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노동자대투쟁 30주년을 맞아 민주노조운동의 현재를 거시적으로 평가하고 전망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민주노조운동은 1987년 노동체제의 공세기를 지나 1998년 이후 크게 약화되었다. 그 배경에는 종속 신자유주의 노동체제라는 노동체제의 구조변동이 자리하고 있었다. 노동운동은 과거의 전투적 노조주의를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변화된 구조적 조건에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현재 민주노조운동은 전투적 경제주의, 정치경제주의, 불완전한 산별노조운동이라는 3중의 위기 상황에 봉착해있다. 그런데 2016년 갑자기 발생한 촛불혁명은 민주노조운동이 새로운 노동체제를 만들 수 있는 전망을 열어주었다. 촛불혁명은 일차적으로 정치변동이었지만 기존 노동체제의 문제점인 사회적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 그리고 노동기본권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민주노조운동의 전면적 혁신이 긴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노동체제 전환이라는 전략적 목표 위에서 조직될 필요가 있다.
본 논문은 영화 <극한직업>의 1,600만 흥행에 질문을 던지면서, 절묘한 개봉 시기, 코미디영화의 부활, 이병헌 감독 코미디의 매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회적 맥락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극한직업>의 놀라운 흥행은 해당 영화에 대한 텍스트 분석만으로는 도저히 설명 불가능하다. 본 논문은 공론장으로서의 코미디의 기능과 역할을 규명한 후 보수정권이 집권한 2008년 이후 코미디와 타 장르에 나타난 대중의 욕망과 염원을 진단한다. 2008년 이후 어두운 톤의 액션 스릴러·사회문제영화·재난영화 등이 부상했고 이들 장르는 치안의 부재, 민주주의의 위기, 지배층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었다. 그에 비해 같은 시기 흥행한 코미디영화는 대체로 신파, 노스탤지어, 판타지 경향으로서 현실도피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본격 코미디는 아니지만 <베테랑>(2015)의 커다란 성공 이후 대중영화에서 '코믹 모드'는 서서히 부활했다. <도가니>(2011)가 파생시킨 진지한 사회문제영화 대신 장르 관습에 더 충실한 밝은 톤의 영화들이 사회의 개혁과 변화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담기 시작했다. <극한직업>은 이러한 분위기의 산물이다. 한편, '촛불혁명'은 위기에 처한 정치적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경제적·일상적 삶에서 변화한 것은 거의 없었다. <극한직업>은 민주주의의 회복이라는 촛불혁명 이후 어떻게 버티고 살 것인가의 문제로 읽힐 수 있다. 형사들이 잠복근무를 위해 치킨집을 인수하면서 벌어지는 자영업자로서의 삶은 끝없는 경쟁 속에 생존해야 하는 서민들의 모습이다. 또한 맛집으로 유명해지는 '대박신화'의 꿈과 브랜드 네이밍, 프랜차이즈 확장이라는 자기경영의 면모도 담고 있다. 조폭이 치킨 프랜차이즈를 통해 암암리에 마약을 배송하는 것은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거대 유통산업으로 독해 가능하다. 경찰이 자영업자의 정체성을 갖고 이들을 소탕하는 것에 보내는 박수는 나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이웃에 대한 응원이자 오늘날 점점 사사화(私事化)하는 시장에서 공권력의 공공성 회복을 열망하는 대중의 염원이다. 본 논문의 의의는 <극한직업>을 2008년 이후 영화장르의 지형도와 코믹 모드의 부활이라는 관점에서 거시적으로 규명하고, 미시적 수준에서는 이 영화를 '촛불혁명'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경제적·일상적 삶의 문제로 읽어내는데 있다.
촛불의 분노는 부패한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리고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 촛불의 거시적 배경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조성한 사회적 부조리와 불평등이며 촛불은 광범한 사회개혁과 복지국가를 요구한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의 요구를 실현하려면 정치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개혁의 핵심은 촛불의 요구를수용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비례대표제와 의회중심제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제도 개혁에 대해 수동적이고 미온적이다. 이런 점은 기득권 엘리트가 촛불이 웅변하는 변혁보다는 현상유지를 바라기 때문이다. 왜 비례대표제와 의회중심제가 민심을 반영하는가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어야 한다. 학자는 정부형태와 사회적 요구 사이의 관계에 대해 논쟁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미디어는 학문적 논의가 헌법개혁과 정치제도로 나타나도록 기여해야 한다. 비례대표제와 다당제 하에서 다양한 사회적 이해가 반영되며 이는 연합정부를 매개로 정책으로 실현된다. 중산층 정당과 진보정당은 보편복지를통해 연합정부에 참여하고 복지국가재정에 필요한 증세를 추진한다. 강력한정당기능에 기초한 의회중심제는 정당의 대표기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대통령제에 비해 강력한 사회정책을 제공한다.
한국 노동운동이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시도한지 30년이 지났다. 한 세대에 걸친 1기 정치세력화 실험은 나름의 성과와 함께 대체로 실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별로 없었다. 이 연구는 노동체제 변동의 거시적 관점에서 이를 분석하고 비판하고자 하였다. 이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정치세력화의 성패는 노동체제의 구조변동과 결합되어 나타났다. 노동운동 주체들의 전략선택실패는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요인이었다. 둘째, 정치세력화의 주요 동력은 진보정당보다 민주노조의 노동조합운동에서 발생하였다. 노조와 정당 간의 '배타적지지'는 그 중요한 제도적 장치였고 1기 정치운동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셋째, 촛불혁명은 새로운 정치세력화운동을 위한 새로운 조건들을 창출하였다. 그러나 2단계 정치세력화의 충분조건은 노동운동 주체들의 전략적 혁신실천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문재인정부의 노동개혁정책은 지난 시기의 국가주도 노동개혁정치와는 구조적 조건이 크게 다르다. 특히 신자유주의 20년에 대항하는 촛불혁명의 연장이자 그 결산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차별성을 갖는다. 이런 조건의 변화는 새로운 노동체제출발일 수도 있다는 긍정적 전망을 가능케 한다. 그렇지만 향후 노동개혁의 성패가 매우 불확실한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자유주의 보수국가의 개혁이자 보수우위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지형이라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 또 경기변동의 불안정성과 항상적인 고용불안 등과 같은 상황적 요인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주체의 전략적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의 상황이 노동체제 전환의 과도기일 수도 있으므로 민주노조운동 주체실천의 중요성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사람주도경제를 내걸었다.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과거 보수정부보다 재정지출 증가율을 높이고 복지비중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바람직한 것이긴 하지만 적극적 증세 없이 재정수입 이내에서 최대한 지출하겠다는 것이어서 대규모의 복지확대를 바라는 진보진영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한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재정정책이필요이다. 당분간은 직접세 위주로 소득 상위 가계와 법인, 고액자산 보유자에 대한 증세를 추진하고 임대소득과세가 잘 정착되도록 노력하면서 국가채무의 증가도 용인하는 방식의 적극적 재정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할것이다. 이러한 과제가 잘 마무리되면 다음 단계의 복지확대 및 증세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글은 한국의 유교적 근대성이라는 맥락에 초점을 두고 메리토크라시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규명해 보려는 한 시도다. 서구에서는 이 메리토크라시 이념이 '민주주의의 토대'라고까지 평가되는데, 이 글은 강하게 메리토크라시 이념을 쫓았던 유교적 문화 전통의 영향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그런 연관이 확인될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는 유교 전통의 긍정적 영향사 위에 서 있다. 그러나 메리토크라시는 민주주의에 대해 반드시 긍정적인 함축만을 갖지는 않는다. 이 글은 그것이 심각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생산하고 정당화하면서 민주주의의 토대를 스스로 잠식해가는 '배반의 이데올로기'이기도 함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강한 유교적 전통을 갖고 있는 동아시아 사회들에서는 메리토크라시 이데올로기를 단순하게 무시하기 쉽지 않은데, 여기서는 유교 전통의 계승이라는 차원에서 '정치적 메리토크라시'(현능정치)에 대한 유혹도 결코 가볍지 않다. 이 글은 또한 이 정치적 메리토크라시가 결코 민주주의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논증하며, 메리토크라시와는 다른 방식으로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식의 인식이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 가질 수 있는 함축에 대해서도 짧게 논의한다.
분권과 자치의 역사는 권위주의 중앙집권 세력과의 민주주의 투쟁의 역사이다. 개헌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지방분권과 주민자치를 위한 과제가 산적해있다. 따라서 분권과 자치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을 옹호하는 권위주의와 중앙집권 세력들로부터 전취해야 만 하는 것이다. 분권과 자치의 역사는 도입 중단 부활에 이어 발전기에 들었다. 그 이념도 민주에서 능률로, 능률에서 민주 능률 균형발전의 전반적(General) 발전기에 임박한 것이다. 1960년 4.19혁명이 이승만 정부의 권좌 유지 수단으로 전락한 지방자치법을 개정하여 민주적인 지방자치시대를 열었으나 5.16 군사쿠데타에 의해 무산되었고, 1987년 민주주의 6월 항쟁으로 지방자치 부활시대를 열었으나 개헌과정에서 주민의 참여가 배제되었고, 노태우정부의 지연과 교란을 딛고 우여곡절 속에 시행되었다. 이제 촛불혁명으로 '국정농단' 탄핵과 함께 지방분권 개헌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곧 분권과 자치가 양적 확대의 단계에서 질적 비약의 단계로 발전할 것이다. 분권과 자치가 기득권과의 투쟁을 통해서 전취하는 것이라면 그것을 관철하기 위하여 전략적이고 전술적인 방침이 중요하다. 분권 개헌을 전략적 최대강령으로,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을 전술적 최소 강령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은 이미 정형화한 반대논리들의 예봉을 피하면서 막연하게 개헌을 기다리지 말고 지방자치법 제91조 제2항을 합헌으로 결정한 헌재의 논리적 역사적 모순을 비판함으로써 분권개헌이라는 전략적 목표로 접근할 수 있는 약한 고리이다. 무엇보다 본 논문은 분권과 자치, 그리고 분권개헌의 주체는 주민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멜로드라마의 '대중성'은 멜로드라마가 역사적으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멜로드라마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주의적인 질문보다는 멜로드라마적 상상력을 당대 사회문화적 맥락과 관련하여 탐색하는 일이 필요한 이유이다.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TV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와 <미스터션샤인>(2018)은 2010년대 세월호 참사와 촛불혁명을 겪은 격변기 한국 사회의 대중적 상상력과 욕망을 나타낸다. 본고는 <태양의 후예>와 <미스터션샤인>에 나타나는 국가와 개인의 감정을 중심으로 멜로드라마적 상상력을 분석하였다. 기존 멜로드라마의 갈등이 대개 개인과 가족 범주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태양의 후예>와 <미스터션샤인>에서는 국가가 개인 간의 갈등을 형성하는 모티프로 등장한다. 이와 같은 압도적인 갈등 상황에서 인물은 우선적으로 이성적 판단을 실행하지만, 곧 이를 폐기하고 행동을 추동하는 감정을 통해 '응답'하는 가치 지향적 태도를 드러낸다. 두 작품은 주로 시적 대구와 사물의 미장센을 통해 드라마의 포에지를 형성하고 감정을 고양한다. 여기에서 주요 감정은 연민과 슬픔인데, 압도적인 갈등을 뚫고 나오는 격렬한 감정들은 그 자체로 소진되지 않고 수행성을 통해 도덕적 지향을 보여 주는 바, 연민은 연대(連帶)를 향하고 슬픔은 애도(哀悼)를 향하고 있다. 기존 멜로드라마들의 엔딩이 지극히 개인의 범주에서 사랑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었다면, <태양의 후예>와 <미스터션샤인>은 연대와 애도를 통해 개인과 공동체를 동시에 환기하는 도덕적 상상력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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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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