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오늘날 과학교육에서 드러나는 문제점 중의 하나로 과학과 교육과정에 포함된 교과 내용이 요구하는 사고력 수준과 실제 학습자의 이해 수준이 일치하지 않아서 교육과정에서 의도한 학습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1을 들 수 있다. Abraham 등2은 교과서가 상당히 정확하게 개념을 소개하고 있고, 이들 개념자체가 불명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화학 개념에 대한 교과서적 설명이 대부분의 학생들을 이해시키지 못하는 이유로, 교사들이 실험활동이나 토론 과정 없이 가르치는 점과 교재의 내용이 학생의 인지 수준과 맞지 않는 점을 지적하였다.
현재까지의 연구 경향3-11은 과학학습의 어려움을 학습자 변인(인지수준, 흥미 등)으로 탐색하여 왔으나, 최근 연구는 교과 내용의 수준과 학습자 수준이 일치하는가를 검토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중학교 3학년에서 다루어지는 돌턴의 원자설과 아보가드로의 가설, 분자 등의 교과 내용의 수준은 과학사적으로 보았을 때, 당시의 과학자들과 같이 학문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가설 연역적 사고들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이러한 높은 수준의 사고방식을 요구하는 이러한 교과 내용을 배우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원자나 분자에 관련된 개념 학습의 어려움을 지적한 연구들12-16이 수행되어 왔다. 이러한 개념을 학습자가 학습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원인으로, 김장환12과 윤광현13은 중,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와 대학교 일반화학 교재에 서술되어 있는 물질과 입자에 관련된 설명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류오현14은 중등학교 과학 교과서의 내용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학습자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진술하거나, 과학사적으로 볼 때 과거의 혼란을 그대로 내포한 서술을 학습자에게 제시함으로써 발생하는 학습 과정의 어려움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교과서 저자들이 과학사적인 관점의 변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학습자의 입장에서 볼 때 교과서 내용 서술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윤완석15은 중학교 3학년 화학 관련 단원에서 다루는 돌턴의 원자설과 아보가드로의 가설, 그리고 아보가드로의 법칙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가설과 법칙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조사하였으며, 가설이 도출되고 증명되는 과정에서 법칙으로 정리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학습자의 이해가 매우 부족하며, 이는 가르치는 교사와 교과서의 서술 방식과 관련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현재 7차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중학교 3학년 교과 내용인 돌턴의 원자설은 실험을 통해 밝혀진 일정성분비의 법칙 등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널리 받아들여지게 된 것으로 전개되어 있다. 그러나 요오드화납 생성반응 등의 실험 사례를 통해 제시되는 일정성분비의 법칙에 대한 학습자의 이해가 얼마나 적절한지 등에 대한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정성분비의 법칙에 대한 학습자의 이해는 돌턴의 원자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선행연구에서 지적한 원자의 개념 등에 대한 학습자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지도 방식의 문제점을 고찰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7차 교육과정에서 9 종류의 교과서 중 4 종류가 일정성분비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구리, 탄소, 산소의 화합물 대신 요오드화납 생성반응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교과서에서는 요오드화납 생성반응 대신에 탄산칼슘 생성반응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다른 물질만 사용하였을 뿐 실험 과정과 여기서 요구하는 사고방식은 거의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오드화납 생성반응 실험에서는 생성된 앙금의 높이를 재는 활동을 하기 때문에 생성물의 앙금 높이를 통해, 일정성분비의 법칙인 반응물들 간의 질량비 규칙성을 탐색하는 것이 학생들 수준에 적절한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송영보16는 연구를 통해 요오드화납 침전 생성반응 실험은 앙금의 높이가 대부분 규칙적이지 못하며 생성물의 규칙성을 파악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실험 과정의 문제는 학습자가 실험의 결과를 통해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교과서의 내용 구성이 동일하더라도 이를 가르치는 교사가 학습자의 이해를 도모하기 위하여 교과서의 내용 전개 방식 및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수준과 다르게 수업 내용 및 교수법을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백성혜와 박미현17은 고등학교 1학년 수업에서 과학 교사들의 수업을 관찰하고, 자신감, 학생 질문에 대한 대처 능력, 중요한 내용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한 판단 능력,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의 깊이, 수업 내용의 재구성 방식 등이 크게 다름을 밝혔다. Veal의 연구18에서도 12명의 생물 교사와 지질학 교사의 수업을 관찰하고 수업에서 강조하는 내용과 그 수준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따라서 교사에 따라 동일한 학습 내용에 대한 교수 방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가 학습자의 이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연구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진술하면, 다음과 같다.
연구 방법 및 절차
연구 대상
경기도에 소재한 한 중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로 남자 117명, 여자 123명으로 총 240명을 선정하였다. 또한 같은 학년을 담당하고 교과서도 동일하게 사용하는 세 명의 과학 교사들의 수업을 관찰하였다. 이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Table 1과 같다.
Table 1.Characteristics of the three teachers
연구 절차
세 명의 과학 교사가 담당하는 학급 중에서 남학생 한 반, 여학생 한 반씩을 선정하여, 한 차시 동안에 이루어지는 일정성분비 관련 실험 수업 과정을 녹화하였다. 녹화한 수업의 특징을 수업진행 방식, 실험 진행 방식,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교사가 제시하는 설명 유형, 실험 결과 중에서 특별히 교사가 강조하는 부분, 수업의 도입에 소요되는 시간, 전개에 소요되는 시간, 정리에 소요되는 시간, 교과서 외에 교사가 특별히 설명하는 내용 등을 중심으로 비교 분석하였다. 실험 보고서에는 실험의 목표와 예상, 결과 기록 표와 그래프 작성 부분이 수록되어 있었으며, 결과를 해석하는 단계에서 ‘앙금의 양이 점점 증가하는 시험관에서 앙금 외에 용액 속에 있는 물질’, ‘앙금이 더 이상 생기지 않는 시험관에서 앙금 외에 용액 속에 있는 물질’, ‘두 반응물의 양을 반대로 했을 때 일어나는 변화 예측’, ‘실험을 하면서 궁금한 점’ 등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조사하였다. 이러한 자료는 응답 빈도수나 백분율로 처리하여 교사별로 결과를 비교하였다.
교과서 실험 과정
학생들이 수행하는 실험은 질산납 용액 6 ml를 넣은 시험관에 요오드화칼륨 용액을 0, 2, 4, 6, 8, 10 ml씩 넣으면서 생성되는 요오드화납 생성물의 앙금 높이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 실험은 요오드화칼륨 용액의 양이 증가하면 초기에는 생성물의 높이가 증가하다가 나중에는 아무리 양이 증가하여도 일정한 높이를 유지하는 것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반응물의 질량비가 항상 일정하다는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알아내는 것을 기대한다. 송영보16의 연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 실험에서 앙금 높이의 규칙성이 제대로 관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략적으로 첫 시험관과 마지막 시험관 사이에 앙금의 높이가 증가되는 경향은 찾아볼 수 있었으므로, 앙금의 양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알아내는 과정은 학생들 사이에 큰 혼란 없이 이루어졌다.
이 실험에서 나타난 문제는 학생들이 그 전에 이온결합 화합물에 대해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요오드화 이온과 납 이온이 만나면 요오드화납이 생성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학생들은 돌턴의 원자와 아보가드로의 분자에 대해서만 배우기 때문에 이온의 개념을 가지기 어렵고, 이온결합 물질인 염이 물속에서 해리되는 것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또한 물속에 이온의 상태로 녹아 있던 요오드와 납이 만나면 이전의 이온화합물과 다른 형태로 치환된 요오드화납이라는 새로운 염을 형성하고, 이 염은 요오드화칼륨이나 질산납과 달리 물에 녹아있지않고 앙금으로 침전된다는 염의 용해성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이 실험 결과를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요오드화납 생성 실험에 필요한 이러한 사전 지식이 교과서에서는 제시되어 있지 않다.
연구 결과 및 논의
교사들의 수업 방식의 차이점 비교
세 명의 교사들이 진행한 수업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은 Table 2에 제시하였다.
세 명의 교사들은 공통적으로 실험 전에 미리 실험 과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조별로 실험을 실시하였다. 그리고 실험 내용을 재구성하지 않고, 교과서에 제시된 순서대로 실험을 하도록 안내하였다.
그러나 수업 중 차이점도 관찰되었다. B와 C 교사는 실험을 진행하기 전에 미리 필요한 사전 지식인 염의 해리, 치환된 새로운 염의 형성, 염의 용해성 등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러나 A 교사는 이러한 설명없이 교과서에 제시된 대로 실험 수업을 진행하였다.
A 교사는 교과서 내용 그대로 실험 해석에 필요한 염의 해리, 치환, 염의 용해성 등에 관련된 주요 개념이나 일정성분비의 법칙에 대한 설명 없이 실험 수업을 진행하였다. B 교사는 교과서에는 없지만 실험 결과의 해석에 필요한 주요 개념과 실험을 통해 알아내야 할 일정성분비의 법칙에 대한 내용을 미리 실험 전에 설명하였다. C 교사는 실험의 해석에 필요한 주요 개념은 설명하였으나, 실험 결과로부터 해석되어야 할 일정성분비의 법칙에 대한 언급은 하지않았다.
Table 2.The characteristics of the three science teachers’ teaching styles
A 교사와 B 교사는 실험하는 동안 학생들이 주의해서 관찰해야 할 내용으로 생성물의 양적 변화를 강조하였으나, C 교사는 이러한 강조를 하지 않고 실험을 진행하였다. 따라서 실험 해석에 필요한 주요 개념과 일정성분비의 법칙에 대한 내용을 도입 부분에서 설명한 B 교사의 도입 시간이 8분으로 가장 길었다. 반면, 교과서에 없는 주요 개념이나 선수 학습을 제시하지 않은 A 교사의 도입 시간이 3분으로 가장 짧았다. 그러나 실험을 수행하는 전개 부분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마지막으로 실험 결과를 정리하는 단계를 포함시키는 수업의 전체적인 내용 구성은 A 교사와 B 교사의 경우에 유사하였다.
A 교사는 대부분의 실험 과정에서 학생들의 질문에 바로 답을 주지 않고 학생들 스스로 생각해 보도록 요구하였다. 요오드화납 생성 실험을 진행하면서 나누는 학생들의 대화를 통해 앙금의 의미, 앙금이 생기는 이유, 앙금을 재는 방법 등에 대한 많은 상호 작용을 관찰할 수 있었다. 즉 교과서의 전개 순서대로 수업을 진행하였을 때, 학생들의 수준에서는 앙금 형성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실험을 진행하는 데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정리단계에서 A 교사는 요오드화칼륨 용액의 양이 증가함에 따라 앙금의 양도 계속 늘어나는지, 어느 구간부터 일정해지는지 등에 대한 관찰 결과를 보고서에 정리하도록 설명하였으며, 실험 결과가 제대로 안 나온 조들을 위해 실험 결과가 잘 나온 조의 결과물을 시범으로 전체 학생들에게 제시하였다. 그러나 보고서의 질문에 대한 답은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여 작성하도록 하였다. B 교사는 도입 부분에서,
라고 설명하였다. 또한 실험 결과의 해석에 필요한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학생들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돌턴의 원자와 아보가드로의 분자 개념까지만 학습한 상태이기 때문에 아직 이온의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B 교사는 이온결합 화합물인 반응물들을 분자로 표현하고, 이들이 물속에 용해되면서 이온으로 해리되었다가 다시 새로 결합하는 과정을 분자의 쪼개짐과 새로운 분자 생성과정으로 표현하였다. 이러한 물질의 구성단위에 대한 잘못된 표현은 앞으로 지속될 물질의 구성단위에 대한 학생들의 사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B 교사는 요오드나 납과 같은 원소들은 서로 반응하여 새로운 분자가 되고, 질산이나 칼륨과 같은 원소들은 반응하지 않고 물에 그냥 녹아있는 상태가 되는 것, 즉 염의 용해성에 대한 설명도 제시하였다. 그러나 학생들이 이 반응에서 가장 중요한 양이온과 음이온의 결합과 해리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왜 어떤 이온(학생들 수준에서는 원소)들은 서로 만나서 새로운 분자를 형성하고 어떤 물질들은 반응하지 않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즉, 이온 사이의 끌림(혹은 정전기적 인력)의 개념으로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교사의 설명이 실험 결과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B 교사는 실험 과정에서 용액의 양이 달라질 때 용액 속에 있는 원소의 개수가 달라진다는 것을 설명하고, 이를 통해 요오드화칼륨 수용액을 0 ml, 2 ml, 4 ml, 6ml, 8 ml, 10ml씩 넣으면 같은 양의 질산납 수용액에서 만들어지는 앙금의 양이 달라지는 이유를 학생들에게 생각해 보도록 하였다.
정리 단계에서 B 교사는 실험 보고서에 적어야 할 항목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이 때 B 교사는 질산이 원소가 아니라 원자단이라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질산이라는 입자 속에는 질소와 산소가 들어있기는 해요.” 라고 부연 설명하였다. 이때에도 질산을 입자라는 모호한 단위 개념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업 과정에서 이온에 대한 학생들의 개념 부족으로 인해 B 교사가 실험과정과 결과를 설명하는데 겪는 어려움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온을 원소로 표현하였을 때, 원자단이 아닌 이온의 경우에는 큰 오류가 없다고 할 수 있으나, 질산과 같이 질소 원소와 산소 원소가 결합한 이온의 경우에는 이를 원소라고 표현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교사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사전 개념을 고려할 때 이러한 표현 이외에는 달리 물질의 구성단위에 대해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돌턴의 원자설을 지지하는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확인하기 위하여 요오드화납 생성반응을 선택하였을 때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돌턴이 주장한 원자 개념에서 이온의 개념을 도출할 수 없는데, 도입한 실험은 이온결합 화합물들의 반응이기 때문이다.
보고서의 각 항목들에 대해 설명하면서 B 교사는 반응 후 수용액에 남은 물질을 해리된 이온들로 표현하지 않고 반응물인 이온결합 물질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B 교사는 학생들이 수용액 속에서 이온결합 물질의 해리 개념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반응물의 해리를 고려하지 않고 응답할 수 있는 항목에서는 단순히 반응물질로만 표현하여 학생들의 사고를 단순화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염의 용해성이나 해리의 개념을 필요로 하는 항목의 응답과 상충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이 실험의 해석에 필수적인 이러한 개념들이 교육과정 상에서는 필수 학습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강조하게 되면 학습량의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이를 강조하지 않으면 실험 결과 해석에 어려움이 따르게 되는 문제가 있음을 수업 과정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C 교사는 B교사 와 달리 원소의 개념이 아닌 이온의 개념을 바로 도입하여 설명하였다.
그러자 학생들은 웅성거리면서,
등과 같은 반응을 하였다. 교사는 이를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중학교 3학년 교육과정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라고 이온의 개념을 뺀 채 다시 정리하여, 이온결합 물질이나 이온으로 해리된 물질의 단위에 대한 명칭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온들이 서로 끌려서 결합하는 관계를 남녀의 관계에 비유하여 이온결합의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요오드화칼륨은 요오드와 칼륨으로 나누어지고 질산납은 질산과 납으로 나누어진 다음 두 용액을 섞으면 짝을 바꾸는데 요오드는 여자, 납은 남자라고 비유해보면, 둘이 결합해 물에 가라 앉아 앙금이 되고 나머지 질산과 칼륨이 만나는데 이 둘은 물속에서 결합을 해요, 못해요? 못합니다. 그래서 떨어져 있으면서 물속에 녹는다, 그 말입니다. 두 용액을 섞으면 물속에 누가 들어 있겠어요? 질산과 칼륨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온결합 물질이 물에 녹는 과정을 “질산과 칼륨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녹을 수 있는 거야.” 라고 설명을 하니 학생들은 “무슨 말이야?” 라고 웅성거리면서 이해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이온결합 물질의 해리와 새로운 결합, 앙금으로의 침전 등의 관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앙금이 어디야?”와 같은 질문을 서로에게 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학생들이 물속에서 이온결합 물질의 해리와 새로운 결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C 교사는 물속의 남은 물질을 설명함에 있어서 이온들 간의 명확한 관계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은 채 단순히 앙금이 생성되고 남은 짝 이온들인 질산과 칼륨만이 수용액에 존재하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따라서 학생들은 질산납이 과량으로 들어간 상태에서는 앙금 생성 후에 납 이온도 수용액 안에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C 교사는 A 교사와 유사하게 학생들이 실험 보고서의 각 항목에 답하는 것을 도와주지 않고 자율적으로 응답하도록 하였다.
실험 보고서 분석을 통한 학생들의 이해 수준 분석 앙금의 양이 증가하는 시험관의 용액 속 물질 이해
앙금의 양이 점점 증가하는 시험관에서 앙금 외에 용액 속에 들어 있는 물질이 무엇인지 알아본 문항에서 학생들의 응답을 교사별로 구분하여 Table 3에 제시하였다.
Table 3*Correct answer
앙금이 점점 증가하는 반응에서 양을 변화시킨 요오드화칼륨 수용액의 요오드화 이온은 모두 납 이온과 반응하여 요오드화납을 형성한다. 따라서 수용액 속에 남아 있는 물질은 요오드화칼륨 용액의 칼륨 이온과 질산납 용액의 질산 이온과 납 이온이다. 즉 유형 1과 같이 응답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은 이온의 개념이나 해리의 개념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지 못하므로 원소, 원자, 이온, 입자 등 다양한 단위 개념을 사용하거나 질산칼륨과 질산납과 같이 해리된 상태가 아닌 이온결합 화합물의 형태로 물질 이름을 언급한 경우에도 칼륨, 질산, 납의 세 가지 물질 이름이 언급된 경우에는 유형 1로 분류하였다.
A 교사는 앙금이 생성될 때 시험관에 남아있는 물질에 대한 사고를 교과서에서 요구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수업 중에 언급하지 않고 학생들 스스로 보고서의 답을 찾아보도록 하였다. 따라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상호작용이 다른 교사들의 수업에 비해 매우 활발하였고, 유형 1의 응답을 한 비율도 16.3%로 다른 교사들이 지도한 반의 응답비율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B 교사는 실험에서 과량으로 넣은 물질이 남는다는 점을 강조하여 설명하였고, C 교사는 실험 안내 도중에 학생들이 작성할 보고서를 염두에 두고 ‘두 용액을 섞으면 물속에 질산과 칼륨이 있다.’라고 설명하였다. 즉 교사들은 앙금을 형성하고 남은 이온들의 존재를 강조함으로써 앙금을 형성하는 이온이지만 짝이 되는 이온의 부족으로 수용액 속에 남게 되는 물질, 이 경우에는 납의 존재를 설명에서 배제하였다. 이러한 교사들의 설명이 학생들의 사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Table 3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B 교사와 C 교사의 학생들 중 90% 이상이 모두 교사의 설명과 관련하여 질산칼륨, 혹은 질산과 칼륨이 용액 안에 남아있다고 응답하였으며, 납이 수용액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사고를 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실험 과정과 결과 해석에 대한 교사의 지나친 설명은 오히려 자유롭게 학생들이 자유롭게 사고하면서 실험을 통해 스스로 개념을 획득하는 과정을 방해할 수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A 교사의 경우에는 51.3%나 되는 학생들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교사가 교과서 이외에 실험에 필요한 지식을 재구성하여 설명하지 않고 단순히 교과서에 제시된 대로만 수업을 진행한다면, 요오드화납 생성 실험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반응물의 반응과 생성물 사이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통해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확인하기에는 실험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나친 설명과 지나친 자율 활동 사이에서 가장 적절하게 학생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교사의 개입이 어느 정도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계속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앙금의 양이 증가하지 않는 시험관의 용액 속 물질 이해
요오드화칼륨 용액의 양을 증가시켜도 생성되는 앙금의 양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시험관 용액 속에 들어 있는 물질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알아본 결과를 Table 4에 제시하였다.
Table 4.*Correct answer
질산납 용액의 양이 일정한 상황에서 요오드화칼륨 용액의 양을 증가시켜도 더 이상 앙금이 생성되지 않는다면, 이는 요오드화 이온, 칼륨 이온이 과량으로 들어간 상황이고 납 이온은 요오드화 이온과 모두 반응하였기 때문에 수용액 중에는 질산 이온, 요오드화 이온, 칼륨 이온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야 한다. 학생들은 물질의 구성단위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 세 물질을 요오드화 칼륨, 질산칼륨 등 화합물의 형태나 원소, 원자, 이온, 분자 등 어떠한 형태로라도 언급한 경우를 유형 1로 구분하였다.
Table 4의 경우에도 Table 3과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학생 스스로 답을 모색하도록 한 A 교사의 학급에서는 70%의 학생들이 이 항목에 응답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유형 1의 응답을 한 비율도 B, C 교사의 학급보다 높았다. B, C 교사의 학생들은 앙금을 형성하고 남은 물질들만을 고려하고, 앙금을 만드는 물질이지만 과량으로 들어가 반응하지 않은 요오드화 이온을 고려하지 못하는 비율이 55-86%로 매우 높았다.
두 반응물의 양을 반대로 했을 때 나타나는 변화 예측
교과서에 제시된 과정과 달리 질산납 수용액의 양을 변화시키고, 요오드화칼륨 수용액의 부피를 일정하게 하여 실험하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조사하여 Table 5에 제시하였다.
Table 5.*Correct answer
이 실험에서 양을 변화시키는 반응물과 양을 고정시키는 반응물은 임의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따라서 반응물 양의 관계를 바꾸어도 유사한 결과를 얻게 된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양의 관계를 바꿈으로써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이는 이 실험 과정에서 의도하는 변인들간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 스스로 반응물들 간의 일정한 반응관계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설계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주어진 실험 과정에서 어떤 의도로 변인들을 설정하고 결과를 관찰하고자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이해하고 실험을 해야 제대로 실험 결과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험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양을 변화시키는 반응물이 바뀌어도 유사한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예측한 학생들은 40% 정도였다. 그리고 나머지 60% 정도의 학생들은 다른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하거나 이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특징은 교사에 따라 다르지 않았으며, 모든 반에서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따라서 교사의 수업 전개 방식과 상관없이 학생들은 요오드화납 생성반응을 통해 반응물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험 후 학생들의 궁금증
실험을 수행한 후 실험에 대해 궁금한 것이나 더 알고 싶은 것을 적도록 요구하였을 때,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Table 6). 보고서에 아무것도 적지 않은 학생들과 여러 질문을 동시에 적은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에 응답한 학생 수는 백분율로 표현하지 않고 질문의 빈도수로 제시하였다.
Table 6.Students’ questions after the experiment
학생들의 질문은 크게 생성물인 앙금에 대한 것, 실험 과정에 대한 것, 그리고 화합물과 결합, 해리에 대한 것 등 세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특별히 교사에 따른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학생들의 질문 중에서 앙금에 대한 궁금증의 빈도수가 232번으로 가장 많았다. 학생들은 투명한 용액을 섞을 때 노란색 앙금이 생성되는 과정을 매우 신기하게 생각하여, 앙금이 왜 노란색을 나타내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하였다. 그 외에도 앙금이 반짝거리는 특성을 가진다는 것을 관찰하고 이를 궁금해 하는 학생들과, 다른 앙금을 만드는 방법, 앙금의 상태, 앙금의 이용 등을 궁금해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따라서 노란색 요오드화납 생성반응은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히 효과적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앙금은 왜 생길까?’, ‘앙금이 더 이상 생기지 않고 왜 일정해질까?’와 같은 질문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앙금이 형성되는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여 일정성분비의 법칙이 나타나는 원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질문의 빈도수는 상대적으로 작았으나, 화합물과 결합, 해리에 대한 질문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왜 화합물과 화합물이 만나면 어느 한 원소끼리만 결합하여 화합물을 만들까?’, ‘왜 칼륨과 질산은 앙금이 되지 않을까?’ 등의 질문도 역시 앙금 생성에 대한 기본 원리를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실험 과정에 대한 질문 중에서 ‘두 용액의 양을 반대로 하면 어떻게 될까?’와 같은 질문은 보고서에 기록해야 하는 문항에 대해 학생들이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여 다시 교사에게 질문한 경우에 해당한다. ‘앙금의 높이는 뭘 의미하는가?’, ‘섞인 용액의 양을 재야지, 왜 가라앉은 양을 재나?’, ‘색깔 변화는 같은데, 왜 요오드화 칼륨용액을 점점 더 많이 넣나?’ 등과 같은 질문을 통해서도 학생들이 교과서에 제시된 실험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험의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를 해석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일정성분비의 법칙은 반응물들이 일정한 양씩 결합하는 규칙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오드화납 생성반응의 경우에는 용액의 양에 따라 그 안에 존재하는 입자들의 개수가 달라진다는 것을 추론하는 과정(1)과, 생성된 앙금의 높이를 잼으로써 반응에 참여한 물질의 양을 추론하는 과정(2), 그리고 반응물 중 하나의 양이 계속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생성되는 양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사실로부터 반응물 입자들끼리 결합하는 관계를 추론하는 과정(3) 등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요오드화납 생성반응은 직접 반응물들이 반응에 참여하는 양을 재는 실험과는 달리 학생들에게 많은 추론 능력을 요구하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복잡한 사고 과정은 요오드화납 생성반응 실험 결과를 학생들이 제대로 해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결론 및 제언
이 연구를 통해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확인하기 위하여 도입한 요오드화납 생성반응을 교사들이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가르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또한 교사의 수업 전개 방식에 따라 학생들의 이해 수준에 차이가 생기는지도 알아보았다.
3명의 교사들이 진행하는 수업은 각기 달랐으며, 이에 따라 학생들이 실험 결과를 통해 보고서의 문항을 작성하는 경향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학생들은 실험 결과를 해석하고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관찰한 세 명의 교사가 전개한 수업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학습자 이해 수준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교사들도 교과서의 실험 내용을 재구성하지는 못하였으며, 단지 실험을 교과서에 제시된 순서대로 수행하면서 이에 필요한 주요 개념만을 부가하여 설명하는 방식으로 변형하거나, 혹은 부가된 개념 설명조차 제시하지 않고 교과서대로만 수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중학교 3학년에 제시된 학습 내용을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원인과, 교사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노력이 교육적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원인을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요오드화납 생성 실험은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학생들에게 확인시키기 위하여 도입하는 실험이며, 궁극적으로는 돌턴의 원자설로 일정성분비의 법칙이 잘 설명되는 과정을 통해 돌턴의 원자설이 도입되는 과정을 학생들에게 이해시키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요오드화납 생성반응의 경우에는 우선 요오드화칼륨 용액의 양을 변화시키면서 이러한 양의 변화가 그 안에 존재하는 요오드 입자의 수를 변화시키는 것과 동일한 과정이라는 점을 학생들이 인식하여야 요오드화칼륨 용액의 양을 변화시키는 실험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돌턴의 원자나 혹은 입자의 개념이 먼저 도입되고 이를 통해 요오드화칼륨 용액 안에 들어 있는 요오드 입자의 수를 추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탐구가 이루어진다면, 일정성분비의 법칙은 돌턴의 원자설을 증명한 실험이 아니라, 거꾸로 돌턴의 원자설을 이미 가정하고, 이를 요오드화납 생성 실험을 통해 확인하는 검증 실험의 형태를 띠게 된다. 더구나 이 실험에서 기본이 되는 단위는 이온이기 때문에 돌턴의 원자설로 반응물들의 결합과 새로운 생성물의 형성을 설명하는 과정은 매우 부자연스럽다. 이 때문에 교사들이 교수법에 있어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돌턴의 원자와 요오드화납 생성반응 실험에서 요구하는 이온들끼리의 결합 사이에 간극을 줄여서 학생들이 이 실험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게 하는데 실패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과학사적으로 살펴볼 때에도 일정성분비의 규칙성을 발견한 프루스트보다 시대적으로 나중에 돌턴이 원자설로 이 법칙이 관찰되는 이유를 설명하였으므로, 사고의 전개 순서로 본다면 요오드화납 생성반응을 통해 반응물의 질량비에 대한 규칙성을 먼저 확인하고, 이러한 규칙성이 나타나는 이유를 원자설이라는 가설로 설명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자연스러운 탐구 과정일 것이다.
교과서에 제시된 실험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습자의 탐구 능력을 신장시키고 실험 결과를 통해 획득하고자 하는 주요한 과학 개념을 스스로 도출해 보도록 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오드화납 생성반응을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실험의 내용이 학습자의 이해 수준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러한 실험의 도입은 오히려 교육적 측면에서 볼 때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다. 따라서 반응물의 결합 질량비의 규칙성을 찾아낸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학생들이 실험을 통해 스스로 획득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실험 내용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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