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 철학에서 인종주의와 반유대주의 논쟁은 일종의 정치신학 논쟁이다. 하이데거 지지자들은 그의 나치 참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인종주의와 반유대주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파리아스와 파이에는 하이데거의 전 저술과 강의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발견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논쟁은 하이데거 자신의 주장들과 새로운 자료 발굴을 통한 비판적 주장들에 대하여 공정하게 접근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하이데거의 정치신학적 요소들, 특히 그의 민족사회주의와 반유대주의적 경향성은 그의 본래적인 '현사실성'의 지평 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하이데거의 반유대주의는 민족사회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적 광신 체계가 아니라 일종의 문화적 반유대주의이다. 하이데거의 모든 저술들과 강의들이 하이데거 자신의 생각이 아닌 다른 외부적인 강제에 이루어졌다고 판단할 여지는 전혀 없으므로 그의 고유한 사상이라고 보아야할 것이다. 하이데거는 민족사회주의 운동을 통하여 독일의 정신적 역사적 현존재의 정신을 확립하고 독일 민족의 대지와 혈통을 가장 순수하게 보존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이데거에 대한 종족주의 및 반유대주의에 대한 혐의는 이러한 사유 지평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따라서 하이데거의 문화적 반유대주의는 유대인의 말살정책에 적극 가담했던 다른 나치추종자들과는 구별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자크 데리다의 '환대의 철학'이 정치신학적으로 글로벌 테러리즘을 위한 타당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를 성찰하고자 한다. 데리다에게 9·11은 '사건'인 동시에 전 지구화 현상으로 치달았던 세계의 자가면역 증상이었다. 데리다는 이 사건이 하이데거의 '사건' 개념과 유사한 구조, 즉 고유한 것이 고유화하면서 동시에 탈고유화 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로부터 그는 그것이 과거적 모순의 총체가 빚어낸 하나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더 큰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전율한다. 그리하여 데리다는 9·11사건과 같은 전 지구적 테리러즘의 완전하고도 절대적인 해체를 위한 가능성 조건에 대한 철학적, 정치신학적 구상을 제시한다. 데리다의 해결책은 '메시아주의가 없는 메시아적인 것'의 실현 요청이다. 이러한 요구는 유럽식 민주주의와 이슬람 연방국가들의 대결 구도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종교'의 귀환을 통하여 교의종교의 진리 주장으로부터 자유로운 새로운 종교적 영성의 추구를 통하여 가능할 것이다. 데리다의 새로운 종교는 아브라함적 계시 종교가 중시했던 관용 개념보다 환대 개념을 더 중시한다. 데리다가 요청하는 새로운 종교는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할 수 있고, 낯선 이방인을 무조건적으로 환대할 수 있는 열린 종교이다. 그것은 정치적으로 '새로운 유럽 공동체'와 '다른 곶'의 개념으로 변형된다. 그는 이 새로운 세계시민주의 공동체의 이념을 전 지구화의 자가면역 증상인 글로벌 테러리즘의 완전한 해체를 위하여 필연적으로 요구되지 않으면 안 될 가능성 조건으로 설정하였다.
이 글은 '언어적 패러다임 전환'을 겪은 이후 오늘날의 철학적 문제 상황에서 시도되는 모든 탈선험화의 과정이 이미 '냉소적' 단초에 도달함으로써 상대주의 특수주의 회의주의가 강화되고, 그 결과 이성과 진리의 이념에 대한 비판, 거부 그리고 무관심이 확산되고 있는 시대적 징후를 문제삼는다. 때문에 필자는 역설적으로 바로 이 지점에서 '도덕적 이성의 현실성' 회복의 긴급성과 절박성을 생각한다. 따라서 이 글의 목적은 도덕적 이성의 현실성 회복과 관련해서 실제로 어떤 이론적 인식 및 도덕적 인식이 참된 것, 즉 '객관적으로 타당한 것'으로 '증명'된 논증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위해서 먼저 철학적으로 상대주의적 회의주의적 단초들의 문제를 짚고(2), 이 단초의 극복을 위한 합리적 도덕적인 근거의 정당화 작업을 시도할 것이다(3). 이어서 이 정당화 작업이 궁극적으로는 현대의 최종근거지음의 문제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음을 살펴보고(4), 이것은 결국 오류주의테제와의 대결을 통해서 인식이론적인 객관적 타당성을 획득하게 됨을 짚은 뒤에(5) 이 글을 마무리할 것이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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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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