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과학의 개념을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과학 교육과정에 과학사를 도입하자는 주장1,2과 과학사를 과학 수업에 이용하여 오개념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들3,4은 있으나 과학사적 관점에서 교과서의 내용 조직을 분석한 연구5는 거의 없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화학의 기본 개념 중에서 물질의 성질을 나타내는 기본 입자의 개념과 물리변화와 화학변화로 대변되는 물질변화의 개념을 중심으로 역사적 변천과정을 조사하고 , 중등학교 과학교과서에 제시된 개념의 유형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통해 학생들이 올바른 과학 개념을 형성하는 데에 있어서 가지는 어려움의 원인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 연구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면 다음과 같다.
연구방법 및 절차
분석 자료 및 분류. 이 연구에서는 분자 및 물질 변화의 정의를 분석하기 위하여 제 4차 교육과정부터 제 7차 교육과정의 중등 과학 교과서와 대학교 일반 화학 교재를 선택하여 사용하였다. Table 1에는 중학교 교과서를, Table 2에는 고등학교 교과서를, Table 3에는 대학교 일반 화학 교재를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Table 1.Explanation views of molecules in middle school science textbooks
Table 2.Explanation views of molecules in high school science textbooks
Table 3.Explanation views of molecules in general chemistry textbooks using in college courses
분석 방법 및 절차. 과학사적으로 물질의 성질을 가지는 기본입자 중에서 원소와 원자의 개념변천과정을 선행연구 5에서 분석하였으므로, 이 연구에서는 물질의 성질을 가지는 기본 입자로 19세기에 나타난 기본 입자중 하나인 분자와 물질변화의 정의가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지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과학사 교재1,6-12 에 제시된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들로부터 분자와 물질변화에 대한 정의의 특성들을 분석하고, 과학 사적인 개념 발달 순서를 근거로 하여 유목화하였다. 현대적인 관점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과학사의 교재보다는 현재 여러 대학교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일반화학 교재13-17들을 분석하였다. 과학사 교재에는 보편적으로 현대 이전까지의 내용은 자세히 수록되어 있으나, 현대에 해당하는 부분의 내용은 상세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료틀을 토대로 연구자틀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개념틀을 유목화하고자 협의하였으며, 도출된 유목틀이 분석하고자하는 과학교과서의 진술내용을 분석하기에 적함한 것인지 검증하여 보았다. 이러한 과정을 여러 차례 거쳐서 결정한 유목화는 연구 결과에 제시하였다.
또한 교과서의 진술 내용도 교육과정의 변천에 따라 변화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제 4차 교육과정에서부터 제 7차교육과정까지의 중등학교 과학 교과서18-73를 비교하였다. 제 4차부터 제 7차 교육과정까지 과학교과서를 분석한 이유는 이를 통해 과학사적 관점중 일정한 관점만을 과학 교과서에서 유지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만약 그렇지않고 교육과정에 따라 다른관점으로 변화한다면, 교사가 학생이었을때 배운관점과 교사가 되어 가르칠때 다루는 관점의 차이나, 교사로 경력을 쌓으면서 과거의 교육과정 관점과 새로운 교육 과정 관점의 차이로인해 교육현장에 여러가지 혼란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관점으로 유목화한 내용들이 보편적이고 타당한지를 검증하기 위해서 여러 과학사 서적과 비교하여, 연구자간의 이견이 있을경우 의견 조정 과정을거쳐 내용분석을 하였다. 또한 연구자의 오류를 줄이고 타당도를 높이기 위하여 과학 교육 전문가 2인과 현장교사인 과학교육 전공 대학원생 4인의 검토과정을 거쳤다. 분석 기간은 2000년 3월부터 시작하여 2001년 6월까지였으며, 매주 정규적인 모임을 통해 분석이 이루어졌다.
연구의 제한점. 연구에서 분류한 과학의 주요 관점들은 그 당시 과학자들의 원 논문이 아닌, 이들의 업적을 재분석하여 기술한 과학사 교재로부터 추출한 것이다. 따라서 타당도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재해석의 오류를 방지하기 위하여 가능한한 여러관련 과학사 문헌을 분석하여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을 취하고자 노력하였고, 연구자 사이에 해석의 차이가 있을 경우 이를 반복하여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 그 당시의 관점을 정확히 반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교육과정 변천에 따른 개념의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육과정간의 비교를 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1차부터 모든 교육과정의 내용을 분석하려면 그 자료가 광범위하였기 때문에 제 4차부터 7차 교육과정까지 연구의 범위를 제한하여 분석하였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선행연구에서 제시한 원소와 원자의 관점과 이 연구에서 분석할 분자나 물질변화에 대한 관점의 연결을 고려하여 유목을 정하였다. 원소나 원자가 물질의 성질을 나타내는 기본 단위로 이해되었던 시절과 분자가 물질의 성질을 나타내는 기본 단위로 이해되었던 시절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문에서 제시한 교과서 분석 내용은 분자와 물질의 변화에 대한 관점만으로 제한하였다. 원소와 원자의 과학사적 관점과 분자와 물질의 변화에 대한 관점의 연결은 추후에 이루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자의 관점은 19세기에 이르러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에 대한 관점중에서 원소와 원자에 해당하는 유목들은 실제 교과서 분석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원자의 현대적 관점에 비추어 물질의 변화에 대한 관점중 마지막 관점이 도출되었으나, 실제 교과서 분석에서는 이러한 관점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마지막 관점도 역시 교과서 분석에서는 유용하게 사용되지 못하였다는 점이 고려되어야한다. 이 연구의 초점이 교과서 분석에만 있었을 경우 관점의 유목은 교과서의 시각에 한정하여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나, 이 연구에서는 원소와 원자와 연결된 과학사적 고찰에도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현 연구에서는 불필요한 관점도 제시하였다.
연구 결과 및 논의
‘물질의 성질을 나타내는 기본 단위’ 개념에 대한 역사적 변천.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 C. 384~322)는 물질의 근본 원인이 되는 온, 냉, 건, 습 4개의 성질이 물질의 근본이며, 이들이 혼합되어 고유한 물질의 성질인 원소 (물, 불, 공기, 흙)가 형성된다고 생각하였다.6 이러한 그의 생각은 중세시대까지 지속되었으며, 근대에 들어서서 기체에 대한 이해가 발달하고, 근본 원소로 여겨졌던 물이 다시 수소와 산소라는 물질로 분해된다는 사실이 라부아지에(Lavoisier, 1743-1794)에 의해 밝혀진 이후에야 이러한 고대 원소설은 밀려나게 되었다.
Fig. 1.Elements and compound of Dalton’s view.
그 후 돌턴은 라부아지에의 질량보존의 법칙, 프루스트(Proust, 1754~1826)의 일정성분비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하여 19세기 초에 원자설을 주장하였다. 돌턴은 Fig. 1과 같이 수소원소와 산소원소가 한 종류의 원자로 구성되어있는 물질이라고 생각하였다. 즉, 물질의 성질을 발현하는 기본입자인 원자를 가정하였다. 그리고 두 종류의 이상의 원자가 결합한 것을 화합물이 라고 보았다.9 이러한 화합물을 복합원자(complex atoms)10라고 표현하였다.
돌턴은 원자가 실존하는 입자라고 믿고 그 당시 화합물의 구성비로부터 도출하여 사용한 당량 대신 원자량을 사용하였는데, 수소를 1로 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수소와 화합하는 물질의 질량을 계산하였다. 그런데 원자량을 계산하려면 화합물을 구성하는 원자들의 결합비율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합비율은 원자량을 알아야 구할 수 있다. 돌턴은 이러한 델라마를 해결하기 위하여 원자는 가장 간단한 정수비로 결함한다는 가정을 하였다.
그 당시 대부분의 학자들은 원자량의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고, 화학반응의 실험값을 토대로 형성된 최소 물질량으로서의 당량 개념을 선호하였다. 이를 케률례(Kekule, 1829-1896)는 ‘화학적인 기본 단위’라고 불렸다. 당량을 선호하는 경향의 내변에는 물리적인 설체로서의 원자개념을 거부하려는 생각도 크게 작용하였다.11 한편 그 당시 물질의 변화에 대한 질량의 규칙성을 해결할 수 있었던 돌턴의 원자설로도 부피의 규칙성은 설명할 수는 없었다. 이탈리아의 과학자 아보가드로(Avogadro, 1776~1856)는 두개 이상의 같은 종류의 원자가 결합하였다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아보가드로가 생각한 이 새로운 분자의 개념은 돌턴이 생각한 원소의 개념과 상치되는 것이다. 즉 돌턴은 원소의 경우 물질의 성질을 나타내는 기본 입자는 원자라고 생각한 것에 반해, 아보가드로는 분자라고 보았다.
초기에 아보가드로가 분자에 대한 생각을 하였을때에는 기체에 한정하였다. 즉 기체반응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하여 분자의 개념을 도출한 것이다. 그러나 아보가드로의 가설로부터 도출된 사고, 즉 기체를 이루는 물질은 원자가 아니라 몇 개의 원자들이 결함한 분자라는 생각은 다른 유형의 사고로 발전하였 . 즉 모든 물질이 분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특히 이러한 생각은 유기화학이 발달한 1850년대를 전후하여 형성되었다.11 따라서 후일에 원자로 존재하는 물질에 ‘일원자 분자’와 같은 이름이 붙여진 이유도 이러한 사고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후 1897년에 톰슨(Thomson, 1856~1940)이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를 발견하고, 루이스(Lewis, 1857~1946)가 1916년에 원자안에 분포하는 전자의 배치를 설명하는 옥렛규칙(octet rule)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보어의 원자 모형에 루이스의 옥렛 규칙이 결함하여 원자의 구조가 이해되었다. 1932년에 이르러 폴링(Linus Pauling, 1901~1994)이 원자들이 가지는 전기 음성도의 개념을 도출하고 이를 통해 화학 결함의 개념을 정리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서 공유결함을 하는 원소나 화합물은 분자74이고, 이온성 결정은 분자라고 볼 수 없다 74,75는 견해와 원자가 결합하여 만든 단위체76,77로서 전하를 띠지 않는 것78을 분자라는 정의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정의에 의하면 소금이나 철은 공유결함이 아니기 때문에 분자로 구성된 물질이 아니고, 다이아몬드 등은 공유결합을 하지만, 일정 개수의 원자가 결함하지 않았으므로 분자로 구성된 물질이 아니다. 예를 들어 , 1912년 X-건 회절방법이 개발된 직후 브래그(Bragg, 1862~1942)가 이 방법을 이용하여 소금 결정 속에는 NaCl 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분자” 단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였다.79 즉 오늘날 분자라는 말은 물질 중에서 공유결함을 한 입자에 대해서만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Fig. 2.Change of views on basic unit of matter property.
과학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지금까지 고찰한 ‘물질의 성질을 나타내는 기본 입자’에 대한 개념은 크게 5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형성된 것으로 물질의 공통된 성질에 입각한 원소의 개념이다. 이때 원소는 오늘날 현대적 관점의 원소, 즉 ‘동일한 양성자 수를 가진 입자틀의 집함’5의 의미가 아니다. 둘째, 19세기 초 돌턴이 제안한 물리적 설체로서의 원자이다. 이 설체는 원자량이라는 단위로 측정되었다. 셋째, 19세기 중반에 아보가드로가 제안한 분자의 개념이다. 그가 생각한 분자는 기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체이며, 몇 개의 원자가 결합한 형태이다. 넷째, 19 세기 후반에 유기화학이 발달하면서 새롭게 형성된 분자의 개념이다. 아보가드로가 기체에 국한하여 생각하였던 분자와 달리, 모든 물질은 분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고가 형성되었다. 다섯째, 20세기에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의 존재가 밝혀진후 루이스의 옥렛 규칙으로 정교화되고, 폴링의 전기음성도 개념으로 일반화된 화학결합의 단위이다. 이로부터 물질의 성질을 나타내는 기본 단위 중에서 전자가 공유결함을 하는 것만을 분자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를 Fig. 2에 정리하여 제시하였다.
과학 교과서의 분자 정의 분석. 교육부에서 검정한 제 4차, 5차, 6차 중학교 교육과정 2학년의 모든 과학 교과서에서 이미 분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용어에 대한 설명을 중심으로 교과서의 설명 유형을 분석하여 Table 1에 정리하였다.
Table 1에서 중학교 교육과정에 제시된 분자의 관점은 3가지로 나타났다. 그리고 동일한 교육과정 안에서도 교과서의 종류에 따라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교육과정의 변천과 교과서에 제시되는 유형의 변천에는 관련성이 없었다. 즉 이전 교육과정에서 제시된 관점보다 새로운 교육과정에서 더 과거의 관점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들면 제 4차 교육과정의 교과서는 ‘물질의 성질을 지닌 가장 작은 입자는 분자이다’라고 서술되어 있어 관점 IV로 분석되었으나, 제 5차와 6차 교육과정의 일부 교과서에서는 이보다 과거의 관점인 ‘몇 개의 원자가 결합하여 생성된 새로운 기본 입자가 분자이다’라는 유형 III의 관점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제 6차 교육과정의 2종류 교과서에서는 이전 교육과정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현대적 관점인 유형 V가 나타났다. 이 교과서에서는 분자의 정의중 일부에 ‘다이아몬드, 금속 고체, 염화나트륨 등은 분자로 이루어지지 않은 물질이다.’라는 내용이 들어있어, 모든 물질이 분자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며, 일정한 개수의 원자들만 공유결합하는 물질로서의 분자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 자체는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물질의 고유한 성질을 그대로 지닌 가장 작은 입자는 분자’라는 유형 IV의 관점도 함께 제시하고 있어서, 유형 IV의 관점으로 볼 때에는 소금이나 금속 고체도 고유한 성질을 가지는 물질이라면, 이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가 분자일 수 있다는 혼란을 가져오게 할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
제 6차 교육과정에서는 나타났던 유형 V의 관점은 제 7차 교육과정에서는 사라지고, 오히려 그이전 관점인 유형 IV의 관점, 즉 ‘어떤 물질을 쪼개어 나타내면 결국 그 물질의 성질을 지닌 가장 작은 알갱이인 분자가 된다’는 개념으로 모든 교과서의 서술이 되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보편적으로 유형 IV의제 4차와 5차 교육과정에, 그리고 유형 III의 관점은 제 6차 교육과정에 나타났다고 보았을 때, 제 6차 교육과정과 제 7차 교육과정의 분자 개념 제시 유형에는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제 5차 교육과정 이후에는 다양한 교과서의 관점이 제시된 것에 반해 제 7차 교육과정에서는 하나의 관점으로 통일되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이는 교과서의 다양성을 추구하기위해 제 5차 이후에 여러 종류의 교과서가 나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변화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어떠한 교과서에서도 유형의 변화 자체에 초점을 두어 개념이란 과학의 발달과 함께 형성되고 변화되어 나가는 것이라는 시각을 제공하지 못하고 한두가지 관점을 절대적인 사설처럼 진술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학생들이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보다 현대적인 관점을 접하게 될 때, 자신들이 과거에 배웠던 다른 관점과의 관계를 인식하고 연결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은 교사가 학생틀을 가르칠 때에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따라서 앞으로 교과서에서는 분자 개념의 다양한 변화 과정을 제시해줌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중학교에서는 화학결합의 관점을 가르치지 않고 있으므로 유형 V의 관점까지 이끌어주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으나, 고등학교에서는 화학결합의 개념을 이미 교육과정에서 다루기 때문에 현대적 관점으로까지 분자의 개념을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물질의 성질을 나타내는 기본에 대한 개념이 중학교와 비교하여 달라져야할 것이다. 중학교와의 관점 변화를 살펴보기 위하여 고등학교에서 제시하는 분자의 관점을 분석하여 Table 2에 제시하였다. 분석 대상에는 제 7차 교육과정의 교과서가 빠졌는데, 그 이유는 분석할 당시 아직 제 7차 교육과정에 근거한 고등학교 교과서가 개발되지 않았고, 교육현장에서도 제 6차 교육과정의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서도 역시 중학교와 마찬가지로 교육과정의 변화와 분자의 관점 변화 사이에는 관련이 없었다. 그리고 중학교에서 제 6차 교육과정의 일부 교과서에 나타난 현대적 관점인 유형 V의 관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유형 III과 IV의 관점만 나타났으며, 제 4차 교육과정의 화학 II 교과서에서는 정의 자체가 나타나지 않고 분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교과서에 제시된 관점이 화학결합을 이미 배운 학생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미 변화가 필요한 과거의 관점이었다는 점도 문제지만, 두 가지 관점이 같이 제시되는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유형 III과 IV의 관점을 동시에 제시한 경우인데, 일부 교과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분자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일정한 수의 원자들이 결합하면 새로운 입자인 분자가 된다.... 비활성 기체는 1원자 분자이다.”
일원자 분자라는 의미 속에는 원자도 분자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이 정의는 원자가 두개 이상 결합해야 분자라는 개념과 상충된다. 원자들이 결합하지 않은 상태를 분자라고 부르는 것은 원자와 분자의 개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중학교보다는 고등학교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학교에서는 화학결합의 개념이 학생들의 수준에 적함하지 않으므로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으나, 고등학교에서는 유형 V의 관점, 즉 가장 현대적인 정의로서 몇개의 원자가 공유 결합한 단위체라는 개념을 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는 중학교에서 제시한 내용, 즉 다이아몬드나 금속 물질, 소금 등이 외 분자에서 제외되는지에 대해 이해할수 있는 유일한 관점이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이미 공유 결합, 이온결합, 금속결합과 같은 개념과 이를 근거로 한 물질의 성질에 대한 내용을 학습함에도 불구하고 물질의 성질을 나타내는 근본에 대한 교과서의 설명에 결합의 개념이 배제되어 있다는 점은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고등학교의 교과서와 비교할 때 일반화학 교재에서는 현대의 관점으로 제시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Table 3에는 대학교에서 사용하고있는 일반화학 교재의 분자의 개념 유형을 분석하여 제시하였다.
Table 3에서 분석한 5개의 교재 중에 단 한 교재17만 이 가장 현대적 관점의 정의를 하였다. 다른 3개의 교재13,14,16에서는 원자의 개념 대신에 원소의 개념을 사용하여 분자를 설명하였다. 즉, ‘한 원소 또는 여러 원소들이 모여 안정한 형태로 존재하는 최소단위 입자를 분자라고 한다.’ 라고 설명하였다. 이 설명은 중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정의의 유형이다. 원소와 원자의 개념은 선행연구5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과학사적인 변천과정과 그 의미에서 차이가 있다. 즉, 원소는 화합물과 구분되는 순물질의 하나로, 돌턴의 정의에 의하면 한 종류의 원자로 구성된 물질, 혹은 현대적 정의에 의하면 양성자 수가 같은 입자들로 구성된 물질을 의미한다. 따라서 원자대신에 원소가 모여서 분자가 된다는 표현은 틀린 정의라고 할수 있다. 이 정의는 원소와 원자의 구분이 잘못된 것으로부터 도출되었기 때문에 분자의 관점 변화와는 관련이 없어서 따로 유형 구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설명은 원소를 원자로 이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몇 개의 원자가 결합한 분자’의 유형 III으로 분류하였다.
다른 유형은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원자들이 서로 결합하여 전하를 띠지 않는 분자를 형성한다.”라고 정의한 것으로, 이 역시 동일한 유형 III으로 분류하였다. 따라서 대학교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일반화학 교재에서도 분자의 현대적 관점보다는 과거의 관점, 특히 유형 III의 관점이 더 많이 제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학교에서 일반화학 교재를 통해 분자에 대한 과거의 관점을 학습한 예비교사들이 교사가 되어 학생듬을 가르치게 되면, 이들이 다른 관점을 접하였을 때, 혼란스럽게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의 차이에 대한 인식이 교사 교육 과정에서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질의 변화에 대한 개념의 역사적 변천. 고대의 엠페도클레스(Empedokles, BC 약 490~430)는 “사랑과 미움”이 물질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중세와 근대까지 물질의 친화력에 대한 생각으로 발전하였다. 이 당시까지 친화력은 물질의 고유한 성질이며, 이로 인해 물질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물질의 변화가 일어나면 고유한 성질은 변화한다고 간주하였다.
그러나 이 당시 입자관이나 입자 사이의 결합력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에 친화력에 대한 개념은 용해 현상과 같은 물리변화나 금속과 산의 반응과 같은 화학 변화를 구분하지 못하였다. 즉 그 당시에는 용해 현상은 용매와 용질의 친화력 때문에 일어나며, 이 때 형성되는 용액은 화합물로 간주되었다.11
이러한 혼란으로 인해 일정 성분비의 법칙을 주장하였던 프루스트(Proust, 1754~1826)와 이를 반박하고 가변적인 화합비(부정함비)를 주장한 베르블로(Berthollet, 1748-1822)의 논쟁은 유명하다. 베르블로는 프루스트의 일정 성분비를 반박하기 위한 사례로 용액과 합금을 들었다. 그러나 프루스트는 이를 반박하지 못하고 단지 ‘자연의 의지’로 일정한 비율로 결합하는 화합물이 실제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이 당시 물질이 변화하여 새로운 화합물이 형성되는 것은 친화력 때문이며, 새로운 화합물은 새로운 성질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생각은 돌턴(Dalton, 1766~1827)이 원자설을 주장하고 학계에서 이를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미시적인 입자의 관점으로 변화되었다. 1803년에 돌턴은 라부아지에의 질량 보존의 법칙, 프루스트(Proust, 1754~1826)의 일정성분비의 법칙 등 그 당시 규칙성이 발견된 화학변화들을 설명하기 위하여 원자설을 제창하였다.9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기 위하여 돌턴은 물질을 구성하는 복합원자의 개념을 제시하였는데, 그는 순물질 중 원소는 단일 원자로 구성되어있고 화합물은 복합원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때 복합원자를 구성하는 원자의 종류는 2가지 이상이기 때문에 일정한 조성비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원소의 경우에는 단일 원자들이 모여 있는 상태이며 이들 사이에 결합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원소나 화합물을 구성하는 원자나 복합원자의 조성비가 변화하면 화학변화, 조성비의 변화가 없으면 물리변화로 생각하였다.
그 후 돌턴의 이론으로는 해결되지 않던 기체 반응의 법칙을 해결하기 위하여 아보가드로가 분자 개념을 도입하였다. 그가 생각한 분자는 돌턴의 복합원자와 달리 원소에도 적용된다. 그는 복합원자를 ‘화학입자’로, 그리고 원소를 구성하는 입자는 ‘단순입자’라고 구분하고, 이러한 입자들은 모두 원자들이 정수비로 결합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11 그리고 이러한 결합을 통해 ‘구성단위입자’가 형성된다고 보았는데, 이것이 바로 분자이다. 이 ‘구성단위입자’의 개념은 프랑스의 아유이(Hauy, 1743-1822)의 결정학에서도 사용되었다. 그가 언급한 이 구성단위입자는 물질을 물리적으로 분할할때 얻을 수 있는 기본이 되는 입자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원소와 화합물의 경우 모두 구성입자는 보다 단순한 원자들이 결합한 상태이기 때문에 깨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물질의 성질을 나타내는 기본이 되는 입자가 변화한 것이기 때문에 화학변화라고 볼 수 있다. 아보가드로가 기체의 경우에만 적용하였던 이러한 개념은 19세기에 유기화학이 발달하면서 모든 물질의 경우에 적용되었다.11 특히 유기화학에서는 공유결합성 물질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이온결합 물질이나 금속결합 물질의 경우에 구성 단위 입자에 대한 개념이 형성되지 못하는 점이 고려되지 못하였다.
Fig. 3.Change of views on matter change.
그후 20세기에 들어서서 전자의 존재가 밝혀지고, 원자 안의 전자 배치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지면서 물질의 성질을 나타내는 화학결합의 개념도 정리되었다. 또한 양자 역학의 발달로 원자궤도함수(atomic orbital)와 분자궤도함수론(molecular orbital theory)이 확립된 후, 물질의 원자궤도함수와 분자궤도함수에 있던 전자의 변화 유무로 물리변화와 화학변화를 구분하는 시각이 형성되었다.
따라서 물질 변화의 정의는 Fig. 3과 같이 과학사적으로 볼 때 3가지 관점으로 변천하여 왔다.
첫째,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18세기 베르틀로까지 지속되었던 친화력의 개념으로 설명되었던 관점이다. 이 당시에는 입자적 관점이 형성되지 못하였으므로 물질의 변화는 단순히 거시적으로 관찰이 가능한 성질의 변화로 구분되었다. 둘째, 19세기는 돌턴의 원자설과 아보가드로의 분자설에 의해 순물질 내에서 변화를 화학변화로 본다. 셋째, 20세기에 옥렛 규칙과 양자역학의 관점인 궤도함수론이 결함되면서 전자의 관점에서 물질의 변화를 보는 것이다. 즉 입자를 구성하는 전자, 혹은 궤도함수 내 존재하는 전자가 이탈하거나 새로운 전자가 들어오는 변화가 있으면 화학변화, 이러한 변화가 없으면 물리변화로 본다. 이 정의에 따르면 원자가 이온으로 변화하는 것은 화학변화이다. 그러나 조성비의 변화나 결합의 변화가 아니기 때문에 둘째 유형으로는 물리 변화로 구분된다.
Table 4.Explanation views of matter change in middle school science textbooks
과학 교과서의 물질의 변화에 정의 분석. 중학교 제 4차, 5차, 6차 교육과정의 2학년 과학 교과서에서 제시된 물질 변화의 정의 유형을 분석하여 Table 4에 제시하였다. 분석할 시점에는 아직 제 7차 교육과정의 과학 교과서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그러나 변화의 경향을 파악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분석 결과제 4, 5, 6차 교육과정의 과학 교과서에서는 대부분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18세기의 베르틀로 까지 지속된 ‘성질의 변화’ 관점으로 물질의 변화 개념을 제시하였다. 즉 유형 I로 구분할 수 있다. 일부 교과서의 경우에는 물리변화는 정의하지 않고 화학변화만 정의하였다. 그러나 제시한 유형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제 4차부터 제 6차 교육과정까지의 중학교 과학 교과서들은 큰 변화없이 유형 I로 화학변화를 정의하고, 물리변화는 정의하지 않거나 유형 I로 정의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정의를 제시하기 전에 ‘물질의 특성’이라는 단원에서 용해도, 녹는점, 끓는점과 같은 물리변화에 국한된 내용을 물질의 성질로 학습한다. 따라서 끓는점, 용해도 등을 ‘물질의 성질’로 배운 학생들에게 유형 I과 같이 ‘물질의 성질 ’이 변하면 화학변화라고 정의해주면, 용해도나 밀도 등이 변화하면 화학변화를 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주어진 온도조건만 달라도 이러한 성질은 변화한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화학변화를 물질의 성질의 변화로 정의하는 것 자체에 모순이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Table 5.Explanation views of matter change in high school science textbooks
또한 중학교에서는 돌턴의 원자와 아보가드로의 분자에 대한 개념이 도입되기 때문에 충분히 유형 II의관 점을 제시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관점으로 물질의 변화를 다루는 교과서가 전혀 없었다. 제 4차부터 제 6차 교육과정까지 중학교에서는 이온의 개념과 전자의 개념 역시 다루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산화환 원 반응이나 산‧염기 반응 등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대표적인 화학변화들을 통해 물질의 변화에 대한 정의를 전자의 이동관점인 유형 III로 제시할 수 있으나, 물론 그러한 시도는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물리변화와 화학변화가 같은 유형으로 관련지어 설명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화학변화만 설명되고 물리변화는 설명이 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Table 5에서는 제 4차부터 제 6차 교육과정까지 개발된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와 화학교과서에서 관련 부분에 대한 내용을 분석하였다. 제 7차 교육과정의 교과서는 아직 학교에서 사용하지않기 때문에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 일부 교과서에서는 유형 II의 관점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미 다른 단원에서 전자를 고려한 화학 결합의 개념이 제시됨에도 불구하고, 물질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에 있어서 유형 III의 관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제 4차부터 제 6차 교육과정까지의 교과서 내용을 비교하였을 때, 교육과정의 변천에 따른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중학교와 마찬가지로 물리변화에 대해서는 정의하지 않은 교과서가 많았다.
제 6차 교육과정의 4종류 교과서에서는 화학변화를 ‘물질의 본질 자체가 변화되는 것. 원자의 배열이 달라지면서 일어나는 것. 반응물의 결합이 끊어지고 새로운 결합이 형성되는 것’ 등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유형 I과 유형 II가 함께 제시된 것으로 분석하였다. 그런데 그 중에 2종류의 교과서에서는 물리변화를 설명할 때, ‘물질의 본질에는 변화가 없고, 상태만 변하는 것’이라는 유형 I의 관점으로만 제시하였다. 따라서 같은 교과서에 제시된 화학변화의 관점과 관련지어 유형 II, 즉 원자의 배열의 관점이나 결합의 생성 유무 관점으로 물리 변화를 제시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한 교과서만이 같은 유형 II의 관점으로 물리변화와 화학변화를 설명하였다. 나머지 교과서에서는 화학변화만을 설명하고, 물리변화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의 교과서와 비교할 때 일반화학 교재에서 는 현대의 관점으로 제시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Table 6에서는 대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일반화학 교재에 제시된 물질의 변화에 관련된 개념 유형을 분석하여 제시하였다.
Table 6의 교재 중에서 유형 II로 물리변화와 화학변화를 일관성 있게 설명한 교재는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유형 III으로 제시한 경우는 하나도 없었다. 또한 물리변화와 화학변화를 이미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이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교재도 있었다. 이는 고등학교의 경향과 유사하며, 이로부터 고등학교의 화학 교과서와 대학교 일반화학 교과서의 긴밀한 관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Table 6.Explanation views of matter change in general chemistry textbooks using in college courses
결론 및 제언
과학사적인 관점에서 고찰해 볼 때 물질의 성질을 나타내는 기본 단위에 대한 개념은 크게 5가지 관점으로 변화하였고, 물질의 변화에 대한 개념은 3가지 관점으로 변화하였다. 이 두 개념의 변천은 서로 관련성을 가진다. 물질의 성질을 발현하는 원소의 개념이나 친화력을 나타내는 당량의 개념은 모두 19세기 초 돌턴이 제안한 입자론적 물질관이 형성되기 이전에 물질의 성질을 나타내는 근원으로 이해되었다. 따라서 물질의 변화는 이러한 성질의 변화로 이해되었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물질의 성질을 나타내는 기본 입자에 대한 개념의 유형 I은 물질의 변화에 대한 개념 유형 I과 관련 된다. 19세기 돌턴의 원자 개념인 유형 II, 아보가드로의 분자 개념인 유형 III, 유기화학적 분자정의인 유형 IV는 물질의 변화 개념 중에서 원자와 분자의 재배열에 따른 조성비 변화로 물질의 변화를 보는 유형 II의관점과 서로 관련성이 있다. 전자가 관여하는 화학결합의 관점인 분자 유형 V는 입자내 전자의 변화로 물질의 변화를 이해하는 유형 III의 관점과 서로 관련성이 있다. 따라서 18C 이전의 물질변화 정의인 유형 I을 가지고는 19C 물질의 기본 단위 원자와 분자 개념인 유형 II, III, IV를 관련지어 설명할 수 없고, 19C 물질변화 정의인 유형 II를 가지고는 20C 전자 이동에 의한 분자개념인 유형을 연관지어 설명할 수 없다.
과학사를 통해 우리는 과학의 개념들이 상호 관련성을 가지며 변화되어 왔음을 이해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원이 아마도 중학교 때부터 도입되는 원자와 분자, 물질의 성질에 관련된 단원일 것이다. 과학사적인 접근을 통해서만이 관점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고, 이는 과학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라는 시각을 줌으로써 과학개념에 대한 중요한 안목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떤 시대의 관점으로 과학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 좋은가는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데에 있어서 여러가지 시각이 가능할 수 있다. 오늘날 과학자들이 받아들이는 것과 같이 현대적 관점에서 화학결합을 통해 분자를 도입할 수도 있고, 화학결합을 도입하지 않았던 이전의 관점으로 분자의 개념을 도입할 수도 있다.
과학교과서에서 현대적 정의가 아닌 과거의 정의를 제시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 중에는 교수학습의 효과적 측면에서 과학사적인 개념 설명이 필요80,81하다는 것과 현대적인 정의가 학습자의 인지수준에 비추어 너무 어렵다고 판단된다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과학사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개발하여 정확히 그 시대의 사고 형태를 제공한다면 과학의 여러 측면에서 교육적 의의가 있을 수 있다.82,83
그러나 문제는 교과서 내용 중 일부는 현대적 관점에서 화학결합을 설명하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이보다 전 시대의 관점으로 분자나 물질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에 있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 화학 교과서의 도입에서 분자를 소개할 때에는 아보가드로의 시각으로 제시하고, 그 다음 단원에서는 20세기의 화학결합 개념을 도입하면서 이와 함께 변화된 분자의 개념을 연결지어 소개하지 못한다면, 교육학적 입장에서 개념의 전이와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매우 비효율적인 학습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서로 다른 관점이 과학사적인 안목으로 풀어지지 못하고 뒤영켜 제시된다면 학생틀에게 과학사를 도입하여 관점의 변화를 보여주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의 교육과정과 달리, 중학교과정에서 원자의 재배열에 의한 화학적 변화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타당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간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돌턴이 원자를 주장하였을때 생각 하고 있었던 물질의 변화에 대한 생각, 즉 원자의 재배열에 대한 생각을 돌턴의 원자가 도입되는 중학교 과정에서 도입하는 것이 학생들의 인지수준이나 교수학습의 효과 면에서 크게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어떠한 개념이 언제 도입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어떠한 근거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가르치는 지식 자체에 오류가 있다면 이는 누구나 문제가 될 것이라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오류라는 시각도 과학사적으로 본다면 관점의 변화가 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과학사의 관점이 가장 잘 드러나도록 서술되어야 하는 입자 개념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시기의 관점등이 뒤영켜 과학사적인 순서와 맞지 않게 제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원자의 개념을 중학교 과정에 도입하였다면, 돌턴의 시각대로 이와 상호관련된 관점인 원자의 재배열 시각으로 물질의 변화를 제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연구에서는 과학사적인 변화와 교육과정의 변천에 따른 내용의 변화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이는 이미 우리가 교과서에서 다루는 내용이 20세기 이전의 것이기 때문에 교육과정의 변천과 과학사적 개념 변화가 맞물릴 필요성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과정의 변화에 따라 변화된 관점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칠 때에는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었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제시하는 관점은 교과서에 따라 다소 달랐다. 그러나 학생들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고 이를 스스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교과서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시각을 연계하여 과학사적으로 관점이 변화가 일어난 과정과 이에 따라 변화된 관련 개념틀에 대해 설명해주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연구에서 지적한 문제는 비단 분자와 물질 변화의 정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 다른 과학개념에도 이러한 문제가 내포되어 있는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문헌 연구를 통해서 분석된 개념의 혼동이 실제 교육 현장의 학생과 교사에게도 나타나는지 연구를 수행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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