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축산계열화 사업의 명암 그리고 경쟁력 - 사육/가공 통합.분리 누가 더 경쟁력 있을까?

  • Published : 2011.01.01

Abstract

Keywords

육계부분 자조금을 둘러싸고 대한양계협회와 한국계육협회의 공방이 뜨겁다.

계열화된 육계산업에서 자조금은 필요 없다는 계육협회와 자조금사업을 통해 육계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계육협회가 작정한 듯 육계부분 자조금사업을 없애겠다고 나섰다. 여기에 양계협회는 계육협회의 자조금주관단체 탈퇴를 요구로 맞서고 있다.

누가 축산업자인가?

문제는 산업이 계열화가 진행되고 자본이 축산업을 영위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축산업자의 정의가 모호해진데 있다.

축산업을 경영하는 사람을 축산업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실제 양축을 하는 사람이 축산업자인지 여기에 자본을 투여하고 있는 계열주체가 축산업자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것이다.

농가들의 문제 지적에도 불구하고 계열주체가 자신들이 축산업자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축산생산자단체를 조직하기에 이르렀고 자본에 예속되어 있는 실제 사육농가의 경우 축산업자의 지위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논리에 사육농가들은 지금까지 무력하게 자신들의 권리를 빼앗겨 왔다고 주장해 왔고 최근에서야 이들 사육농가들의 목소리에 정부와 정치권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가 축산업자인지에 대한 논란은 자조금과 관련해서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근 계육협회가 육계부분 생산자인 계열주체와 위탁사육농가 모두가 가입되어 있는 계육협회가 육계부분 유일 생산자단체라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고 자조금사업도 계육협회가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

이에 대해 기존 육계농가들의 모임인 대한양계협회가 강하게 반발하며 육계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 당연직인 계육협회장을 제명하기에 이르렀다.

사육/가공 분리 경쟁력 키웠다

한 치의 양보 없는 갈등을 타 축종으로 돌려보면 어느 정도 해결점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가장 유사한 산업체계를 가지고 있는 곳이 낙농유가공산업으로 낙농가들이 생산한 원유를 유가공업계가 전량 구입해 제품화해 판매하는 형태를 갖고 있다.

농가들의 유가공업체에 예속되어 있는 상황과 일찍 계열화를 완성한 산업의 특성이 조금 차이는 있기는 하지만 유사한 상황이다.

하지만 다른 점은 낙농산업과 유가공산업으로 분리가 되어 있어 서로의 영역에 대해 일정부분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육계부분과 같이 어느 한쪽이 예속되어 있지 않다는데 있다.

양 산업이 각기 발전하면서 낙농산업은 낙농산업대로 경쟁력을 확보했고 유가공산업도 유가공산업대로 선진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육계부분의 경우 낙농·유가공산업처럼 육계산업과 계육산업으로 발전이 아닌 하나로 통합 되면서 지금과 같은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계육산업이 계육가공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제품개발과 물류기법을 활용해 계육의 부가 가치를 높이기보다는 생산부분의 생산비 절감을 통해 쉽게 돈을 벌려는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계육가공분야의 경쟁력이 취약하고 생산부분 생산비 절감 과정에서 농가와의 갈등으로 사육부분의 경쟁력도 취약해진 상황이다.

양돈산업과 돈육가공산업의 경우 생산과 가공이 통합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혼재해 있지만 주류는 생산과 가공이 분리되어 있는 곳으로 굴지의 육가공업체들이 다양한 육가공제품을 출시해 소비자들에게 부가가치 높은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상황으로 돈육가공품을 비교해 닭가공품의 가짓수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다행히 많은 프렌차이즈 업체들이 닭튀김에서 시작해 양념치킨, 후라이드치킨, 간장양념치킨, 오븐구이치킨, 찜닭, 닭갈비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개발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계육가공분야의 취약함을 커버해 줬다는데 계열주체들은 감사해야 할 것이다.

사육/가공 통합된 육계부분은

낙농·유가공산업이나 양돈·육가공산업 모두 생산과 가공이 분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확보한 가운데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고 식품분야 국내 대표기업으로 성장했다. 농가들도 협동조합과 자조금사업이라는 시스템과 농가들의 품질고급화와 규모화 노력 등에 힘을 얻어 UR 이후 시장개방에도 생산 기반을 확대하며 지속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육계부분의 경우 계열화가 진천되면서 생산을 책임지는 농가들의 상황은 낙농이나 양돈농가들과 비교해 처량하기 그지없다.

계열주체들 대부분이 농가들에게 사료 등 원자재를 공급해 생기는 부가가치가 닭고기를 대형유통이나 치킨프렌차이즈업체에 판매해 얻는 수익보다 높기 때문에 생산과 가공이 통합된 계열화된 육계산업에서 농가들의 수익을 최소화하는 것이 계열주체 즉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다 보니 농가의 몫에 자꾸 손을 대기 때문이다.

계열주체들은 계열주체들이 농가 소득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결과 조수익이 예전에 비해 늘어났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농가들은 사육비가 20년 전 수준으로 동결된 채 사료요구율은 조금씩 낮추며 농가들에게 돌아갈 기본 사육료는 오히려 줄었다고 말한다.

여기에 규모화로 이뤄낸 조수익 향상은 시설투자를 위한 비용을 유발하기 때문에 결국 농가들의 부채만 늘려 놓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아무런 농가 보호장치 없는 육계계열화 20년의 역사는 이 같은 부작용을 낳고 말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다른 축종에도 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계열화를 위해 자본에 사실상 축산시장을 개방하면서 농가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게임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협동조합 형태의 계열화를 전문가들은 이상적으로 보고 있지만 자본에 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상황에서 협동조합의 자생력은 약해 질수 밖에 없다.

유가공:매일, 남양, 한국야쿠르트, 빙그레,파스퇴르 등.

육가공:CJ, 롯데, 목우촌, 동원F&B, 진주햄, 대상 등.

양돈계열화업체:팜스코, 선진, 청미원 등

닭고기계열화업체:하림, 마니커, 체리부로, 동우, 올품, 키토랑, 성화식품 등

닭고기가공품 생산업체:하림, 마니커, 체리부로.

치킨프렌차이즈 업체 : BBQ, 교촌, 페리카나, 둘둘치킨 등

사육 가공 이참에 분리해보자

다른 축종의 모델링해 현재 하나로 통합된 육계부분을 육계산업과 계육가공산업으로 분리하는 것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현재의 육계계열화 사업은 생산비 절감 전쟁 중이다. 가공이나 물류 부분에서의 경비 절감이 아니라 농가와 연관되어 있는 닭 사육에 드는 비용 절감 노력이 핵심으로 그것도 농가가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계열주체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농가들이 절감한 생산비의 열매 대부분을 계열주체들이 독식하는 현 체제에서 계열주체들은 농가들에게 10억 원 가까이 투자를 해야 하는 계사신축을 생산비 절감이라는 명복아래 종용하고 있다.

농가들 상대로 ‘갑’의 위치에 있지만 소비자와 유통업체에게 ‘을’의 입장인 계열주체로서는 손쉽게 돈을 버는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와 유통업체들에게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기보다, 농가들을 상대로 하는 원자재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치킨 외식사업의 경우도 계열주체의 직영 프렌차이즈 업체보다 이들 계열주체들로부터 닭고기를 구매해 사업을 하는 일반 회사들의 경쟁력이 더욱 높다. BBQ, 페리카나, 교촌 등 쟁쟁한 업체들에 비해 하림의 멕시칸, 한일팜스의 멕켄 등은 경쟁 상대가 안 된다.

단순히 시장을 통합해 중간의 비용을 절감하면 더욱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논리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상의 예로 볼 때 서로가 분리되어 있을 때 상대방의 영역에서 손쉽게 돈을 벌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각자의 생존을 위해 치열한 연구와 개발이 가능해지고 여기서 우리 육계산업과 후방산업인 가공부분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나름대로의 위치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낙농/유가공, 양돈/육가공 업계처럼 이참에 육계부분도 육계/계육가공으로 분리 발전 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은 어떨지 양계협회와 계육협회의 갈등 속에 나름대로 해답을 마련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