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_한국계육협회 왜 강경 노선 천명했나! - 계육협회가 말하는 계열화사업 안티세력이란?

  • Published : 2010.05.01

Abstract

Keywords

한국계육협회는 지난 4월 1일 육계자조금 중단, 농식품부의 닭고기 부분 대표조직의 계육협회 지정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계육협회는 계열화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온 결과 전체 농가 중 85%를 계열화 사업에 참여시켜 정부가 추진하는 농가 조직화를 가장 먼저 달성한 산업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 1차 산업의 틀을 벗어버리고 계열화된 육계산업에는 자조금 조성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표출했다.

▲ 한국계육협회에서 3월 15일에 발표한 ‘육계자조금사업은 불필요하다’는 자료

농가들은 거출의무도 없는 상황에서 내년에 자칫 과태료 폭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상황도 지적하며, 자조금사업을 추진하고 계열화 사업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는 대한양계협회와 육계농가 대표들을 향해서는 사육기술이 떨어져 계열업체와 거래 중 손해를 본 소수의 안티세력에 불과하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상반기 중 사육농가를 대거 가입시켜 자조금도 중단시키고 대표조직으로 지정도 받겠다는 로드맵도 내놓았다.

계육협회의 이러한 강경한 노선 천명은 여러 이익관계에 민감한 회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계육협회 구성원의 특징을 봤을 때 이례적인 일로 최근 대한양계협회의 여러 강경한 정책 추진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수의 안티세력이 계열화 사업 방해

계육협회는 지금까지 양계협회 측의 계열화사업 문제 지적에 소수의 안티세력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으로 치부하며 이를 방어해 왔다.

하지만 2007년 양계협회 역사상 최초로 육계농가가 협회장으로 당선되고 육계계열화사업 전면 재검토 내지는 평가를 추진하면서 양계협회의 논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고 하림의 양돈산업 진출 과정에서 양돈협회의 강력한 반발 등을 사면서 지금까지 노출이 되지 않았던 여러 문제가 이슈화됐다.

여기에 대규모 자본이 농민들이 해야하는 사업에 참여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업계 내에 팽배해지고 육계자조금사업을 추진하며 와해되어있던 육계농가들의 조직도 예전에 비해 상당히 견고해 지면서 계열업체 입장에서는 위기상황으로 인식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계육협회가 말하는 소수의 안티세력이란?

그렇다면 계육협회가 소수의 안티세력으로 규정한 농가들은 왜 생겨났고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3월 말 개최된 육계자조금 대의원회에서는 이러한 실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계열화사업에 대한 불만, 소작농 아닌 소작농으로 전락해 버리며 산업의 주도세력에서 밀려버린 농가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를 무관심하게 들어보면 정말로 계육협회나 일부 계열사에서 말하는 일부 안티세력, 불만세력으로 비춰지기 쉬웠다. 병아리 품질, 사료품질, 사육수수료 인상, 유류대 등 경비에 대한 명확한 지급, 농가협의회 구성 등 열거하기도 벅찬이야기가 쉴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종합해 보면 현재의 계열화사업 구도에서 농가들의 입장이 늘 약자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시장이 변해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래할 계열사나 협동조합이 많았던 시절 그리고 언제든지 병아리를 받아 일반 유통업자와 거래가 가능했던 시절에는 이러한 불만이 적었다. 문제가 생기면 거래 선을 옮겨 버리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새 이른바 빅4라 불리는 대형계열사들이 시장의 50% 가까이를 점유하고 85% 이상 계열화가 되어 버리면서 바꿀 거래처도, 단독으로 병아리를 입식해 거래할 유통경로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출하처가 줄어들면서 농가들의 거래 교섭력은 너무나 약해졌고 각종 불공정 사례가 누적 되면서 이들 농가들은 양계협회로 하나둘 몰려들었고 육계자조금 추진을 위한 선거과정에서 더욱 조직화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안티 세력은 무엇을 요구하는 것일까?

이들의 요구상항을 종합하면 대형화된 계열업체와 공정하게 거래할 수 있는 거래교섭력을 높이고 공정한 거래가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잠깐 낙농업계로 눈을 돌려보자.

낙농업계는 1990년대 UR협상 타결 이후 줄기차게 낙농제도 개편을 추진해 왔다. 중심은 집유일원화이다.

집유일원화는 어디서 낙농을 하든지 똑같은 사업자가 집유를 하게 함으로써 농가들이 거래 중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취지였다.

집유일원화의 핵심은 지역별 농가별 거래업체에 따른 차별해소가 핵심이고 이를 위해 1999년 낙농진흥회라는 집유 기구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차별해소를 위한 핵심 과제인 수급조절 권한이 사실상 주어지지 않으면서 사업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 축산신문에 실린 기사내용

그리고 다시 10년 낙농생산자들은 또 다시 제도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는 협동조합 중심의 집유일원화를 들고 나왔다. 현재 협동조합을 통해 거래되고 있는 원유는 약 70% 정도, 협동조합에서 가공되는 원유는 약 40%에 이른다.

유업체와 직거래하는 30%의 농가마저 이번기회에 협동조합과 거래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유업체는 원유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직거래를 포기하지 않고 있고 낙농육우협회는 전 낙농가들이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연합하고 이를 통해 유업체와 대등한 교섭력을 확보하고 농가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다시 육계농가들과 계열사 간의 갈등문제로 넘어가보자.

낙농업계가 대형 유업체와의 거래에서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통한 집유일원화를 이뤄내고 이를 기본으로 거래교섭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체적 요구사항을 만들어 낸 것과 달리 육계농가들은 대형계열사와의 거래교섭력 확보라는 세련된 문구를 사용하지 못할 뿐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같은 내용이다.

단지 유업체와 낙농가들이 원유의 분배와 원유의 단가 등과 관련된 내용으로 대립 각을 세우고 있다면 육계부분은 계열업체들이 일부 원자재를 제공하기 때문에 원자재 품질 문제 사육수수료 문제로 비화됐을 뿐이다.

거래교섭력 전혀 없는 딱한 육계농가

계육협회와 대형계열사들은 아마도 농가들의 거래교섭력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낙농가에 비해 육계농가들이 상황이 딱한 것은 낙농가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거래교섭력도 확보하고 자신들이 출자한 협동조합과 70%나 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육계농가들의 경우는 어떤가?

계열화업자가 만든 대형계열사와 거래하고 있는 농가가 85%이고 육계부분 협동조합이나 육계부분 사업을 하는 협동조합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농협목우촌이 있기는 하지만 점유율이 5%에 불과하고 운영시스템이 일반 계열화업자와 다를 것이 없다.

힘이 되어 줄 우군이 없고 낙농가와 비교해 거래교섭력을 전혀 가지지 못했다.

대한양계협회에 소속된 육계지도자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조금을 생각한 것 같다. 자조금을 통한 지속적인 교육으로 농가들의 인식을 전환 시키고 농가 거래교섭력 확보를 위한 농가 연대를 이뤄내겠다는 목표일 것이다.

거래교섭력을 확보하고자 몸부림치는 육계농가들, 그리고 이를 와해시키려는 계열업체들의 강력한 행보는 향후 육계산업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