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계열화사업 결산 - 육계 계열화사업 새판 짜자

  • 김영민 (한국농어민신문 양계전문)
  • Published : 2010.12.01

Abstract

Keywords

양계산업은 타 축종에 비해 자금회전이 상대적으로 빠르고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 산업화가 빠르게 이뤄졌다. 특히 1970년대 육계 사육수수가 799만수에서 2009년 6,720만수로 기하급수적으로 물량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전업화와 규모화가 급진전됐다. 특히 양계산물은 계절적인 영향에 따른 소비감소로 가격이 하락세와 등락세를 거듭하는 단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빠른 사육회전으로 과거에는 투기산업으로 여겨 이른바 ‘한 몫 챙기기’의 수단으로악용되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산업이 규모화와 전문화를 이뤘다고는 하지만 산업전체의 생산기반은 여전히 취약한 구조다. 

산업의 성장세와 맞물려 양계산업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계열화사업이다. 계란은 차치하더라도 국내산 닭고기 생산의 경우 하림, 마니커, 체리부로, 동우 등 20여개 닭고기 계열업체의 생산비중이 2004년 81%에서 2009년 88% 수준으로 높고, 향후 그 범위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계열화 사업이 성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 축산경제연구원은 계열화사업 발전방안 보고서에서 경영규모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절세가 가능해 단독 경영체계에 비해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자재의 조달, 사육관리, 가공처리 등의 상품화 과정이 하나의 경영체에 의해 주도됨으로써 제품의 규격화와 고품질 제품의 생산, 질병관리에도 효율적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농가들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제공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위생적이고 고품질의 닭고기 공급이 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농가들이 바라보는 계열화사업의 평가는 싸늘하다. 계열화사업이 과거 투기산업인 육계산업을 소득이 안정된 산업으로 끌어올린 것이라고 평가하는 계열업체들에 비하면 농가들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양계협회가 지난해 전국 419개 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계약사육서가 불공정하다는 응답이 395명으로 무려 97%에 달한다. 또한 육계계열화사업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95%인 387명이 불만족하다고 답했다.

이 같은 부정적 시각의 단면은 역시 현행 계약사육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계약사육은 농가들이 병아리나 사료를 구매하는 형태가 아닌 계열업체에서 공급을 받고 생산성으로 경쟁하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병아리나 사료 등 원재료의 품질이 들쑥날쑥할 경우 안정된 사육비를 보장받기가 불가능하다. 

계열화사업의 평가가 엇갈리는 배경에는 농가와 계열업체의 불신의 벽이 깊은 것이 원인이다. 또한 산업의 성장속도와 맞물려 수입 닭고기와의 경쟁력 우위를 점하기 위한 조직화가 이뤄졌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농가와 계열업체 간의 충분한 이해와 설득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농가들은 계열사가 농가들의 수익은 외면하고 자신들의 이익만 챙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계열사들은 계열화 농가의 평균 2~3회전에 머물던 회전수를 6회전까지 올리고 평균 사육수수도 2만수에서 5만수까지 규모의 경제를 이뤄 농가는 사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자신한다. 서로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계열사와 농가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계열화사업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회사와 농가간의 계약사육을 단순히 사적인 영역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자금이 계열화사업 성장에 투입된 만큼 이제라도 정부의 철저한 평가가 수반돼야한다고 조언한다.

여기에 현재 계열업체마다 농가협의회가 구성돼 있지만 협의회의 역할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협의회가 단순 친목 모임이 아닌 이상 협의회 가입농가들의 의식변화를 통한 교육도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농가들 스스로가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식의 개인주의가 팽배한 것도 문제다. 생산성이 높은 경우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성적이 부진한 농가들을 끌어 올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육비를 더 받는다는 명목 아래 자신들의 노하우를 일체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계열업체와의 갈등이 육계 사육농가에만 국한된 것으로 보였지만 종계 사육농가들도 부당한 계약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갈등의 양상은 더욱 커지고 있다. 종란납품의 기득권을 이유로 가금티푸스 백신을 불법으로 조장하는 등의 행위는 부당거래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도 계열화 문제에 대해 업계가 개선의 의지를 보인 것은 그나마 고무적인 일이다. 업계가 연구용역을 통해 그동안 미국식의 수직계열화 형태에서 유럽식의 수평계열화형태를 제안한 것이 바로 그 사례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계열화 바탕이 된 미국식이 아닌 유럽식의 모델을 발굴하고 국내에 접목해 보자는 시도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실제 유럽의 경우 농가들이 직접 병아리와 사료를 구매하는 방식을 선택해 원자재에 대한 불만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농가들은 조합을 결성해 수평계열화 형태의 구조를 운영하면서 도계장과 연중계약 형태가 대부분으로 연중가격 변동도 적은 것이 특징이다. 다만 유럽 방식이나 미국 방식의 장단점을 분명히 존재하지만 계열화사업의 잡음이 끊이지 않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분명한 점검은 필요하다.

여기에 최근에는 농가들이 주축이 된 육계조합 설립이 추진되는 것 또한 고무적인 일이다. 농가들은 스스로가 협동조직을 결성해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하자는 것이 육계조합설립의 가장 큰 목적이다. 이를 통해 육계 사육농가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시장교섭력을 강화해 농가에게 실제적인 이익을 돌려주자는 것. 여기에 그동안 계열주체와 농가 간의 갈등을 육계조합을 중심으로 해소하는 선도적 역할은 물론 사육계약방식 개선을 통해 농가의 사육의욕도 고취시키자는 것이 목적이다. 육계조합이 현재 진행되는 계열화사업을 단숨에 변화시키지는 못하겠지만 계열화사업의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