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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the Feature of Chemistry Education Through Analyzing into the Chemistry Textbooks Published in the Enlightenment Period in Korea

개화기 화학교과서의 분석을 통한 화학교육의 특성 연구

  • Park, Jong-Seok (Department of Chemistry Education,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 박종석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화학교육과)
  • Published : 2004.08.20

Abstract

Characteristics of chemistry education during the enlightenment period in Korea are examined by analyzing chemistry textbooks used in the period. Specifically, the analysis is made from the aspects of science, students and teachers. As a result it is found that; first, scientific knowledge itself is emphasized, contrary to those described in the curriculum of chemistry used in the period, and it consists of introduction, non-metals, metals and organic chemistry in chemistry textbook, second, the level of chemistry is similar with that in present high schools, and its technical constitution might have been difficult for a student to study with an experiment, third, terminology lacks consistency and some textbooks include contents of other subject. It is therefore believed that the chemistry textbooks of the enlightenment period is scientifically incomplete and would not have been easy for the teachers to use them to teach the students. In addition, considering the students as a beginner of modern sciences, study level could have been too difficult for them to follow. In conclusion, it appears that chemistry education during the enlightenment period in Korea was not so successful.

본 연구에서는 개화기 화학교과서를 분석하여 당시 화학교육의 특성을 알아보았다. 교과서의 분석은 과학적 측면, 학습자 측면, 그리고 지도적 측면으로 나누어 이루어졌다. 각 측면으로 분석된 결과 개화기 화학교과서는 첫째, 당시 교육과정에 진술된 화학의 성격과는 달리 지식이 강조되었고, 서론, 비금속, 금속, 유기화학 등으로 구성되었다. 둘째, 현재의 고등학교 수준의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학생들이 실험을 실시하기에는 어려운 구성 체제이었다. 셋째, 과학 용어의 표기에 일관성이 없으며, 타교과 내용을 일부 다룬 교과서도 있었다. 이러한 결과로부터 개화기 화학교과서는 과학적 측면에서 결여된 점이 있었으며, 적절히 지도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학습자 측면에서는 과학을 처음 접하는 당시 학습자를 생각해 볼 때 수준 높은 내용이 다루어졌다고 판단된다. 이에 개화기 화학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웠다고 여겨진다.

Keywords

서 론

1876년 개항 이후 조선은 근대화를 위해 1894년 갑오개혁에 이어 1897년 광무개혁을 단행함으로써 대한 제국으로 탈바꿈하였고, 1895년의 소학교령을 시작으로 하는 관제와 1905년 이후의 학교령, 그리고 1909년 이후의 교육령으로 교육체제도 마련되었다.1 이 격동기에 있어서 서구 과학문화는 여러 경로를 통해서 들어오게 되었는데, 그 경로 중의 하나는 바로 과학교과서이었다. 교과서는 교사와 학생을 연결하는 매체로 교육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교과서는 관련 법령을 준수하고 교육과정을 구현 한다.2 그러므로 개화기에 발간된 화학교과서의 분석을 통해서 당시 화학교육이 이루어진 상황과 내용 등을 알아볼 수 있다. 교과서 내용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교과서 내용의 어떤 면을 분석할 것인가 하는 기준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방법이 설정되어야 한다. Romey3는 과학 교과서를 정량적으로 분석하여 교과서가 탐구적인가, 권위적인가를 구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였다. 즉 교과서의 내용 범주, 활동, 그림과 도표, 절 또는 장의 끝부분에 있는 문제, 장의 요약 등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후 지수로 표시하여 그 값에 따라 교과서의 유형을 구분한 것이다. 중앙교육연구소4에서는 초등학교 교과서 내용을 분석하기 위하여 교과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두어 교과서 내용 분석의 관점을 국어, 사회, 자연, 음악 등 각 교과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관점과 자연과에만 적용할 수 있는 관점으로 나누어 작성하였다. 각 교과 분석의 공통 관점으로는 ①교과과정과의 일치 여부, ②난이의 정도, ③오류의 유무 및 시대성에의 적합 여부, ④표현 및 서술의 적합 여부, ⑤삽화 및 사진의 적합 여부, ⑥용어 사용의 통일 여부, ⑦지엽적 내용의 유무 등을 설정하였고, 자연과 분석의 관점으로는 ①분야별 비중, ②탐구의 시사성 등으로 설정하였다. 한종하5는 교과서의 적절성, 타당성, 효용성 등을 ①학습 가능성, ②독해 가능성, ③교수 가능성, ④교육과정과의 관련성, ⑤개별학습 가능성, ⑥교수-학습 부담, ⑦자료 활용의 용이성, ⑧학습경험의 평가 가능성, ⑨응용 및 전이성, ⑩학습동기의 유발성, ⑪체제의 정확성 등의 11가지 준거에 의해 분석할 수 있다고 하였다. 송진웅6은 1984년부터 사용한 고등학교 물리Ⅰ 교과서 4종을 내용적 측면과 체계적 측면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탐구과정, 과학의 인문사회성, 수학과의 연계성의 관점을 세웠고, 체계적 측면에서는 교과서의 구성, 진술, 제작의 관점을 세웠다. 탐구과정과 관련하여서는 Romey의 방법을 따랐고, 교과서의 구성은 실험, 그림, 학습정리, 문제, 발전학습 등을 분석하였으며 진술은 학술어나 인명 표기의 통일성과 한자 등을 분석하였다. 오대섭 등7은 구한말 중등학교 화학교과서 3종과 1967년도 판 화학 I, II와 비교하여 학습 분량의 적정성, 학습 내용과 그 수준, 실험내용의 특징을 분석하였다.

이와 같이 교과서를 분석하는 목적은 좋은 교과서를 선정하여 활용하거나 앞으로 교과서 발간에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 위한 의도가 포함된다. 예를 들어 Romey의 과학 교과서의 분석 방법은 과학 교과서가 탐구적 교재이지 못한 면을 강조하여 이후의 교과서 발간에 영향을 주었으며 중앙교육연구소와 송진웅의 연구도 같은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다.

개화기 화학 교과서를 분석하는 목적은 위와 같이 좋은 교과서의 선정이나, 교과서 발간의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는 의도보다는 당시 화학 교과서에서 다룬 내용은 무엇이고, 그 수준은 어느 정도 되며, 그것이 과연 효과적으로 활용이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통해서 우리 화학교육의 초기 모습을 밝히는 데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개화기 한국에서 사용된 화학교과서의 분석을 통해서 당시 교육된 화학의 내용을 밝히고, 학교교육에서 이루어진 화학 교육의 정도와 성격을 규명하고자 한다.

 

화학 교과서의 분석 기준과 방법

교과서에 대한 기존 연구를 참고하고, 화학교과서, 학생, 교사 등 화학교육에서 중요한 3가지 측면을 고려하여 개화기 화학 교과서의 분석틀을 과학적 측면, 학습자 측면, 지도적 측면으로 설정하였다. 과학적 측면에서는 교과의 성격, 내용 체제와 구성, 과학 이론과 법칙의 기술 방식을 분석하고, 학습자 측면에서는 과학 교과서의 수준, 체계적 구성을 분석한다. 그리고 지도적 측면에서는 과학 용어의 표기 방식과 교과 내 또는 타교과와의 중복을 분석한다

과학적 측면

화학 교과의 성격

개화기 관제나 학교령에 기술된 화학 교과의 교수요지와 교과서에 기술된 정의를 비교하여 당시 화학 교과는 어떻게 정의되고 있으며, 그 성격은 무엇이었는지 파악한다.

내용의 체제 및 구성

각 화학 교과서의 서문, 목차, 본문 등의 내용으로부터 교과서 내용의 체제 및 구성, 그리고 다루어진 내용의 분량 등을 분석한다.

화학 이론이나 법칙의 기술 방식

개화기 화학 교과서에 기술되어 있는 과학 이론이나 법칙의 본질적인 내용은 현재의 화학 교과서에도 변함없이 기술되는 경우가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과학이론이나 법칙과 개화기 화학 교과서에 제시된 것을 비교하여 과학 이론이나 법칙의 기술 방식이나 내용의 심화 정도를 분석한다.

학습자 측면

화학교과서의 수준

현재의 중, 고등학교 교과서 내용과 일치하는 당시 화학교과서의 내용 중 일부를 비교하여 당시 화학교과서에 제시된 내용이 오늘날에는 어느 학년에서 주로 다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그 결과로 당시 화학교과서가 어느 학년에 제시되었는지 살펴보아, 오늘날 학습자를 고려할 때 당시 학습자가 그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는지 또는 학습에 적절하였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체계적 구성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는가 알아보기 위하여 구성, 진술을 분석한다. 구성은 실험의 분포, 그 명칭과 그림이나 그래프의 분포, 학습 정리나 문제 등의 성격을 파악한다. 진술에서는 사용 용어의 통일성을 파악하여 학습자에게 혼란을 유발시켰는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지도적 측면

화학 용어의 표기 방식

화학교과서에 제시된 화학 용어의 표기 방식의 분석은 물질명, 원소명, 외래어의 표기 방식을 파악하여 현재 사용되고 있는 화학 용어와 비교한다.

타교과와의 중복

다른 교과의 내용과 중복이 있는지 분석한다. 교과서의 전체 내용을 검토하여 타분야를 어느 정도 다루고 있는지 분석하여 당시 화학 교과서가 어느 정도 분화되었는지 파악한다.

 

분석에 사용한 개화기 화학교과서

개화기 과학교과서에 대한 구체적 연구는 박종석8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는『신편화학』, 『화학교과서』,『신찬중등무기화학』 등 3종의 화학교과서를 찾아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이들 3개의 화학 교과서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Table 1에서 이들 화학교과서의 출판 정보를 각 교과서의 첫장 및 뒷장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을 참고로 제시하였다

Table 1publishing information of chemistry textbook

 

화학교과서의 분석 결과 및 논의

과학적 측면

화학의 성격

학교에서 화학을 가르치는데 관련된 최초로 법규는 1895년 7월의 學部令(학부령) 제1호인 漢城師範學校規則(한성사범학교규칙)이다. 한성사범학교 本科(본과)의 과학 교과목에 화학이 들어있다. 본과에 제시된 화학의정도는「普通化學上의 現象緊要元素及無機化合物의 性質(평범한 화학현상, 중요한 원소 및 무기화합물의 성질)」이었다.9 1900년 9월 학부령 제12호로 中學校規則(중학교규칙)에도 화학에 관한 사항이 나오지만 여기에는 부과 교과에 대한 敎授要旨(교수요지)나 내용이 제시되어있지 않다. 다만 尋常科(심상과)와 高等科(고등과)에 화학이 정해져 있을 뿐이다. 이후 화학 교과는 각종 학교에 제시되었는데, 여기서는 화학 교과에 대한 교수 요지가 분명히 제시되어 있는 사범학교와 고등학교에 제시된 화학의 교수요지를 살펴본다.

사범학교와 고등학교의 학교령은 1906년 마련되었다가 1909년에 개정되었다. 1906년의 교수 요지는 두 학교가 모두 실험에 근거하여 정확한 지식을 배울 수 있게 하고, 배운 지식을 일상생활 속에 응용하도록 되어있으며 물리와 화학을 특별히 구분되지 않고, 통합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사범학교의 시행규칙에는「實驗에基因야正確知識을學得케고淺近現象을解得智力을養야日常生活과生業上에資用기適當케을注意이라(실험에 근거하여 정확한 지식을 습득하게 하고, 친숙한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일상생활과 직업에 적절히 활용하게 함)」(學部令 제20호 1906년 8월 27일)10로 되어 있다.

“高等學校令施行規則 제2장 學科目及要旨 제5조

9 物理化學 淺近現象을解得며日常의生活과生業上에資用기適當케을期고實驗에基因야正確知識을學得케고且應用自在케됨을要이라(친숙한 현상을 이해하며 일상의 생활과 직업에 적절히 활용하게 하며, 실험에 근거하여 정확한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응용하도록 함)”(學部令 제21호 1906년 8월 27일)11

1909년에 개정된 교수요지에서는 교과명으로「物理及化學」을 사용하고, 사범학교의 경우 1906년의 교수요지에는 제시되지 않았던 보통학교에서 이과의 교수법에 대해 언급되어있다. 한편 사범학교 및 고등학교 모두에서 자연과 인간 관계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었고, 1906년에는 친숙한 현상이라고 표현된 것이 물리 및 화학 현상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改正 師範學校令施行規則 제2장 學科目及其程度 제5조 9 物理及化學은自然現象에關知識을與야其法則과幷히人生에對關係理會케며具普通學校의理科敎授方法을會得케고兼야日常生活에資으로要旨로(자연현상에 관한 지식을 부여하고 그 법칙과 함께 인간과의 관계를 이해시키며, 보통학교의 이과 교수 방법을 습득하고 나아가 일상생활에 활용하도록 함)

物理及化學은重要物理及化學上의現象과器械의構造及作用과元素及化合物에關知識을敎授고此에關聯重要의物을敎授며具普通學校의敎授必要實驗을課이可홈(물리 및 화학 현상과 기계의 구조 및 작용, 원소 및 화합물에 관한 지식을 교수하고 이에 관련된 중요한 광물을 교수하며 나아가 보통학교 교수에 필요한 실험을 부과함”(學部令 제3호 1909년 7월 5일)12

“改正高等學校令施行規則 제2장 學科目及其程度 제5조 8 物理及化學은自然現象에關知識을與야其法則과人生에對關係理會케야日常生活에資으로要旨로(자연현상에 관한 지식을 부여하고 그 법칙과 함께 인간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일상생활에 활용함)

物理及化學은重要物理及化學上의現象과器械의構造及作用, 元素及化合物에關知識을敎授이可홈(물리 및 화학 현상과 기계의 구조 및 작용, 원소 및 화합물에 관한 지식을 교수함”(學部令 제4호 1909년 7월 5일)13

이렇게 각 학교령에서 규정한 화학의 교수요지는 “실험에 근거한 지식을 중요시하고 화학적 현상을 이해시켜 일상생활에 응용할 수 있도록”하는 것이다. 그러나 분석된 3종의 화학 교과서 서언과 총론에서는 모두 물리적 변화와 화학적 변화를 구분하여 진술하면서, 물리학과 화학을 구별하였다. 신편화학의 서언을 보면 “...일시적으로 변하는 것을 물리적 변화라 하고, 영구적으로 변하는 것을 화학적 변화라 하는데, 물리적 변화를 연구하는 것은 물리학이고, 화학적 변화는 화학에서 연구하니, 상세히 논하면 운동, 열, 빛, 소리, 전기 및 자기에 관한 것은 물리학에서 다루고, 물체의 본질 및 그 변화에 관한 사항은 화학에서 연구한다”14라고 되어 있다. 한편 오늘날의 교육과정이라 할 수 있는 각급 학교시행규칙에서는 지식의 습득과 함께, 지식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지식의 일상생활에의 활용 등이 언급되어 있으나, 각 화학교과서의 서언이나 총론에서는 지식의 습득이 강조되고, 일상생활에서의 활용 등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학문중심교육과정에 좀더 충실한 교과서의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화학교과서』 緖論

... 物體의變化에其物質에不關變化와其物質에關變化의二種이有... 其物質에不關變化物理變化라稱고其物質에關變化化學變化라稱니라...物質에關變化의理講究은化學에屬바ㅣ니此講究진事物에就야一一히試驗을行야其生바顯象을精密히觀察지라...”15

“『신찬중등무기화학』 總論

... 化學的變化난原物體의固有한性質을失하고新一物質을生成하난者니卽其實質이變化되난者라故로實質變化又난化學的現象이라稱하나니... 物理學的變化난原物體의固有한性質을不失하고但其形狀及位置만變하난者니卽其狀態가變홈이라故狀態變化又난物理學的現象이라稱하나니... 化學을硏究한다홈은化學的變化를攻究홈이니... 此를攻究하랴면 充分한 注意와 綿密한 觀察을不可不行이오 又精確한 實驗으로써其幽徹한 原因을 求得지니...”16

화학 교과서의 체제와 구성

『신편화학』은 서언, 편,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편은 다시 둘로 나뉘어 1편에서는 18장, 2편에서는 10장으로 구성되었다. 편의 제목은 없으나 1편은 무기화학, 2편은 유기화학의 내용이다. 부록은 실험에 관련된 사항을 다루고 있다. 실험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고 그 설명을 그림과 함께 하고 있으나(예를 들어 ‘第○○圖를 보면...’) 그림은 누락되어있다.『화학교과서』도이와 마찬가지로 그림에 대해 언급만 되어있다. 상하로 나뉘어있는『 화학교과서』는 상권이 1-17장, 하권은 19-32장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하권은 18장이 아닌 19장부터 시작되고, 24장 다음에 26장이 나온다. 즉 순서상으로 25장이 나와야 하는데 빠져있다. 서론은 장을 달리하지 않고 1장에서 취급하였고, 부록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와 같이『 화학교과서』는 체제와 구성에 결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신찬중등무기화학』은 序(서), 凡例(범례), 본문과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문은 總論(총론)과 各論(각론)으로 나뉘어서 총론에서 화학 일반 지식을 다루었고, 각론은 1편 비금속과 2편 금속으로 구성되어있다. 유기화학의 내용은 다루어져 있지 않다. 그리고 총 59개의 그림이 설명과 함께 게재되었고, 각 장 끝에 요점을 두고, 표로 나타내었다. 체제와 구성면에서 『신찬중등무기화학』이 비록 무기화학의 내용만을 다루고 있지만, 다른 2개의 교과서에 비해 외형적 체계가 좀더 갖추어 있으며, 구성이 탄탄함을 알 수 있다.

Table 2Amount of the units

화학 교과서의 구성 형태는 여기서 분석된 3종 모두가 비금속, 금속 그리고 유기화학 분야 순으로 되어있다. 『신편화학』과 『화학교과서』는 개별 원소들을 각론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비해 『신찬중등무기화학』은 원소들을 屬(현재의 族)으로 분류해서 한 개의 장에서 다루고 있다. 이들 교과서가 다루는 원소는 대개 유사하여 비금속원소에는 수소, 붕소, 탄소, 질소, 산소, 불소, 규소, 인, 유황, 염소, 취소, 비소, 옥소 등을 그리고 금속원소에는 알칼리금속, 알칼리토금속, 토금속, 아연, 주석, 철, 금, 동, 은 등이 있다. 유기화학 분야를 다룬『신편화학』과 『화학교과서』에서는 탄수화물, 알코올류, 유기산, 염료, 방향체 그리고 발효와 부패까지 다루고 있다.

『신편화학』은 비금속원소를 다룬 분량이 금속원소를 다룬 분량보다 많으며,『 화학교과서』의 경우는 그와 반대로 금속원소에 대한 분량이 비금속을 다룬 분량보다 더 많다. 비금속 부분에서 『신편화학 』의 경우 공기, 수소와 물, 연소와 호흡 그리고 분자량과 원자량 및 화학기호에 관련된 것이 개별 원소를 다룬 것보다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화학교과서 』에서는 그와 반대로 인, 비소, 규소, 붕소, 유황, 탄소 등의 각 원소를 다룬 분량이 화학의 기본적 지식을 다룬 총론보다 많다. 『신찬중등무기화학』은 총론의 분량이 가장 많으며 개별 원소 중에는 질소, 인, 비소 등의 분량이 가장 많다. 금속원소는 『신편화학 』의 경우 동, 수은, 은, 금을 다룬 부분이 많으며 『화학교과서 』는 창연, 주석, 동족과 철, 크롬족, 알칼리 금속 부분의 분량이 많다『. 신찬중등무기화학 』에서는 알칼리금속과 토속 부분이 많다.

이와 같이 분석된 3종의 화학 교과서는 동시대에 나온 교과서이지만 각각 다루는 비중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과학 이론이나 법칙의 기술 방식

개화기 발간된 『화학교과서 』, 『신편화학 』, 『중등무기화학 』의 산, 염기에 대한 진술을 7차 교육과정의 과학 및 화학교과서에 기술된 것과 비교하였다.

『화학교과서 』에서는 반응으로 산, 염기의 성질을 구분해 기술하였는데 “硝酸(硫酸 或 鹽酸) 小許에 凡五十倍의 水混和야 其溶液을 嘗면 顯著히 酸味가 有고 又 此에 靑色試驗紙 浸면 忽然히 赤變니 此 酸性의 反應이라 稱니라”하였고, “水酸化칼늄(或은「水酸化나트륨」)의 小片을 凡二十倍의 水에 溶解야 其溶液을 指頭에 點着면 灰汁에 點着과 恰似感覺이 有고 又 此에 靑色試驗紙 浸면 變色이 無호대 酸을 因야 變色者此에 浸면 忽然히 靑色을 回復니此 「알칼릐」性의 反應이라稱니라”하였다. 여기서「알칼릐」(alkali)는「水酸化칼늄」,「水酸(化)나트륨」을 일컫는다고 하였다.

『신편화학』에서 산은 “...曹達과 加里와 「칼슘」 等과 如 金屬元素와 容易히 交換 水素 含有 化合物...”이고, 염기는 “...屬元素 含有야 酸을 中和苛性曹達, 苛性加里와 如 物質을 總稱...”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酸은 通常으로 水에 溶解되 或 不然 者도 有니 水에 溶解치 아니 者 酸味가 無며 「리트마스」液에 作用이 無고 鹽基中 某物은 水에 溶解야 灰汁과 如 味가 有며 「리트마스」液에 作用이 有되...”라고 산과 염기의 성질이 언급되었으며 알칼리를 “水에 不溶解 鹽基”라고 하였다.

『신찬중등무기화학』에서 산은 “凡非金屬元素가 水素와 酸素를 重複히 包含하야 化合物을 成하되 酸味가 有하고 靑色 리도마스液이나 或 靑色試驗紙를 赤色으로 變케 하난 酸性反應이 有한 者”를 말하며 알갈리(水酸化物)은 “凡金屬元素가 水素酸素와 化合하야 灰味가 有하고 酸性을 因하야 赤變한 리도마쓰液 或 赤色試驗紙를 靑色으로 還變하난 알카리性이 有한 者”를 이른다.

한편, 현재 시행되고 있는 7차 교육과정에서 산과 염기에 대해 살펴보면, 초등학교 5학년 「용액의 성질 알아보기」, 10학년 과학「산과 염기의 반응」, 화학II「화학반응」 중 「산과 염기의 반응」에서 언급되고 있다. 이 중 화학II에서 산과 염기의 정의를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윤용 등17은 산과 염기를, “산의 수용액은 전해질이며 신맛이 나고 일부 금속과 반응하여 수소를 발생시키는 공통성이 있으며, 염기의 수용액은 전해질이며 쓴맛이 나고 미끄러운 촉감을 나타내는 공통성이 있다”고 정의하면서, 아레니우스의 정의와 브뢴스테드-로 우리의 정의까지 제시하였다.

이상의 내용을 볼 때, 개화기 화학 교과서에서는 수소이온 개념이 언급되어 있지 않으므로, 아레니우스의 정의 이전의 내용들로 판단된다. 특히 리트머스 시험지에 의한 색변화 언급은 오늘날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초등학교 수준으로 제시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학습자 측면

화학 교과서의 수준

분석된 3종의 개화기 화학 교과서의 내용을 현행 가르쳐지고 있는 중학교 과학 교과서와 고등학교 과학, 화학 I, II의 내용과 비교해보면, 현행의 중학교 3학년 과학의 물질의 구성, 물질 변화에서의 규칙성 등에서 그 내용이 약간 언급되어 있고, 화학 I, II에서 주로 다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개화기 화학 교과서에서 다루어진 내용은 현재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신편화학』의 경우는 초기에 초등정도로 규정하였다가 1914년에 고등보통학교 수준에 부과된 것이고,『화학교과서』도 고등보통학교에 부과되었던 것이다. 고등보통학교는 1911년 공포된 조선교육령에 의해 고등학교가 고등보통학교로 개칭된 것이고, 입학자격을 12세 이상으로 4년제 보통학교를 졸업했거나 그와 동등한 자격을 소지한 자로 규정하였고, 수업연한은 4년이었다. 따라서 당시 학생들은 대략 12세 이상, 즉 오늘날 중학교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고등학교 수준에서 화학을 배우게 되므로, 쉽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신찬중등무기화학』의 경우는 당시에 중학교 또는 사범학교에서 부과되었던 것이었으므로『 신편화학』이나 『화학교과서』에 비해 배우는 학생들의 나이가 어리지 않아, 배우는데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체계적 구성

Table 3Amount of experiment and figure

실험과 그림의 구성은 Table 3과 같다. 실험과 그림, 표 등이 모두 다 제시된 화학 교과서는 없었다. 실험에 관한 내용은 『화학교과서』에만 있고, 그림은 『신찬중등무기화학』에만 제시되어있다. 표는 세 교과서 모두에 제시되어 있다. 『신편화학』에는 분자량, 원자량, 금속의 비중과 융해점, 보통食物(식물)중 식물요소의 백분비, 土醬(토장)과 醬(장)의 성분 등의 표가 있으며, 『신찬중등무기화학』에는 원소 분류표, 금속, 비금속분류표와 장이 끝났을 때 요약을 하면서 만들어진 槪表(개표)가 제시되어있다. 또 부록에 있는 표에는 원소의 천연분류표, 초자배합일람표, 인화재료배합일람표가 있다. 『화학교과서』에는 원자량과 당량 관계를 나타낸 표가 있을 뿐이다.

실험에 관한 내용이 나와있는 홍인표의『화학교과서』를 보면, 실험을「試驗」이라고 칭한다. 이 교과서는 총 164개의 실험이 있다. 각 실험은 화학의 내용을 전개해가면서 그 내용을 확인한다. 예를 들어 서론의「試驗三」은 금속을 공기 중에서 가열하여 화학변화가 이루어진 후 질량변화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小蒸發血에 銅의 粉末十「」許 盛入야 天秤의 一便에 置고 又 他의 一便에 錘 置야 平均케 後에... 蒸發血을 熱케면... 前보다 顯著히 增加야 平均을 失에 至니...”의 실험을 한 후 그 결과를 일반화시킨다. 여기서 실험은 내용에 적절한가를 논하기에 앞서 화학 지식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내용 진술에 빠지기 어려운 요소이다. 이 실험이 과연 실제로 실시될 수 있는가 알아보기 위하여 試驗1부터 試驗10에 제시된 실험기구와 약품을 살펴보면 Table 4와 같다.

Table 4Reagents and apparatuses in experimen

시약류 특히 백금선이나 금선, 은선, 납, 아연 그리고 기구 류 중 알코올램프나 현미경, 유리관, 유리병 등이 교과서에 제시되어 있지만, 이러한 실험 재료들이 학교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었는가는 의구심이 든다. 그것은 당시 가장 정비가 잘되었고 체계가 확립되었던 사범학교에서도 실험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18. 따라서 실험은 주로 강독위주에 끝났을 것이다. 더욱이 실험에 관한 그림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하는 사실이다. 그리고 실험의 진술방식을 살펴보면, 학생들이 실험을 실시하도록 하기보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되어있다.

그림은『신찬중등무기화학』에만 제시되어 있다. 그림에는 지문이 없으며 실험기구의 명칭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 다만 실험기구에 번호를 표시하여 설명을 하는데 이용하였다. 따라서 그림만을 보아서는 내용을 유추할 수 없으며 내용을 통해서 그림을 파악할 수 있다. 다른 2개의 교과서에는 그림에 대해 第十二圖 등과 같이 언급되어 있으나, 정작 그에 관한 그림은 빠져있다.

지도적 측면

과학 용어의 표기 방식

교과서에 표기된 과학용어는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원소의 명칭에 대해서만 살펴보았다(Table 5참조).

중국에서는 각 원소명을 새로 만들어 냈는데 반해 한국과 일본에서는 원소 이름을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였다. 한편 수소, 붕소, 탄소, 질소, 산소 등의 비금속 원소와 금, 백금, 은, 동 등의 금속 원소명은 발음에 따르지 않았으며 한국과 일본에서 똑같은 한자를 사용하였다. 망간의 경우만은 일본에서는 한자를 사용하였지만 한국에서는 한글로 표기하였다.

Fig. 1Experiments in the Chemistry textbooks (Left: 新編化學, Right: 新撰中等無機化學).

Table 5Name of elements in chemistry textbooks(a part)

타교과와의 중복

분석된 3종의 화학 교과서 중에서『신편화학』만이 화학에 관련되지만 좀더 타분야에 가까운 내용을 다루고 있다. 다루어진 내용과 분량은 호흡 20행, 동·식·생활의 평형 8행, 발효 16행, 주류양조의 대요 16행, 식물 중에 함유된 산류 4행과 유기화학 분야인 8장의 食物의 要素及其變化부터 10장인 물질의 순환까지 101~112면이다.『신편화학』의 1면은 13행을 차지하므로 대략 17면이 타분야를 다루고 있어 전체의 15%에 해당한다.

 

요약 , 결론 및 계속연구 과제

개화기 화학교과서를 분석하여 당시 화학교육의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서, 화학교과서를 과학적 측면, 학습자 측면, 그리고 지도적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과학적 측면에서의 분석 결과 개화기 화학교과서는 당시 교육과정에 진술된 화학의 성격과는 달리 지식이 강조되었다. 당시까지 축적된 화학지식을 교과서에 어떻게 구현하였는지 살펴보면, 서론 부분에서 화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과 각 교과서에서 추구하는 목적 등을 다루었고, 다음으로 비금속, 금속, 유기화학 등으로 구성하였다. 학습자 측면에서의 분석 결과를 보면, 다루어진 내용의 수준이 현재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며, 실험에 대한 그림이나 자세한 설명이 부족하여 학생들이 실험을 실시하기에는 어려운 구성체제이었다. 지도적 측면에서의 분석 결과는 각 교과서 별로 과학 용어의 표기에 일관성이 없었고『, 신편화학』은 타교과 내용을 일부 다루고 있었다. 한편 개화기 화학 교과서에 기술된 내용을 보면, 오늘날의 초등학교 수준이지만, 지식 체계는 고등학교 내용까지 다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그 당시의 지식 수준이 오늘날에는 초등학교 수준에서 다루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고, 다른 한편 지식 체계는 이미 당시에도 오늘날 학교에서 다루는 분야가 취급되어 있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개화기 근대학교에서는 법규에 규정된 교과목이 다 가르쳐지지 못했으며, 교과 내용에 대한 깊이 있고 체계적인 교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는 근대적 교과지식을 갖춘 교사가 부족했다는 것에 기인된다. 또한 교재의 부족과 학생들의 잦은 퇴학은 학교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에 차질을 일으켰다.18

이와 같은 개화기 교육 상황에 도입되었던 화학교과서는 교육과정의 적절한 구현보다는 지식의 전달에 충실하였으나, 과학을 처음 접하는 당시 학습자를 고려할 때 높은 수준의 내용이 다루어졌으며, 이를 지도할 교사도 부족하였기에 학습 상황이 열악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개화기 화학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웠을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화학교과서만으로 개화기 화학교육의 특성을 살피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화학교육이 이루어진 현장의 사료를 더욱 발굴하여 좀더 확증적인 역사적 사실을 찾아내어 분석하고, 결론 내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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