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양계산업 발전을 위한 전문가 제언 - 육계 자조금에 대한 육계농가들의 생각

  • 김정주 (건국대 식품자원환경 경제학과)
  • Published : 2011.02.01

Abstract

Keywords

1. 육계 자조금 도입의 필요성

닭고기가 소비자로부터 우선적으로 선택받아 닭고기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① 고품질 안전 닭고기가 생산·공급될 수 있는 제품 전략, ② 시장에 공급되는 닭고기의 합리적인 가격전략, ③ 닭고기의 유통 투명화와 비용절감을 위한 합리적인 유통전략, ④ 닭고기의 품질과 안전성 등을 포함한 닭고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소비촉진 활동 전략 등이 다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 가운데 닭고기의 품질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제품 전략과 가격 최소화를 기하고 동일 가격 조건에서 얻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은 농가의 생산성 향상과 생산비 절감 노력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그리고 유통문제는 상당부문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몫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닭 가격의 결정은 시장의 수급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닭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소비촉진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닭고기의 시장 확대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비용이 필요하며, 그 비용의 조달은 특정 농가 개인이나 소수 농가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므로 닭을 사육하는 농가들의 공동노력이 필요한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 수행을 위한 비용 조달을 모든 육계농가가 공동으로 참여하여 조달하려는 제도가 육계자조금제도이다. 

더욱이 육계 경영을 위해서는 고정투자를 해야 하므로 육계 생산·공급이 매우 경직적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개별 농가는 육계가 시장 수요보다 초과 공급되어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공급을 단기적으로 조절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생산규모를 감축하지 않고 농가의 실질소득을 꾸준히 유지·증대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증산된 닭고기에 대한 추가 시장을 꾸준히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한 추가 시장의 확대를 위해서 농가가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닭고기의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활동에 참여하는 일이다.

따라서 농가가 육계를 사육하여 안정적인 소득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는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는 고품질의 안전한 닭고기를 생산하는 것이 성공적인 육계 경영의 필요조건이라면, 고품질의 안전한 닭고기의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소비촉진 활동에 참여하는 일은 성공적인 육계 경영의 충분조건인 것이다. 

육계 자조금은 닭을 사육하는 농가들이 개인적으로나 일부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업 즉, 닭고기의 소비홍보, 새로운 메뉴의 개발과 보급, 소비자 교육과 조사·연구 등을 포함한 닭고기의 소비촉진 활동사업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농가들이 공동으로 부담하는 자구적인 자금인 것이다. 

이러한 육계자조금의 납부는 농가의 비용 부담을 초래하는 부담으로 인식될 수 있으나 소액의 비용 부담으로 그 비용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그것은 수익증대를 위한 투자인 것이다. 

닭고기를 비롯한 대부분의 농축산물은 완전경쟁시장에서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서 시장 가격이 결정된다. 따라서 농가들이 부담한 자조금을 이용하여 닭고기의 소비촉진을 실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닭고기에 대한 시장 수요가 증가되면, 단기적으로는 닭고기의 시장 공급량이 일정하더라도 시장 가격 상승에 따른 농가 수취 가격의 상승과 소득증대로 연계될 수 있을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농가의 생산 및 공급 증대와 더불어 가격안정(상승)을 동시에 이룰 수 있으므로 농가의 수익이 생산증대 및 가격 상승 부분만큼 증대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세계 무역기구(WTO)의 출범,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인한 국내 경제의 개방화·자유화 추세는 농업정책에서 정부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주도하여 닭고기의 수급 및 가격 안정 사업을 추진하기를 기대하는 데에는 점차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닭고기의 수급 및 가격안정에 대한 농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증대되고 이에 따라 농가가 자율적으로 농업을 지켜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연적인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제도의 하나가 육계자조금제도이다. 닭고기시장은 육계농가 스스로가 지켜나갈 수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소비자를 닭고기 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농가들이 공동의 노력에 의해 국내산 닭고기의 소비촉진을 위한 홍보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개방경제시대의 필연적 과제이며, 이것이 바로 육계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육계자조금 사업이 감당해야 할 역할이다. 

특히, 육계산업은 그 구조가 계열화 체계에 의하여 경영되고 있는 바,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축산 선진국에서도 자조금(또는 부과금) 사업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한국에서 육계자조금 사업이 성공한다면 세계에 유례가 없는 하나의 신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이며 그만큼 한국 육계농가의 자긍심은 높아질 것이다.

2. 육계 자조금 사업 추진현황

육계의 경우 2004년 11월에 의무 자조금 제도 추진을 위한 육계 자조금 공동 준비 위원회를 결성하여 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2005년 10월에는 육계 자조금 대의원을 선출하였고,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2006년 4월에는 대의원회를 개최하여 의무자조금을 추진키로 의결하고 시장에 출하되는 육계 1 수당 거출금액을 5원으로 확정하였다.

표1. 육계 자조금 사업 추진일지

그러나 자조금 관리위원을 선정하는데 1년여간의 세월을 보냈으며, 그것도 2007년 11월에야 서면결의를 거쳐서 겨우 관리위원을 지명하였다. 그러나 제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육계산업과 관련된 축산단체(농협, 양계협회, 계육협회)와 축산업자(육계 사육자) 간의 첨예한 갈등이 노출되면서 육계 자조금 사업은 사실상 원점에서 표류했다. 다행히도 육계 의무자조금의 불씨는 2008년 10월 개최된 전국 양계인 대회에서 계열업체를 제외한 생산자들만이라도 우선 육계 의무자조금을 거출키로 결의하면서 또다시 살아나기 시작했고 2009년 6월부터 의무자조금사업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2009년 육계 의무 자조금 사업 실적을 보면 예상했던 대로 부진했다. 농가 거출금액이 136백만 원(거출율 17%), 정부 대응 지원 61백만 원에 그쳤고, 사업내용을 보면 교육 정보 제공(64.3%), 대의원 선거비를 포함한 운영 관리비(27.9%)로 대부분을 소비하였고 소비홍보활동은 추진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계열화 사업방식이 전체 육계 생산의 85%를 상회하고 있는 현실에서 계열업체와 계열농가의 긴밀한 협조와 배려가 전제되지 않는 한, 육계의 의무자조금사업은 앞으로도 육계농가와 육계계열 업체 간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을 것을 것으로 보인다.

표2. 2009년 육계자조금 조성 운용 실적

그렇다면 이러한 갈등은 왜 생긴 것일까? 이는 기본적으로 현행 축산 자조금법은 육계 생산의 85% 이상이 계열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육계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축산 자조금 법이 축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포괄적으로 제정·공포된 원천적인 모순에서 기인된다. 더구나 이해 당사자들의 첨예하게 대립된 이기주의가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행 축산 자조금법은 육계자조금의 조성과 운용을 축산단체가 공동으로 수행토록 규정하고 있으면서 자조금의 주요 사항의 결정은 육계 사육자가 선출한 대의원회가 결정토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축산 자조금법에 의해 의무자조금제도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자조금의 설치(3개의 축산단체) → 자조금의 부담(육계 사육자) →자조금 사업의 주요 의사결정(육계 사육자의 대표인 대의원회) → 자조금의 운용(3개의 축산단체)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러므로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 단계마다 축산단체 간은 물론, 축산단체와 육계 사육자 간, 계열업체와 육계 사육자 간의 이기주의가 발동될 수밖에 없는 원천적인 불씨를 안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한국의 육계 산업은 계열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으므로 계약상 생산된 축산물(생닭)의 소유권은 사실상 계열업체에 있음에도 축산업자의 대표인 대의원 선출은 육계 사육자(농가)만 참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육계계열화 체계에서 자조금 납부를 사육농가에게만 부담시키는 것도 정도는 아니다. 계약사육의 현행 특성상 자금부담의 궁극적인 주체는 계열농가가 아닌 계열업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육계 자조금사업의 주요 의사결정에는 육계 사육자만 참여하면서, 자조금의 부담은 계열업체에게 일방적으로 맡기는 것도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자조금의 부담을 계열업체에게 맡긴다면 자조금에 의한 닭고기에 대한 일반적인 소비촉진(Generic Promotion)과는 별도로 계열업체는 자사의 제품에 대한 상표촉진(Brand Promotion)을 실시한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계열업체는 동일 품목의 소비촉진을 위해 이중의 부담을 모두 떠안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육계 자조금이 현실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참으로 복잡다기(複雜多技)하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자조금 사업을 지도·감독해야 할 정부는 지금까지 모든 것을 산업 스스로에 맡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육계 사육농가와 계열업체 간의 자조금 부담과 권한을 적절히 배분할 것인가가 문제 해결의 관건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정부는 육계의 계열농가와 계열업체, 양계 및 계육협회와 농협을 비롯한 생산자단체, 학계와 언론 등을 비롯한 육계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당사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아나가야 한다. 계열업체와의 논의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계열업체가 육계 자조금을 납부하게 하되 법을 바꾸어서 육계 계열업체에게 육계 자조금 의사 결정 과정에서 상응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일방적인 양보만을 강요한다면 협상 자체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육계 자조금 사업이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육계 사육농가와 계열업체 간의 상호 관계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생의 관계로 보기는 미흡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방의 양보를 받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대결 구도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그 폐해는 고스란히 육계 사육농가와 계열업체로 귀속되기 마련임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육계 계열화 사업의 산업평화가 조기에 정착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이를 위하여 양자 간에 분쟁이 생겼을 경우 이를 중재할 수 있는 가칭 “육계산업 중재 위원회”같은 기구를 정부지원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육계 자조금 사무국에 의하면 육계 의무 자조금 거출에 있어서 중소 도계장이 오히려 대형 도계장보다 2009년 육계자조금 거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KT사는 2009년 6월부터 12월까지 80.7%의 거출율을, H식품과 C식품은 각각 80.0%, 56.7%를 거출율을 보였다. 

중소 도계장으로서는 GJ식품이 20.2%와 KK식품이 16.1%의 거출율을 보였고 MU와 MK, HR은 각각 10.7%, 12% 1.7%에 그쳤다. 더구나 아직까지 자조금에 동참하지 않은 도계장도 전국 25 곳에 달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