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역사지리학계에서는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자들이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이 분야는 문화지리학, 역사지리학, 지리학사, 사회.경제사, 문화사, 인류학, 조 경학 등의 여러 가지 학문분야를 망라하는 학제적 성격을 띠고 있다. 한국에서 이 분야에 관련된 논문이 주요 학술지에 처음으로 출현한 것은 1960년대 초이며, 1970년대에는 이 분 야에 대한 정체성이 확립되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는 한국의 문화-역사지리학이 양적으로 나 질적으로 일대 비약을 가져온 시기이며 이러한 경향은 1990년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된다면 한국의 문화-역사지리학은 더욱 전문 화되어 완전히 하나의 독립된 학문분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논문은 2010년대 영미권 문화역사지리학 경관연구들의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는 비재현지리학(非再現地理學, non-representational geography)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한 탐색을 중심으로 영미권 경관연구의 패러다임이 경관지리학(景觀地理學)에서 '경치지리학(景致地理學)'으로 전환되어가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경치지리학'은 '비재현지리학'의 본질을 우리말의 맥락에서 보다 쉽고 정확하게 개념화(re-conceptualisation)하기 위하여 본 논문에서 새롭게 고안된 개념이자 용어이다. 비재현지리학 이전의 경관연구들을 경관지리학의 범주로, 그리고 비재현지리학의 경관연구들을 경치지리학의 범주로 각각 개념화함으로써, 영미권 문화역사지리학 경관연구 패러다임들의 흐름을 명확하게 추적하고, 또한 이를 통해 한국문화역사지리학 경관연구의 미래를 모색해보고자 한다.
현대 역사지리학은 일제강점기 일본 여러 대학의 지리역사과에서 수학한 1세대 지리학자, 특히 노도양의 선구적인 활약에 힘입은 바 크며, 1960년에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이찬에 의해 본격적인 출발과 비약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었다. 사우어의 문하생인 니펜의 지도를 받은 연유로 이찬은 답사와 문헌자료에 입각한 버클리 학파의 방법론을 한국에 이식하였으며, 1988년에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를 창립하여 과거의 지리와 지리적 변화에 관심을 가진 학자의 역량을 결집하는 구심체로 삼았다. 2세대 학자가 양산된 1980년대 이래 한국 역사지리학은 케임브리지 학파의 단면법의 성과를 수용하면서 연구의 활성화를 기하고 있으며, 주제와 방법론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조선왕릉의 분포 입지 배치에 나타나는 역사지리적 경관 특징과, 조영을 둘러싸고 전개된 권력집단 간의 공간정치학과 풍수담론, 그 속을 관류하고 있는 풍수적 경관 조성 및 관리 양상 등에 대해 검토했다. 조선왕릉의 천릉(遷陵) 과정은 왕조집단의 세력 관계가 풍수를 정략적인 수단과 외피로 하여 나타난 정치적 결과물이었다. 조선 왕조의 정치권력은 왕릉을 정치적 권위를 높이는 상징적 수단으로 활용하였고, 풍수는 정치권력의 의도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거나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적 공간담론으로 기능하였다. 한국풍수사에서 왕릉풍수는 유교이념과 결합된 정치사회적 속성을 지닌 조선시대적인 풍수담론으로 규정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 언급하는 세계지리는 한국지리를 배제한 세계지리만을 의미한다. 본 논문은 지난 21년 동안 한국 지리학계의 세 학회지 ("대한지리학회지", "한국지역지리학회지", "문화역사지리")에 게재된 세계 지리논문을 조사 분석하여 한국지리학계의 세계지리 연구 동향을 고찰하는 연구이다. 세계지리 논문의 비율이 가장 높은 시기는 1995-1999년 동안이고, 가장 낮은 시기는 1990-1994년 동안이다. 2000-2004년과 2005-2010년 동안에는, 1990년대 후반에 비하여, 세계지리 논문의 비율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 지리학계에는 세계지리 논문의 비율이 너무 낮을 뿐만 아니라 세계지리 논문의 연구지역이 주로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에 한정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다. 세계화 국제화 사회에 그리고 다문화사회에 접어든 한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 지리학계의 세계지리 연구 활성화를 기대해 본다.
동아시아의 지역적 정체성은 역사-지리적 실재에 근거할 때 비로소 더욱 성공적으로 대중적 동의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는 최근에 확대된 장소 개념을 이용하여 동아시아 문화지역의 역사-지리적 설정을 시도하고자 한다. 동아시아 문화지역에 일체성을 부여하는 것은 복수적 장소들이 공유하는 문화적 동질성이 아니라 다양한 공간 규모를 가지는 단일한 장소 내부의 문화적 혼합이다. 문화적 혼합은 지배가 아니면 저항, 그리고 때로는 뒤엉킴의 형태로 표현되는 것이다. "경합 장소로서의 산악"이라는 개념은 동아시아 내부의 문화적 동일성을 탐구하기 위한 실험적 노력의 일환으로 제안되었다. 이러한 장소 개념은 산악을 제외한 다른 공간적 단위-가옥, 정원, 촌락, 도시 등-에 대한 연구들로 확대되어 적용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연구들이 축적되면 결국 동아시아가 역사-지리적으로 특정한 문화적 동일성을 가진 장소라는 정의가 구체적으로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과 지역지리학이 재흥하고 있다. 새로운 지역지리학의 대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제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구성되는 공간적 재현 양식의 하나로서 지역의 의미도 변화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정한 자본주의 체제는 자신에게 적합한 재현 양식을 요구하며 지역도 그 하나이기 때문이다. 20세기에 발전한 포드주의 자본주의 하에서, 지역 발전은 서구적 사회경제 체제의 공간적 확산과정으로 인식되었다. 국가는 조절기구로서 자본주의 체제의 확산을 촉진시키는 하부구조를 제공하고 지역적 공간 분업 구조를 조절함으로써 경계성장을 지원하였다. 지역 개발론은 이러한 국가개입에 적절한 이념과 정책 수단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으며, 지역은 발전의 공간적 확산 과정을 측정하고 인식하기 위한 지리적 정보를 조직하고 분류하는 수단이었다. 지역개발론은 전통적인 지역 개념을 형식적 분류개념으로 왜소화시켰다. 포디즘에서 유전적 축적으로 자본주의 체제가 이행하면서, 지역이 다시 그 정체성과 진정성을 획득하고 있다. 지역지리학은 이러한 지역 재흥의 추세 속에서 적절한 연구 방법으로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유효한 방법의 하나가 문화생태학적 지역에 대한 역사적 접근이라고 믿는다. 문화생태학적 지역이 유연적 축적체제 하에서의 지방정부의 문화전략에 부합하고, 지역성을 서사적 내용과 미학적 경관으로 담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의 유산인 명승을 보존하고 활용함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은 진정성(Authenticity)과 완결성(Integrity)이라는 개념이다. 명승에 대한 진정성이란 명승의 물리적 원형 보존뿐만 아니라 그것이 향유되는 역사적 전통의 계승도 포함하는 상태를 가리키며, 명승의 완결성이란 명승이 가진 진정성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물리적 사회적 여건을 갖춘 상태를 지칭한다. 본 연구에서는 영남지방의 역사문화명승을 그것의 활용 상태에 따라 주민 자치형, 관광지 선개발형, 산지형으로 나누고 각 유형별로 하나씩 사례 명승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이들의 전통적 향유 방식을 재현하고 이에 기초하여 현재 설정되어 있는 문화재 보호구역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았다. 먼저, 주민 자치형의 사례인 명승 제81호 포항 용계정과 덕동숲은 현재 용계정 주변까지만 설정되어 있는 문화재 지정구역을 넓혀 덕연구곡과 송계숲을 모두 포함하도록 수정될 필요가 있다. 둘째, 관광지 선개발형의 사례인 명승 제53호 거창 수승대는 요수정과 함양재, 관수루 등 수승대를 조망하던 시점을 재현할 수 있도록 범위가 확장될 필요가 있으며 수승대에서 바라보는 전면의 조망을 고려하여 그 범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산지형의 사례인 명승 제23호 봉화 청량산은 과거 사대부들이 청량산을 유람하던 길을 재현할 수 있고, 12봉우리가 물리적으로 모두 포함되도록 그 지정구역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현재 지정되어 있는 역사문화명승의 문화재 지정구역 범위는 그것의 진정성과 완결성을 제대로 구현하기에는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문화재 보호구역이 명승의 본래적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그것의 범위 설정에 앞서 명승의 진정성과 완결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논문은 중국지학회 창립(1909년)부터 개혁개방(1978년) 무렵까지 중국 지리학의 역사에 대해 주로 학회조직, 대학의 학과,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살피고 있다. 중국지학회, 우공학회, 중국지리학회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전 창설된 지리학 관련 학회였다. 이 학회들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중국지리학회로 통합되었다. 1921년 중국 최초의 지리학과가 주커전(竺可楨)에 의해 난징의 둥난대학(난징대학)에 창설되었다. 이후 중산대학, 저장대학, 칭화대학, 베이징사범대학 등에 주로 '지학(地學)' 또는 '사지(史地)'라는 명칭 하에 지리학 전공이 설치되었다. 1949년 공산정권 수립 후 1958년까지 소련식 지리학의 도입을 통한 활성화가 모색되었다. 1950년대 초 학회와 대학 학과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있었으며, 베이징대학 지질지리학계를 비롯한 지리학 관련 학과들과 중국과학원 지리연구소가 설립되었다. 1950년대 중국의 지리학은 농업생산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자연지리학과 경제지리학 위주의 연구와 교육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1958년 대약진운동 이후 1978년 개혁개방 무렵까지 중국지리학은 침체상태에 있었다. 개혁개방은 중국 지리학에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왔다.
연변지역은 문화 역사적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 있어서도 관심 지역이다. 연변지역에 대한 문화 역사적 연구는 많지만 유적 지도화에 대한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본 연구에서는 구글어스 영상을 이용하여 연변지역의 문화 역사 유적을 지도화하고 공간적 특징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석기시대부터 청나라까지 시기별로 문화 역사 유적 분포도를 제작하였다. 지도화 기호체계는 사기별로 색상기호와 유형별 기호를 제작하였다. 지도화 결과 연변지역에는 다른 시기와 비교해 발해와 요 금나라의 유적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특히 고구려, 발해, 요 금나라의 유적은 시 공간적 누층구조를 보였다. 분포특정은 초기에 분지지역과 하천지역에 위치해 있었고, 역사시기 이후에는 구릉과 산지지역으로 이동하였다. 연구결과는 문화 역사 유적 관련 후속연구에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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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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