.
자유 탐구를 수행하는 과정 중 실험 설계나 결과 정리 및 결론 도출에 대해 많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표현했지만,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했던 단계는 주제 정하기였다. 주제 설정은 초등 예비교사들에게도 가장 도전적이었던 것으로,1 성공적인 자유 탐구 수행을 위해서는 주제 정하기 단계에서 학생들에게 세심한 안내가 요구된다. 특히 계획 단계에서 정한 탐구 주제가 실행 단계로 가면서 실험 불가능 등을 이유로 주제가 변경되는 경우도 있으므로,15 가설 진술 및 변인 설정까지 고려하여 탐구 문제를 진술하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생들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보고서에 포함되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29 탐구적 과학 글쓰기(science writing heuristic)30와 같은 구조적인 글쓰기 방법을 통해 탐구 변인과 가설이 적절하게 표현되도록 지도하는 접근도 필요하다.
중학생들이 개별적으로 탐구를 수행하여 작성한 보고서를 분석한 본 연구의 결과, 학생들의 과학적 탐구 방법이나 탐구 기능에 대한 이해가 완전하지 못함을 알 수 있었다. 탐구 문제나 가설을 진술하는 탐구 초반부에 탐구 변인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지 못하였고, 과학적 가설의 의미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과학적 가설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교사들에게도 어려운 과제임을 고려할 때,28 단순히 자유 탐구를 교과 과정에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학생들에게 참 탐구의 경험을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정규 수업 시간에 자유 탐구를 지도하는 방안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함께 과학적 탐구 방법 및 기능에 대한 학생과 교사의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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