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배합사료내 항생제무첨가와 양계산업 - 배합사료내 항생제 무첨가에 따른 변화 및 대응방안 - 항생제 규제 이후 양계산업 변화

  • Published : 2011.06.01

Abstract

Keywords

1. 서론

1940년대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의 항생제(CTC, OTC 등)의 제조 부산물을 닭에게 급여했을 때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여러 항생제가 성장촉진을 목적으로 사료에 첨가되어 왔다. 이런 성장촉진용 항생제를 AGP(Antibiotics/Antimicrobial Growth Promoter)라고 부르기도 한다. 항생제가 어떤 작용을 통해서 가축의 성장을 촉진시키는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하지만 유해 미생물의 성장억제, 미생물의 단백질 및 아미노산 이용 방지를 통해 사료내 단백질 이용성 증진, 장벽을 얇게 하여 영양소의 흡수를 원활하게 하는 등의 기전을 통해서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항생제의 성장촉진 효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항생제의 노출로 인해 항생제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른바 항생제 내성균의 등장이나 현존하는 거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는 슈퍼박테리아의 출현, 축산물 내의 항생제 잔류 문제 등이 불거지기 시작하자 사료 내 성장촉진용 항생제의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유럽의 경우 몇몇 나라들은 이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하여 이미 1980~1990년대에 성장 촉진용 항생제를 금지하였고, 2006년에는 유럽연합(EU) 전체 가입국의 사료 내 항생제 첨가를 금지하였다.

우리나라도 이런 세계적인 추세와 안전한 먹을거리를 원하는 국민들의 요구에 맞추어 2005년부터 단계적으로 사료 내 항생제 사용을 규제해 왔으며, 오는 2011년 하반기부터는 사료 내 항생제 첨가가 전면 금지된다. 이로 인해 성장 촉진용 항생제의 금지 이후에 발생할지도 모를 생산성의 저하, 질병발생의 증가 등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무항생제축산품 인증을 위해 남들보다 앞서 무항생제 사육을 실시하고 있는 농가의 경우 이런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성장촉진, 질병예방 효과를 항생제에 기대고 있는 농가들의 경우 그 불안감은 매우 클 것이라 짐작된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보다 앞서 사료 내 항생제 첨가를 금지했던 유럽의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에게 발생할 수 있을 만한 문제점들을 미리 짚어 봄으로써 대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2. 유럽의 항생제 규제 이후의 변화

유럽연합 전체의 사료 내 항생제 규제는 2006년에 이루어 졌지만 대표적인 축산 선진국인 덴마크를 비롯한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들은 이보다 앞서 성장촉진용 항생제를 금지하였다(덴마크-1998년, 노르웨이-1995년, 스웨덴-1986년). 사료 내 항생제 첨가를 금지한 이후 이들 나라는 항생제 규제 이후의 변화들에 대해 계속해서 모니터링을 해왔고 우리가 참고할 수 있을 만한 많은 자료를 보고하였다. 유럽에서 이미 확인하여 보고된 여러 결과를 참고한다면 우리에게 일어날 일을 어느 정도 예측해 볼 수 있다.

1) 생산성 측면

사료 내에 첨가하는 항생제의 목적은 성장 촉진용이다. 따라서 사료에서 항생제가 빠진다면 생산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예상되는 문제로는 증체량 감소, 사료효율 감소, 폐사율 증가 등이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게 될 생산비의 증가 및 수익의 감소 때문에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사료 내 항생제 첨가가 금지된 이후에 생산성 저하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유럽의 사례를 통해서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래프 1, 2, 3>은 항생제 규제 이전인 1995년부터 1998년 항생제 규제 이후 2002년까지 덴마크 육계의 생산성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이 자료를 보면 덴마크의 경우 사료 내에서 항생제를 금지한 이후 단기적으로 증체율 감소, 폐사율 증가, 사료 요구율의 증가 등의 문제를 보였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경과될수록 생산성 측면에서 손실된 부분들은 사양관리 등을 통해서 만회되었고 결과적으로 단위 생산량과 폐사율은 사료 내 항생제 규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오히려 폐사율은 항생제 규제 이전보다 더 감소한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사료 요구율의 경우 1.74에서 1.78로 0.04(2.3%) 상승하였는데 이는 항생제를 첨가하지 않음으로써 절약할 수 있는 비용으로 상쇄할 수 있을 만큼 미미한 수준이었다.

<도표 1> 평방미터당 체중 변화(1995-2002)

<도표 2> 폐사율 변화(1995-2002)

<도표 3> 사료 요구율 변화(1995-2002)

덴마크의 사례를 볼 때 항생제 규제 이후에 나타날 생산성의 저하는 생각했던 것만큼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은 덴마크의 경우 생산성 저하를 예견하고 사양관리 수준부터 방역, 위생에 이르기까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관리의 수준을 최고로 끌어 올리는 노력을 했다는 사실이다. 덴마크와 같이 사양관리와 방역의 수준을 항생제 금지 이전보다 높이지 않는다면, 항생제 규제 이후에 발생하는 현상들이 덴마크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 질병 발생 측면

사료 내 항생제 규제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 중에서 질병 발생의 증가 문제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클 것이라 생각된다. 항생제의 성장 촉진 효과 이외에도 질병예방의 효과 또한 큰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 사료 내 항생제 첨가가 금지된 이후의 유럽에서 특정 질병의 발생이 증가하였다는 보고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클로스트리디움(Clostridium perfringens)에 의해 발생하는 괴사성 장염(Necrotic Enteritis: NE)이다. 괴사성 장염은 장내 클로스트리디움의 이상증식에 의해서 발생하는 소화기성 질병으로 사료 내 항생제의 존재로 인해 조절되던 것이 항생제를 금지하자 빠른 속도로 증가하게 된 것이다.

<그래프 4>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노르웨이에서 1995년 사료 내 항생제 첨가를 금지하자 육계에서 괴사성 장염의 발생 빈도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렇게 괴사성 장염의 문제가 커지자 노르웨이에서는 Narasin의 사료 내 첨가를 다시 허용함으로써 괴사성 장염의 발생을 줄일 수 있었다.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덴마크 등 유럽 전역에서 항생제 금지 이후 괴사성 장염의 발생이 늘어났다고 보고되고 있다. 괴사성 장염은 심하면 폐사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증체율 감소, 사료요구율 증가 등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쳐 경제적인 피해가 심해 전 세계적으로 연간 2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사료 내 항생제 금지 이후 괴사성 장염이 가장 크고 위협적인 질병으로 대두된 것이다.

<도표 4> 노르웨이의 괴사성 장염 발생 빈도 변화

유럽에서 발생한 현상을 참고해 보면 항생제의 첨가가 금지되는 이번 하반기 이후 괴사성 장염과 같은 질병의 발생이 급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실제로 국내에서 이미 무항생제 축산을 실시하고 있는 농가들에서 지속적으로 괴사성 장염에 의한 피해가 늘고 있어, 항생제 금지 이후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3. 국내 정책의 변화

하반기 성장 촉진용 항생제의 금지와 더불어 항생제 사용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회에서 약사법 및 수의사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약사법 개정안 제 85조 제 6항에 따르면, 동물용의약품 도매상은 △ 오남용으로 사람 및 동물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 수의사 또는 수산질병관리사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경우, △ 제형과 약리작용상 장애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수의사 또는 수산질병관리사의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약국개설자의 경우 이들 의약품에 대해 수의사 처방전 없이도 판매할 수 있지만, △ 주사용 항생물질 제제, △ 주사용 생물학적 제제는 반드시 수의사 처방전에 의해 판매하도록 했다. 약사가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수의사법 개정안에서는 약사법 개정안(제 85조 제 6항)에 따라 동물용 의약품을 투약할 필요가 있을 때 동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에게 처방전을 발급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고 처방전을 미발행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에 처해진다.

이 법안이 통과 되면 주사용 제제는 반드시 수의사의 처방 하에만 사용할 수 있으며 도매상에서는 상당수의 항생제를 수의사의 처방 하에 구매해야 한다. 즉 기존 농가에서 임의로 항생제를 구매하여 사용할 수 있던 것이 상당부분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항생제 오남용 방지의 측면에서 이 법안의 통과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지만 농가의 입장에서는 원하는 때에 항생제를 신속하게 사용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있을 것이다. 특히 사료 내 항생제 금지 이후 질병이 발생하는 등, 유럽의 사례를 생각한다면 불안감이 더욱 가중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항생제 없이 축산을 해야 하는 것이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자 요구라면 그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4. 결론

앞서 살펴본 유럽의 항생제 규제 이후의 현상을 우리도 같이 따라간다고 가정한다면, 약간의 생산성 저하와 특정 질병 발생의 증가는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또한 국내 여건의 변화로 인해 예전만큼 항생제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변화에 의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그에 맞는 대비책을 세울 때인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유럽의 선례가 있는 만큼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양관리의 질 향상, 사육환경의 개선, 철저한 방역이 바로 그것이다. 더불어 준비가 잘 되어 있었던 유럽조차 항생제 금지 이후 질병이 증가하는 경험을 했었던 만큼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더욱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경우 항생제를 대체 할 수 있는 물질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며 가축의 기본적인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항생제를 자유로이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에서 그 어느 때보다 면역력 강화가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항생제 금지 이후 생기는 문제들이 대부분 소화기와 관련된 부분들이었기 때문에, 장관면역을 강화하여 소화기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제시되어 적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사료의 영양적인 측면과 장관면역 강화 측면에서 여러 가지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로 영양적인 측면에서는 양질의 사료 원료 사용, 적절한 사료입자의 적용, 가공 처리를 통해서 장관의 발달을 촉진하고 사료의 소화율을 높여 영양소 이용률을 높이는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사료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장관의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장애를 예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장관면역 강화 측면에서 살펴보면, 우선 면역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료 내 곰팡이 독소를 제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곰팡이 독소는 소량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닭의 면역력이 급격하게 약화되기 때문이다.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과 더불어 장관의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여러 물질을 사료 내에 첨가함으로써 항생제를 대체하는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 이런 물질들로 장내 미생물균총을 개선할 수 있는 생균제, 식물소재 천연물, 유기산 등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면역력을 증가시켜주는 면역증강제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항생제 대체제로서의 질병방어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사료 내 항생제 첨가 금지 이후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사양관리, 방역, 환경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과 영양, 면역력 강화 등 내부적인 요인들이 적절하게 보완되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선행되지 않고 무방비 상태에서 항생제 금지라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면 유럽이 겪었던 것보다 더 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유럽보다 항생제 금지 이전 수준의 성적으로 회복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으며, 더 다양한 종류의 질병이 농장을 위협할 수도 있다. 앞으로 어떤 현상이 발생할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큰 혼란을 겪지 않으려면 다가올 변화에 막연한 불안만을 가지는 것 보다는 기본으로 돌아가 그것을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