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비유는 유사점에 근거하여 두 영역의 구조를 비교 하는 것으로,1 수업에서 비유를 사용할 때는 추상적 개념을 시각화하며 동기를 유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2 수업에서 개념 습득을 도모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익숙한 상황이나 사물을 제시하여 비유적으로 추론하는 방법은 친숙하지 않은 것을 이해하기 위하여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개념을 능동적으로 구성하는 과정으로서의 구성주의 학습관에도 잘 부합된다고 볼 수 있다.3 특히 과학 교과는 추상적이고 복잡한 개념을 다수 포함하고 있으므로 다른 교과에 비해 비유가 자주 사용되고 있으며,4 수업 중 비유 사용이 학생들의 인지적 · 정의적 영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도 매우 긍정적이다.5
그러나 비유를 사용하는 것이 학생들의 개념 이해나 오개념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 되기도 하는데,6,7 이는 학생들이 비유물과 과학 개념을 혼동하거나, 공유 속성을 잘못 전이할 때, 혹은 비공유 속성을 공유 속성으로 오인할 때 비유가 오히려 오개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8 따라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수업에서 비유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현재 교수 · 학습 과정에서의 비유 사용 실태에 대한 조사를 선행할 필요가 있다.9 특히 수업 활동의 기본 자료로 사용되고 있는 교과서에 제시된 비유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비유 사용 실태 조사를 위한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과학 교과서의 화학 영역 전체에 제시된 비유를 분석한 연구는 제5차 교육과정과 제6차 교육 과정에 따른 중 ·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 대하여 진행되었다.10,11 이 연구들은 교과서 비유를 학교급별로 나누어 비유물과 목표물 간의 공유 속성, 비유물의 표현 방식, 비유물과 목표물의 추상도, 대응 정도, 비유물 상황의 작위성, 본문 중에 ‘비유’ 용어 사용에 따라 분류하였다. 그 중 6차 과학 교과서에 대한 분석 결과를 보면 전체 비유의 절반 가까이 되는 비유가 공유 속성의 대응 관계를 다루지 않았으며, 비유라고 언급한 경우도 매우 드물었다. 따라서 교과서에 제시된 많은 비유가 학생들이 비유물을 목표 개념으로 오인하거나 학습해야 할 내용을 비유에서 분리해내지 못함으로써 개념 이해에 방해가 될 가능성이 있는 등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제7차 교육과정기의 과학 교과서 비유 분석으로는 10학년 교과서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12가 있으며, 중등 과학 교과서 전체를 대상으로 한 화학 영역의 비유 분석은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다.
한편, 현행 교과서를 분석하여 그 적절성을 논의하고자 할 때는 관련 선행 연구 결과나 시대적 요청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비유에 대한 연구는 6차 과학 교과서에 대한 분석 이후로도 계속 진행되어왔으며 이들 중 상당수의 연구에서 꾸준히 강조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제한점의 언급이다. 즉, 비유를 사용한 수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비유물과 목표물 간에 비유가 성립되지 않는 부분이나 주의 사항 등의 제한점을 언급하는 것이 중요하다.13 또한 구성주의적 교육 사조14와 제7차 교육과정15을 통해 강조되고 있듯이 학생 중심의 지도법은 그 중요성이 점점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비유를 사용한 수업 역시 학생들이 교사의 설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그치기 쉬운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학습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16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선행 연구들의 분석 기준에 제한점 언급과 학습자 참여성 기준을 추가하여 제7차 중 ·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 화학 영역에 사용된 비유를 분석, 검토하였다. 또한, 이 결과를 선행 연구의 제6차 교과서 분석 결과와 비교하여 교육적 시사점을 논의하였다.
구체적인 연구 목표는 다음과 같다.
1. 중등 과학 교과서의 화학 영역에 사용된 비유의 빈도를 조사한다.
2. 비유를 유형별로 분류한 후 각 유형의 빈도와 적절성을 조사한다.
3. 제6차 교육과정 교과서의 분석 결과와 비교한다.
연구 방법
분석 대상
이 연구에서는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및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의 화학 영역에 포함된 비유를 분석하였으며, 분석 대상 교과서는 중학교 과학 18권 (각 학년 6권), 고등학교 과학 7권, 화학 I 5권, 화학 II 5권으로 총 35권이었다(Table 1). 대상 단원은 중학교 과학 1의 「물질의 세 가지 상태」, 「분자 운동」, 「상태변화와 에너지」, 과학 2의 「물질의 특성」, 「혼합물의 분리」, 과학 3의 「물질의 구성」, 「물질 변화에서의 규칙성」, 고등학교 과학의 「물질」, 그리고 고등 학교 화학 I 및 화학 II의 전체 단원이었다.
Table 1.Textbooks used for analysis
연구 절차
이 연구에서는 비유의 조작적 정의를 ‘교과 내용에 관련되는 목표물의 설명을 돕기 위하여 학생 세계에서 사용되는 비유물을 대응시키는 것’으로 내리고, 이 정의에 의거하여 2인의 분석자가 대상 교과서의 비유를 개별적으로 추출하였다. 분석자간 일치도를 구하고 이견을 좁히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비유 추출 과정의 신뢰성을 확인하였다. 분석자간 일치도가 0.91임을 확인한 후 1인의 연구자가 전체 대상 교과서의 화학 영역에 사용된 비유를 추출하였다.
추출된 비유들 중 일부를 선정하여 2인의 분석자가 Table 2와 같은 분류 기준에 따라 유형별로 분류하였다. 분석자간 일치도와 코헨의 카파(Cohen’s κ) 계수 17를 구하고 이견을 좁히는 과정을 반복하여 신뢰도를 조사하였다. 평균적인 분석자간 일치도가 0.92, 코헨 의 카파 계수가 0.81에 도달한 후 1인의 분석자가 추출된 비유를 모두 분석하였다.
Table 2에 제시된 분류 기준 중 제6차 교육과정에 따른 과학 및 화학 교과서 분석11에서 사용되지 않은 기준은 체계성, 제한점 언급, 그리고 학습자 참여성이다. ‘체계성’18은 비유물이 목표물의 인과 관계에 대응되는 구조를 포함하고 있으면 고체계성 비유로, 그렇지 않으면 저체계성 비유로 분류하였다. ‘제한점 언급’13은 비유물과 목표물 간에 비유가 성립되지 않는 부분이나 주의 사항 등을 밝히는가의 여부에 따라 분류하였다. ‘학습자 참여성’16은 문제 해결, 토의, 흑은 탐구 활동을 통해 목표물과 비유물 간의 공유 속성을 학생들 스스로 대응시켜 보거나, 역할 놀이를 하는 등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를 필요로 하는 비유는 학생 중심 비유로, 단순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비유물을 제시한 비유는 교사 중심 비유로 분류하였다. 비교를 위해 이 추가 기준들을 가지고 제6차 교과서에 제시된 비유도 분석하였다.
Table 2.Framework for analysis of the type
연구 결과 및 논의
비유 사용 빈도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중등 과학 교과서 35권의 화학 영역에 비유가 사용된 빈도는 총 325회로서, 교과서 10쪽당 평균 0.80회 사용되었다(Table 3). 10쪽 당 비유 사용 빈도는 고등학교 화학 I이 0.12회로 가장 낮고 화학 II가 1.60회로 가장 높았다. 제6차 중등 과학 교과서(0.40 회)에 비해 전체적으로 10쪽당 비유 사용 빈도가 증가한 반면, 화학 I 교과서의 경우에는 10쪽당 평균 비유 사용 빈도가 0.63회에서 0.12회로 크게 감소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제6차 교육과정에 따른 화학 I 교과서 중 비유가 많이 사용되었던 「물질의 구성 입자」, 「I전자 배치와 주기율」, 「화학 결합」등의 단원들이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다른 교과목으로 이동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Table 3.The frequency of analogies
사용된 비유의 종류는 216가지로, 186가지의 비유가 사용된 6차 중등 과학 교과서에 비해 다양한 비유들이 새로 도입되었다. 6차 교과서에서 자주 사용되었던 비유물 중 볼트와 너트, 다스, 언덕, 계단, 터널, 가게의 물건 분류 등은 7차 교과서에서도 자주 사용되었다. 가장 자주 사용된 비유는 볼트와 너트의 결합을 사용하여 화학 반응을 설명한 것으로, 중학교 과학 3 교과서 8권 중 7권에서 사용되었다. 6차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단 1회만 사용된 비유도 상당히 많았다(88%). 교과서 저자들마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비유에 대한 견해가 서로 다른 것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비유의 유형 분석
Table 2에 제시한 분류기준에 따라 분석한 결과를 6차 교과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와 비교하여 Table 4에 제시하였다.
비유물과 목표물 간의 공유 속섬에 의한 분류. 비유물과 목표물의 공유 속성에 따라 비유를 분류한 결과(Fig. 1), 화학 반응에서 촉매의 역할을 맞선에서의 중매쟁이 역할에 비유하는 것과 같이 비유물과 목표물의 행동이나 역할이 서로 유사한 기능적 비유가 총 325회 중 52%로 가장 많았다. 또한 분자와 탁구공의 크기 관계를 탁구공과 지구의 크기에 비유하는 것과 같이 비유물의 모양, 크기 등이 목표물과 유사한 구조적 비유는 29%였다. 구조적 속성과 기능적 속성을 모두 공유한 비유는 19%로서, 대표적인 예로 고체 분자의 움직임을 학생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손을 잡고(구조) 조금썩 몸을 비틀어 움직이는 것(기능)에 비유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공유 속성에 의한 이 분류 결과는 제6차 교육과정에 따른 중등 과학 교과서 분석 결과11와 비슷하다. 교과목별로는, 중학교 과학 교과서 및 고등학교 화학 I 교과서에는 이들 세 가지 비유가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였다.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에서는 다른 두 비유보다 기능적 비유가 훨씬 많을 뿐 아니라, 다른 교과목들에 비해 기능적 비유 비율이 높았다. 이는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의 화학 영역인 「물질」단원에서 많은 비유가 기능적 속성만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였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물질」단원 중 비유가 가장 많이 사용된 ‘반응 속도’에서는 거의 모든 비유가 기능적 비유였다. 화학 II 교과서에서는 구조적 속성과 기능적 속성을 모두 공유한 비유의 반도가 다른 교과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앞으로 비유의 개발이 폭넓게 이루어지고 비유물과 목표물의 공유 속성이 다양한 비유가 교과서에 도입된다면 교과목 별로 다른 양상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Table 4.1Taken from Noh et al. (1997). 2Calculated in this study.
Fig. 1.Distribution of analogy type by the nature of shared attributes.
비유물의 표현 방식에 의한 분류. 비유물의 표현 방식에 따라 언어로만 표현된 경우, 그림으로만 표현된 경우, 언어와 그림을 모두 사용하여 표현된 경우로 구분하였다. 언어와 그림을 모두 사용하여 표현된 경우가 66%로 가장 많았고, 언어로만 표현된 경우는 26%, 그림으로만 표현된 경우는 8%였다(Fig. 2). 제6차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47%)와 비교했을 때 언어와 그림을 모두 사용한 경우는 20% 정도 증가하였다. 수업에서 비유를 사용할 때 그림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으므로13 바람직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비유물이 언어로만 표현된 비유의 빈도는 고등학교 과학, 화학 I, 화학 II에서보다 중학교 과학에서 더 많았다. 비유물이 언어로만 표현된 경우 특히 인지 발달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학교 학생들은 저자의 의도와 다른 상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많으므로19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또한, 비유물이 그림으로만 제시된 경우에는 학생들이 비유를 나름대로 해석해야 하므로 비유물과 목표물 간의 공유 속성을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언어로만 표현되거나 그림으로만 표현된 비유의 사용을 줄이고 언어와 그림을 모두 사용한 비유를 더욱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Fig. 2.Distribution of analogy type by representation.
Fig. 3.Distribution of analogy type by abstraction.
비유물과 목표물의 추상도에 의한 분류. 비유물과 목표물의 추상도에 의한 분류 결과(Fig. 3), 올림픽 경기 장면을 물질의 세 가지 상태에 따른 분자 배열에 비유한 것과 같이 구체적 비유물에 추상적 목표물을 대응시킨 비유가 78%로 가장 많았다. 또한 친구를 사귈 때 다른 사람 때문에 친해지는 것을 촉매에 의해 화학 반응이 촉진되는 것에 비교하는 것과 같이 추상적 비유물을 추상적 목표물에 대응시킨 비유는 18%였다. 마지막으로, 문자가 모여 단어를 이루는 것을 원소 기호가 모여 화학식을 이루는 것에 비유하는 것처럼 구체적 비유물을 구체적 목표물에 대응시킨 비유는 5%로 가장 적었다. 추상도에 따른 이 분류 결과는 제6차 교육과정에 따른 과학 교과서 분석 결과와 비슷하다. 수업에서 비유를 사용하는 목적 중의 하나는 추상적인 정보를 구체적이고 상상 가능한 형태로 표상함으로써 학습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2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구체적 비유물로써 추상적 목표물을 설명하는 것이 적절하며, 구체적인 목표물을 설명하고자 비유를 사용하거나 추상적인 목표물을 설명하기 위해 추상적인 비유물을 사용하는 것은 비유 사용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 따라서 구체적 비유물을 추상적 목표물에 대응시킨 비유가 많은 것은 바람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일반적으로 비유물은 구체적인 것이 유용하지만, 학생의 흥미, 관심, 친숙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13 예를 들면,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거리에 따른 분자간의 인력’을 이해하기 쉽도록 비유를 만들게 했을 때 ‘학생들이 멀리 떨어져 있게 됨에 따른 친구 사이의 관계가 변하는 것’으로 설명20하였다. 이 경우 거리에 따른 친구관계는 비록 추상적인 상황이지만 학생들에게는 친숙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물질의 상태에 따른 분자 배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톰슨의 원자 모형을 플럼 푸딩에 비유한 경우, 비유물이 구체적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는 생소하여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개념 이해를 위한 비유물을 선택할 때는 추상도와 함께 학생들의 흥미, 관심, 친숙도 등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대응 정도에 의한 분류. 대응 정도에 의한 분류 결과(Fig. 4), 단순 비유(41%)와 부연 비유(41%)가 비슷한 비율로 사용되였다. 단순 비유란, ‘수용액 중의 [H3O+]와[OH−]의 관계는 시소게임에 비유할 수 있다’는 설명과 같이 단지 목표물은 비유물과 비슷하다고만 언급하는 비유이다. 부연 비유란 공유 속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는 비유로서, 전자의 에너지 준위를 계단에 비유할 때, ‘계단은 0.1 칸, 0.2 칸, 0.3 칸으로 오르고 내릴 수 없다. 계단은 한 칸씩 올라갈 때는 에너지를 흡수하고, 내려올 때는 에너지를 방출하게 되며, 이 때의 에너지는 불연속적이다.’라는 공유 속성에 대한 설명을 포함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 하나의 목표물을 설명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비유물 또는 한 가지 비유물의 여러 가지 속성을 사용하는 확장 비유 (18%)는 가장 적었다. 확장 비유의 대표적인 예는 볼트와 너트, 클립 등 두 가지 이상의 비유물을 사용해서 화합물 생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단순 비유는 학생들이 목표 개념의 학습에 쉽게 접근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이해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21 따라서 비유를 제시할 때에는 비유물과 목표물 간의 공유 속성을 명확히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13 그러나 7차 중등 과학 교과서의 화학 영역에는 6차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단순 비유가 많이 사용되었으므로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새로 교과서를 집필할 때는 가능하면 단순 비유 도입을 줄이고 부연 비유를 선택하거나, 여러 가지 비유물이나 속성을 사용함으로써 대응 관계의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확장 비유2를 증가시켜야 할 것이다.
Fig. 4Distribution of analogy type by the extent of mapping.
상황의 작위성에 의한 분류. 상황의 작위성에 따른 분류 결과, 일상적 비유와(51%) 작위적 비유가(49%) 비슷한 비율로 사용되었다. 일상적 비유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이나 상황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반응 속도에 따라 농도가 다른 것을 횡단보도에 사람이 많을 때와 적을 때 충돌 횟수가 다른 것에 그대로 비유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작위적 비유란 주변의 사물이나 상황을 사용하되 목표물에 맞게 의도적으로 재구성한 비유로서, 예를 들면 열에너지의 이동을 설명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구슬과 느리게 움직이는 구슬이 비껴 맞는 상황을 구성하여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중학교 과학에서는 일상적 비유(36%)보다 작위적 비유(64%)가 더 많이 사용되었으며, 고등학교 과학과 화학 II에서는 일상적 비유(69%, 59%)가 작위적 비유(31%, 44%)보다 더 많이 사용되었다. 6차 교과서에 비하여 일상적 비유의 사용은 감소하고 작위적 비유의 사용 비율은 증가하였다. 작위적 비유의 경우 학생들이 비유물 자체를 생소해 하거나 어려워할 수 있음11에도 불구하고 작위적 비유의 사용이 증가한 것이나, 중학교 과학에서 일상적 비유보다 작위적 비유가 많이 사용된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비유’ 용어 사용여부에 의한 분류. 교과서에 비유를 사용할 때 ‘~에 비유할 수 있다’, ‘비유하여 설명하면’ 등의 표현으로 그것이 비유임을 명시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분류한 결과, 명시한 경우는 전체 비유의 16%에 불과했다. 이것은 제6차 교육과정에 따라 집필된 과학 교과서(18%)에 비하여 약간 감소하였는데, 특히 중학교 교과서에서 크게 감소하였다. 비유라는 언급이 없는 경우 미분화된 개념을 지난 학생들 혹은 장의존성이 높은 학생들은 비유자체를 새로운 개념으로 오인할 수 있다.22 따라셔 이러한 혼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교과서에 비유를 사용할 때 그것이 비유임을 분명하게 밝혀주어야 할 것이다.
체계성에 의한 분류. 체계성에 의한 분류에 있어서는 비유물이 목표물의 인과 관계에 대응되는 구조를 포함하는 고체계성 비유(34%)보다 포함하지 않는 저체계성 비유(66%)가 많이 사용되었다(Table 4). 예를 들어, 반응에서의 촉매를 낮은 언덕에 비유할 때 정촉매를 사용하는 경우 반응 속도가 빨라지는 이유에 해당되는 내용 즉, ‘낮은 언덕을 따라 넘어가는 것이 높은 언덕을 따라 넘어가는 것보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과 같다’라는 설명을 비유물이 포함하고 있으면 고체계성 비유, 포함하지 않으면 저체계성 비유이다. 과목별로 살펴보면 고등학교 과학을 제외한 모든 교과서에서 저체계성 비유가 고체계성 비유의 두 배 이상 사용되었다. 비유물이 목표물의 인과관계 구조를 체계적으로 포함하고 있을 때 개념 학습에 필요한 도식을 효과적으로 도출할 수 있으므로,22 가능하면 체계성이 높은 비유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6차 교과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교과서에 저체계성 비유가 많은 것은 문제점으로 볼 수 있다.
제한점 언급 여부에 의한 분류. 비유의 제한점, 즉 비유물과 목표물 간에 비유가 성립되지 않는 부분이나 주의 사항을 다룬 비유는 1%에 불과했다. 이러한 비유의 대표적인 예는 볼트와 너트로 분자 구조를 설명하면서, ‘이것을 사용하면 결함한 원자의 수나 종류는 나타낼 수 있지만 실제 분자의 모양이나 공간적인 구조를 나타내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라고 밝히는 경우이다. 단지 1%의 비유만이 제한점을 다루었다는 것은 총 325회 중 3회의 비유에서만 비공유 속성이나 주의 사항을 다루었음을 의미한다. 제6차 교육과정에 따른 과학 교과서의 비유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전체의 0.3% 즉, 총 333개의 비유 중 단 1개에서만 제한점을 다루었는데 이는 7차 교과서에서도 별로 개선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교과서 저자들이 학생들 스스로 공유 속성과 비공유 속성을 파악 하는데 능숙하다고 가정하거나, 교과서에 특별한 안내가 없어도 비유 수업을 할 때 교사가 학생들에게 비공유 속성이나 주의점에 대해 설명해 줄 것으로 생각2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과 달리 실제로 수업에서 학생들은 비유에 포함된 비공유 속성을 공유 속성과 혼동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잘못된 이해가 파생되기도 한다.23 따라서 이를 예방 하고 학생들이 비유를 바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 하기 위해 비유의 제한점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13 분석 결과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제한점을 다루고 있지 않는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학습자 참여성에 의한 분류. 학습자 참여성에 따라 분류한 결과, 문제 해결, 토의, 혹은 탐구 활동을 통해 목표물과 비유물 간의 공유 속성을 학생들 스스로 대응시켜 보는 활동을 포함하거나, 스스로 분자가 되어 역할 놀이를 하는 등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를 필요로 하는 학생 중심 비유(39%)가 단순히 비유물을 제시하여 설명하는 교사 중심 비유(61%)에 비하여 적었다. 학생 중심 비유의 사용은 제6차 교육과정에 따른 과학 교과서에서 23%였던 것에 비해 증가하였으나, 여전히 비유를 사용한 많은 수업이 교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학생들의 높은 참여와 적극성이 요구되는 과제는 단순히 수동적인 반응만을 필요로 하는 과제에 비하여 학생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주며, 이러한 즐거움은 인지작용과 학습 촉진에 심오한 효과를 가진다.24 따라서 비유를 사용한 수업 역시 학생들이 교사의 설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16 학생 중심 비유를 많이 활용함으로써 능동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결론 및 제언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중등 과학 교과서의 화학 영역에 사용된 비유를 분석한 결과, 제6차 교육과정에 따라 집필된 과학 교과서에 비하여 전체적으로 비유의 사용이 증가하였으나, 교육과정의 변화에 따른 단원 이동으로 인해 비유 사용 빈도의 증감 경향이 교과목별로 차이가 많았다. 특히 화학 I 교과서의 경우 비유 사용이 크게 감소함으로써 이러한 경향을 분명히 나타내 주었는데, 비유가 제한적으로 사용된 단원들에 대해서도 유용한 비유가 많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7차 교과서에는 6차 교과서에서 사용되었던 비유 중 상당수가 다시 사용되었으나, 6차 교과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많은 비유가 단 1회만 사용되었다. 교과서 저자들마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비유에 대한 견해가 서로 다른 것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실험 연구를 통해 어떠한 비유들이 효과적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유형별 분류에 있어서는 비유물을 그림과 언어로 함께 표현한 비유가 많았고, 6차 교과서에 비해 비유물을 그림과 언어로 함께 표현한 비유와 학생 중심 비유 사용이 증가된 점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상황을 의도적으로 꾸민 작위적 비유의 비율이 일상적 상황을 그대로 사용한 비유와 비슷한 비율을 차지하며, 비유라는 용어의 사용이나 제한점에 대한 명시가 별로 없다는 점, 공유 속성의 대응을 다루지 않은 비유가 많고, 체계성이 낮은 비유와 교사 중심의 비유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로부터, 중등 과학 교과서에 제시된 화학 영역의 많은 비유들은 학생들의 개념 이해를 돕고자 하는 저자들의 의도와는 달리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새로운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서를 개편할 때는 가급적 학생들의 실제 경험에 기초한 일상적 비유물을 도입하고, 비유임을 명시하며, 공유 속성과 비공유 속성을 구분할 수 있게 하는 비유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습에 필요한 도식을 효과적으로 도출할 수 있도록 목표물의 인과관계 구조를 포함하는 체계성 높은 비유를 선택하며, 능동적인 학습을 위해 교사 중심의 전통적인 비유를 지양하고 학생들의 인지적 활동을 요구하는 비유를 많이 도입해야 하겠다. 이와 함께 현장의 과학 교사들은 화학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교과서 비유를 샤용할 때 교과서에 제시된 그대로 사용하기 보다는 위와 같은 측면에 유의하여 바람직한 방향으로 수정 · 보완함으로써 문제점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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