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현대인들에게 전통예술은 상당히 오래전 사람들의 삶의 모습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우리의 전통예술은 짧게는 한 세대나 두 세대, 혹은 채 100년도 되지 않던 시기에 선대로부터 전승되던 예술이며 삶의 모습이다. 그러나 현대의 변화되는 사회적 가치관에 따라 전통예술은 그 고유의 기능과 의미가 변화되거나 소멸되는 경우가 많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문명적 편리함을 제공하는 반면 인문학적 생태환경은 위기에 처해 있다. 따라서 우리의 문화예술 생태기반을 살펴보는 것은 궁극적으로 미래의 풍요로운 삶을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문화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전통예술을 올곧게 전승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본 연구는 농사풀이농악의 연행형태를 유지하는 갑비고차농악의 춤 특성을 살펴보았다. 두 차례에 걸친 현장연구와 영상분석연구를 통해 갑비고차농악이 마을 공동체 구성원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체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전통적인 농악의 특성을 잘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갑비고차농악은 순리에 입각한 역학적인 춤동작, 최소한의 동작구로 이루어진 모방적 춤동작, 반복적 춤동작, 소통적 춤동작을 통해 마을 공동체의 구성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점층적인 추진력을 통한 구성의 변화로써 구성원 간의 신바람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갑비고차농악은 세련되거나 정교하지는 않았지만 문명의 신속함과 편리함으로부터 느림의 미학과 여백의 미학을 생성하여 따뜻한 감성으로 공동체 구성원 간의 조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춤의 구조를 갖고 있었다. 이러한 춤의 구조는 경향류의 춤의 전형을 구축하는데 매우 중요한 논의가 될 것이다. 추후의 논의를 통해 전통 춤의 보편적이고 개별적인 전형을 세우는 데 학술적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조선의 민속연극 '농군행렬'에 관한 기록은 와세다대학 쓰보우치박사 기념 연극박물관에서 1932년 발행한 『국극요람(國劇要覽)』 <조선연극>편에 나타나 있다. 이 자료는 일제강점기 사회문화적 분위기인 '조선에 연극은 없다'라는 보편적 인식 상태에서, 조선에 연극이 있음을 나타낸 귀중한 자료이다. 이 기록에는 조선의 연극을 5가지로 구별하였는데, 그 첫 번째 연행이 농군행렬이다. 이에 대해 민속학자 송석하는 이를 울산지역에서 전래한 농군들의 행렬 풍습이라 하였다. 이 연구는 현재 사라진 울산의 무형문화유산인 농군행렬을 발굴하여, 그 형상을 재현하기 위한 토대를 제안한 것이다. 방법은 연구자의 민속축제에 대한 현장경험과 문헌자료를 고찰하여, 이를 실행적인 형태로 형상화하였다. 연구 기대는 첫째, 사라진 울산의 전통적인 마을축제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이끌게 한다. 둘째, 울산농군행렬의 문헌적 근거를 구체화하여 그 형상을 제시한다. 그래서 향토성을 기반으로 하는 축제를 형성하여,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이끌게 한다.
향제줄풍류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정읍줄풍류는 풍류음악 형성에 있어 지방풍류문화의 사회적·공간적 특징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 이에 정읍 풍류음악의 줄풍류와 대풍류의 형성과 연행의 관련 기록을 통해 두 음악 간의 연관성을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살펴보았다. 또한 정읍풍류의 사회적·공간적 특수성에 따른 두 음악의 관련성을 가늠해 보았다. 시대적인 흐름은 풍류방에 변화를 가져왔다. 향제줄풍류는 경제줄풍류와 달리 가락이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전승계보나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전계문과 같은 지역 전문연주가들에 의해 재해석된 가락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재인청에 소속되어 있던 무계출신의 전계문과 같은 전문연주자들이 향제줄풍류에 참여하면서 변화무쌍한 무속 형식이 자연스럽게 줄풍류에 이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춤반주인 대풍류와 향제줄풍류의 밀접한 관계는 두 가지 관점에서 그 연관성을 유추할 수 있다. 첫째, 향제줄풍류의 태동에 음악적 주체로 참여한 전계문은 악기연주 뿐아니라 춤에도 능한 인물이다. 전계문을 포함한 세습무계 재인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된 '향제줄풍류'는 춤반주 음악으로 사용되었던 대풍류 가락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는 재인들에 의해 형성된 정읍 줄풍류의 사회적·공간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초산율계 계보도>에 의하면 전계문으로부터 영산회상과 삼현육각을 배운 정형인이 향제줄풍류 피리 연주자로서 피리 계보 맨 위에 위치하고 있다. 정형인은 무계출신 춤꾼 정자선의 아들이다. 전계문과 정형인 모두 춤꾼인 동시에 전계문은 줄풍류 형성에 영향을 주었으며, 정형인은 줄풍류 수석 피리연주자로 활동하였다. 이들이 향유하던 대풍류 선율은 정읍향 제줄풍류 형성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정읍 줄풍류는 재인들의 대풍류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1945년 광복 이후 남한과 북한이 분단된 상황 속에서 남한은 무형문화의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1962년 무형문화재 제도를 제정하면서 무형문화들을 발굴하고 복원하였다. 이 때 민속 문화를 포함한 여러 무형문화들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민속 문화 중 북한에서 연행되었던 탈춤인 은율탈춤의 사례를 통해 무형문화재 제도 속에서 지정된 무형문화의 전승이 이루어진 과정과 반주음악의 변화 양상에 대해 다룬다. 음악적인 전승을 이루는데 보존회 중심의 구성원들이 국가무형문화재라는 틀 안에서 은율탈춤을 예술로 인식함으로써 그들의 이념과 정체성이 표상된다. 이로써, 제도 속에서 음악적인 전승을 이루는데 구성원들의 정체성과 이념은 불가분의의 관계임을 알 수 있으며 국가무형문화재의 구성 속에서 무형문화를 현재까지 지속시킬 수 있었던 과정을 살펴본다.
이 글은 대순진리회 도장에서 개최되는 치성 의례의 의미를 재확인하고 그 정체성을 읽은 것이다. 첫째, 기존의 연구들은 대순진리회 치성이 회생 또는 도통이라는 종교적 목적을 발원함에 그 의미가 있다고 하였으나, 이 글은 치성의 주된 목적이 거기에 한정되는 것이 아님을 주장하였다. 왜냐하면 대순진리회의 1차 자료는 치성을 신들에게 올리는 경축·기념·감사·찬양·고유·사죄이며, 신앙인들의 굳건한 믿음[誠信]의 표현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종류의 치성을 연행하는 목적도 그 의미가 신을 향한 기도나 발원보다는, 특정한 의사를 전달하는 소통과 교환에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한국 의례사에서 볼 때, 대순진리회의 치성은 유교의 제사나 환구제와 비교하면 그들과 다른 차이가 상당하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유교의 제사나 환구제의 입장에서는 대순진리회 치성이 매우 이질적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순진리회 치성의 정체성은 한국의 종교문화 전통을 계승했거나 변용한 것이 아니라, 근대 이후 새롭게 발명된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 즉 대순진리회 치성은 '발명된 천제'다.
본 연구에서 준설매립지반과 같은 연약지반의 개량 시 장비의 연행하중이 지반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2차원 모형재하시험을 실시하였다. 정하중 및 동하중은 각각 $0.02kg/cm^2,\;0.03kg/cm^2$ 및 $0.04kg/cm^2$으로 압밀된 모형지반에 재하하였다. 압밀하중 $0.02kg/cm^2,\;0.03kg/cm^2$ 및 $0.04kg/cm^2$으로 2달간 압밀시킨 후 각각의 압밀하중으로 인한 극한지 지력은 $0.16kg/cm^2,\;0.19kg/cm^2,\;0.24kg/cm^2$인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정하중시험의 침하량과 같아지는 지점의 동하중시험 시 에너지 값은 각각의 압밀하중에 대하여 $E=336{\sim}945kg{\cdot}cm,\;E=252{\sim}780kg{\cdot}cm$ 및$E=323{\sim}727kg{\cdot}cm$의 범위를 나타냈다. 같은 지반조건에서 정하중과 동하중이 각각 작용할 경우, Heaving량은 정하중보다 동하중 작용시 더 컸으며, 수평변위량은 정하중 시험에 비해 극히 미비하게 나타났다.
본 논문은 그동안 국내에서 연구가 미흡했던 최초의 영상기구 카메라 옵스쿠라(Camera obscura)를 영상이론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근대문화에서 그것의 의미를 파악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르네상스 이후 카메라 옵스쿠라의 역사·문화·과학적 발전과정을 추적하고, 화가들의 미술작업과 연관되며 사용된 사례를 검토한다. 카메라 옵스쿠라의 원리는 중세이후 천문학자들의 개기일식 관찰과정에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르네상스 이후 다 빈치와 델라 포르타의 영상 실험, 아타나지우스 키르허, 요하네스 차안 등과 같은 과학자들에 의해 이론적으로 발전되었다. 17세기 후반에는 '휴대용 카메라 옵스쿠라'가 제시되고 실용화되기 시작했으며, 화가들이 스케치와 드로잉할 때 사용하기 시작했다. 카메라 옵스쿠라는 인간 스스로 세계상(世界像)을 관찰하려는 점에서 탈중세적이고 시각중심주의적인 근대 과학정신을 반영하는 매체이며, 자연세계의 모습을 인공적 이미지로 보여주는 점에서 최초의 영상기구이다. 국내에 카메라 옵스쿠라는 조선 후기 정조(正祖) 때 북경(北京)을 갔다온 연행사(燕行使)들에 의해 유입되었으며, 정약용을 비롯한 서구 학문에 개방적인 실학자들에 의해 적극 수용되었고, 당시 초상화의 대가 이명기는 카메라 옵스쿠라를 이용해서 공신상(功臣像)을 그리기도 했다.
최근 교통안전규제 영역에서 문화이론에 대한 논의가 있다. 이는 운전자들의 문화적 편향이 어떻게 형성되어있는가에 따라서 운전자들의 법규의 해석, 법규 위반행위의 위험인식, 규제 불응에 따른 비난의 대상 등이 달라진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문화이론에 의하면 개인을 둘러싼 특정한 사회적 관계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인 세계관(world view) 또는 우주관(cosmology)이 형성되며, 이러한 세계관이 개인의 행동과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Ch. Wulf의 역사문화적 인간학 연구에서 제안하는 문화인지와 문화적 학습 이론은 이러한 현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공한다. 그에 의하면 문화인지와 문화적 학습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기제는 신체성, 미메시스, 연행성, 의례, 이미지 다섯 가지로 체계화된다. 본 연구는 Ch. Wulf의 다섯가지 핵심기제를 분석틀로 하여 교통법규에 대해 한국인들이 문화적으로 인지하는 방식과 교통법규 위반 경험을 통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교통법규를 위반으로 인해 교육받은 경험이 있는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교통문화인지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하였고, 그 결과를 해석학적 현상학으로 분석하였다.
최근 국내 콘크리트포장의 동결융해 파손에 대한 사례들이 주기적으로 보고가 되고 있으며, 이에 공기량 기준과 더불어 간격계수에 대한 기준마련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간격계수를 산정하기 위한 실험방법은 국내에 규정되어 있지 않아 ASTM C 457기준을 따라야 하며, 특히 이 실험결과 분석 시 연구자의 주관적 판단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철저한 보정작업이 수반되어야 한다. 콘크리트의 공극구조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화상분석프로그램은 색상의 구분을 통해 공극을 인식하는데, 분석 시 사용되어지는 pixel intensity values에 따라 분석결과는 크게 변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pixel intensity values의 적정범위를 산정하기 위해서, pixel intensity values 변화에 따라 측정된 공극수와 연구자들이 측정한 공극수를 비교하였으며, 이를 통해 pixel intensity values의 적정 범위를 결정하였다. 또한 결정된 pixel intensity values를 이용하여, 8가지 콘크리트 혼합물에 대한 콘크리트 공극구조 특성을 분석하였다. 연구자들이 공극수를 직접 측정한 round robin test 결과, 사람에 따른 공극 인식정도가 약 10% 정도로 변동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pixel intensity values의 적정 범위가 약 80~90 정도로 나타났다. 8가지 콘크리트 혼합물에 대한 화상분석결과, 전반적으로 AE제 첨가량이 증가함에 따라 전체 공기량은 증가하고 간격계수는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내었으나, 일부 혼합물에서 공기량은 크게 변동하지 않은 가운데 간격계수가 AE제 증가에 따라 감소하는 추이를 나타내었다. 이는 추가된 AE제에 의해 발생된 미세한 크기의 연행공극이 전체 공기량에 미치는 영향보다 간격계수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또한 동일한 시편에서 절단면 위치에 따른 간격계수의 편차는 약 30~100${\mu}m$ 정도를 나타내었다. 이는 2차원 분석의 한계로 인해 발생된 편차인 것으로 사료되며, 시편절단면 위치에 따른 변동성 분석을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수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 논문에서는 중국 문화대혁명 이후 마오쩌둥(모택동(毛澤東), 1893-1976)의 공산당 통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정치적, 사회적인 배경과 서구 모더니즘의 급속한 유입과 이를 통한 중국 내 전위적인 미술계 움직임 등을 살펴보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국 판화 매체 확장에 기여한 쉬빙((徐冰), 1955~)의 작품을 중심으로 다루어 보고자 했다. 특히 1985년을 기점으로 미술계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85신조미술운동(85新潮美術運動)'과 1989년 베이징에서 개최한 <<중국현대예술전(中國現代藝術展)>>은 기존의 중국 미술로부터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슈이다. 역사적인 변혁과 새로움을 지향하고자 했던 '85신조미술운동' 작가들은 자신들만의 민간 전시회를 주도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펼쳤다. 이러한 미술계 흐름 속에 문화대혁명 이후, 국가미술관인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개최하여 행위예술, 설치미술,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시각예술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였지만, 대담한 행위예술과 노골적인 설치작업 등으로 정부로부터 두 차례 전시 중단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으며, 일부 작가들은 행위예술을 펼치다 경찰서에 연행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분위기 가운데 판화를 전공한 쉬빙은 초반에 그가 관심을 가졌던 판화가 갖고 있는 제작과정과 반복이라는 특성에 주목한 실험들을 보여주는 작업을 하다가, 1988년 그의 대표작인 <천서(天書)>(1988)를 제작하기에 이른다. 쉬빙은 직접 글자를 고안하고 나무에 새겨 2000여개의 문자를 만들었고, 그것을 단순히 인쇄 책자 형태를 넘어선 설치작품으로 관람객들에게 보여줌으로서 그는 서구의 미술 형식을 취하면서도 '한자'라는 중국적인 내용을 결합한 아방가르드 작가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그 다음 해인 <<중국현대예술전>>에서 <천서>가 가혹한 평가를 받고난 후, 쉬빙은 중국에서의 마지막 작업인 <담장을 두드리는 귀신(귀타장(鬼打墻))>(1990)을 1990년에 제작만하고 전시는 하지 못한 채 결국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그 당시 중국 사회는 천안문사태라는 엄청난 소용돌이와 함께 문화대혁명의 소멸과 덩샤오핑(등소평(鄧小平), 1904-1997)의 개혁기를 맞이하며 혼란한 시대를 보내고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쉬빙의 초기 판화작업부터 1991년 미국으로 도미하기 전까지의 작품들을 살펴봄으로써 판화 매체가 지닌 재생산성, 복수성 등의 특성을 활용한 형식적 실험들을 거쳐 어떻게 중국 전통적 요소를 활용하여 시대를 대표하는 아방가르드 작가로 될 수 있었는지를 고찰해보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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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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