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과학 교육은 과학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과학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길러, 일상 생활의 문제를 창의적이고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소양을 기르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1 특히 실험수업은 과학 교육에서 목표로 하는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을 증진시켜 주며 이론적 지식의 이해를 도와주는 역할 및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으므로 과학 수업에 필수적이고 가장 효과적인 교수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실험과 관련된 과학 교육 연구들은 실험 내용을 개선하거나 실험을 통해 학생들의 탐구 능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2-5 최근에는 SSC (Small Scale Chemistry)나 MBL (Microcomputer-based Laboratory)과 같이 새로운 실험 형태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4-6 특히 MBL은 컴퓨터를 이용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그래프화 함으로써 데이터 수집에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했던 전통적인 실험과 달리 학생들에게 보다 신뢰성있는 결과를 보여주며 실험에 대한 태도를 향상시켜준다. MBL을 이용한 수업은 과학적 탐구에 대한 태도와 함께 학업성취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학생들로 하여금 보다 심층적인 토론이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5-6 그러나 MBL을 소재로 한 연구들이 새로운 과학 지식에의 적용에 치우쳐져 있는 것을 감안할 때,7-8 실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소재를 이용한 MBL 관련실험이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태도 향상을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탄산은 중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화합물중의 하나이지만 실생활에서도 낯익은 용어라 할 수 있다. 산-염기나 화학평형 단원에서 약산이나 다양성자산의 예로 쓰이는 등 교사나 학생들에게 낯설지 않은 용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탄산은 염산, 질산, 황산이나 아세트산 그리고 플루오르산 등과 다르게 실험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산이다. 탄산소다를 비롯한 탄산수라는 것은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반면 탄산은 순수화학시약으로 판매되고 있지 않다. 이러한 탄산에 대해서 탄산은 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과9 존재는 하는데 물질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는 주장이10-13 있어왔다. 즉 탄산에 대한 논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탄산이란 화합물이 분자종으로 존재하는 것인가? 둘째, 존재한다면 물속에서 탄산은 안정하게 있을 수 있는 것인가? 첫 번째 논란에 대해서는 1987년 Terlouw 등이 NH4HCO3 의 열분해 반응을 통해 질량분석기로 H2CO3의 피크를 확인한 이래로 아직도 논란은 있지만 존재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11 즉 탄산은 기체상태 뿐만 아니라 액체 질소 온도 이하의 고체 상태의 얼음 속, 그리고 산 처리된 탄산 광물 표면에서 안정하면서 분명한 분자 형태로 존재하며, 기체상태의 단분자 형태와는 달리 고체 상태에서는 탄산의 이분자나 올리고머 형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11-13 최근 들어 Femto 초와 같이 아주 짧은 시간으로 수용액상에서 D2CO3의 형성과 거동을 조사한 논문이 있지만14 교과서나 학교현장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두 번째 논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과학계에서 쟁론이 되고 있다. 즉 이산화탄소가 물에 용해될 때 수화반응에 의해 탄산이 형성이 되지만 물분자의 촉매반응에 의해 즉시 탄산의 짝염기나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어 수용액상에서는 존재하기 어려우므로 물속에서는 ‘탄산’이란 표현대신 ‘탄산수용액’이나 ‘이산화탄소 수용액’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15
본 연구에서는 탄산에 관해 위와 같이 과학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쟁점을 MBL 기구를 통해 실험적으로 확인해보고, 그 결과를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의 기술내용과 대비시켜봄으로써 탄산에 대한 지식을 과학적 사실에 보다 가깝게 기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다음과 같이 연구 문제를 설정하였다.
첫째, 실험실에서 이산화탄소를 용해시켜 얻은 용액은 탄산인가, 이산화탄소 수용액인가?
둘째,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서 탄산은 어느 단원에 언급 되어 있으며 어떻게 기술되어 있는가?
연구 방법 및 절차
실험
수용액 상에서 이산화탄소의 형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4가지 형태의 이산화탄소수용액을 준비하여 pH와 전기전도도 변화를 시간에 따라 분석하였다. 첫째, pH 7의 증류수를 공기에 노출시킨 용액, 둘째, 증류수에 드라이아이스를 넣은 용액, 셋째, 증류수에 이산화탄소 기체를 bubbling 시킨 용액 그리고 넷째, 시중에 판매되는 탄산수(Perrier)를 준비하였다. 탄산수를 제외하고는 세 가지 용액의 경우 증류수 100 mL 또는 200 mL를 플라스크에 넣고 젓기 막대를 통해 교반시키면서 이산화탄소가 녹아 들어감에 따른 pH와 전기 전도도를 측정하였다. 드라이아이스는 상온에서 이산화탄소의 물에 대한 용해도가 0.17 mol/L이므로13 200 mL에서 5배의 과량 즉 약 7.3 g (0.17 mol)을 사용하였다. 이산화탄소 기체는 대성산업가스사(99%) 제품을 사용하였으며 flow meter (Yamato)를 통해 일정한 속도로 주입하였다. 이산화탄소가 녹아 탄산의 형태로 변하는지를 알아보고자 수용액에서 생성되는 수소이온의 농도를 측정하였고 중탄산 이온(HCO3-)이나 탄산이온(CO32-)의 생성에 따른 총 이온의 흐름을 신속히 알 수 있도록 전기 전도도를 측정하였으며17 측정값이 일정한 값을 유지할 때까지 관찰하였다.
실험 조건 및 측정 기기
본 연구에서는 탈이온수를 재증류하여 얻어진 증류수를 사용하였으며, MBL (Microcomputer-based Laboratory)과학 실험 장치(Science Cube사)의 pH 센서와 전기전도도 센서 및 PT 온도계를 이용하였다. 또한 전도도 측정에서 다른 센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pH와 온도계 센서는 전도도센서와 다른 별도의 인터페이스를 사용하여 값을 측정하였다. 탈이온수의 pH가 7이 아니므로 이것을 리비히 냉각장치를 이용하여 다시 증류하여 pH가 7인 증류수를 얻었으며 증류수를 모으는 플라스크에는 아르곤 기체를 흘려 증류수가 공기와 접촉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였다. 또한,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아 들어가면서 해리되어 수소 이온을 내놓을 때 수소이온농도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하여 MBL 실험 장치의 인터페이스에 pH-meter 센서를 연결하여 측정하였다. pH 미터는 실험 준비단계에서 pH 4.0과 7.0 10.0의 완충용액을 사용하여 보정하였으며, 실험 직전에 다시 한 번 더 보정하여 사용하였다. 전도도 센서는 MBL실험 장치의 고분해능 센서를 이용하여 0.001 M KCl 표준용액과 공기 중에서 각각 146.7 μS/cm과 0 μS/cm으로 영점 보정하여 사용하였다. PT온도 센서는 물과 같은 액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재질로 되어 있으며 -50에서 +180사이의 온도를 측정할 수 있다.
교과서 분석
제 7차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과학교과서 12종(11종의 검인정 교과서, 차세대 교과서)과 7종의 화학 I 교과서, 8종의 화학 II 교과서를 분석하였다. 교과서 분석은 위의 실험과 관련하여 이산화탄소 수용액이나 탄산 및 탄산수에 관련한 화학반응식 및 서술 내용이 교과서에 어떻게 제시되어 있으며 이산화탄소와 탄산의 관계에 대한 기술 및 탄산의 평형 상수에 대한 표현을 중심으로 이루어 졌다. 우선 이산화탄소와 탄산이 어떤 내용 맥락에서 어떻게 서술되고 있는지 분석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이산화탄소 및 탄산이 제시되는 상황들을 살펴보았다. 또한 교과서에 제시된 이산화탄소와 탄산의 반응식 종류를 조사하고 반응식의 형태가 상위 학년으로 올라감에 따라 달라지는지 확인하였다. 교과서에서 기술된 내용에 대한 논의는 최근 발표된 논문들과 본 연구에서 실시한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하였다.
연구 결과 및 논의
실험 연구 결과 및 논의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드라이아이스 용해에 따른 pH와 전기전도도 변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자연스레 물에 녹는 과정과 고체 이산화탄소, 즉 드라이아이스가 물속에서 기포를 생성하며 녹아 들어가는 과정에서 pH와 전기 전도도의 변화를 측정하였다. Fig. 1과 같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용해는 시간이 약 29분가량 지났을 때부터 pH가 약 5.66으로 비교적 일정해졌으며 전기 전도도는 처음 값 0.05 μS/cm 에서 pH가 낮아짐에 따라 조금씩 증가하여 0.21 μS/cm이 되었다. 이 값은 빗물을 측정한 값인 pH 5.5 - 5.6과 전기전도도 0 ~ 10 μS/cm와 유사하였으며17 이로써 실험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대략 350 - 700 ppm)19의 일부가 물에 녹아 탄산을 형성하였고 이것으로 부터 수소이온이 생성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드라이아이스를 넣은 증류수(200 mL)의 경우, Fig. 2와 같이 시간이 2분가량 지났을 때 pH가 약 4.15로 최저상태를 나타냈으며 이때 온도는 17.3 ℃ 이었다. 전기 전도도는 드라이아이스를 떨어뜨린 순간 17.05 μS/cm에서 pH가 낮아짐에 따라 조금씩 증가하여 약 25.9 μS/cm가 되었다. 처음부터 전기전도도가 큰 것은 드라이아이스 제조에 따른 불순물 때문으로 여겨지며 물속에서 용해되어 탄산으로 변해가면서는 그 차이는 대략 10 μS/cm 이하로 관찰되었다. 이것으로 물속에 CO2용해량이 많아져서 상대적으로 탄산 생성의 확률이 높아졌고 따라서 수소이온 농도의 증가와 중탄산 이온, 탄산 이온 종등에 의한 전기전도도의 증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3분 이후 pH 변화량을 측정하였더니 pH값은 조금 증가하여 4.46을 나타냈으며 전기 전도도는 27.67 μS/cm로 비교적 일정해졌고 온도는 계속해서 낮아져 Fig. 3과 같이 15.1 ℃로 측정되었다. 이와 같이 pH가 최저점이었다가 약간 상승하는 현상은 반복실험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것은 200 mL의 물을 저어줌에도 불구하고 드라이아이스 주입 초기에 드라이아이스의 계면 온도가 용액의 다른 곳보다 온도가 매우 낮아 탄산의 용해도 증가를 가져와 발생한 것으로 여겨지며 Fig. 3에서처럼 용액의 온도변화가 온도가 비록 낮아진다 하더라도 덜 변하는 구간(대략 4분)에 이르면 전체 용액의 온도가 균일한 상태에 이르면서 표면 용해도가 다소 떨어지면서 전체 용액의 pH가 약간 올라가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산화탄소의 물에 대한 용해도는 온도에 민감하여 20 ℃에서 0 ℃로 내려갈 경우 거의 두 배로 높아진다.16b 따라서 학교현장에서는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실험의 경우 정량적인 것을 관찰하기보다는 정성적인 실험에 더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
Fig. 1.Time-dependant pH and Electric Conductivity of the Aerated Solution at Room Temperature
Fig. 2.Time-dependant pH and Electric Conductivity of the Dry Ice-dissolving Solution
Fig. 3.Time-dependant Temperature of the Dry Ice-dissolving Solution
이산화탄소 bubbling에 따른 pH와 전기 전도도 변화
한쪽이 열린 삼목 플라스크 속에 증류수 (100 mL)를 넣고 이산화탄소를 일정한 속도로 물속으로 bubbling시키면서 pH와 전기 전도도를 측정하였다. Fig. 4에서와 같이 증류수에 이산화탄소를 bubbling하기 시작하자마자 전기 전도도는 0.03 μS/cm에서 0.11 μS/cm로 증가하고 pH도 7에서 감소하여 9분정도 지났을 때 pH 평균 최저값인 3.85를 유지하였으며, 이때 전기 전도도는 6.48 ~ 6.53 μS/cm을 나타내었다. pH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녹아 든 용액과 드라이아이스 용해 용액보다 낮은 이유로는 지속적인 CO2 공급을 통한 수용액상에서의 이산화탄소의 함량 증가와 이를 통한 탄산 형성을 돕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드라이아이스를 물에 넣으면 흡열반응을 일으키며 곧바로 승화현상이 발생하여 이산화탄소가 물속으로 용해되는 경우가 낮은 반면 저어주면서 bubbling시키면 용해도는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물에 대한 이산화탄소의 용해도는 문헌에 따라 0.03 M9 ~ 0.17 M16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평균치인 0.10 M로 계산하면 200 mL 증류수속에는 0.88 g의 이산화탄소를 포함할 수 있으므로 기체 부피로는 25 ℃에서 2.44 L에 해당하는데 이것을 flow meter 조절을 통해 분당 500 mL를 넣었을 때 대략 5분이 걸린다. Fig. 4에서는 pH가 급격히 변하는 시간이 대략 3분 정도 이었고 전기전도도가 일정해지는 시간은 대략 7분 정도 걸렸으므로 이러한 추산과 어느 정도 일치하였고 실험 시간도 대략 20분 이내이었으므로 재현성과 실험 시간의 면에서 학교 현장에서도 쓰일 수 있는 실험이라 할 수 있다.
Fig. 4.Time-dependant pH and Electric Conductivity of the CO2-bubbling Solution
이 실험에서 측정된 pH값으로부터 ‘Henderson-Hasselbach식’과 ‘Henry의 법칙’을 이용하면 다음과 같이 반응식을 추론할 수 있으며 탄산의 평형상수 (Ka1) 값을 구할 수 있다. 즉 HCO3‒ (aq)가 다시 H+와 CO32‒ (aq)로 분해되는 과정을 편의상 생략하면 아래 반응식(1)
으로부터 평형상수 (Ka)는 다음과 같이 활동도를 이용하여 구할 수 있다.
물의 탄산화는 Henry의 법칙이 잘 적용되는 예로서 이산화탄소의 계속적인 bubbling으로 플라스크 내에는 공기보다 밀도가 큰 이산화탄소기체로 채워져 있을 것이므로 증류수 위에 있는 이산화탄소 기체의 부분 압력을 1atm이라고 가정하며, Henry 상수 KH는 대략 25 ℃에서의 값은 3.510‒2 M/atm이다. pH = 3.848로부터 [H+] ≈ [HCO3]=10‒3.848로 놓고, 수용액의 탄산농도는 사실 이산화탄소 수용액의 농도를 의미하므로 [H2CO3(aq)] = [CO2(aq)]라고 하면
[CO2(aq)] = (3.510-2M/atm)(1atm)이므로
위의 식에서 pKa ≈ 6.24 (Ka = 5.7 × 10-7)이다. 평형상수 값은 화학 II 교과서의 ‘산-염기’ 단원의 이온화 상수에서 취급하고 있는데 ‘탄산’의 경우 Ka1 = 4.3 × 10-7이고 Ka2 = 4.8 × 10-11로 나와 있다. 실험을 통해 얻은 5.7 × 10-7값은 이산화탄소와 중탄산이온의 평형 반응에 의한 상수로, 실험 오차 범위 안에서 교과서에 제시된 Ka1과 유사하다.
탄산수의 pH와 전기 전도도 변화
플라스크에 상업용 탄산수(Perrier) 100 mL를 넣고 일정한 온도에서 1초 간격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pH값과 전기 전도도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Fig. 5에서처럼 pH는 4.78 정도에서 시작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조금씩 증가하였으며 측정 시작 후 50분가량이 지났을 때 그 값이 5.35가 되었다. 전기 전도도는 처음에 불안정한 값을 보였으나 3 ~ 4분가량 지나면서 비교적 안정되었고 약 50분간 측정하였는데 큰 변화 없이 평균 272.19 μS/cm 정도를 나타내었다. 그 이후 연속하여 3시간가량 더 측정해 보았더니, pH는 7.0을 넘어서 계속해서 증가하였으나 전기 전도도는 279.84 μS/cm정도로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이 상품의 소개란(www.perrier.com)을 보면 pH가 5.46으로 이것은 공기 중에 오랫동안 노출시켰을때 실험 오차범위 안에서 유사하며 성분은 물 이외에 HCO3‒ (390 mg/L), Ca2+ (147.3 mg/L), SO42‒ (33 mg/L), Cl‒ (21.5 mg/L), NO3‒ (18 mg/L), Na+ (9 mg/L), Mg2+ (3.4 mg/L), K+ (0.6 mg/L) 및 F‒ (0.12 mg/L) 등 9종의 이온이 포함되어 있어 위의 다른 세 가지 용액에 비해 매우 큰 값의 전기전도도를 나타낸 것으로 여겨진다.
Fig. 5.Time-dependant pH and Electric Conductivity of the Carbonic Acid Water
이산화탄소가 빠져 나감에 따라 pH 값이 천천히 증가함을 알 수 있었는데, 이는 반응(1)의 화학 평형에서 살펴볼 때, ‘르샤틀리에의 원리(Le Chatelier’s principle)’에 의하여 수용액중에 들어있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사라지면서 수소 이온(H+)과 탄산수소이온(HCO3‒)이 결합하는 역반응이 진행되어 수용액 중의 수소 이온 농도가 감소하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초기의 전기 전도도 값의 불안정한 변화도 수소이온과 탄산수소이온의 감소로 인해 탄산수 전체 이온 농도와 전하량 및 이동도 등이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탄산수의 pH 값이 7을 넘어 계속 커지게 되는 것은 실험에 사용한 탄산수 속에 들어 있는 9종 이온의 상대적인 영향으로 여겨진다. 즉 병을 열기 전에는 HCO3‒가 전체 이온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75 mg/L 중 390 mg/L이므로 약 82.1%를 차지하나 CO2로 날아가면서 상대적으로 그 비중은 줄어들고 다른 이온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교과서 분석
MBL 장치를 이용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제7차 교육과정 고등학교 과학과 화학 I, II 교과서에서 다루는 이산화탄소 수용액 및 탄산수에 관한 내용을 분석하였다. 이산화탄소 수용액 및 탄산수에 대해 전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교과서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을 교과서 개수별로 정리해보면 Table 1과 같다. 교과서에 따라 다루는 주제와 내용이 다르지만 과학교과서와 화학 I의 경우 각각 9번과 7번 서로 다른 교과서에서 관련 내용이 등장하였고 화학 II에서는 그 수가 2배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외형적인 분류를 내용면에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다음과 같이 살펴보았다.
Table 1.Description of Carbonic Acid and Aqueous Solution of Carbon Dioxide in the High School Textbooks According the Number of Different Kinds of Textbooks
과학 교과서의 경우 탄산을 단순히 약산의 예로서 제시한 경우가 5종으로 가장 많았고, 3종의 교과서에서는‘산성비’단원에서 깨끗한 비의 pH를 설명하면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물을 만나면 탄산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화학 I의 경우 ‘공기’ 단원에서 공기의 구성 물질인 이산화탄소의 쓰임에 관해 설명하면서 탄산음료의 제조에 이용된다고 서술한 교과서는 4종이었다. 화학 II 교과서에서는 혈액 내 완충작용으로 탄산의 평형 반응을 8종 교과서 중 7종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용액’ 단원에서 기체의 용해도를 설명할 때 예로서 탄산음료를 지적한 교과서는 7종이었으나 구체적으로 탄산 기체나 이산화탄소를 언급한 교과서는 2종뿐이었다. 탄산음료를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아형성된 것이라고 소개한 내용은 고등학교 과학과 화학 I과 II 교과서에서 공통적으로 찾아 볼 수 있었다. 그 중 화학 II의 기체의 용해도 부분에서 교과서의 설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탄산음료에서 나오는 기체가 탄산가스 거품이라는 설명은 모호한 설명으로 이산화탄소가 물에 용해되면 대부분 수화된 형태로 존재하다가 외부 압력이 낮아지면 수화된 상태에서 빠져 나오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탄산 기체는 존재할 수 있지만10 위의 설명에서 물 밖으로 빠져 나오는 것은 이산화탄소이기 때문이다.12-14
탄산이 약산에 해당한다는 것을 과학 교과서에서는 서술적으로 설명하였고, 화학 II 교과서에서는 산 해리 상수를 이용하여 나타내고 있었다. 과학 교과서에서의 설명을 보면, 탄산은 ‘물에 녹으면 일부 분자만 수소 이온과 산의 음이온으로 이온화되는’19 약산이라고 설명하고, 화학 II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온화 반응식과 함께 산 해리 상수를 제시하고 있다.20
앞의 실험연구에서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이면서 pH와 전기 전도도 변화를 살펴 본 결과,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이기 시작하자마자 전기 전도도가 빠르게 증가하였으므로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으면 빠르게 이온화하는 물질이 됨을 알 수 있었다.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으면 탄산 분자가 일부 생성되나, 이렇게 생성된 탄산은 수용액에서 빠르게 해리되어 이온화되므로 실험을 통해 구한 산 해리 상수나, 교과서에 제시되어 있는 산 해리 상수는 이산화탄소의 수화물과 탄산의 혼합물의 평형 해리상수로 볼 수 있다.
양자역학적으로 탄산을 분해과정인 H2CO3(aq) ⇒ H+(aq) + HCO3‒ (aq)에 따른 열역학적 cycle을 이용하여 계산하면 pKa1값은 2.2-3.8로 실험치인 6.24와 많이 차이가 있다.13b 이 경우에 탄산이 아니라 이산화탄소의 수화물인 CO2···H2O로 바꿔놓고 계산하면 pKa1가 7.2로 그 차이가 오히려 실험값에 가까우므로 물속에서는 H2CO3 대신 CO2···H2O으로 표현하자는 주장이 있다.13b 그리고 실험적으로도 최근에 탄산의 수소 원자를 중수소로 치환하여 탄산의 산 해리 상수를 측정한 선행 연구 결과,14 pKa1 값이 3.45 ± 0.15로 측정되었고 이 값을 교과서에서 사용하고 있는 Ka1으로 환산 해보면 Ka1 = 3.55 × 10‒4이다. 이는 순수한 탄산은 아세트산(1.8 × 10‒5)보다 더 센 산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식(2)에 주어진 산 해리 상수는 순수한 탄산의 산 해리상수 값이 아니라고 할 수 있으며 식 (1)의 평형에서 얻은 것과 같이 수화된 이산화탄소와 탄산의 평형 혼합물의 산 해리 상수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교과서에 제시된 탄산의 해리 상수 값을 수정하던지 식(2)의 H2CO3 (aq) ⇌ H+(aq) + HCO3‒(aq) 대신에 CO2···H2O(aq) ⇌ H+(aq) + HCO3‒(aq)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서 모호하게 정의되어 있는 물속에서의 탄산 표기나 교과서의 탄산가스 거품이라는 표현 그리고 약산 중에서 가장 약한 산으로 탄산을 예로 드는 오류를 수정할 수 있을 것이며 학생들로 하여금 올바르게 정의된 개념으로 탄산과 이산화탄소 수용액의 차이를 인식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탄산 관련 학습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이에 대한 교과서의 표현이나 기술을 살펴본 결과, 화학 II의 1종의 교과서18에서만 수화된 이산화탄소의 표현을 찾아볼 수 있었다. 수화된 이산화탄소(H2O·CO2)에 대한 표현은 혈액 내 완충작용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Fig. 6과 같이 제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수화된 이산화탄소에 대한 표현만 있을 뿐 이에 대한 설명은 제시되어 있지 않아, 학생들이 표현의 의미를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등학교 과학과 화학 교과서에 제시된 탄산의 해리반응 및 수화반응에 관련된 화학식과 반응식에서 화살표 사용과 방향을 살펴보면 Table 2와 같다. 과학 교과서에서는 탄산의 생성과 이온화 반응식이 분석 대상 교과서에서 총 3번 등장하는데 반해 화학 I에서는 총 8번, 화학 II에서는 총 24번 등장하여 교과 과정이 상위 단계로 진행됨에 따라 반응식을 이용한 설명이 많아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응식에 사용한 화살표의 종류를 살펴보면 과학과 화학 I에서 한 가지 경우만 제외하고 모두 비가역 반응 화살표(→)만을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과학의 ‘물질’ 단원의 산과 염기의 반응에서 ‘대표적인 산과 염기의 성질을 관찰하고 이를 이온 모형으로 설명한다.’라고 되어 있는 교육과정 해설서에 따라22 수소 이온을 내는 물질의 예로서 탄산으로부터 이온모형으로 변한다는 것을 강조하여 기술하였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화학 I의 경우도 해설서의 ‘공기’ 단원에서 ‘이산화탄소 등의 성질을 실험을 통해 조사하고’라는 단원 목표 내용에 따라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아 탄산을 형성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를 쓴 것으로 풀이된다.22 반면 화학 II에서는 ‘화학반응’ 단원에서 ‘화학 평형’단원을 통해 평형 반응식에 관해 학습하므로 ⇄를 이용한 화학 반응식이 많이 사용됨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평형에 후속되는 단원인 ‘산과 염기의 반응’ 단원에서는 →를 이용한 반응식을 사용하여, 평형 반응식에 관해 일관된 표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과학이나 화학 I과 달리 평형 개념을 배운 이후에도 비가역 반응 화살표를 계속 사용하면 이로 인해 탄산 및 중탄산이온이 이온으로 100% 해리되는 것 같은 인식을 강하게 줄 수 있다.
Fig. 6.Hydration of Carbon Dioxide and Its Reaction Equations18
Table 2.Reaction Arrows of the Dissociation of Carbonic Acid in the Textbooks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탄산에 관해 논의되고 있는 수용액 상에서의 분자형태(탄산 또는 이산화탄소 수화물)에 대해, MBL 기구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알아보았다. 그리고 실험 결과와 제 7차 교육과정 고등학교 과학과 화학교과서에 제시된 이산화탄소 수용액 및 탄산에 관한 기술 내용을 비교하여 분석하였다.
첫째, 실험실적으로 증류수를 공기에 노출시킨 용액, 증류수에 드라이아이스를 넣은 용액, 증류수에 이산화탄소 기체를 bubbling 시킨 용액을 만들었고 상업용 탄산수를 포함한 4가지 수용액의 pH 변화, 전기전도도 변화 및 온도 변화를 시간에 따라 관찰하였다. 이산화탄소의 형태에 따라 물과 만나는 반응 표면적이 다르기 때문에 변화의 크기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대부분 pH가 감소하고 전기 전도도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산화탄소가 물을 만나 탄산이 되어 그 형태를 유지한다면 전기전도도는 변함이 없어야 하지만 넣자마자 그 값이 증가한다는 것은 이온이 즉각적으로 발생하였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이온 중의 하나는 pH 증가로 나타나는 수소이온일 것이다. 따라서 수용액 상에서는 탄산이 존재하더라도 이산화탄소의 양에 비해 훨씬 적을 것으로 여겨진다. 세 가지 이산화탄소 수용액 중에서 pH 변화가 크고 일정시간동안 같은 값을 유지하는 CO2 bubbling 용액을 택하여 탄산의 평형상수 Ka1를 구한 결과 5.7 × 10‒7로서 문헌에서 알려진 수치와 실험오차 범위 안에서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제7차 교육과정 고등학교 과학과 화학 교과서에서 다루는 이산화탄소 수용액 및 탄산수에 관한 내용을 분석하여 보면 탄산음료를 탄산의 예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고, 탄산의 특성에 대해 단순히 약산으로 기술하고 있음과 상위 단계로 진행됨에 따라 반응식을 이용한 표현이 빈번해 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화학 II에서는 ‘화학 평형’ 단원을 통해 평형 반응식에 관한 개념을 학습하므로 이산화탄소 및 탄산에 관한 화학식을 평형 화살표(⇄)를 이용해 표현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과과정 상에서 ‘화학 평형’의 후속 단원에 해당하는 ‘산과 염기의 반응’ 단원에서 나타난 화학 반응식에서는 비가역 반응 화살표(→)를 이용하여 표현하고 있어 표현에 있어 일관성이 낮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반응에 대한 모호한 인식을 줄 수 있으므로, 학생들의 과학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교과서에서의 표현이 일관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실험 결과 얻은 pKa1값과 교과서에 제시한 탄산의 pKa1이 유사하였으므로 탄산의 산 해리 상수 값의 수정이나, 반응물인 탄산(H2CO3)의 표현 대신 이산화탄소 수화물 등으로의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험 결과에서와 같이 수용액에서 이산화탄소는 탄산의 형태가 아닌 수화된 이산화탄소로도 존재하고 있음을 표현한 교과서는 화학 II 교과서 8종 중 1종에 불과하였지만 이마저도 표현된 이산화탄소 수화물에 대한 설명이 없어 표현의 의미가 학생들에게 전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산화탄소가 물에 용해되어 일부 분자는 탄산이 되고 나머지는 수화된 형태로 존재함을 교사의 설명이나 교과서의 추가적인 서술을 통해 전달해야할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용해되면 대부분은 수화된 형태로 존재하고 탄산 분자가 일부 생성된다는 선행 연구들의 결과를 MBL을 이용해 확인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 pH가 약산을 나타내는 것은 이산화탄소와 탄산의 평형 반응에 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교과서에 제시된 탄산의 산해리 상수(Ka1)는 순수한 탄산의 산 해리 상수가 아니라 이산화탄소와 탄산의 평형에 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는 물에 약간 녹아 약한 산성 용액인 탄산(H2CO3)을 생성한다’고 탄산이 약산임을 설명하고 있었다. 교과서에 제시된 반응식을 통해서는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아 ‘모두’ 탄산이 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수화된 이산화탄소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용해된 이산화탄소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조사한 연구가 없으므로 실제로 학생들은 이산화탄소의 용해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에 대한 추후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2009 개정 교육 과정이 공표되어 교과 내용의 구성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 이유 중의 하나가 ‘필요하다면 어려운 과학 개념일지라도 적절한 수준에서 소개한다’ 또는 ‘II 과목에는 어렵더라도 실생활에 꼭 필요한 내용을 추가해서 분과별 지식의 완성도를 높여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라고 되어 있으므로22 본 연구의 실험과 교과서 내용에 대한 분석결과가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집필 및 이산화탄소 수용액과 탄산에 관한 이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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