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물질세계에 대한 이해를 위하여 과학과 교육과정에서는 거시적 수준에서 미시적 수준으로 초점을 맞추어 주변의 물질을 분류하고 성질 및 변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중학교 8학년까지는 주로 물리적 변화에 중점을 두고 다루다가 9학년에 이르러 학생들은 화학변화와 물리변화를 구분하고 물질의 입자 개념을 바탕으로 화학변화에서 나타나는 반응물과 생성물의 관계를 배우게 된다. 그 중에서 일정성분비의 법칙은 반응물 사이의 결합 질량비의 규칙성을 통해 화합물을 이루는 성분 원소 사이의 반응 양론적 개념 해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과학사적으로 볼 때에는 돌턴의 원자설을 추론하게 하는 의미 있는 단계의 학습 내용이다. 그러나 일정성분비의 법칙은 과학 교과서 구성 상 물질의 구성 입자를 먼저 배운 후에 다루어지기 때문에 법칙을 통해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은 돌턴의 원자설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법칙을 해석하도록 구성되었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과학 교과서는 연역적 방법을 사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1
교과서 구성상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이해하려면 돌턴의 원자설 뿐만 아니라 수용액 속에서 물질의 해리 과정이나 입자끼리의 결합 등에 대한 개념도 알고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개념은 고등학교 과정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정리되어 나온다. 이렇게 높은 수준의 선수 개념을 요구하고, 또한 눈에 모이지 않는 미시적 개념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아 화학반응에서의 규칙성 단원은 학습자에게 어렵게 인식되는 내용 중 하나이다. 이 때문에 제6차 교육과정에서는 중학교 2학년에 수록되었던 내용이지만,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중학교 3학년으로 이동하여 제시되었고,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으로 옮겨졌다.
교육과정이란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것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학문의 발전, 사회욕구의 변화 및 국가의 요청 등에 따라 끊임없이 변할 수 있으며, 학습자 수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학습 내용의 이동 및 수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다만, 일정성분비의 법칙 관련 내용은 교육과정이 바뀌어 학년의 이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적 세계에 대한 학생 이해를 돕기 위해 ‘입자모형을 이용한 일정성분비 법칙의 설명’을 도입하도록 하는 점에서 변화가 없었다는 특징이 있다.
규칙성을 나타내는 화학 현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는 모형은 눈으로 보고 조작이 가능하여, 원자나 분자 단위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분해, 결합과정을 나타내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교과서마다 볼트와 너트 또는 공과 막대, 클립 등의 모형을 이용해 물질의 변화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대외적인 평가 문항2에서도 모형의 해석 여부로 화학 변화 과정의 성취도를 판별하기도 한다. 따라서 화학반응에서의 규칙성 관련 내용을 학습하는 데에 있어서 모형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교육적 효과는 누구나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정성분비의 법칙에 관련된 다양한 실험의 효과를 비교 분석한 선행연구들은 있었지만, 직접 실험을 하는 것보다 모형을 사용하여 학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연구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교과서에 제시된 실험 종류에 따라 일정성분비의 법칙에 관한 이해도를 분석한 연구3에서는 대부분의 중학생들은 실험의 종류에 관계없이 단순 관찰 수준에 머물렀으며, 실험을 통해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규칙성을 발견하는 비율이 매우 낮음을 지적하였다. 또한 직접적인 실험을 통해 규칙성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도출하는 과정이 학생들의 인지 수준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았으며, 직접적인 실험을 제시하기보다는 모형 등을 통해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제안하였다.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확인하기 위한 요오드화납 앙금 생성반응 실험에서 교사의 수업 방식에 따른 학생 이해도를 비교한 연구4에서도 교사의 다양한 수업 방식에도 불구하고 이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학생들은 수행한 실험결과를 해석하고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선행연구의 결과들을 고려할 때, 화학반응의 규칙성을 찾는 목적으로 교과서에 제시된 일정성분비의 법칙에 관련된 실험 내용은 종류나 교사의 수업방식에 관계없이 교육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질의 입자 개념 이해를 위하여 공과 막대 모형을 이용한 수업자료를 개발하여 적용해 본 연구5에서는, 이러한 수업 방식은 학생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시키고, 모형이 거시세계와 미시세계를 연결하여 학생들이 올바른 과학 개념을 형성하는 것을 도우며, 따라서 교육적 파지 효과도 있음을 보고하였다. 물리변화와 화학변화를 설명할 때 미시적 관점을 이해하기 위하여 자료 개발과 교수학습 방법의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한 연구6도 있었다.
많은 선행연구들7-11에서는 모형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예측하도록 하는 것이며, 특히 과학에서는 설명이 추상적이기 때문에 모델을 통한 가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과학 개념의 교수학습에서 비유를 통한 설명은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화하여 학습자의 이해를 촉진하고, 새로운 개념과 현상 및 경험 간의 유사성을 비교하게 하여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유발시키는 작용과 능동적인 학습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12 과학적 현상 중 관찰이 어렵거나 시간과 안정상의 문제가 있는 경우 모형을 적용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연구13-15도 제시되었다. 또한 모형이 학생들의 과학 개념에 대한 존재론적 범주로의 이동을 돕는다는 연구16도 제안되었다.
그러나 교사와 교과서 저자들이 의도한 것과 달리 과학 개념과 비유물을 혼동하거나 새로운 오개념을 유발하는 등 비유의 사용이 개념 형성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연구17도 있으며, 많은 교사들이 과학적인 모형의 사용에서 경험의 한계를 느끼거나 학생들의 학습과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연구7,18도 있다. 또한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볼트와 너트를 사용한 비유수업에서 학생들은 볼트와 너트를 원자의 실제 크기로 오인하고 비유의 사용이 오히려 불필요한 정보가 되어 문제풀이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연구도 보고되었다.19
선행연구20에 따르면, 과학교사들이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지도하는 방식에 대해 알아본 결과, 63% 이상의 교사들이 주로 이론 위주의 수업으로 진행하며, 40% 이상의 교사들이 모형이나 동영상 자료를 활용하여 수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학생실험을 직접 수행하는 경우는 16.7%에 불과하였다고 밝혔다. 학생 실험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실험 결과가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실험 결과를 통해 학생들이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해석하는 과정이 어렵다는 응답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교과서에 제시된 실험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습자의 탐구능력을 신장시키고, 실험결과를 통해 과학개념을 습득시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정성분비의 법칙에 관련된 실험들은 학습자의 수준에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실험 대신 설명이나 모형 등을 통한 수업을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내지만, 이러한 수업 방식이 학습자의 이해를 돕는데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연구는 구체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7차 교육과정의 중학교 3학년 「물질변화에서의 규칙성」 단원 중에서 일정성분비의 법칙과 관련된 앙금생성 실험수업과 모형을 이용한 수업의 효과를 비교하기 위하여,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규칙성을 찾거나 개념을 이해하는 정도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모형을 이용한 수업이 물질 변화의 규칙성을 찾는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이해하는데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실험수업의 결과와 비교하여 봄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수업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 내용 및 방법
연구대상
연구대상으로는 중소도시에 소재한 중학교에서 남여 합반으로 구성된 3학년 8개 학급 250명을 선정하였으며, 각각 4학급씩 두개의 집단으로 나누어 직접 실험 수업과 모형실험 수업을 실시하였다. 연구대상 학급은 2명의 과학교사가 수업을 진행하였으며, 교사의 특성을 배제하기 위하여 교사마다 각각 2개 반은 모형을 사용하는 수업을 실시하고, 2개 반은 앙금생성 실험을 실시하였다. 수업을 담당한 두 과학 교사의 경력은 10년 이상이었으며, 본 연구에서 이루어지는 수업 내용을 2 ~ 3차례 이상 지도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단원의 교수학습과정은 모든 집단이 동일하도록 하였으며, 수업은 정규 과학수업시간에 과학실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이루어졌다.
검사문항
일정성분비의 법칙과 관련하여 여러 교과서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제시되는 실험 중 하나는 요오드화납 생성실험이다. 이와 관련된 수업을 모형실험집단과 앙금생성실험집단으로 나누어 각각 실시한 후,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유도하는 과정과 관련된 관찰이나 규칙성을 찾는 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비교하기 위하여 학생들이 작성할 보고서의 항목을 구성하였다. 보고서의 항목은 선행연구3-4의 요오드화납생성 실험에서 사용한 검사문항지를 바탕으로 과학교육 전문가와 과학교사 2인의 협의 과정을 거쳐 타당도를 검사받아 작성하였다. 보고서의 항목은 수업 진행에 따라 질문에 학생들이 답하도록 구성하였으며, 이때 답안 작성은 학습자가 생각하는 것을 기술하거나 그림 등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실험보고서에 작성된 학생들의 답변은 사고의 일관성이나 개념간의 관련성 등을 파악하기 위하여 관련 항목끼리 묶어서 비교 분석하였으며, 또한 실험집단 사이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하여 두 집단의 답변은 같은 항목끼리 분류하여 학생들의 사고를 분석하였다. 검사문항지의 구체적인 내용과 문항을 통해 알아보고자 하는 중점 사항을 Table 1에 제시하였다.
Table 1.Laboratory report items
교과서 분석을 통한 수업 설계
7차 교육과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중학교 과학 교과서들을 분석한 결과(Table 2), 직접 학생실험을 제시하는 교과서 중에서는 앙금생성실험이 다른 실험보다 더 많았다. 그리고 앙금생성실험 중에서는 요오드화납 생성실험을 제시한 교과서가 가장 많았다.
Table 2.Analysis of experiments related to 'Law of definite proportions' in 9th grade science textbooks based on the 7th curriculum
Table 3.Characteristics of models and explanations of 'Law of definite proportions' in 9th grade science textbooks
Table 4.Procedure of two classes
교과서에 제시된 모형들을 분석한 결과(Table 3), 공과 막대 모형을 제시한 교과서가 가장 많았다. 그리고 공과 막대 모형을 사용한 경우에는 각각의 모형을 해당되는 원소와 비유하여 설명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볼트와 너트, 동전등 다른 모형을 제시한 교과서 중에는 단순히 조합하는 방식만 제시하고, 이러한 모형과 원소의 관계를 연결 짓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7차 교육과정의 중학교 3학년 과학 교과서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실험 내용으로 요오드화납 앙금생성실험을 선택하고, 모형으로는 공과 막대 모형을 선택하였다. 앙금생성실험집단과 모형실험집단에 실시한 수업 과정을 비교하여 Table 4에 제시하였다. 앙금생성실험을 실시한 집단과 모형을 사용하여 수업한 집단은 Table 4에 제시한 순서에 따라 교사가 수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실험을 하면서 학생들이 보고서에 답을 한 후에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개하였다. 실험결과에 대해서는 모둠 간 토의가 가능하도록 하고, 보고서에 답을 할 때에는 학생 개개인의 사고를 알아보기 위하여 서로 간의 토의를 배제하였다.
과학 현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는 모형은 눈으로 보고 조작이 가능하여, 과학학습의 특성상 불가피한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화하여 학습자의 이해를 촉진하고 새로운 개념과 현상 및 경험 간의 유사성을 비교하게 하여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다.21 특히 물질을 이루는 미시적 입자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분해, 결합과정을 나타내기가 용이해 교과서마다 볼트와 너트 또는 공과 막대 등을 이용해 물질의 변화 과정을 표현한다. 또한 모형과 같은 비유를 사용하는 목적은 학습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여 학생에 친숙하고 학생들의 사전 개념을 고려하여 유사한 대응관계를 가지는 것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 연구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모형 중에서 Fig. 1과 같은 모형을 사용하였다.
이 모형은 색과 크기가 서로 다른 공을 이용하여 서로 다른 물질을 설명하며 연결하는 막대의 길이 차이로 다른 종류의 물질 결합을 설명할 수 있는 것5으로 입체적인 모양을 설명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조작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Fig. 1.Ball and stick models used in the class of model application
결과 및 논의
수용액 속에 들어 있는 입자에 대한 개념 인식
반응 용액인 요오드화칼륨과 질산납 수용액 속에 들어 있는 입자에 대한 개념을 알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요오드화칼륨 수용액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Ū’라는 항목에 대한 학생들의 응답을 모형실험집단과 앙금생성실험집단으로 구분하여 비교한 결과를 Table 5에 제시하였다. 앙금생성실험집단에서는 직접 용액을 가지고 실험을 하였지만, 모형실험집단의 경우에도 교사가 시범으로 실제 요오드화칼륨 수용액과 질산납 수용액을 보여주고 생성된 앙금도 확인시켰으며, 모형의 볼에 해당하는 원소들을 연결시켜 수업하였으므로 수용액 속의 입자에 대한 학생들의 응답을 알아보는 문항을 두 집단에 모두 제시하였다.
Table 5.Students' thoughts of particles in the potassium iodide solution
앙금생성실험반과 모형실험반 학생들의 인식을 비교한 결과, 앙금생성실험반의 경우에는 수용액 안에 각각의 원소들이 분리되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45.6%로, 모형실험반 학생들의 인식(9.7%)과 비교할 때 매우 높았다. 수용액 속에 요오드와 칼륨이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한 학생의 응답 사례를 제시하면 Fig. 2와 같다. 앙금생성실험반 학생들은 입자모형보다는 단어로 분리된 입자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모형실험반은 요오드화칼륨 수용액 속에 요오드화칼륨 자체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65.3%로 가장 높았다. 이러한 생각을 드러내는 학생의 응답 사례를 Fig. 3에 제시하였다. 학생들의 응답 중에는 모형으로 표현한 것과 실제 용액 속의 물질을 혼동하여 제시한 경우도 눈에 띄었다.
분석 결과, 모형실험반의 경우에는 물에 반응물질이 해리되어 각 원소로 분리된 채 존재한다고 사고하는 비율이 앙금생성실험반의 경우와 비교할 때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실험의 결과를 통해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응물 속에 원소들이 독립적으로 분리된 채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하는데, 이러한 인식이 낮았기 때문에 모형실험반 학생들은 반응 후에 나타난 결과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모형을 사용하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의 존재를 가시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투명한 수용액 속의 입자들을 이해하고, 실험 후 결과를 해석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모형을 사용하지 않은 앙금생성실험반의 경우에는 투명한 수용액 속의 이온들을 학생들이 직접 관찰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용액 안에 원소들이 분리된 채로 존재한다는 인식이 더 높았다는 사실을 통해, 모형사용에 따른 기대효과가 직접 실험을 수행하는 것보다 더 높지 않을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Fig. 2.A student's response related to separated particles of the solution in the class of precipitation experiment
Fig. 3.A student's response related to undivided particles of the solution in the class of model application
Table 6.Students' thoughts of particles in the lead nitrate solution
학생들의 인식을 보다 잘 파악하기 위하여 질산납 수용액 속의 입자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알아본 문항도 분석하여 Table 6에 제시하였다.
질산납 수용액 속에 들어 있는 입자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결과(Table 6)는 요오드화납 수용액 속에 들어 있는 입자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결과(Table 5)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었다. 즉, 학생들이 앙금생성실험을 한 경우와 모형을 사용한 경우 반응물 속의 입자에 대한 사고방식은 일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반응물 속의 입자에 대한 사고방식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모형을 사용하는 것보다 직접 앙금생성실험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Table 7.The relationship between students' thoughts of particles in the solutions in the class of the precipitation experiment and the class of model application
요오드화칼슘 수용액 속의 입자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과 질산납 수용액 속의 입자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사이에 관련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하여 두 문항에 대한 학생들의 응답을 앙금생성실험반의 경우와 모형실험반의 경우로 구분하여 분석하고, 이를 Table 7에 제시하였다.
Table 5, Table 6과 비교하여 Table 7을 분석해 보면, 앙금생성실험을 직접 수행한 학생들 중에 요오드화칼륨 수용액 속에 요오드와 칼륨 원소들이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 57명(45.6%) 중에 질산납 수용액 속에도 질산과 납이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50명(40.0%)이었으므로, 요오드화칼륨 수용액 속의 입자들이 분리되고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질산납 수용액 속의 입자도 분리한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 비율은 질산납 수용액 속의 입자가 분리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학생 52명(41.6%)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요오드화칼륨 수용액 속에는 반응물이 그대로 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 49명(39.2%) 중에 질산납 수용액 속의 입자들도 그대로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40명(32.0%)으로, 반응물 속의 입자에 대한 생각도 두 반응물의 경우에 일치하는 확률이 높았다. 질산납 수용액 속에서 입자가 그대로 존재할 것이라는 비율(34.4%)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모형을 이용하여 학습한 학생들 중에 요오드화칼륨 수용액 속에는 반응물이 그대로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 학생 81명(65.3%) 중에 질산납 수용액 속에도 반응물이 그대로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 학생은 74명(59.7%)였다. 따라서 모형을 이용한 수업을 받은 학생들도 역시 반응물 속의 입자에 대한 생각은 두 반응물의 경우에 일치하는 확률이 높았다. 이를 통해 앙금생성실험을 한 집단은 반응물 속의 입자들이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고, 모형을 이용한 수업을 한 집단은 상대적으로 반응물 속에 물질이 그대로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음을 몇 단계를 거쳐 확인할 수 있었다.
모형을 학습에 이용하는 목적은 미시세계의 현상을 거시세계의 물질 현상과 연결시켜 입자와 관련된 개념의 이해력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입자를 대신하는 모형을 조립하고 분리하는 단순한 조작과정을 수행하면서 정작 그 모형이 표현하는 수용액 안에서의 입자 존재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모형 학습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선행연구9에서는 모형이 현상들로부터 수집된 자료들로부터 구성되어야 하며, 이로부터 요소, 관계, 작용, 그리고 관계들 사이에 작용하는 규칙들을 외부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도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이러한 모형화 과정에 대한 인식을 학습자가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였다.12 따라서 모형을 사용하여 학습자들에게 실험 결과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모형이 표현하고자 하는 관계와 작용, 규칙 등에 대한 인식을 함께 제공할 필요가 있다.
Table 3에 제시한 바와 같이 교과서 중의 일부에서는 모형을 제시하면서 단순한 조합 과정만 보여주고, 이 모형이 거시세계의 물질 현상과 어떻게 관련짓는 지에 대한 설명이 누락된 경우도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모형을 사용하는 집단에 교사가 앙금생성과정을 시범실험으로 보여주고, 실제 반응물과 반응 과정을 모형으로 표현하도록 안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자신이 조작하는 모형과 실제 세계 사이를 관련짓는 것에 대해 어려워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모형을 이용한 수업을 설계할 때 교사가 고려해야 할 학습자의 이해 수준에 대해 시사점을 제공한다.
학생들이 반응물이 물에 용해되는 과정에서 입자들이 해리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전까지의 학습이 주로 물질의 물리적 변화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앙금생성반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학반응과 이온화, 화학결합과 같은 학습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수용액 중 물질의 이온화 과정이나 화학결합의 원리를 학습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용액 속에 이온화되어 들어있는 미시적 입자의 추리는 매우 어려운 일인 것이다. 개념이 선행되지 않았는데 모형만 도입하는 것은 교육적 효과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미시적 현상의 이해를 포함하여 학생들이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배울 때 모형을 이용한 학습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화학결합 측면에서의 물질이 이온화 과정과 화학결합의 개념을 제시한 모형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교사의 안내가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수용액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변화에 대한 인식
두 용액을 섞었을 때 일어나는 반응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하여 두 용액을 섞으면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하는지(Table 8), 그리고 이 때 관찰되는 앙금은 왜 생겼다고 생각하는지(Table 9) 두 집단의 응답을 비교하여 분석하였다. 모형실험집단의 경우에는 모형을 사용하여 설명하도록 요구하였다.
Table 8.Students' thoughts of reaction change when the two solutions mixed
두 용액이 반응하여 새로운 화합물을 생성하는 화학변화로 인식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앙금생성실험반이나 모형실험반에서 모두 높았으나, 모형실험반의 경우 76명(61.3%)으로 앙금생성실험반의 59명(47.2%)보다 더 높았다. 따라서 모형을 조작하면서 미시적 입자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반응을 이해시키는 방식이 직접 실험을 관찰하고 이를 이해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모델이 구체적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본질적으로 중요한 상호작용의 과정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일 것이다.21 두 용액을 섞으면 화학변화가 일어난다고 응답을 한 학생의 예를 제시하면 Fig. 4와 같다.
이러한 연구 결과로부터, 학생들이 직접 노란색 앙금생성을 관찰하는 실험을 통해 화학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흥미 유발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이 실험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개념 이해에 관련된 교육적 효과를 얻기에는 부적절한 면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험을 한 후에도 학생들은 단순히 관찰된 현상을 기억하는 수준에 머물 수 있기 때문에, 실험의 목적이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이라면, 학생들이 현상을 기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개념의 이해로 넘어갈 수 있도록 적절한 교사의 개입과 안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모형실험반의 교육적 효과가 모든 면에서 더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이 실험을 통해 일어나는 변화가 물리변화라고 인식하는 학생의 비율도 모형실험반이 28명(22.6%)으로 더 높았다. 이러한 응답의 사례를 Fig. 5에 제시하였다.
Fig. 4.A student's response in the class of model application that mixing the two solutions occurs chemical change
Fig. 5.A student's response in the class of model application that mixing the two solutions occurs physical change
이를 통해 모형을 사용할 때 물리변화와 화학변화의 구분이 뚜렷하게 표현되기 어려울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과 막대 모형을 통해 화학결합의 관계를 설명할 때, 새로운 화합물의 생성과 입자의 분리 등과 같은 화학변화와 물리변화의 개념을 구분시키는 단계의 도입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단계의 구분이 생략된 채로 공과 막대를 이용하여 새로운 물질을 모형으로 표현한 경우에, 단순히 물질들이 달라붙은 것을 표현하는지, 새로운 물질의 생성을 표현하는지 학생들이 모형을 통해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모형으로부터 실제 현상을 표현할 때 가지는 한계22-25에 대한 문제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있다. 따라서 모형을 통해 관찰되는 자연현상을 학생들이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현상을 모형으로 표현할 때 관련되는 요소들, 관계들, 작동과 규칙성 등에 대한 통찰을 함께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11
Table 9.Students' thoughts related to the reason of forming precipitation
두 용액을 섞었을 때 일어나는 화학변화에 대해 학생들의 이해는 앙금이 생성된 이유에 대한 문항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 문항을 통해 ‘투명한 용액에서 왜 앙금이 생겼을까?’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 앙금생성실험반과 모형실험반 학생들의 응답 결과를 비교하여 Table 9에 제시하였다. 정답으로 분류한 학생 응답에는 요오드화납을 만들었다는 유형과 두 입자가 결합하였다는 유형, 그리고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졌다는 유형 등을 포함하였다. 또한 생성물이 물에 녹지 않아야 앙금이 관찰되므로, 용해도 때문에 앙금이 생성된다는 유형도 정답에 포함하였다. 그리고 오답으로 분류한 학생 응답에는 결합하고 남은 것이 앙금이라는 유형, 무거워서 가라앉은 것이라는 유형, 문제 상황을 반복한 수준의 진술 유형 등을 포함하였다.
Table 9를 살펴보면, 앙금생성반과 모형실험반은 정답의 비율과 유형별 비율, 그리고 오답의 비율과 유형별 비율에서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앙금생성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에 앙금생성실험이나 모형 사용이 크게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두 수업 방법은 모두 정답보다는 오답을 가진 학생들의 인식을 교정하는데 효율적이지 못함을 알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은 결합한 물질이 앙금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결합하고 남은 물질이 앙금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각각 17.6%와 23.4%로 응답 유형 중에서 매우 높았다. 그리고 앙금 생성 이유를 묻는 문항에 피상적으로 문항을 재진술하는 형태의 응답을 한 경우도 25.6%와 17.7%로 매우 높았다. 이러한 응답은 학생들이 앙금생성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응답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학생들이 실험 결과로 나타나는 앙금을 통해 원소끼리 일정한 비율로 결합한다는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이해하여야 하는데, 앙금 생성 원인을 이해하는 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실험 결과로부터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관찰을 통한 규칙성의 발견에 대한 인식
반응이 끝난 후 앙금생성실험집단은 생성된 앙금의 높이를 자로 재어 표에 기록하고, 이를 토대로 그래프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모형실험집단은 만든 모형의 개수를 표에 기록하고, 개수를 세로축의 높이로 변환하여 그래프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학생들의 응답을 분석하여 학생들이 실험을 통해 규칙성을 찾아낼 수 있었던 지에 대해 Table 10에서 알아보았다.
실험 결과를 통해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찾기 위해서는 증가하다가 일정해지는 값을 관찰해야 한다. 모형을 이용한 수업을 한 집단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이러한 규칙성을 찾는 비율이 66.1%로 가장 높았다(Fig. 6). 그러나 계속 증가한다고 인식하는 경우도 24.5% 정도 나타났다.
학생들 중에는 그래프 작성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무응답이나 그래프 작성 오류 등의 경우가 발생하여, 그래프를 통해 일정성분비의 규칙성을 찾은 학생의 비율은 56.5%로 절반 정도 되었다.
Fig. 6.A student's interpretation that the height of precipitation becomes invariable after increasing in the class of model application
Table 10.Students' thoughts related to the interpretation of measuring data
Fig. 7.A student's interpretation that the height of precipitation increases continuously in the class of precipitation experiment
Fig. 8.A student's interpretation that the height of precipitation decreases after increasing in the class of precipitation experiment
앙금생성실험을 한 집단의 경우에는 모형을 이용한 집단과 달리, 증가하다가 일정해지는 규칙성을 찾은 학생의 비율은 16.8%로 매우 적었고, 그래프를 통해 규칙성을 찾은 경우도 16.0%로 유사하였다. 가장 높은 비율의 학생들은 앙금의 높이가 계속 증가한다고 인식하였으며, 그래프를 통해서도 계속 앙금의 높이가 증가하는 것으로 표현한 비율이 45.6%로 절반 정도 되었다(Fig. 7). 실험 결과를 통해 증가하다가 감소한다고 생각한 학생들의 비율도 20%정도 되었다(Fig. 8). 이러한 경향성은 모형실험 집단의 경우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기타 및 무응답의 비율은 모형을 이용한 집단과 앙금 생성 실험 집단이 유사하였으며, 그래프 작성의 오류 비율도 유사하였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통해, 일정성분비의 규칙성을 찾기 위해서는 앙금생성실험보다는 모형을 이용한 수업이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선행연구3-4를 통해서도, 앙금생성실험은 앙금의 높이가 일정해지는 경향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실험학습집단에서 현상을 관찰하는 비율이 낮게 나온 원인은 탐구실험 과정에서의 문제 때문이 가장 컸다. 학생들이 수행한 실험결과에서 실제로 측정된 앙금의 높이가 규칙적이지 않았으며, 앙금을 가라앉히는 시간도 교과서에서 제시한 시간보다 많이 소요되었다. 이 때문에 선행연구26에서도 요오드화납 앙금생성실험은 앙금의 높이가 대부분 규칙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앙금의 높이를 측정한 것보다 질량을 측정한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하였다.
비록 모형을 이용한 수업이 앙금생성실험을 직접 수행하는 수업보다 일정성분비의 규칙성을 찾는 비율이 높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절반 정도의 학생들은 모형을 이용한 수업을 통해서도 규칙성을 찾지 못하였다. 따라서 모형을 이용한 수업의 경우에도 학생들이 규칙성을 찾을 수 있도록 수업 내용의 전개에서 보다 효율적인 교수전략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일정성분비의 법칙에 대한 이해
앙금생성실험이나 모형을 이용한 실험 수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관찰한 결과로부터 규칙성을 찾고, 이를 통해 반응물이 일정한 비율로 결합한다는 사실을 추론하는 것이다. 보고서의 응답을 앙금생성실험반과 모형실험반으로 구분하여 제시하면 Table 11과 같다.
Table 11.Students' interpretations from the height change of the precipitation
앙금 높이 변화의 규칙성을 찾는 비율은 모형실험반이 훨씬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실험 결과로부터 반응물 간의 일정비 결합의 추론을 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앙금생성실험반의 경우 19.2%였고, 모형실험반은 13.7%로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비율은 계속 증가하다가 일정해지는 경향을 찾은 앙금생성반응실험반의 비율(Table 11에서는 16.8%, 그래프는 16.0%)과 큰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모형을 이용한 수업을 한 반의 경우에 비록 모형을 통해 생성물이 증가하다가 일정해진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이러한 실험 결과를 통해 반응물의 결합비가 일정하다는 사실을 추론하는 것은 학생들의 수준에서 쉽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실을 관찰한 것과, 이를 통해 법칙을 추론하는 과정은 구분되어야 하며, 실험 결과를 관찰하고, 이로부터 법칙을 추론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오답은 앙금생성실험반과 모형실험반이 모두 60%가 넘는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은 현상을 다시 묘사하거나 용어를 반복하는 유형으로, 이를 통해 학생들이 반응물들이 일정한 비율로 결합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 및 제언
많은 과학 교사들이 실험 수업보다는 이론 수업을 선호하고 모형을 이용한 수업의 효과를 기대하지만, 이 연구를 통해 모형 수업의 경우에도 학생들의 이해에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모형을 통해 자연 현상의 규칙성을 깨닫도록 지도할 때, 교사가 학생들에게 모형이 나타내고자 하는 요소들과 관계들, 이를 통해 나타나는 규칙성 등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도록 설명하는 것을 간과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학생들의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교수 방안으로 제시된 모형의 의미를 학생들이 충분히 파악하도록 하는 과정이 생략된다면, 모형의 교육적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모형은 실제가 아니며 자연현상의 규칙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이므로, 도구가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를 학생들이 공감하여야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과서의 설명에서도 모형이 나타내고자 하는 실제 대상과의 관계에 대한 부분이 보다 체계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에서 분석한 교과서 중의 일부에서는 모형을 제시하면서 단순히 모형의 조합 과정만 보여주고, 모형이 반응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에 대한 설명은 누락한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모형 수업을 한 학생들은 자신이 조작하는 모형과 반응 사이의 관계를 실제 세계 사이를 추론하지 못하는 경우가 관찰되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선수 학습 과정을 고려해 볼 때, 모형을 통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선수 학습 내용이 부족한 경우도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반응물의 용해 과정에서 입자의 해리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학생들은 물리변화와 화학변화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용액 속에 존재하는 입자의 존재를 추리해야 하므로 비록 모형을 도입하였다고 하더라도 두 물질이 용해된 용액들을 섞었을 때 생기는 새로운 화합물에 대한 존재의 추리가 어려울 것이다. 학생들은 새로운 물질의 생성이 단순히 물질이 서로 엉겨 붙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새로운 화합물의 인식을 위해서 필요한 이온의 존재와 이온결합이라는 개념이 부족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학습 위계의 문제는 2007 개정교육과정에서는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온의 개념이나 기초적인 결합 개념이 중학교 2학년에 도입되고, 그 후 학년에서 일정성분비의 법칙 등 물질세계의 규칙성에 대해 다루도록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2007 개정교육과정에서는 모형의 한계에 대해 인식하도록 하는 과정도 제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가능하려면, 학습자 스스로 현상에 대한 모형의 창안 과정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모형은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는 과정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과의 차이를 인식할 때 한계점에 대한 인식도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교사나 교과서에서 모형을 제시하고 일방적으로 제시한 모형으로 자연 현상을 설명한다면, 모형이 나타내고자 하는 물질의 특성과 관계들에 대한 의미 파악을 학생 스스로 추론하기 어려울 것이다. 추론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한 일을 통해 왜 그렇게 했는지 알아내는 사고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교과서 등에 제시되는 모형은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방안일 뿐이며, 모형의 한계점이나 과학 내용과 불일치하는 점 등에 대한 인식 자체는 학습의 주요 초점이 아니다. 따라서 모형의 한계점을 중등교육과정 안에서 학생들이 학습해야 할 내용으로 새롭게 제시한 점은 2007 개정교육과정의 특징이면서 문제점으로 간주할 수 있다. 모형의 한계에 대한 인식 자체를 과학 학습의 대상으로 한 일이 과거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법칙의 발견은 관찰을 통해 규칙성을 파악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실험을 통해 규칙성이 관찰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면, 법칙의 발견이 우선되어야 하는지, 실험을 통한 관찰 사실의 인식이 우선되어야 하는지에 따라 제시해야할 교육 내용은 달라져야 한다. 자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실험이 전적으로 과학의 법칙을 증명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과학사적으로 살펴볼 때에도 일정성분비의 법칙은 베르톨레의 부정화합의 비에 의해 어려움을 겪었으며,27 이 연구에서도 실험을 통해 앙금 높이의 규칙성을 찾는 학생의 비율이 매우 낮았다.
그러나 규칙성을 관찰한 비율이 높은 모형 수업반에서도 반응물 간의 일정비 결합을 추론한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따라서 규칙성을 관찰한다고 해서 쉽게 그 원인에 대한 추론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일정성분비의 법칙에 관련된 수업은 전통적으로 규칙성을 관찰한 후에 바로 반응물 결합비에 대한 해석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학습자가 관찰 결과로부터 일정성분비를 추론하는 사고 과정은 쉽지 않으므로 추론을 돕기 위한 중간 단계의 교수 전략이 필요하다.
모형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가시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수용액 속 입자들의 반응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한 실험 오차가 제거되기 때문에 정확한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이해하는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연구를 통해 이러한 기대가 타당하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모형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기 때문에 모형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요소와 관계들, 작용 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단계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앙금 생성을 관찰하는 실험의 경우와 모형을 이용한 수업의 경우에 모두 교육적 효과가 충분히 높지 않았다는 사실로부터, 전통적으로 이루어진 교수 전략의 효율성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교수자의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한 교수 전략이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왜 효과적이지 못한지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이 연구의 결과들은 학습자를 도울 수 있는 새로운 교수 전략의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이다.
이 논문은 2009년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기초연구임(No. 2009-007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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