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질병가이드 - 최근 질병 발생동향 분석(1)

  • Published : 2011.04.01

Abstract

Keywords

어릴 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주위에 천연두(pox virus)를 앓고 그 결과로 얼굴에 반흔이 있었던 사람들을 간혹 볼 수 있었다. 국내 백신의 기원을 말하다 보면 빠짐없이 지석영 선생님의 '종두법' 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천연두 백신은 국내 백신개발의 원조였으며, 백신접종의 성공적인 효과를 설명하기 위한 좋은 사례로 남았다. 천연두를 근절하기 위해 국가는 천연두백신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하게 한 결과 우리나라는 천연두 근절국(비발생국)이 될 수 있었다.

양계산업 측면에서 ND를 예를 들어 질병 근절을 위한 노력을 살펴보면 ND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수년간 지속되어 왔고, 농가에서도 ND의 피해를 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백신을 접종해왔다. ND와 같은 특정 질병에 대한 관심의 증가는 지속적인 백신의 결정, 차단방역에 대한 관심 향상, 질병관리 및 사양관리의 기법 향상 등을 가져올 수 있으며 그 결과로 질병 발생양상은 바뀌어 갈 수 있다.

양계질병의 발생동향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질병발생동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기후, 병원체의 병원성과 변이, 타 질병과의 병발(동시발병 혹은 연속발병), 정부의 백신정책 및 농가의 백신접종, 백신 접종의 효과와 범위 등 매우 다양하다.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필자가 지난 14년간 양계질병 전문수의사로 활동하는 동안 매년 변화되는 질병의 상황과 형태들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이 많다. 특히 지난 몇 년간의 질병 발생동향으로 볼 때 그 변화의 정세가 전보다 더욱 급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번쯤은 변화되는 질병발생 동향을 짚어볼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이라는 말처럼 지난 시간들 속에서 변해왔고 또 지금도 변화되고 있는 질병발생 동향을 짚어봄으로써 앞으로의 양계질병 발생 동향에 대해 조심스럽게 전망해보고 또 그에 대한 대책을 조금이나마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본고에서는 그간의 경험과 계군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발생동향에 변화가 있었던 양계질병을 위주로 질병발생동향들을 질병별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질병발생 동향에 대한 분석은 순전히 양계전문수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의 경험과 모니터링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다소 분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전제로 본 연재를 시작하도록 한다.

1. ND(Newcastle Disease ; 뉴캣슬병)

지난 10여 년간 양계산업에 가장 큰 피해를 입혔던 대표적인 질병이 바로 ND이다. 그러나 최근 2년간의 ND 발생은 그 전에 비해서 상당히 감소했다. 사실 전국적으로 ND의 피해가 폭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그리 오랜 기간은 아니었다. <도표1>은 2000년도부터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ND 발생상황을 모식한 표이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ND의 발생은 주로 환절기와 동절기에 집중되어 있다.

<도표1> 년도별 ND 발생상황 모식표

이것은 기후조건으로 인한 열악한 계사 환경과 바이러스의 생존기간, 차단방역의 어려움으로 인한 결과이다. 또한 겨울이 매우 따뜻했던 2008년을 기점으로 2009년 이후로는 ND의 발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ND의 발생이 줄어든 것은 어떤 한 가지의 요인이 아닌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여러 각도에서 그 요인들을 분석해 보기로 한다.

1) ND 발생에 영향을 미친 요인 분석

(1) ND 발생에 영향을 미친 요인 분석

'96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이 확인된 LPAI는 90년대 말부터 발생이 증가하다가 백신 접종시작 이듬해인 2008년부터 그 발생률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LPAI와 ND 특성상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 시기(기후 조건)가 비슷하기 때문에 LPAI의 발생 감소는 결과적으로 ND 발생이 줄어드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병원체는 다르지만, 임상증상, 발생시기, 피해정도 등에서 많은 공통점을 가진 두 질병은 임상증상이나 부검소견이 현저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고, 산란율이 떨어지거나 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도 농가에서는 두 질병을 정확히 감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질병이었던 상황이었다.

이렇게 같은 시기에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은 한 가지 질병의 발생이 감소하면 다른 질병의 발생 상황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백신접종에 의한 LPAI의 발생감소는 ND의 발생이 감소하는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2) 최근3~4년간의 겨울 날씨

바이러스 질병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 중 기후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여러 차례 ND 백신을 접종해도 유난히 환절기 나 동절기가 되면 그 발생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ND 바이러스의 유행하는 시기이고 또 추운 기후 조건에서 조성된 열악한 계사환경 때문이기도 하다.

겨울이 춥고 길수록 유행성 바이러스 질병의 발생률은 높아진다. 2007년까지 만해도 ND는 좀처럼 누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것이 유난히 따뜻했던 2008년 겨울을 분기점으로 그 발생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모니터링 결과들을 분석해보면 실제로 ND의 피해는 2008년 겨울철에 감소하기 시작했다. 물론 LPAI 백신접종에 의한 LPAI의 감소가 ND 발생감소의 한 요인이었다고 보지만, 여기에다 2008년 겨울까지 따뜻하다 보니 같은 시점에 ND 발생이 감소하는 호조건이 성립된 것이다. 앞에 설명된 바와 같이 기후조건은 호흡기 질병발생 정도를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그 영향의 정도가 매우 크다.

2009년과 2010년의 겨울이 매우 추워서 다시 ND의 발생이 늘어나지 않을까 염려되었지만 다른 해보다 훨씬 기온이 높았던 2008년도 겨울을 기점으로 국내의 유행성 ND 바이러스가 상당히 줄어들어서 다행히 현재까지 ND 발생이 늘어나고 있지는 않는 상황이다.

(3) ND 백신의접종증가

지속적인 정부의 ND 근절정책의 추진으로 농가들이 ND 백신을 꾸준히 접종하고 또 2007년도부터는 LPAI 사독백신이 접종되면서 농가들이 LPAI와 ND가 혼합된 복합백신을 주로 선택 하면서 ND 백신 접종 횟수가 증가하게 되었다. 육계에서는 단기사육에 따른 모체이행항체와의 상관관계상 백신효과를 일관성 있게 분석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종계의 경우 LPAI와 ND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면서, 후대병아리의 모체이행항체가 비교적 높게 형성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 부분이 인정된다.

산란중인 종계 및 산란계에서는 ND가 발생하면 주로 젊은 계군의 피해가 심했는데 ND의 접종횟수가 늘어나면서 이 시기의 ND 피해가 줄어들고, 그 결과로 유행성 ND 바이러스도 더불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산란계에서는 ND의 피해가 속출하는 과정에서도 ND의 추가접종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농가들의 피해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었다.

지금까지 ND의 최근 발생동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국내에서 ND가 전혀 발생하지 않고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이 ND Free 지역으로 선포되어 ND 청정국의 지위를 확보하게 되고, 그 결과 닭에 대한 ND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하루속히 오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ND의 발생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해서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양계농가들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계군에 대한 ND 백신을 실시하고, 양계질병 전문가들은 작금의 ND 발생상황을 더욱 더 예의주시하여, 국내 양계산업에서의 ND 발생의 진정한 근절을 위해 노력하다보면 머지않아 농가들이 ND의 피해를 걱정하지 않고 양계를 할 수 있는 좋은 날이 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