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요약/키워드: 비교문학

검색결과 216건 처리시간 0.025초

동아시아와 식민지 조선에서 크로포트킨 번역의 경로들과 상호참조 양상 고찰 (Interrelationship in the Translations of the Works of P. A. Kropotkin in East Asian Countries)

  • 김미지
    • 비교문화연구
    • /
    • 제43권
    • /
    • pp.171-206
    • /
    • 2016
  • 20세기 초 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아나키즘 사상가 크로포트킨은 아나키즘 운동뿐만 아니라 지식 사상계 그리고 문학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본고는 일본과 중국 그리고 이후 한국에서 사회주의 사상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각 방면에서 사상적 지침이 되었던 크로포트킨 저작의 수용사를 번역 양상과 번역 경로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식민지 조선에서 크로포트킨이 적극적으로 수용된 것은 오스기 사카에 등 일본의 선구적인 번역 작업들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조선어로 번역되면서 다양한 참조와 변용 그리고 자기화의 과정을 거쳤음을 알 수 있다. '청년에게 호소함'과 같은 크로포트킨의 저작은 불온 선전물 팸플릿으로 검열과 단속의 대상이었지만 여러 경로로 수입되고 또 번역되어 20년대 선전문 번역의 존재 양상을 증언하고 있다. 당시에 신문 잡지 미디어에 소개된 크로포트킨에 관한 글들은 초기의 번역들이 그러하듯이 대부분 일본어 중역이거나 초역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 중국쪽의 자료들이 참조된 경우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중국이라는 번역의 매개와 영향관계를 암시한다. 이후 1930년대에는 사상 운동의 차원에서보다는 문학자와 비평가로서 크로포트킨을 전유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이를 통해 동아시아에서 러시아 문학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주요한 통로이자 논거로서 크로포트킨이 자리하게 된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조선에서 크로포트킨 번역은 대부분 일본과 중국을 매개로 하여 동아시아에서 크로포트킨이 받아들여진 맥락 안에 놓이면서도 조선어로 번역하기라는 과제를 둘러싼 고투의 흔적들을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영상을 이용한 일본현대소설의 수업방안 - 소설이 원작인 영화작품을 중심으로 (A Study on Teaching Japanese Modern Novels by Audiovisual Materials - Focusing on the Films Based on Original Novels)

  • 김활란
    • 비교문화연구
    • /
    • 제43권
    • /
    • pp.241-264
    • /
    • 2016
  • 본고는 일본현대소설읽기라는 수업을 통해 대학의 교양문학수업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수업 방안에 대해 모색하는 것이 목적이다. 최근에는 많은 국내외소설들이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추세다. 원작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그 흥행의 영향으로 소설까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하는 등, 영상의 힘은 막강하다. 그래서 일본어소설읽기라는 교양과목 수업에서는 영상세대인 학생들의 소설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이기 위해서 일본현대소설을 영화화한 10개의 작품을 선택하여 한 학기동안 수업을 진행했다. 작품선정은 대부분 일본의 최고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순수문학분야의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아쿠다가와상과 대중문학분야에 주어지는 나오키상, 그리고 일본서점직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을 선정하여 주는 일본서점대상을 수상한 작품 중에서 선택했다. 그리고 수업에 참여했던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수업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 전에는 일본소설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이 수업을 통해 일본소설은 물론 일본영화와 일본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이 생겨났다고 했다.

마하스웨타 데비와 안젤라 카터의'아시아'읽기 -'전지구적 비교문학'의 가능성을 위하여 (Mahasweta Devi's and Angela Carter's readings of Asia: Toward the Possibility of 'Planetary Comparative Literature')

  • 유제분
    • 영어영문학
    • /
    • 제55권4호
    • /
    • pp.517-538
    • /
    • 2009
  • This study explores the possibility of finding intersections of commonness and differences between Mahasweta Devi's short stories, "The Hunt" and "Douloti the Bountiful" and Angela Carter's "Flesh and the Mirror" and "Master" in Fireworks. At appearance, Carter as a writer of Great Britains and Devi as a writer of India in postcolonial period do not seem to share any commonness. This study, however, tried to find "common differences," to quote Chandra Mohanty's terminology, as a basis of solidarity possible between these two different feminist writers. Another concept appropriated in this process of comparing Carter and Devi is Gayatri Spivak's 'planetary comparative literature,' which contends the necessity of critical regional studies and the study of Asian Literature in the study of English literature. Devi and Carter, despite their historical, geopolitical and racial differences, share commonness in depicting Asian or colonized women not only as the oppressed others but also as the subjects who show potential for resistance and independence. Carter portrays Japanese women as the colonized and oppressed others of Japanese society, even though Japan did not have any colonial history. Devi finds in the postcolonial Indian women both the oppressed in the interstice of colonial/postcolonial/patriarchal Indian history and the potential for resistance. Despite some limitation in her understanding of Asia, Carter shows her insight to accept Asia as a true origin of her self-knowledge and performativity of her woman's role. Despite their differences, these two writers use Freud's 'unheimlich' from the feminist point of view, in general. Devi's depiction of the heroine's dead body at the end of the story implicates the possibility of resistance through women's 'uncanny' bodies. Carter converts Freudian and negative connotation of woman's body into positive and comfortable 'home' as a starting point of her self knowledge.

고전소설 수업 비평 : "이야기꾼"으로서의 교사에 대한 주목 (Classic novel class criticism: teacher as a storyteller)

  • 박수진
    • 고전문학과교육
    • /
    • 제33호
    • /
    • pp.45-82
    • /
    • 2016
  • 수업은 교사와 학생의 교육적 만남을 매개(媒介)하는 학교 교육의 핵심적인 현상으로, 교과교육 연구의 중요한 대상이다. 교실 수업은 학교 교육에 기대하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장면이기 때문에, 이러한 교실 수업현상이나 교사의 수업 행위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이론이자 방법으로서 수업 비평은 긴요하다. 이에 본 연구는 고전문학교육 연구의 지평을 수업 현상에 대한 실제적이고 경험적인 연구로 확장해 나가기 위한 시도로 고전소설 수업에 대한 수업 비평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에서 수업 비평의 텍스트로 삼은 고전소설 수업은 교과서의 작품에 대한 분석적 독해를 주로 하는 전형적인 고전소설 수업이었다. 그럼에도 교사는 고전소설에 대한 학생들의 막연한 거부감을 공감으로 전환시키면서, 작품을 감상하고 내면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자칫훈고주석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고전소설 수업에서 학생들의 공감과 반응이 들려올 수 있었던 데에는 작품에 대한 교사의 안목과 경험, 문학교육적 지식과 방법 등이 작품을 읽어 나가는 수업 전반에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비교적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교사가 직접 작품의 서사를 구연(口演)해 나간 것은 고전소설 수업으로서의 그 가치와 의미를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수업 비평의 관점에 터해, 다기(多岐)한 장면으로 펼쳐지는 고전소설 수업의 실제 사례를 수집하고, 그 의미를 읽어내려는 시도가 거듭되어야 한다. 수업 비평과 같은, 수업 현상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를 통해 고전문학교육에 대한 새로운 성찰과 발견이 가능해질 것이다.

상촌(象村) 신흠(申欽)의 의고악부(擬古樂府) 창작에 미친 명대(明代) 문학론(文學論)의 영향 - 「한요가(漢鐃歌)」 18곡을 중심으로 - (The influence of the literary theory of the Ming Dynasty in Sangchon(象村) Shin-Heum(申欽)'s Uigoakbu(擬古樂府) - Focused on 「Han-Yoga (漢鐃歌)」 18 songs)

  • 정용건
    • 동양고전연구
    • /
    • 제70호
    • /
    • pp.59-89
    • /
    • 2018
  • 본고는 상촌(象村) 신흠(申欽)의 의고악부(擬古樂府)가 조선 중기 명대(明代) 복고주의(復古主義) 문학론 수용의 맥락 하에서 창작되었음을 확인하고, "한요가" 18곡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전후칠자(前後七子)가 주창한 의고적 방법론이 구체적인 작품 구현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던 정황을 살펴보았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에서 악부는 역대 여러 문인들에 의해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지어져 왔다. 그중에서도 신흠은 여타 인물과 비교해볼 때 유례없이 많은 수의 의고악부를 창작하였으며, 이전까지 이루어진 바 없었던 "한요가" 18곡 전체에 대한 의작까지 수행하였다. 그의 이와 같은 정력적인 의작 활동은 무엇보다도 조선 중기에 소개된 명대 문예 사조에 대한 깊은 관심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는 명대 전후칠자가 제기한 복고적 문학론에 공감을 표하며, 모의(模擬)의 방법을 통해 질박하고 진솔한 감정을 담지하고 있던 옛 한위(漢魏) 시기의 문학을 자신의 시대에 재현해 내고자 하였다. 이에 그는 표현 뿐 아니라 내용 및 주제의식에 이르기까지 전후칠자의 의고악부를 참조 활용하여 자신의 작품을 구성해 냈다. 이와 같은 면모는 그간 충분한 관심 속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신흠 의고악부의 창작 동기와 존재 양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근거가 됨은 물론, 전후칠자의 문학적 지향과 그들의 '모의'라는 방법론이 당대 조선 문인에게 유의미한 대상으로 인식 수용되고 있던 정황을 확인케 하는 하나의 사례가 된다.

딥러닝을 위한 텍스트 전처리에 따른 단어벡터 분석의 차이 연구 (Study on Difference of Wordvectors Analysis Induced by Text Preprocessing for Deep Learning)

  • 고광호
    • 문화기술의 융합
    • /
    • 제8권5호
    • /
    • pp.489-495
    • /
    • 2022
  • 언어모델(Language Model)을 구축하기 위한 딥러닝 기법인 LSTM의 경우 학습에 사용되는 말뭉치의 전처리 방식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 본 연구에서는 유명한 문학작품(기형도의 시집)을 말뭉치로 사용하여 LSTM 모델을 학습시켰다. 원문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와 조사/어미 등을 삭제한 경우에 따라 상이한 단어벡터 세트를 각각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전처리 방식에 따른 유사도/유추 연산 결과, 단어벡터의 평면상의 위치 및 언어모델의 텍스트생성 결과를 비교분석했다. 문학작품을 말뭉치로 사용하는 경우, 전처리 방식에 따라 연산된 단어는 달라지지만, 단어들의 유사도가 높고 유추관계의 상관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면상의 단어 위치 역시 달라지지만 원래의 맥락과 어긋나지 않았고, 생성된 텍스트는 원래의 분위기와 비슷하면서도 이색적인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문학작품을 객관적이고 다채롭게 향유할 수 있는 수단으로 딥러닝 기법의 언어모델을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중국의 초등학생 필독목록 조사 분석 (A Investigation and Analysis List of Required Reading for China's Elementary School Students)

  • 한미경
    • 한국비블리아학회지
    • /
    • 제27권3호
    • /
    • pp.295-319
    • /
    • 2016
  • 이 연구는 중국 어문교육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독서교육과 초등학생 필독목록 고찰을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2011년 제정된 어문교육과정표준의 교과외독서목록과 중국 교육부 추천의 2012년과 2015년의 초등학생 필독목록을 조사 및 비교 분석하고, 나아가 교과외독서목록과 2종의 교육부 추천 필독목록을 비교 분석하였다. 2종의 필독목록 조사 결과 장르별로 동화류와 과학도서류가 많았으며, 나라별로 영국도서가 많았으며, 교과외독서목록과의 비교 결과 해외도서와 중국저자의 반영률이 높았으며, 당대문학작품류와 과학류의 반영이 높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중국저자와 중국 동화 및 당대 문학작품 등에 대한 연구와 다양한 주제에 대한 연구와 추천을 제안하였다.

20세기 중반 청송 지역의 고전소설·가사의 향유 양상 (A Study on the Enjoyment Modes of Classic Novels·Ga-Sa in Cheongsong of the Middle of the-20th Century)

  • 권미숙
    • 고전문학과교육
    • /
    • 제33호
    • /
    • pp.211-253
    • /
    • 2016
  • 문학 작품은 그것을 향유하는 계층에 따라 향유 방식과 텍스트 등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문학 작품의 향유 방식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었다. 그런데 현재처럼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문학 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것과 달리 20세기 중반 즉 1950~1960년, 1970년대까지 문학 작품은 누구나 다 향유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것을 아는 방법은 실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을 만나서 확인하는 것밖에 없을 것이다. 본고에서는 경북 북부 내륙 지역, 영덕과 울진의 사례 조사에 이어 청송지역에서는 고전소설이 어떻게 향유되었는지를 2015년 3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청송에서의 현지 조사를 통해 살펴보았다. 그 결과 청송 지역은 고전소설 향유 양상에 있어 북부권과 남부권이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북부권이 반가의 양반이라는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가사나 고전소설의 향유층을 형성한 반면, 남부권에서는 반가나 동성의 집성촌이라는 의식을 찾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고전소설을 향유한 계층도 거의 없었다. 이는 사회 문화적인 문제와 경제적 이유가 어느 정도 작용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청송 지역도 경북 북부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고전소설과 가사에 대한 장르 인식에 따른 이중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경북 북부의타 지역과 달리 고전소설에 대한 거부감이나 가사에 대한 무조건적 자긍심 등이 눈에 띄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 예로 청송 지역에서는 고전소설을 주로 향유한 계층에서는 고전소설 작품이 비교적 다양하게 읽히고 있었는데 비해 가사를 주로 향유한 계층에서는 작품의 다양성이 없었다는 점을 들수 있겠다. 가사는 겨우 <한양가> 정도만 거론되고 있었다. 고전소설의 향유에 있어서 송소고택과 찰방공종택은 같은 가문이고 동시에 이웃해 있으면서도 고전소설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하고 있었다. 송소고택에서는 어른들이 고전소설을 비교적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었기에 소설에 대해 부정적 시각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찰방공종택의 경우 시어른들이 고전소설은 전혀 읽지 않았지만 가사는 직접 지어 읽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향유했다. 이 두 사례는 같은 집안이면서도 고전소설에 대해 어떻게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청송 지역의 고전소설 향유 양상에 대한 실증적 조사는 20세기 중반 고전소설이 어떻게 향유되고 있었는가를 아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아울러 현장 조사에서 일부 제보자들이 타계했거나, 혹은 나이가 많아서 기억을 잘 하지 못하는 점들을 고려해본다면 이러한 실증적 조사는 좀 더 일찍 이루어졌다면 하는 개인적 아쉬움도 없지 않다. 이제 고전소설의 향유 양상에 대해 기억할 수 있는 더 이상의 제보자들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논문이 고전소설을 다양하게 연구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황의 '연비어약' 이해와 시적 구현 (The way of Leehwang's understanding )

  • 신연우
    • 한국시조학회지:시조학논총
    • /
    • 제21집
    • /
    • pp.185-206
    • /
    • 2004
  • $\lceil$도산십이곡$\rfloor$$\lceil$언지$\rfloor$ 제6종장에는 '어약연비'가 나온다. 이 시어는 흔히 이황의 성리이것은 이황의 문학을 이해하는 주요 어휘로 생각된다. 이 어휘는 이황의 사상과 문학이 만나는 접점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보이고자 한다. 먼저 시경과 중용의 원문을 보고 정호와 주희의 주석을 살핀다. 원문과 해석 사이의 틀을 주목한다. 이를 이황이 수용한 양상과 시작품의 내용을 살핀다. 사상과 문학이 만나는 지점을 고찰한다. 이어서 이언적과 이이가 그 어휘를 사용한 방법과 비교해 이황 문학사상의 특징을 드러낸다. 연비어약은 언어를 넘어서는 유학의 절대적 경지를 대표하는 어구이다. 이는 $\lceil$시경$\rfloor$ 본래의 뜻에서는 벗어났지만 $\lceil$중용$\rfloor$ 이후로 궁극적 실체로서의 도체를 형용하는 관습구가 되었다.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경지를 언어로 나타낼 수 없는 것은 불교나 도교에서 뿐 아니라 유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로 나타낼 수밖에 없음도 마찬가지이다. 연비어약은 바로 그러한 점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되었다. 연비어약 자체가 언어로 나타낼 수 없는 본체를 언어로 표현한 것이라서, 이론적 설명과 시적 형상화 양쪽으로 나타나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론적 설명으로는 어떻게 해도 그 궁극처를 형용할 수 없으므로 시적 형상화는 필연적인 것이다. 연비어약 자체를 시로 수용하려는 노력이 이언적이나 이황 같은 주리적 성향의 성리학자에게 나타난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황은 언어를 넘어서는 경지라 해도 도덕적 경지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해석을 보여준 것으로 특이하다. 연비어약을 자연의 생기의 활발함에서 그치지 않고, 자연이 위와 아래의 질서를 구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자연이 그러하듯이 인간에도 상하의 질서가 엄존함을 보고 있는 것이다. 불교에서라면 솔개가 물 아래 놀고 물고기가 하늘을 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황의 지적은, 불교에 대한 정확한 이해이면서 그것으로는 인간 사회의 질서를 마련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황의 생각에 유학은 불교의 그 경지를 포함하면서 사회 구성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더 낫다는 것이다. 이황이 연비어약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여러 편의 시로 나타낸 이유가 여기 있다. 사 계절의 질서와 연비어약의 약동이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아는 것이 $\lceil$도산십이곡$\rfloor$ 시가 드러내고자 하는 이치이다. $\lceil$도산십이곡$\rfloor$은, 살아서 만물을 낳으면서 동시에 질서와 조화를 구현하는 세계의 근원적 모습을 사람들이 알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낸 시이다. 그 점을 자연과 고인의 길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알아야 한다고 설득하면서 자연과 도덕을 융화하고 있는 시이다.

  • PDF

왜 춘향은 춤을 추는가(II) - 판소리<춘향전>과의 대비를 통한 한국발레의 창작방안 연구서설 (What is the reason Chunhyang dances?(II) -An Introduction to the creative way of Korean Ballet by the contrast with Pansori Chunhyang-jeon)

  • 임형택
    • 공연문화연구
    • /
    • 제32호
    • /
    • pp.305-332
    • /
    • 2016
  • 이 글은 오늘날의 시각 중심 시대에 문학이 요동하는 주요인의 하나로 영상 미디어-테크놀로지에 의한 '몸'의 부상을 꼽고, 그에 따라 '문학미디어'로서의 몸 -몸의 문학적 현상과 기능- 을 연구하는 연속적 연구의 두 번째이다. 필자는 연구의 구체적 역사적 이론적 지평을 확보하기 위해 판소리와 발레의 대비 연구에 먼저 착안했었다. 그 과정에서 한국 고전 서사에 기반을 둔 한국 창작발레가 글로컬 문화 콘텐츠로서 조명되었으며, 한국발레의 진정한 개성과 정체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한국 고유의 리듬과 선율이 원용될 필요성이 제기됐었다{이상 '왜 춘향은 춤을 추는가(I)'}. 그것은 곧 판소리의 장단과 창으로서, 이 글에서는 그 주장을 강화 및 공식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논거들을 보완하는 한편, 판소리가 실제로 사용된 한국 창작발레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앞으로 장단과 창이 어떻게 적절하게 원용됨으로써 한국창작발레의 향상이 이뤄질 수 있는가를 거시적으로 가늠해보고자 하였다. 현재까지는 한국 창작발레에서 판소리가 일종의 시각적 효과 -이색적인 요소로서 단지 뵈어지고 들려지는 것- 를 주로 거뒀다고 할 수 있었다. 따라서 그것을 넘어서 동작과 안무에 작용하는 판소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부분적 적용에서 정제되어 전반으로 확장되는 방안이 모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