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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주사전자현미경 분석을 통한 복장유물의 식물자료 연구

Investigation of Plant Relics Inside the Buddhist Status Using Environmental Scanning Electron Microscope

  • 강소영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 ;
  • 조은민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 ;
  • 지상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 Kang, So-Yeong (Conservation Science Division, 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
  • Cho, Eun-Min (Conservation Science Division, 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
  • Jee, Sang-Hyun (National Science and Technology Commission)
  • 발행 : 2011.12.20

초록

키워드

서 론

1969년 Brothwell에 의해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 SEM)은 고고유물 분석에 처음으로 적용이 된 이후 오늘날 유리(glass), 도토기(earthen ware and pottery), 금속(metal), 안료(pigment) 등 다양한 문화재 재질 분석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1,2,3 또한 고인골(ancient bone), 직물(textile fibers), 식물 잔여체(plant remains) 등과 같은 출토유기물의 표면 분석에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꽃가루(pollen), 씨앗(seed)의 표면 관찰을 통한 종 동정과 목재의 조직시편 분석 등 생물시료의 미세 분석을 위해 주사전자현미경 분석이 일찍부터 적용되어 왔다.4,5

환경주사전자현미경(Environmental scanning electron microscope, ESEM)은 일반 주사전자현미경과 달리 챔버(chamber)와 컬럼, 전자총 부분의 진공도에 큰 차이가 유지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수분을 함유하고 있는 시편의 관찰이 가능하며, 표면 코팅 과정이 없이 생물시료나 절연재료를 관찰할 수 있다.6 이러한 특징 때문에 환경주사전자현미경은 시편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 전처리 작업을 최소화해야하는 문화재와 출토 유기물의 미세 분석에 있어 활용도가 매우 높다.

본고는 문화재 현장에서 보고된 중요 식물자료를 분석하기 위하여 환경주사전자현미경을 적용한 사례를 소개한 것이다. 불상을 조성할 때 불상의 배 안에 넣는 사리와 불경을 복장(腹藏)이라 하는데, 대부분의 복장유물에서 곡물, 씨앗, 나무껍데기, 잎 등 조선시대 식물자료가 다수 발견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복장유물에서 수습된 식물자료에 대한 보고는 단순 분류 및 사진기록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독립적인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복장유물에서 수습된 식물자료에 대한 미세분석을 통해 오래된 유기물 및 식물자료 분석에 있어서 환경주사전자현미경의 유용성을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식물자료의 형태학적 종 동정 결과를 보고함으로써 금산사 복장유물의 특징과 의의를 종합적으로 구명(究明)하는데 일부 기여하고자 한다.

 

실 험

분석 시편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 금산리 소재 금산사(金山寺) 미륵전 내 법화림상의 복장에서 발견된 후령통(候鈴筒)의 해체 및 보존처리가 2010년 수행되었다. 이 과정 중에 백색문단(白色紋緞), 암청색문사(暗靑色紋絲), 황색문단(黃色紋緞), 황색화문단(黃色花紋緞), 청색문단(靑色紋緞) 등 오보병(五寶甁)이 수습되었으며, 그 안에서 오곡(五穀), 오약(五藥), 오향(五香), 오개(五芥), 오향엽(五香葉)의 일부 품목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식물자료 28점이 함께 발견되었다. 이 중 보존상태가 양호한 일부 시료를 선별하여 본 연구에 사용하였다(Fig. 1).

Fig. 1.Relics collected from Obobyeong inside Huryeongtong from Mireuk hall of Geumsan-sa: (a) White colored textile, (b) midnight blue colored textile, (c) yellow colored textile, (d) red colored textile, (e) blue colored textile.

연구 방법

복장유물에서 수습된 식물자료는 23℃, 40%이하 조건에서 보관하였으며, 세척, 코팅 등 별도의 전처리 없이 실체현미경(Stemi 2000-C, Carl Zeiss) ×4 ~ ×5 배율과 테이블탑전자현미경(TM-3000, Hitachi) ×40 ~ ×1,000(5 kV~15 kV) 배율에서 관찰하였다. 식물자료 가운데 곡물의 경우 농업진흥청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http://genebank.rda.go.kr)에서 분양 받은 종자시료를 활용하여 동정하는데 참고하였다. 동정된 식물종의 구성은 유점사(楡岾寺)판『조상경(造像經)』에 제시된 품목과 비교하였다(Table 1).

Table 1.aWritten by Korean pronunciation

 

결과 및 고찰

복장유물은 그 자체의 미술사적 의미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의의는 신앙의 대상으로서의 내면적 의미에서 찾을 수 있다. 복장유물의 개별 품목은 종류와 배치에 따라 각각 다른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복장유물 전체의 궁극적 의의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납입 품목의 정확한 종류를 동정하고 그 의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조상경』에서 제시한 오보병 내 납입 품목 가운데 오곡, 오약, 오향, 오개, 오화, 오향엽, 오향초 등 식물자료는 모두 35종에 이른다. 이를 근거로 금산사 후령통 오보병 안에서 발견된 식물자료를 비교 동정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Table 2).

Table 2.aPresented according to Fig. 1

일반적으로 오보병의 오곡은 벼, 보리, 피, 녹두, 마자를 의미하며, 금산사 오보병에서는 벼, 밀, 마자와 콩과로 추정되는 곡물이 발견되었다. 벼는 백색문단에서 발견되었으며(Fig. 2(a)), 삼씨는 황색문단에서 발견되었다(Fig. 2(b)). 특히 청색문단에서는 대맥(大麥)인 보리 대신 소맥(小麥)인 밀이 발견된 점이 매우 특이하다(Fig. 2(c)). 오곡 가운데 피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암청색문사에서 발견된 곡식은 전체 크기, 알맹이의 색과 성질 등을 감안할 때 콩과인 것으로 추정되나 오곡의 납입 품목 중 하나로 알려진 녹두인지는 정확히 동정할 수 없었다(Fig. 1(b)-2). 오약은 인삼, 계심, 감초, 아리, 부자로 이루어지며, 백색문단에서 계심이 동정되었다(Fig. 1(a)-1). 오향으로는 청목향, 곽향, 정향, 침향, 유향이 납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황색화문단에서 정향이 동정되었다(Fig. 2(e)). 오개에는 시라, 백개, 자개, 만청, 황개가 있는데 그 중 황색문단과 황색화문단에서 황개와 백개 대신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흑개가 동정되었다(Fig. 2(d))오향엽은 청수엽, 야합수, 추수엽, 오동엽, 성수엽으로서 향나무, 오동나무, 개오동나무 등의 잎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산사 오보병에서 모두 4종의 식물의 잎이 발견되었는데 청색문단에서 발견된 것은 측백나뭇과 향나무 잎으로 추정된다(Fig. 3(a)). 그 외 암청색문사과 황색화문단에서 발견된 잎은 동일한 종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며(Fig. 3(b)), 백색문단과 황색문단의 잎은 서로 다른 종인 것으로 밝혀졌으나 정확한 분류 동정은 불가능했다(Fig. 3(c), (d)).

Fig. 2.Stereomicroscope (left) and ESEM (middle and right) images of grains, incense and mustard from Obobyeong: (a) rice, (b) hemp seed, (c) wheat, (d) brown mustard, (e) clove bud.

오보병 안에서 동정된 식물자료를『조상경』의 사례와 비교하여 금산사 오보병의 오방위(五方位)와 오륜종자(五輪種子)를 검토하였다. 벼와 계심이 동정된 백색문단은 오방위 중 서쪽, 오색 중 백색을 나타내며, 유리와 콩과로 추정되는 곡물이 동정된 암청색문사는 북쪽, 흑색을 의미한다. 삼씨와 호박이 동정된 황색문단은 중앙, 황색을 나타내며, 보리 대신 밀과 측백나뭇과 잎이 동정된 청색문단은 동쪽, 청색 보병을 나타낸다. 오곡이 발견되지 않은 황색화문단은 정향과 진주가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조상경』의 남쪽, 홍색과 비교할 수 있다.

Fig. 3.Stereomicroscope (left) and ESEM (middle and right) images of leaves from Obobyeong: (a) juniper leaves, (b) leaves from midnight blue colored textile, (c) leaves from white colored textile, (d) leaves from yellow colored textile.

금산사 후령통의 오보병 내 식물자료의 구성은 기존에 보고된 사례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황색화문단에서만 오곡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납입되지 않았는지, 열화되어 사라졌는지, 후세에 의해 분실된 것인지 현재로서 그 원인을 판단할 수 없다. 또한 오곡으로 보리 대신 밀을 사용한 사례는 이번 금산사 후령통의 오보병에서 처음으로 보고된 것으로 그 의미와 이유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리고 오개로 이용된 흑개와 오향엽 한 종이 두 방위의 보병 납입 품목으로 동시에 사용되었다. 당시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구하기 어려운 품목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실제 서로 다른 품종이나 형태학적으로 매우 유사해 구별이 어려운 경우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본고에서 동정된 식물자료만을 근거로 할 때 황색화문단에서 오곡이 발견되지 않은 것과 청색문단에서 보리 대신 밀이 발견된 것을 제외하면, 금산사 후령통 오보병내 복장품목은 유점사판 『조상경』과 대체로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오래된 식물자료는 대개 열화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존상태에 따라 종 동정에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고온 다습한 여름철이 반복되는 기후에서는 곡물, 나뭇잎, 직물, 종이 등 유기물로 구성되어 있는 복장유물이 곤충, 곰팡이, 세균에 의해 심각하게 훼손되기 쉽다. 이러한 점에서 오보병의 복장품목 가운데 오약과 오향은 주술적, 밀교적 의미 외에 복장유물의 방충 및 방부 역할과도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보병 내 납입 품목을 수습하던 중 곤충 배설물이 분리되었는데(Fig. 4) 배설물의 내용물, 크기, 모양 등을 관찰한 결과 최소한 2~3종 이상의 곤충이 서식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배설물은 식물 섬유질 덩어리가 대부분이었으며 표면에서 간균(rod)이 관찰되었다. 오향 가운데 정향은 높은 방충방균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7 황색화문단은 곤충에 의한 피해가 거의 없었는데 이는 정향의 방충 효과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식물자료의 동정은 형태학적 분류법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보존상태가 양호한 곡식 및 씨앗은 그 종을 감별하는 데 대체로 큰 무리가 없지만 조각난 잎이나 줄기의 일부가 남아 있거나 곤충과 미생물에 의해 심하게 열화된 식물자료의 경우 동정이 쉽지 않다. 식물의 정확한 분류를 위해서는 열매, 꽃, 잎, 줄기, 뿌리 등 전체를 대상으로 최대한 많은 정보가 필요하나 후령통의 오보병에 납입되는 식물자료는 이번 금산사의 경우처럼 특정 부분일 뿐만 아니라 손상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형태학적인 정보가 근본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조상경』에 전해지는 내용처럼 복장유물로 이미 납입 품목의 종류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존 자료와 실제 품목을 자세히 비교하는 수준에서 식물 종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다.

Fig. 4.Feces of insects found in Obobyeong: (a) stereomicroscope image, (b) ESEM images.

고고학적 식물정보를 확보하는데 자주 응용되는 수종분석, 화분분석, 규산체 분석은 미세 구조 정보를 통해 제한적인 식물 정보를 연구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실체현미경과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야생식물 종자의 미세구조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종자 정보만을 이용해 식물의 분류가 가능한 시대에 이르렀다. 그러나 고고 발굴현장이나 문화재에서 발견되는 식물자료는 대부분 토양에 오염되어 있거나 수분을 많이 포함한 상태로 출토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주사전자현미경 분석에 어려움이 많다. 즉 시료가 불순물 제거, 코팅, 건조, 고정 등 전처리하는 과정 중 훼손되기 쉬우므로 가급적 전처리 없이 관찰해야한다. 또한 발굴이후 급속한 건조, 산화, 변색, 부패로 인하여 시료의 상태가 급격히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분석이 이루어져야하다. 본 연구는 금산사 복장유물에서 발견된 식물자료를 동정함에 있어서 환경주사전자현미경 분석을 활용한 사례를 소개하였으며, 향후 복장유물 뿐만 아니라 고고 발굴현장에서 출토되는 식물자료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사료된다.

참고문헌

  1. Brothwell, D.; Higgs, E. Science in archaeology; Basic Books: New York, 1965; p 564.
  2. Huisman, D. J.; Pols, S.; Joosten, I.; van Os, B. J. H; Smith, A. J. Archaeol. Sci. 2007, 35, 398.
  3. Orton, C.; Tyers, P.; Vince, A. Poterry in archaeology;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 England, 2003; p 95.
  4. Olson, S. L. Advances in Electronics and Electron Physics; Academic Press Inc.: England, 1988; p 357.
  5. Pollard, M.; Batt, C.; Stern, B.; Young, S. M. M. Analytical chemistry in archaeology; Barker, G., Ed.; Cambridge University Press: New York, U. S. A., 2007; p 119.
  6. Yun, J.; Yang, C. W.; Kim, J., Lee, S. H. Scanning Electron microscope analysis and X-ray microanalysis; Cheong Moon Gak Press: Seoul, Korea, 2005; p 5.
  7. Rakotonirainy, M. S.; Lavdrine, B. Int. Biodeter. Biodegr. 2005, 55, 141. https://doi.org/10.1016/j.ibiod.2004.10.002

피인용 문헌

  1. 유물 공간의 종합적 유해생물 관리(Integrated Pest Management)를 위한 실시간(Real-Time) 온습도 모니터링 및 유해 생물 조사 자료의 시각화 vol.37, pp.5, 2011, https://doi.org/10.12654/jcs.2021.37.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