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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적 CAI에서 소집단 구성 방법에 따른 언어적 상호작용

Verbal Interactions in Cooperative CAI by Group Composition

  • Cha, Jeong-Ho (Division of Science Education, Daegu University) ;
  • Park, Hye-Young (Department of Chemistry Education, Seoul National University) ;
  • Kim, Kyung-Sun (Department of Chemistry Education, Seoul National University) ;
  • Noh, Tae-Hee (Department of Chemistry Education, Seoul National University)
  • 발행 : 2005.12.20

초록

키워드

서 론

최근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교육 정보화 추진으로 인해 정보 통신 시설 인프라의 구축과 더불어 다양한 교육용 소프트웨어가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개발된 컴퓨터 프로그램은 시간이나 비용 등의 제한1으로 인해 학생들의 개별적인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즉, 학생들의 개인적인 특성이나 학습 양식에 맞춰 그에 적절하게 내용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개발하기에는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도 부족하고 개발 기간도 길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와 같은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하여 현장에서는 학생들 개개인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프로그램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되므로, 학생들은 개별적인 CAI 학습에서 인지적인 어려움이나 학습 방향의 혼란 등을 겪을 수 있다.

개별적인 CAI 학습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프로그램 외적인 측면에서 해결하는 방안으로서 사회적 구성주의에 기초한 협동학습 전략이 제안되었다.2 협동학습이란 동료 학습자와의 언어적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하게 하는 일종의 강화된 소집단 학습 전략으로서, 협동적인 학습 환경을 통해 학생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극복시킬 뿐 아니라,3 학습에 대한 동기 및 활발한 참여를 유도할 수도 있다. 즉, 개별적인 학습 환경을 제공하는 CAI 프로그램을 보완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학습 구조를 상호 보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므로, 쉽게 CAI의 교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협동학습의 근간이 되는 학생들 사이의 활발한 언어적 상호작용은 개인의 생각을 표출하여 평가받고 타인과의 타협을 통해 의미 있는 지식을 구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므로 학습을 촉진시키고 강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4

이러한 맥락에서 다양한 교과를 대상으로 협동적 CAI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언어적 상호작용을 향상시키고 교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연구로서 협동적 CAI에서 소집단 구성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협동적 CAI에서 소집단을 구성하는 방식은 소집단 구성원들을 학습 능력의 차원에서 이질적으로 구성하는 방식과 동질적으로 구성하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상·하위 수준의 학생들이 함께 모여 과제를 수행하는 이질적 집단 구성이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3,5 그러나 일부 연구6,7에서는 동질적 집단 구성이 성취도 및 태도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으며, 소집단 구성원의 성취 수준에 따라 각기 다양한 결과가 나타난다. 소집단의 내적 과정을 조사한 선행 연구에 의하면 이질 집단의 경우 소집단 상호작용에서 하위 수준 학습자들에 비하여 상위 수준 학습자들이 더 활발하게 토의에 참여하고, 의견과 방향과 정보를 더 많이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8 이렇듯 협동적 CAI에서의 소집단 구성 방법에 따른 연구 결과가 혼재되어 있고, 특히 소집단 구성 방법에 따른 차이를 보다 상세하게 비교할 수 있는 소집단의 내적과정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적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협동적 CAI 과정에서 나타나는 학생들의 언어적 상호작용 유형을 탐색하고, 학업 성취도의 측면에서 동질적으로 소집단을 구성하는 방법과 이질적으로 소집단을 구성하는 방법에 따른 차이를 조사하였다. 또한, 협동적 CAI 환경에서 직접적으로 활동을 수행하는 학생들의 실제적인 생각을 조사하기 위하여 협동적 CAI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도 조사하였다.

 

연구 방법 및 절차

연구 상황

본 연구는 서울시에 소재한 남녀공학 중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협동적 CAI를 실시한 선행 연구9의 두 처치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학생들의 성취수준 측면에서 동질적 혹은 이질적으로 소집단을 구성한 협동적 CAI의 효과를 강의식 수업과 비교한 선행연구에서는 협동적 CAI가 강의식 수업에 비해서는 개념 이해에 효과적이었지만 소집단 구성 방법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 학생들의 성취 수준을 중간고사 과학 성적에 기초하여 상·하위로 구분하고 성취 수준 측면에서 동질적 혹은 이질적인 2인 1조의 소집단(상위·상위/하위·하위/상위·하위)을 구성되었다.

두 집단은 동일한 CAI 프로그램과 활동지를 이용하여 학습하였다. 전반적인 수업 과정, 협동의 중요성, 역할 분담 등의 내용으로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한 후, 학생들이 협동적 CAI에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하여 컴퓨터 사용 방법을 안내하고, 분자의 운동과 관련이 없는 단원인 물질의 세 가지 상태 단원을 대상으로 연습을 한 차시 실시하였다. 본 수업은 ‘분자 운동’ 단원에 대해 총 5차시에 걸쳐 진행되었다. 구성원들의 참여 유도와 소집단 학습에 대한 책임 공유를 위해 컴퓨터 조작자와 활동지 기록자의 역할을 부여하여 이를 매시간 교대로 수행하도록 하였다. 처치 기간 동안 4차례의 퀴즈를 실시하였는데, 퀴즈 점수는 개인 점수와 조 점수를 합하여 계산하였고, 소집단 구성원들 사이에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유도하기 위해 조 점수를 공개하는 조별 보상을 이용하였다.

CAI 프로그램

본 연구에서 사용한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개념 학습을 돕기 위해 도입, 탐구 활동, 내용 설명, 적용, 종료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프로그램의 도입 단계에서는 학생들의 흥미와 학습 동기를 유발시키기 위해 실생활과 관련된 탐구 문제를 제시하였고, 탐구 활동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통한 학습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예측하기, 관찰하기, 설명하기의 단계를 거치는 POE 활동으로 구성하였다(Fig. 1). 예측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탐구 상황의 성격을 정확히 이해하도록 실험 과정을 설명하고 결과를 예측하도록 하였다. 또한, 실험 결과에 대한 예측과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활동지에 적어보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정교화시키도록 하였다. 관찰 단계에서는 전 단계에서 예측한 탐구 실험의 결과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시하였다. 또한, 학생들이 관찰 결과를 활동지에 자세히 기록하게 함으로써, 자신이 관찰한 현상을 명료화시킬 수 있도록 하였다. 설명 단계에서는 가능한 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여 관찰한 것과 예측한 것 사이의 모순을 해결하도록 하였다. 학생들이 POE 활동을 충실하게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도록 개발하였다. 내용 설명 단계는 탐구 실험의 원리를 설명하는 부분으로, 입자 수준의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하였다. 적용 단계에서는 앞에서 학습한 개념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해보도록 하기 위해 연습 문제를 제시하였다.

Fig. 1.Example screenshots of POE activity.

자료 수집

소집단 유형(상위 동질/하위 동질/이질)별로 4개 조씩 총 12개 소집단의 활동 과정을 연습 차시부터 매차시 녹음/녹화하였다. 12개 소집단 각각에 대하여 5차시 동안 녹음/녹화한 60개의 녹음 자료에 대하여 분석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49개의 분석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이들 자료를 이용하여 소집단 상호작용에 대한 프로토콜을 만들었는데, 말하는 학생의 고유 번호와 대사, 그리고 소집단 활동에 걸린 시간을 기록하였다.

언어적 상호작용 분석틀

선행 연구10에서 제시된 언어적 행동 유형을 참고하여 초기 분석틀을 만든 후, 두 명의 분석자가 차시별로 무선 표집한 프로토콜을 분석하고, 학생들의 언어적 상호작용 유형을 세분화하여 초기 분석틀을 수정·보완하여 사용하였다. 최종적인 분석틀은 크게 ‘학습 관련 행동’인 ‘도움 주기’, ‘문제 읽기’, ‘도움 요청’ 및 ‘관련 행동’인 ‘참여 권장’, ‘자기 평가’로 이루어졌다.

‘도움 주기’는 활동지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학습 내용과 관련되는 내용을 말하는 행동으로, 활동지의 문제와 관련된 설명이 포함되지 않은 단순한 정보를 제공하는 ‘단순 정보 제공하기’, 활동지의 문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제공하는 ‘설명하기’, 학습 내용과 관련된 정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CAI 프로그램이나 논의의 초점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방향 제시하기’, 자신 또는 다른 학생이 이미 한 번 언급한 내용에 대하여 동의 또는 확인하는 의미에서 동일한 내용을 한 번 더 언급하는 ‘내용 반복하기’가 포함된다.

‘문제 읽기’는 문제의 목표를 명확히 하거나 조원과 함께 문제를 공유하는 과정으로, 학습 내용과 관련된 언어적 행동이지만 자신이 알거나 찾은 내용을 조원들에게 말하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도움 주기’ 행동과는 구분하였다.

‘도움 요청’은 다른 조원에게 학습 내용에 관하여 질문을 하는 행동이다. 이 하위 범주는 학생들의 질문 내용에 따라 도움을 요청하는 언어적 행동이기는 하지만 내용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 이미 포함된 형태로 질문을 하는 ‘동의/대안 요청’, 프로그램이나 학습자료에 대하여 질문하는 ‘방향 제시 요청’, 학습 내용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제공하지 않고 다른 학생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제공하도록 요청하는 ‘설명요청’, 다른 학생이 이미 한 번 언급한 내용에 대하여 반복하기를 요청하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가 맞는지 확인하는 ‘반복/확인 요청’으로 구성된다.

‘관리 행동’은 ‘참여 권장’과 ‘자기 평가’로 구분하였는데, 조원들의 참여를 권장하거나 조 활동에 관한 방향을 제시하는 행동은 ‘참여 권장’으로 자신이 속해 있는 조의 협동 정도를 평가하는 행동은 ‘자기 평가’로 구분하였다.

분석 과정

두 분석자 사이의 일치도가 96%임을 확인한 후, 모든 프로토콜을 분석자 1인이 분석하였다. 분석한 프로토콜은 모두 코딩한 후, 각 유형에 대한 개인의 언어적 행동 빈도를 구하였다. 또한, 이 코딩 자료에 기초하여 성취 수준에 따라 각 유형에 대한 언어적 행동 빈도를 비교하였다. 비언어적 행동이나 교사와 학생 사이의 상호작용, 다른 소집단 구성원과의 상호작용 등은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그리고, 매차시 학생들이 소집단 활동을 하는 데 소요된 시간이 17분에서 24분까지로 소집단에 따라 상이했기 때문에, 시간에 따른 차이를 보정하기 위하여 빈도수를 실제 활동시간으로 나눈 후 20을 곱함으로써 모든 소집단의 활동시간을 20분으로 환산하였다.

언어적 행동 변인들은 정상성이나 등분산성과 같은 모수 통계의 가정을 만족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비모수 통계 방법인 Mann-Whitney U 검증을 이용하여 소집단 구성 방법에 따른 언어적 행동 유형별 빈도 차이를 비교하였다. 일반적으로 사례수가 적고 통계적 검증력이 약한 비모수 통계 방법을 이용할 때에는 유의도를 0.10 수준에서 검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11,12 본 연구에서도 Mann-Whitney U 검증의 유의도를 0.10수준에서 검증하였다.

한편, 본 차시 수업에서 녹음/녹화를 했던 소집단을 대상으로 협동적 CAI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서술형 문항으로 조사하였다. 검사 문항은 협동적 CAI에 대한 인식과 조별 협동 정도에 대한 것이었는데, 녹음/녹화하였던 24명의 학생 중 동질 집단의 상위 학생 1명이 결석하여 23명이 응답하였다.

 

연구 결과 및 논의

소집단 구성 방법에 따른 언어적 행동 빈도 및 상호작용 양상

소집단 구성 방법에 따른 언어적 행동 빈도를 20분으로 환산한 값들의 평균을 Table 1에, 이질 집단과 동질 집단 사이의 언어적 행동 빈도에 대한 Mann-Whitney U 검증 결과를 Table 2에 제시하였다. 학습관련 행동의 경우 동질 집단이 34.2회, 이질 집단이 50.3회로, 일반적인 협동학습 상황에서 진행된 연구 (28.4회)13에 비하여 다소 많았다. 반면, 관리 행동의 경우 본 연구에서는 두 집단 모두 3회 미만이었으나, 일반 협동학습 상황에서 보고된 10.2회보다 적었다. 학습 관련 행동과 관리 행동의 비율을 비교한 결과, 선행 연구에서는 28회와 10회로 3:1 정도의 비율로 학습 관련 행동이 많았으나, 협동적 CAI를 실시한 본 연구에서는 관리 행동이 학습 관련 행동의 10%도 안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4인 1조로 진행되는 일반적인 협동학습과 달리 본 연구에서는 2인 1조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소집단 활동에 대해 전체적으로 조율할 일이 적어졌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또한, 학습 내용과 순서를 프로그램이 통제하는 방식으로 개발된 본 연구의 CAI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학습 과정을 안내함으로써 관리 행동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Table 1.1) Converted into 20 minutes.

Table 2.*p<0.10, **p<0.05.

두 집단의 언어적 행동의 빈도를 비교한 결과, ‘관리 행동’ 중 ‘참여 권장’ 행동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이질 집단의 빈도가 높았다. 이러한 경향성은 대체로 학생들의 성취 수준과 무관하게 나타났다. Mann-Whitney U 검증 결과, 학습 내용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제공하는 ‘설명하기’(동질 4.4회, 이질 7.1회), ‘설명 요청’(동질 2.5회, 이질 4.0회), ‘반복/확인 요청’ (동질 1.1회, 이질 2.2회) 행동에서는 이질 집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이에 비해, ‘관리 행동’ 중 ‘참여 권장’(동질 2.2회, 이질 1.0회) 행동의 빈도는 동질 집단이 이질 집단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 한편, ‘자기 평가’나 ‘문제 읽기’ 행동은 전반적으로 빈도가 낮고 두 집단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던 언어적 행동에 대하여 학생들의 성취 수준별로 살펴보면, ‘설명하기’에서는 이질 집단의 상위 학생이 하위 학생에게 학습 내용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제공하는 빈도가 높았던 반면(동질 상위 4.5회, 이질 상위 8.3회), ‘설명 요청’에서는 이질 집단의 하위 학생이 상위 학생에게 학습 내용에 관련하여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행동의 빈도가 높았다(동질 하위 1.9회, 이질 하위 5.0회). 이는 이질 집단에서 하위 학생이 학습 과정에서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상위 학생과의 상호작용에 참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러나 ‘설명 요청’보다 ‘설명하기’가 더 많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음 예와 같이 이질 집단의 경우 성취 수준에 무관하게 학생들 서로가 의견을 주고받는 쌍방적인 상호작용보다는 상위 학생이 하위 학생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일방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남을 알 수 있다. 아래는 주사기를 당길 때와 누를 때 주사기 안에 생긴 공기 방울의 부피 변화를 보여주는 CAI 프로그램을 학습한 후, 학습지에 제시된 “피스톤을 밀거나 당길 때 공기 방울의 크기가 변하는 이유를 압력과 관련지어 설명해 보자”라는 문항에 대하여 답하는 학생들의 대화이다. 공기 방울의 크기가 변하는 이유에 대하여 상위 학생이 피스톤을 밀 때는 공기 방울이 작아지고 당길 때는 공기방울이 커진다는 현상적인 답을 얘기하자 하위 학생이 문제를 의식하여 압력과 관련지어 설명해달라고 요청하였고, 이에 대해 상위 학생이 다시 누를 때나 당길 때 압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상위: (활동지 문제에 대한 답을 얘기한다) 압력이 커질 때 작아진다. (하위 학생에게)맞냐? 동의요청

하위: (모르겠다는 듯이) 커질 때 커져? 공기가 작아지니까? 동의요청

상위: (자신있게) 작아져. 공기가 더 적어지니까. 설명하기

상위: (혼잣말로) 압력이, 압력에 대한 것. 알겠다. 이제. 누를 때...

하위: 뭐(라고 혼자 중얼거리는거냐)?

상위: 누를 때는 압력이 커지고 당길 때는 압력이 작아지기 때문에. 설명하기

하위: 누를 때 커지고 당길 때 그거 한댔어? 아, 당길 때 작아지고? 설명요청

상위: 당길 때 압력이 작아지잖아. 설명하기

하위: (이해가 잘 안되는 듯)아 둘 다 압력은 커지는데 미치겠네.

하위: (활동지를 가리키며)여기 써야지. 방향제시

상위: (답을 불러준다)피스톤을 밀 때는 공기 방울이 작아지고. 설명하기

하위: 공기방울이냐? 반복/확인요청

상위: 공기방울이 작아지고. 당길 때는 공기방울이 커진다. 설명하기

하위: (활동지의 문제를 의식한 듯)압력과 관련지어 봐. 압력. 설명요청

상위: 누를 때나... 당길 때 압력이 다르기 때문에. 맞냐? 동의/대안 요청

하위: 몰라. 단순정보제공

상위: 너도 얘기 좀 해봐. 좀. (활동지에 쓸 답이 잘) 안 나오잖어. 참여권장

한편, 다음 예와 같이 상위 학생이 주도적으로 소집단 활동을 이끌어 가는 경우, 하위 학생의 ‘설명 요청’이 없어도 상위 학생의 ‘설명하기’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상위: (컴퓨터 화면에 제시된 문제를 읽는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문제읽기

상위: 기체가 감소하기 때문에. 헤. 왜냐하면은 온도가 낮아지니까 설명하기

하위: 응 맞어. 맞어. 맞어 맞어... 단순정보제공

상위 학생은 도움을 제공하고 하위 학생은 도움을 받는 상호작용 양상은 일반적인 협동학습 상황에서도 보고13된 것으로서, 협동적 CAI에서 상위 학생은 하위 학생을 격려하거나 설명해 주면서14 자신의 개념을 더욱 확고히 하고,3 하위 학생은 교사와의 상호작용에 비하여 동료와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감소15되기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것을 표현하고 도움 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질 집단의 빈번한 상호작용은 ‘반복/확인 요청’ 행동에서도 나타났다. 다른 조원에게 의견을 반복해 주기를 요청하거나 다른 조원의 의견을 확인하는 ‘반복/확인 요청’ 행동은 성취 수준에 관계없이 동질 집단에 비해 이질 집단의 언어적 행동 빈도가 높았다. 하위 학생들이 설명을 제시하는 경우, 일부 상위 학생들은 다음 예와 같이 하위 학생이 제시한 정보에 만족하지 못하여 하위 학생의 의견을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언어적 행동이 나타났다.

하위: (컴퓨터 화면에 제시된 문제를 읽는다) 피스톤을 누르거나 당길 때 물 속의 공기 방울의 크기가 누를 때 커진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문제읽기

하위: 공기 방울이 압력을 받는 게 달라져서 설명하기

상위: 그게 말이 돼? 반복/확인 요청

또한 과학적 개념에 대하여 이해가 부족한 하위 학생의 경우 상위 학생이 제공하는 설명에 대하여 계속 확인하는 과정에서 ‘반복/확인 요청’ 행동이 주로 나타났다.

상위: (컴퓨터 화면에 제시된 문제를 읽는다) 주사기의 압력이 가장 큰 것은? 문제읽기

상위: (다)-(나)-(가)지? 동의요청

하위: 압력이 가장 큰거? 반복/확인 요청

상위: (다)-(나)-(가)야, (다)-(나)-(가) 단순정보제공

하위: (다)-(나)-(가)라구? 반복/확인 요청

이와 같이 설명하기와 설명요청, 그리고 반복/확인 요청이 상·하위 수준 학생 사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 학업 성취도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한편, 조 활동을 관리하는 행동 중에서 ‘참여 권장’ 영역에서는 동질 집단이 이질 집단에 비하여 언어적 행동 빈도가 높았다. 집단 보상을 받게 되는 협동학습 구조에서는 학습의 결과를 소집단 구성원이 모두 공유하게 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학습 관련 행동’ 등의 언어적 상호작용의 빈도가 작았던 동질 집단에서 소집단 활동에 소극적인 학생들의 참여를 권장하는 언어적 행동이 많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협동적 CAI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수업 처치 후, 5차시 동안 컴퓨터를 이용하여 함께 공부하는 방식에 대하여 평가하고 그 이유를 기술하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평가를 긍정적인 내용(예: 재미있었다) 혹은 부정적인 내용(예: 나쁘다)으로 제시한 후,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한 가지를 제시하거나 아예 제시하지 않았다(Table 3). 의견을 제시한 20명의 학생 중 17명의 학생이 협동적 CAI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인식하였다. 그 이유로는 ‘친구에 대해 알게 되고 협동심을 기르게 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는데(6명), 동질 집단에서 보다 많았다. 그 다음 ‘이해가 잘된다’(5명)와 ‘흥미가 생긴다’(5명)라는 응답이 많은 빈도를 차지했다. 학생들이 협동적 CAI에 대하여 협동심 형성과 같은 사회적 기술 측면을 언급한 점은 협동적 CAI를 통하여 대면적 상호작용이 형성됨으로써 학습 요소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기술도 습득한다16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동질적인 집단에서 이러한 경향성이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이질 집단의 일부 학생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였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토론이 잘 되지 않았다(2명)는 점과 혼자 학습하는 편이 낫겠다(1명)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비록 이러한 응답을 한 학생이 많지 않다 하더라도 의견을 제시한 학생들이 모두 이질 집단이고 그 중 2명이 상위 학생이라는 점은, 이질 집단의 상위 수준 학생들이 불만족을 느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질 집단의 상위 수준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와 함께 기존의 연구들에서 주로 사용하였던 성취 수준과 같은 인지적 특성뿐만 아니라 성별이나 친화성17 같은 정의적 특성에 대해서도 폭넓게 고려하여 소집단을 구성한 연구가 필요하다.

Table 3.Students’ perception of cooperative CAI

자신이 속했던 소집단에서 협동이 잘 되었는지를 평가하고 그 이유를 기술하도록 하였다. 학생들의 응답과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분석하여 Table 4에 유형화하였다. 학생들은 협동 활동이 잘되었다 혹은 잘되지 않았다라고 제시한 후, 주요한 한 가지 이유를 제시하거나 아예 제시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조별 협동 정도에 대하여 전체 응답자 22명 중 20명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협동이 잘 되는 원인으로 ‘서로의 의견이 반영되고 서로 모르는 것을 알려주므로’, ‘조원간의 역할이 분명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등의 응답이 빈도가 높았다. 이는 컴퓨터를 활용한 협동적 환경에서 학생들은 조별 활동에 의한 과제 수행에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결과로, 협동적 CAI에 대한 선행 연구18,19에서 나타난 정의적 영역의 효과와 일치한다.

Table 4.Students’ perception of degree of cooperation in their group

한편, 전반적으로 소집단 협동 정도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응답한 것과 달리, 동질 집단의 하위 학생 1명과 이질 집단의 상위 학생 1명이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하였다. 두 학생 모두 조원이 소집단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한 학생들의 대화 내용을 점검한 결과, 하위 학생끼리 짝을 이룬 소집단에서는 잦은 의견 충돌과 감정적인 대립을 보였고, 상위 학생과 하위 학생이 짝을 이룬 소집단의 경우에도 감정적인 대립까지는 아니었지만 분석한 4차시의 토론 중 학습이 원활하게 진행된 것은 2차시에 불과했다.

 

결론 및 제언

컴퓨터의 교육적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수많은 CAI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으나, 기존의 프로그램들은 학생들의 개별적인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여 학생들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개별적 CAI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협동적 CAI에 대한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실제 학생들의 학습 과정에 대한 정보는 아직까지 많지 않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협동적 CAI에서 소집단 구성방법에 따른 언어적 상호작용 양상 및 협동적 CAI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조사하였다.

협동적 CAI에서의 언어적 행동의 빈도를 분석한 결과, 전반적으로 관리 행동보다는 학습 행동이 많았으며, 학습 행동 중에는 도움 주기 행동이 대부분이었다. 학습 행동과 관리 행동의 비율을 일반적인 협동학습 상황13과 비교한 결과, CAI 프로그램이 학생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매개체로 작용하여 일반적인 협동학습 상황에 비해 관리 행동을 줄여주는 대신 학습관련 행동이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집단 구성 방법에 따라 언어적 행동의 빈도를 비교한 결과, 학생들의 성취 수준과 무관하게 ‘학습 관련 행동’ 전 영역 및 ‘관리 행동’의 ‘자기 평가’ 영역에서 이질 집단의 빈도가 높았다. ‘관리 행동’ 중 ‘참여 권장’ 영역은 동질 집단에서 높았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던 언어적 행동에 대하여 학생들의 성취 수준별로 언어적 행동 빈도를 조사한 결과, ‘설명하기’에서는 이질 집단 상위 학생의 행동 빈도가 높았던 반면, ‘설명 요청’에서는 이질 집단 하위 학생의 행동 빈도가 높았다. 그러나 하위 학생은 상위 학생에 비해 ‘설명하기’ 행동 빈도가 낮고, ‘설명 요청’ 행동 빈도가 높아 질적으로 풍부한 토론을 이끄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일반적인 협동학습 상황13에서도 이러한 경향성이 보고된 바 있으므로, 협동적인 학습 환경에서 학생들 사이의 토론이 폭넓고 심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업 전략 차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한편, 협동적 CAI나 소집단에서의 협동 정도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은 소집단 구성 방법에 관계없이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협동적 CAI는 소집단 활동으로 인해 개념을 이해하기 쉽다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동료와 친해지고 협동심을 기르게 되었다는 응답은 사회적 기술 향상에도 도움이 됨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질 집단의 상위 학생의 경우 조 구성이나 수업에 대한 만족도 차원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제기되었으므로, 이를 해소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와 함께 성별이나 친화성에 따른 조 구성20으로 학생들의 활발한 언어적 상호작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성취 수준에 근거한 소집단 구성 방법으로 협동적 CAI에서의 언어적 상호작용을 분석하였다. 그러나 학생들의 언어적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성취 수준과 같은 인지적 측면뿐만 아니라 과제 지향성21이나 의사 소통 능력,22 학습 접근 양식23 등 다양하므로 이러한 학습자 특성을 고려하여 계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협동적 CAI에서의 학생-학생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였으나, 협동적 CAI에서는 일반적인 협동학습에서와 달리 컴퓨터가 매개가 되기 때문에 추후 연구에서는 학생-컴퓨터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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