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한국 주택정치에서의 '지리적 스케일의 사회적 정치적 구성(social and political construction of geographical scale)'을 분석하였다. 최근 미국 및 유럽에서 도시지리학을 포함한 인문지리학 분야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주제 중 하나는 '지리적 스케일의 사회적 정치적 구성(또는 생산)'이다. 이에 관한 논의의 출발점은 바로 공간적 스케일은 존재론적으로 미리 주어지거나 고정되어 있다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구성되며, 정치적인 경쟁의 대상물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다. 'tm케일의 정치(politics of scale)' 또는 '지리적(공간적) 스케일의 사회적 정치적 구성(생산)'에 관한 기존의 연구들은 사회운동(social movement)에서 서로 다른 공간적 스케일이 어떻게 활용되었으며 접목되었는지에 연구의 초점을 두었다. '스케일의 정치' 관련 논문들은 사회운동에서의 스케일의 역할을 '스케일 상승(up-scaling)' 또는 '정치적 행동의 스케일(scales of activism)' 위주로 논의하였다. 반면에 풀뿌리 시민사회운동에서의 스케일의 역할 연구라는 특성으로 인해 '스케일 하강(down-scaling)' 또는 '규제의 스케일(scales of regulation)' 논의는 미약하다. 한편, '스케일의 정치' 논의는 스케일의 이용을 통한 소수정치세력 및 사회소외층의 정치적 사회적 '임파워먼트(empowerment)' 과정에 연구의 초점을 두었다. 하지만, 기존의 '스케일의 정치'와 관련해서 어떻게 스케일이(특히 '스케일 하강'이) 무특권 사회집단을 소외하고 배제시키는지에 사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공간의 생산 및 재생산을 조절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미비하다. 한국 정부는 주택시장 관리 체제 및 제도 하에서 '스케일 도약(jumping scales)' 구체적으로 '스케일 하강'을 통해 여러 지리적 스케일에서의 주택 공간 생산 및 재생산에 대한 헤게모니를 가지게 되었다. 한국 정부는 주택 개발에 대한 다스케일적(multiscalar) 정책을 사용함과 동시에 중앙 정부, 지방 자치단체, 정부 산하 주택 관련 기관, 그리고 한국 다국적 기업(재벌) 간의 다양한 스케일에서의 제도적 네트워킹을 통해 '스케일 도약' 능력을 점점 더 획득하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지리적 스케일은 분석의 공간 단위 또는 범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지리적 스케일은 사회적 내포(social inclusion),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 정당화(legitimation)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연대할 또는 배제할 기관 또는 조직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조직 네트워킹시의 공간적 스케일의 선택과 범위의 결정을 수반하며, 이는 '정치의 스케일 공간성(scale spatiality politics)'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다양한 형태의 '규제의 스케일'을 전개해 온 한국 정부는 정부의 주택 개발 논리의 정당화를 위해 재벌, 고소득층, 중산층을 의사결정 과정에 포함시켰으나, 국지적 스케일에서의 서민 조직들과 사회소외계층을 의사결정 과정으로부터 제외시켰다.
인간 거주의 오랜 역사와 완충적인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한국 문화의 통시적 역동성과 공시적 다양성은 한국 지명의 이중성과 중층적 다양성에 중요한 배경과 원인이 되어 왔다. 이러한 한국 지명의 변동 과정은 상이한 사회적 주체들이 문화의 의미를 둘러싸고 벌이는 갈등과 경합의 권력 관계를 연구하는 문화정치학 분야에 비교적 적절한 연구 대상으로 주목된다. 한국 지명에 대한 문화정치적 연구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장소 아이덴티티, 영역 경합, 스케일 정치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한국 지명의 문화정치적 연구를 위한 이론의 구성을 시도하였다. 지명은 자연과 사회적 주체를 지칭하며 이들의 아이덴티티를 재현하는 과정을 분석하는데 유용한 이론으로서 안게른과 카스텔스의 아이덴티티 이론, 페쇠의 동일시 이론, 홀의 디코딩 이론, 볼로쉬노프(바흐찐)의 이데올로기적 기호 이론이 사례를 통하여 실험되었다. 사회적 주체의 아이덴티티와 이데올로기를 재현하는 지명을 매개로 장소 아이덴티티 내지는 영역적 아이덴티티가 구축되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포함과 배제의 권력 관계가 개입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아이덴티티, 이데올로기, 권력 관계라는 요소들을 반드시 고려해야하므로, 경계, 영역, 영역성, 영역화, 영역적 아이덴티티 등과 같은 개념을 포용하는 스케일 정치라는 관점을 약간의 사례에 실험적으로 적용해 보았다. 끝으로, 본 연구는 다양한 문화정치이론을 토대로 일정한 범위의 지역을 단위로 하는 기초적이고 학제적인 지명 연구를 통해 지명의 문화정치적 사례가 연구되어야 함을 제안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지명연구 방법의 다양화를 위해 장소정체성과 스케일 정치 그리고 영역경합의 세 가지 개념을 사용하여 충주지역 지명의 특성을 밝혀보고자 하였다. 먼저 장소정체성과 관련하여 새로 바뀐 충주시 '수안보면'은 이전의 지명인 상모면보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천연자원인 온천의 속성을 크게 부각시킬 뿐만 아니라 정체성의 구성 조건인 '수적 유일성'과 '질적 동일성', 그리고 '자아 동일성'을 가지고 있어 이 지역의 장소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둘째, 지명을 통한 스케일 정치는 스케일의 상승과 하강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는데 지명 스케일 상승의 사례로는 충주시 이류면의 옛 지명인 이안면을 들 수 있고, 하강의 사례로는 조선시대 읍호승강제에 따른 충주의 읍호승강과 1917년 행정구역개편 때 충주군현 지명이 충주면으로 축소된 경우와 일본에 의한 월악산의 한자지명의 변경을 들 수 있다. 셋째, 지명 영역변화의 사례로는 지명 표기자가 지명 영역과 더불어 변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먼저 지명 표기자가 지명 영역과 함께 변화한 사례로는 충주시 용두동과 이류면 금곡리가 있다. 지명 표기자가 변하지 않으면서 지명 영역이 변화한 경우는 현재 충주시를 동서로 흐르는 달천을 들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결과는 지명이 장소정체성을 재현하고 구축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본 논문은 1960년대 말과 70년대 초기의 구미공단 조성과정을 다중스케일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흔히 한국의 발전주의 시기 산업화 과정을 "발전주의 국가론"의 관점에서 분석하면서 국가 스케일의 정치-사회-경제적 과정에 주목하거나, 혹은 국가관료의 계획합리성에 입각하여 설명하는 경향이 있는데, 본 논문에서는 전략관계적 국가론과 다중스케일적 인식론을 바탕으로 이러한 관점을 비판하면서, 국가 안에서, 혹은 국가를 통해서, 작동하는 다양한 사회세력들이 다양한 공간적 스케일에서 복합적으로 서로 경합하고 타협하면서 산업화와 관련된 국가의 행위들이 결정되었다고 주장한다. 본 논문은 이러한 견해를 구미공단이 조성되던 과정에 대한 사례연구를 통해 실증적으로 밝힌다. 구미공단 조성과정은 전자산업을 육성하려는 국가관료들의 계획합리성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정치적 이유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가의 정치지도자와 관료들의 역할뿐만 아니라, 구미지역에 장소의존적 이해를 가진 로컬 행위자들과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활동하던 재일교포 사업가, 지역과 국가 스케일에 모두 연결된 지역구 국회의원 등 다중스케일적 행위자의 역할이 구미공단의 조성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었음을 이 논문은 밝힌다.
1960~70년대 한국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프레임은 발전국가론이었다. 그러나 발전국가론의 방법론적 국가주의는 국가의 관계론적 속성을 간과했고, 실제 국가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중스케일의 전략관계를 주변화했다. 우리는 발전국가를 통해 개발연대의 산업화를 사유하는 방식에 익숙해졌고, 그것을 자명하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 글의 목적은 이러한 국가중심적 사유를 문제시하고, 그것이 주변화시킨 다중스케일의 전략관계를 복원해 우리가 자명하게 받아들인 산업화의 경로를 재구성하는 데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를 위해 개발연대의 대표 산업공간인 울산공업단지를 분석한다. 구체적으로는 해방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되었던 울산정유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초점에 두고, 15년 남짓한 시간 동안 이 사업에 연결되었던 다양한 스케일의 전략관계를 검토한다. 이를 통해 본 연구에서는 Van Fleet 같은 냉전 네트워크의 결절이나, 남궁연 등의 다중 스케일 행위자가 당대에 국가 간 관계나 글로벌 스케일의 사회관계를 울산이라는 특정 공간에 결속시키는 과정에 주목한다. 본 연구에서는 울산 정유공장이, 다중스케일의 경관들이 울산에 중첩해 만든 역사적 산물이란 점을 밝힘으로써, 방법론적 국가주의가 놓친 사회공간의 전략관계를 다중스케일의 시각에서 재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본 논문은 창원공단이 1973년 '중화학공업화정책추진선언'에 따라 중앙정부 주도로 '공업기지'로 일사분란하게 건설되었다는 기존 설명을 지리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비판하고, 1960-70년대 마산, 창원의 기계공단조성 과정을 새로이 해석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1960년대 기계공업육성안의 변천과 창원공단의 전사前史를 분석하는데 촛점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다중스케일적 관점에서 60년대 마산 창원지역 공단 조성 계획안의 변화를 추적한다. 둘째, 60년대 제출된 기계공업 육성안들의 내용과 이를 둘러싼 여러 사회세력들의 경합 과정을 살펴보고 그 결과가 73년 창원공단설립에 끼친 영향을 살펴본다. 세째, '4대핵공장사업'의 실패과정을 현대조선의 성공과 대비해 살펴보고 이것이 기계공업 육성에 끼친 영향을 밝히고자 한다. 이러한 사례분석을 통하여, 중앙정부의 역할에 방점이 주어진 기존 연구를 비판하고 다양한 스케일의 행위자들의 주도성을 복원하고 한국 발전주의 시기 공업단지 개발의 계급적 성격을 밝히고자 한다.
국책사업의 하나로 추진되는 대규모 공공시설을 둘러싼 갈등은 우리나라가 겪는 많은 갈등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공공시설의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와 지역공동체의 해체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하였고, 일자리와 기업의 투자를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의 경우 지역 간 경쟁이 심화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지역 간 경쟁과 갈등은 기존 연구에서 자주 다루어져 왔다. 이를테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행정적 절차 및 거버넌스, 이슈를 만들어내는 언론의 역할 등에 대한 다수의 연구가 존재한다. 본 연구는 갈등이 구성되는 공간적 방식을 분석한다. 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갈등의 공간적 스케일을 분석한 결과, 실제 신공항 입지에 따른 이익과 손해의 공간적 범역과 갈등의 주체가 되는 공간적 단위는 상이하였다. 또한, 사업의 진행 과정에서 갈등의 주체들은 이합집산을 통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킬 수 있는 공간적 단위를 구성해가는 다양한 스케일의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지역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지역개발이라는 정책의 집행과 실천의 필연적 부산물이 아닌 지역정치의 역동성과 결합하는 과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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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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