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물결이 가져온 다양한 문화적 교류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현상을 바라보고 전달하는 적절한 렌즈(lens)가 필요하다. 어떠한 렌즈를 통해 보느냐에 따라 이해의 폭과 깊이가 매우 상이하다. 번역은 바로 언어의 장벽이 존재하는 세계를 서로 소통시키는 렌즈라고 간주할 수 있겠다. 세상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다양한 문화적 잣대 중 문학은 각 사회가 지닌 지적이자 예술적이며 사회의 전체적인 생활 방식이 결합된 일종의 보편적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 복합체인 문학을 전달하는 것, 즉 다른 언어권의 사람들에게 우리 문학의 가치를 소개하며 인식케 하는 것은 올바른 번역에서 시작된다. 번역가는 단순한 전달자가 아닌 문학의 전도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문학의 번역화 과정은 단순한 언어적 능력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번역가의 다양한 재능이 요구되는 고난도의 인문학적 행위라 말할 수 있다. 루마니아에서 올바른 한국문학 번역가는 한국과 루마니아의 문화적 틀 내에서 다양한 재능과 사회화 경험을 갖춘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각 나라마다 번역 환경의 요구 사항이 다르듯이 루마니아가 수용하고자 하는 해외 번역문학의 패러다임도 특징이 매우 분명할 것이다. 이러한 것을 인지한 후 한국문학의 가치를 루마니아에 전파해야 하겠다. 번역가는 또 하나의 원작을 창출하는 존재이다. 이것을 염두에 두고 루마니아 내 한국학 교육도 올바른 번역가 양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90년대 번역문학의 가장 큰 수확은 다양한 언어권의 문학이 소개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영미권에 편중됐던 것이 동구.남미는 물론 이란.터키 등 생소한 나라로까지 넓어졌다. 거대담론에서 미시담론으로 옮아온 사회적 분위기는 하루키 소설을 필두로 한 사소설 성향의 일본 현대문학의 인기로 이어졌고, 개인적이고 감각적인 책읽기는 법정.의료 추리소설과 최루성 멜로붐을 끌어냈다. 한편, 19세기 대문호들의 전집 출간 작업도 활발했다. 괴테.울프.헤세.카프카 등이 오랜 준비 끝에 전집의 결실을 맺거나 출간을 기획.시작했다.
20세기 초 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아나키즘 사상가 크로포트킨은 아나키즘 운동뿐만 아니라 지식 사상계 그리고 문학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본고는 일본과 중국 그리고 이후 한국에서 사회주의 사상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각 방면에서 사상적 지침이 되었던 크로포트킨 저작의 수용사를 번역 양상과 번역 경로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식민지 조선에서 크로포트킨이 적극적으로 수용된 것은 오스기 사카에 등 일본의 선구적인 번역 작업들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조선어로 번역되면서 다양한 참조와 변용 그리고 자기화의 과정을 거쳤음을 알 수 있다. '청년에게 호소함'과 같은 크로포트킨의 저작은 불온 선전물 팸플릿으로 검열과 단속의 대상이었지만 여러 경로로 수입되고 또 번역되어 20년대 선전문 번역의 존재 양상을 증언하고 있다. 당시에 신문 잡지 미디어에 소개된 크로포트킨에 관한 글들은 초기의 번역들이 그러하듯이 대부분 일본어 중역이거나 초역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 중국쪽의 자료들이 참조된 경우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중국이라는 번역의 매개와 영향관계를 암시한다. 이후 1930년대에는 사상 운동의 차원에서보다는 문학자와 비평가로서 크로포트킨을 전유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이를 통해 동아시아에서 러시아 문학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주요한 통로이자 논거로서 크로포트킨이 자리하게 된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조선에서 크로포트킨 번역은 대부분 일본과 중국을 매개로 하여 동아시아에서 크로포트킨이 받아들여진 맥락 안에 놓이면서도 조선어로 번역하기라는 과제를 둘러싼 고투의 흔적들을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이 글은 재일조선인 문학의 '조국'에서의 문화번역이라는 관점 아래, 그 공간을 '전후 일본'에서 '분단 조국'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의 일부로, 북한의 출판 및 인쇄 시스템을 통해 재일조선인 문학이 월경하는 과정에 주목하며 '공민문학'의 함의를 분석한다. 1965년평양에서 발행된 「조국의 빛발아래」는 북한 최초의 '재일조선인소설집'으로, 임경상, 박원준, 이은직, 김재남 등의 조선어 작품들이 재수록되었으며, 유일하게 김달수의 「밤에 온 사나이」 만이 일본어 단편 「夜きた男」의 조선어 번역으로 수록되었다. 남한에서 일본으로 밀항해온남자가 4.19를 계기로 역밀항한다는 「밤에 온 사나이」의 이동 방향은, 북한 내에서 4.19를 계기로 남한의 단독혁명을 인정한 대남(對南) 정책 드라이브를 미묘하게 보충한다. 그러나이와 같은 정치담론의 보충은, 번역과 일본어 컨텍스트의 적극적인 생략을 필요로 했다. 한편, 「조국의 빛발아래」 출간 이후 수차례 북한에 소개된 이은직은, 1984년에 개인 소설집 「임무」를 평양에서 출간한다. 2002년에는 미발표 장편소설인 「한 동포상공인에 대한이야기」를 평양에서 출간하는데, 그는 같은 해 어느 인터뷰에서 '지금도 북조선 재외공민인가'라는 질문에 북한 출판 과정에서 겪었던 검열과 개입에 관한 일화로 그 답을 대신하기도했다. 남한 인민들의 혁명적 각성과 성장 과정을 그리는 데 성공한 작품으로 언급된 「생활속에서」는 1971년 평양에서 발행된 재일조선작가작품집과 1984년 평양에서 발행된 개인소설집 「임무」에 수록된다. 최초의 판본인 1967년 「문학예술」(도쿄) 판본에서 1971년(평양) 판본으로의 개작은 크게 ①남한의 '선진성'을 연상시키는 부분의 삭제, ②박정희 정부의 '괴뢰성' 강조, ③북한의 실재성 강조라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1984년(평양) 판본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1967년본과 1971년본에서 '애국자'로 언급된 바 있는 이순신 관련 내용이 삭제되었다는 점이다. 이 삭제는 1973년 도쿄에서 발행된 판본에서부터 이어진것으로, 박정희정권이 이순신을 반공과 국토통일의 선구자로 영웅화했던 사실과 관련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 포함된 일본-남한-북한을 넘나드는 공간적 이동과 언어체계 및 양식적이동의 복잡성은, 적극적인 포섭/ 배제의 원리로 형성된 '공민문학'의 공간에서는 좀처럼 논의되지 못했다.
외국문학은 디지털콘텐츠의 경우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번역, 문학의 시공간을 현재에 공간으로 다양하게 접근시켜 가보고 싶은 곳으로 이끈다. 작품을 체계적인 분류를 통해 상징적인 코드를 수용자의 선호도를 바탕으로 정보를 나열하고 재조립하고 수용자 스스로가 상징적인 코드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바로 문학지도의 개발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대학도서관에 서양서와 그것을 번역한 번역서가 함께 소장되어 있을 때, 도서관 이용자들이 교양 목적으로 도서를 대출하는 경우와 학술목적으로 도서를 대출하는 경우에 서양서와 번역서의 이용률이 어떻게 다른지를, 철학 및 문학 분야를 대상으로 조사하여 밝히는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전산화된 3개 대학도서관의 컴퓨터 안에 담겨져 있는 대출 기록들을 활용하여 필요한 데이터가 추출되고 그 데이터가 통계 처리되고 분석되었다. 그 결과 교양 목적으로 도서를 이용하는 경우와 학술 목적으로 도서를 이용할 때 원서 및 번역서의 이용률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 분야는 영문학, 독문학, 불문학 등의 학문 분야이고 유의한 차이가 없는 분야는 철학 분야로 밝혀졌다.
이 글은 스탠포드대학 후버 아카이브에 소장되어 있는 아시아재단의 컨퍼런스(conference) 분야 중 제29차 도쿄 펜대회 관련 파일을 중심으로 펜클럽 지원의 배경과 의미를 무엇보다 냉전문화라는 맥락에서 고찰한 것이다. 특히 도쿄 펜대회의 성격이 구체화되고 규모가 확장되는 여러 계기와 진행 과정을 살피는 가운데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집중된 서류를 검토할 수 있었다. 가령 노벨 문학상 수상에서 가시화된 일본문학의 저력이 다름 아닌 펜클럽 회장으로서 야스나리의 문화적, 정치적 행적이나 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도쿄 펜대회에서 그가 아시아문학과 세계문학 사이의 가교로서 일본의 역할을 강조하는 부분은 국제적 프로젝트, 곧 79개국이 공동 결의한 유네스코의 「동서문화교류 십년 계획 실천안」(1957~1966)을 수행하는 내용과 부합한다. 물론 여기에 천착하여 펜클럽과 아시아재단의 원조를 살핀 것은 아니지만 미국 냉전정책을 중심으로 중심부-주변부 문학의 심상지리가 재편되는 계기 중 하나가 제 29차 도쿄 펜대회였음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반둥회의를 비롯해 신생 독립국 간의 국제회의가 순차적으로 개최되는 가운데, 국제 펜대회가 최초의 개최지로 아시아-일본을 결정한 점은 주목된다. 아시아재단은 냉전기에 아시아 주요 국가의 재건사업과 반공교육, 문화활동 등을 지원했던 미국의 비영리 단체로서, 피원조국에 사무실을 마련해 각종 문화원조 프로그램에 대한 현지 문인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했고, 한국의 경우에 그 원조 시스템은 무엇보다 한국문학의 국제적 저변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가령, 한국문학의 해외 번역 및 소개가 제도적으로 안착된 것은 아시아재단의 원조와 개입을 통해 1954년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가 창설된 이후부터였다. 한국 펜의 활동은 주로 한국문학의 특수성 또는 동양문학의 이질성을 특화해 수출하는 문화번역의 형태를 취했다. 그런 점에서 제29차 일본 국제펜대회(1957)에서 통과된 <번역에 관한 결의안>이 중요하다. 여기서 아시아문학과 세계문학 사이의 가교로서 일본의 역할이 강조되었고, 특히 일본 펜클럽 회장인 가와바타 야스나리(Kawabata Yasunari)의 역할이 부각되었다. 이 논문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도쿄 펜대회(1957) 이후 달라진 한국 펜의 사업 내용, 아시아발 번역 및 관련 서평의 증가 양상 등을 검토했고, 더 중요하게는 1959년 『엔카운터』에 실린 황순원 문학의 해외 수용 과정을 통해 1950년대 미국원조의 결과로서 형성된 해외 번역 장을 살펴보았다.
이 논문은 한국고전문학의 영역(英譯)에 대해 논의한 것이다. 영역(英譯)에 대한 논의 범주를 소설에서 확장하여 인물전 작품의 영역(英譯) 양상과 번역 태도를 살피고자 하였다. 논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The Classical Novels of Korea"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발행한 한국문화예술에 대한 소개 시리즈 총서의 두 번째 책이다. 이 책에 5개의 작품이 영역되어 있는 데 그 가운데 이인전류 <장생전>, <검승전>, <오대검협전>을 논의하였다. 이들의 영역(英譯)은 번역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양상과 동일하였다. 생략과 첨가, 의역과 오역 현상이 나타났다. 보다 주목할 점은 이인전에 대한 번역 태도에 있다. 사건의 나열과 포폄의식으로 특징지어지는 전의 양식적 특징은 약화되고 이야기성이 강화되는 방향에서 서사성이 원텍스트 보다 더욱 강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한국문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고자 하는 "The Classical Novels of Korea"의 번역 목적에는 부합하는 것이다. 다만, 학습 및 연구 목적을 두고 이인전류가 영역(英譯)될 때는 전(傳)의 양식적 특징과 주제의식이 드러날 수 있도록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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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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