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민주노조운동의 성장과 쇠퇴의 동학을 운동의 '제도적 통합'을 둘러싼 투쟁과 갈등, 이후 정치적 기회의 변화 속에서 노사관계 '제도의 변형'과 유연안정성의 범위를 둘러싼 행위자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라는 시각에서 검토한다. 민주노조운동의 '제도적 통합'을 위한 협상은 불확실하고 유동적인 상황에서 1997-98년 노동법으로 마무리되었다. 이후 1997년 노동법 제도의 변형을 위한 투쟁과 갈등이 지속적으로 전개되었고, 이는 노사관계 제도화게임과 유연안정성 게임의 형태를 띠었다. 그러나 이미 형성된 노동법체계는 제도의 지속적 영향과 경로의존성을 보여주었다. 2008년 이후 운동의 사이클은 쇠퇴국면에 접어들었다. 운동의 쇠퇴는 운동 제도화 및 정치적 기회의 변화와 관련이 있고, 장기적으로 운동주체의 세대 변화와 맞물려 있다. 이제 민주노조운동의 과제는 민주노조운동이 새로운 집합적 정체성의 성장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현재 문재인정부의 노동개혁정책은 지난 시기의 국가주도 노동개혁정치와는 구조적 조건이 크게 다르다. 특히 신자유주의 20년에 대항하는 촛불혁명의 연장이자 그 결산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차별성을 갖는다. 이런 조건의 변화는 새로운 노동체제출발일 수도 있다는 긍정적 전망을 가능케 한다. 그렇지만 향후 노동개혁의 성패가 매우 불확실한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자유주의 보수국가의 개혁이자 보수우위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지형이라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 또 경기변동의 불안정성과 항상적인 고용불안 등과 같은 상황적 요인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주체의 전략적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의 상황이 노동체제 전환의 과도기일 수도 있으므로 민주노조운동 주체실천의 중요성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논문은 노동자대투쟁 30주년을 맞아 민주노조운동의 현재를 거시적으로 평가하고 전망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민주노조운동은 1987년 노동체제의 공세기를 지나 1998년 이후 크게 약화되었다. 그 배경에는 종속 신자유주의 노동체제라는 노동체제의 구조변동이 자리하고 있었다. 노동운동은 과거의 전투적 노조주의를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변화된 구조적 조건에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현재 민주노조운동은 전투적 경제주의, 정치경제주의, 불완전한 산별노조운동이라는 3중의 위기 상황에 봉착해있다. 그런데 2016년 갑자기 발생한 촛불혁명은 민주노조운동이 새로운 노동체제를 만들 수 있는 전망을 열어주었다. 촛불혁명은 일차적으로 정치변동이었지만 기존 노동체제의 문제점인 사회적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 그리고 노동기본권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민주노조운동의 전면적 혁신이 긴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노동체제 전환이라는 전략적 목표 위에서 조직될 필요가 있다.
한국 노동운동이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시도한지 30년이 지났다. 한 세대에 걸친 1기 정치세력화 실험은 나름의 성과와 함께 대체로 실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별로 없었다. 이 연구는 노동체제 변동의 거시적 관점에서 이를 분석하고 비판하고자 하였다. 이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정치세력화의 성패는 노동체제의 구조변동과 결합되어 나타났다. 노동운동 주체들의 전략선택실패는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요인이었다. 둘째, 정치세력화의 주요 동력은 진보정당보다 민주노조의 노동조합운동에서 발생하였다. 노조와 정당 간의 '배타적지지'는 그 중요한 제도적 장치였고 1기 정치운동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셋째, 촛불혁명은 새로운 정치세력화운동을 위한 새로운 조건들을 창출하였다. 그러나 2단계 정치세력화의 충분조건은 노동운동 주체들의 전략적 혁신실천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동조합운동은 연대성 위기에 빠진지 오래다. 대공장 중심의 노동조합운동이 정규직 조합원만의 이익을 위한 협소한 경제적 이익대표체로 전락하면서 노동대 중을 위한 넓은 연대의 구심으로 역할하지 못하고 있다. 선행연구는 연대성 위기의 주요 원인을 시장극단주의의 확산, 노동조합운동의 전략적 역량부족 등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개별 노동자의 연대 인식에 대한 탐구를 결여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 이 연구는 연대에 대한 이론적 탐색에 기초해 정규직 노동자의 비정규직에 대한 연대의식을 분석한다. 이론적 고찰을 통해 경제적 이해관계, 동일시, 공감 등 연대의 세 가지 원천을 도출하고 이를 기초로 실증분석을 시도한다. 분석 자료는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조합이 조직된 사업장에 소속된 노동자 476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다. 연대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노동조합 가입유무, 상급단체, 노조조직 형태, 비정규직에 대한 개방성 등을 고려했다. 주된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적 이해관계 차원에서의 연대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정규직 조합원은 비조합원에 비해 차별화된 연대의식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개혁적 노조운동을 지향하는 민주노총 역시 협조주의 노선을 취하는 한국노총에 비해 비정규직에 대한 조합원의 연대의식을 고취하는데 적절한 역할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조직형태와 비정규직에 대한 개방성 변수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고 있거니와 산별조직에 속하거나 비정규직에 가입자격을 부여한 노동조합에 속한 정규직 조합원일수록 비정규직과의 경제적 연대에 대한 열망이 높다는 점이 발견됐다. 둘째, 동일시 차원에서의 연대는 정규직 조합원이 비조합원에 비해 높은 동일시 의식을 보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상급단체 변수도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노총에 비해 민주노총에 소속된 정규직 조합원이 상대적으로 높은 동일시 의식(비정규에 대한 의식)을 보였다. 셋째, 공감 차원의 연대의식을 분석한 결과, 노동조합 가입유무나 민주노총 변수는 정규직 조합원의 공감 의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한국노동조합이 연대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별 조합원의 연대의식 함양이 긴요한 과제임을 드러낸다. 특히, 산별노조의 건설은 경제적 연대의식과 동일시에 기초한 연대감을 높이는 주요 요인인 만큼 노동조합의 전략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노동자 연대의 새로운 측면을 제시하는 유용성이 있으나 표본의 제한, 역인과관계의 존재가능성 등에 따른 한계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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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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