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동아시아적 사유를 통해, 소통적, 관계적, 자율적, 대안적인 각도에서 판에 박힌 공동체 이념을 성찰하려는 것이다. 공동체란 이 세상의 주체인 내가 타자를 만나 서로 공통된 목적을 달성하려는 집단적인 형태의 공간이다. 그 공간은 국가, 사회, 민족일 수 있겠지만, 지역 문제, 생태, 환경을 다루거나 동호회와 같은, 사람의 몸과 마음이 바라는 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느 면에서 공동체는, 제도적인 측면의 국가나 이념적이고 상상적인 민족 공동체와 달리, 개체적인 인간 삶에 주안점을 둔다. 그것은 정해진 제도에 따라 인위적이거나 일률적인 시스템이 작동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의 몸과 마음이 사랑하고 욕망하는 영토를 마련해주는 곳이어야 한다. 그런 공동체에서는, 참여자의 자율적 생명의 기운이 세상에서 관계적으로 역동하고, 거기에 설사 지도자가 있더라도 '무위'의 정치만 있어서 개개인의 의지가 현실화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렇듯 사람이 본성대로 살 수 있으며 그 취향을 펴는데 장애가 없는 공동체를 희구한다면, 이는 동아시아 사유에서 그 이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며, 그런 공동체 이념은 우리 시대에 대안적 성격을 지니고도 남을 것이다. 이 논문은 이 같은 점에 유의하여 공동체의 의미를 접근한다.
21세기 동아시아의 '화해와 평화'는 역사적 과제이다. 기록공동체 또한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해야 하며, 문제의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동아시아 담론'의 연장선상에서 기록학계의 과제를 동아시아 기록공동체 형성 문제로 설정하고, 그 필요성과 형성 방향, 프로세스 등을 살펴보았다. '민주적인 책임'과 거버넌스를 매개로 한 동아시아 기록공동체 형성과정은 그 자체가 각국 내부의 기록관리 민주화 과정이기도 하다. 비공개 기록의 공개, 상호 작용을 통한 '민주적' 아카이브로의 변화, 이를 바탕으로 한 왜곡된 과거사 청산 등은 동아시아 기록공동체 형성이 필요한 분명한 이유이다.
현재 동아시아에서는 경제통합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1997년 발생한 동아시아 통화위기는 역내에서 제도적인 협력체 형성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 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후 ASEAN+3 정상회의가 정례화 됨으로써 지역경제협력 및 경제통합 논의가 시작되었다. 또한, 동아시아에서는 역내외 다국적기업이 직접투자를 통해 생산공정을 역내 산업집적지에 분산(fragmentation)시키는 공정간 분업체제가 국제적 생산·유통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서 경제통합을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역내 네트워크는 각국·지역간 FTA체결을 통해 강화되었고 경제관계의 심화로 연결되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는 지역 내 경제격차, 문화의 다양성과 사회·정치제도의 차이, 역사적 화해 등 산적한 문제를 가지고 있어 경제공동체 구성의 앞날이 순탄하지 못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동아시아 지역협력강화 현황을 살펴보고 EU의 경제통합 성공사례의 시사점을 통해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형성의 가능성과 구성의 논점을 고찰한다.
2017년 창설 50주년을 맞은 아세안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아세안공동체(ASEAN Community)가 2015년 말 공식 출범한 이후 비전 실현에 대한 기대와 급변하는 역내외 환경에서의 효율적 대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 글은 변화와 연속성을 중심으로 2016년 아세안공동체 추진 현황과 대외관계를 고찰하고자한다. 첫째, 지역적 차원에서 아세안공동체로의 제도화과정과 기능적 협력 현황을 살피고자한다. 최근 아세안 회원국의 국내정치변동이 아세안방식의 수정에 대한 압력으로 대두될 가능성을 지적하고자한다. 둘째, 아세안 대외관계의 특징으로 변화보다는 연속성에 주목할 것이다. 아세안 대외관계의 양태는 전형적인 갈등회피적 양상과 현상유지적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개발 협력 의제에 집중했다. 이러한 입장은 아세안의 단결(unity)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으며 아세안 엘리트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인 지역 회복력(regional resilience)을 추구함에 있어 유용함을 주장하고자 한다.
2050년경 중국이 21세기의 글로벌 가버넌스를 바꾸게 될 전망이다. 중국의 부상은 다른 개도국들에게 중국식 발전모델을 제공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의 '평화적 부상'전략에는 긍정적 요소와 장애적 요소가 동시에 존재한다. 중국부상의 긍정적 요인으로는 개혁개방 정책의 성공과 경제적 상호의존의 심화로 구축된 중국경제의 세계화, 공산당의 통치 이데올로기 수정과 문화 민족주의의 적절한 이용으로 달성된 중국정권의 안정성, 그리고 유교사상의 활용과 인적자본의 강화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 파워의 제고를 들 수 있다. 중국의 대국부상은 동아시아에서의 강대국 지위를 회복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중국에게 동아시아는 지속적 성장을 담보하는 생존권역(lebensraum)이다. 이를 위해 지역 경제협력의 제도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ASEAN이 추구하는 동아시아 공동체의 핵심가치는 상호존중, 공동번영과 평등주의,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는 다원주의(pluralism)인데 중국의 정책인 조화로운 세계, 평화공존과 가치관이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이 공통된 가치를 통해서 동아시아 지역의 긴장해소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인 성공과 소프트 파워를 앞세운 지역패권 전략으로 과거의 영광스러운 지위를 되찾으려 할 것이다. "동아시아에 근거를 두고 세계로 나아간다"는 동아시아 전략의 성공을 기반으로 세계규칙의 조정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은 중국의 '평화적 부상'전략의 최대 수혜국이 될 것이다. 중국의 부상이 주변국, 특히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심대한데, 현재보다 상품 이동, 노동력 이동과 양국간 자본이동의 규모가 훨씬 더 커져 육상, 해상에서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중국은 지역무역협정 체결으로 상호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 논문은 동아시아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연령 및 세대코호트(cohort)효과에 대해 분석한다. 또한 이 논문은 동아시아 지역정체성이 한국인이라는 국가정체성(national identity)의 정도와 어떠한 방식으로 연관되는가를 분석한다. 2008년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동아시아연구원에서 실시한 한국인 여론조사 데이터에 대한 분석은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경험적 발견을 제시한다. 연령이 높을수록 동아시아정체성의 정도가 더 강하게 나타나며, 국가정체성이 강할수록 강한 동아시아정체성을 지니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험적 발견은 서구를 대상으로 한 기존연구들의 발견과는 다른 패턴을 보이는 것이다. 첫째, 한국의 경우 젊은 층이 아니라 경제적 자원이 어느 정도 있는 연령층이 더 초국가정체성을 지닌다. 둘째, 일반적인 동북아공동체에 관한 연구의 논의와 다르게, 이 연구는 강한 국가정체성이 동아시아 지역정체성과 상보적(complementary)이라는 점을 제시한다. 이 연구는 동아시아지역통합의 이론적, 정책적 모색과 동아시아 지역 내 강한 민족주의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미시적 기초를 밝혀준다.
본고에서는 청말(淸末)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널리 유행한 황제신화(黃帝神話)와 전통적인 황제(黃帝)전설과의 괴리를 살피고, 나아가 근대중국 '네이션(민족)'구조 형성의 역사과정과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모순, 또 그로 인해 야기되었던 수많은 사회적 충돌에 대해 살피고자 하였다. '네이션(혹 민족)'은 일종 '상상(想像)의 공동체'로서 근대적인 창조물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상상'을 하는 행위자들은 항상 그 시선을 아득히 먼 과거에로 돌리고자 한다. 즉 민족의 기원에 확실한 '역사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황제(黃帝)'라는 존재가 바로 이러한 청(淸)왕조 말기라는 시대상황의 수요에 의해 '중화민족'의 시조로 정립되었던 것이며, 20세기 중국 민족의 기호[심볼]로 자리매김하였다. 황제(黃帝)라는 이 기호[심볼]를 중심으로 한 중국 민족의 창조는 청(淸)의 통치를 종식시키고자 한 반만혁명(反滿革命)이라는 현실 정치에 그 목적을 두고 있었으며, 혈연적인 연관성에 바탕을 둔 배타적인 공동체 구성에 불과할 수밖에 없었다. 민족에 관한 '상상'은 단선적으로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 논란의 초점으로 된 '황제기년(黃帝紀年)'과 '공자기년(孔子紀年)'의 논쟁은 두 가지 서로 다른 민족관념의 충돌이었다. 또 일부 한족(漢族) 지식인들은 '황제(黃帝)'의 종족개념을 확대하여 '대민족주의(大民族主義)'로써 '소민족주의(小民族主義)'를 대체하고자 하였다. 일부 만주족(滿洲族) 출신의 학자들도 '황제(黃帝)의 후예'임을 자처하면서 스스로의 역사기억을 새롭게 쓰고자 시도하게 된다. 결국 근대 중국의 민족구조를 당시의 정치 문화적인 상황과 연관시켜 분석해봤을 때, 지극히 구조적인 기호[심볼]로써 '황제(黃帝)'관념은 사실상 여러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시키고자 각축전을 벌였던 하나의 치열한 투쟁의 장(場)이었던 것이다. 한 중 일 동아시아 3국은 역사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이성적(理性的)인 접근보다는 항상 민족주의라는 감성적(感性的)인 목소리를 앞세우곤 한다. 특별히 중국은 경제대국화와 함께 사회 구성원들의 이탈을 방지하고자, '중화민족'이라는 가상의 공동체 형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이러한 시도가 극에 치달을 경우, 자칫 동아시아에 커다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역사적 경험으로부터도 충분히 짐작 가능한 것이다. 역자(譯者)로서는 이러한 서양에서 이미 거의 폐기되다시피 된 구시대적인 민족주의 일변도의 접근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베네딕트 엔더슨의 "상상의 공동체(민족주의의 기원과 전파에 대한 성찰) Imagined communities: reflections on the origin and spread of nationalism" (윤형숙 역, 나남출판, 2002)가 한국 학계에 널리 소개면서 민족주의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민족주의에 관한, 특히나 중국의 민족주의의 형성에 관한 본고가 가져다주는 의미 또한 남다르다. 물론 본고 역시 이론의 틀은 "상상의 공동체"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그러한 이론의 틀에 '중국민족의 형성' 이라는 구체적인 사례를 끼워 맞춰 봤을 때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사실'과는 전연 다른 새로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참신한 시도라고 보아진다. 따라서 이러한 이론의 틀에로의 대입이, 비단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우도 검토해볼 계기를 마련해 주지 않을까 생각하는 바람에서 본고를 번역하여 학계에 소개하고자 한다.
본 논문은 21세기 가장 두드러진 담론의 하나인 정체성의 문제를 국제적 차원에서 탐구하고 자 한다. 권력에 경도된 글로벌리제이션에 대안으로 지역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가 속한 아시아 지역의 문제를 정체성의 시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세계 지역 중 공동체적 속성이 가장 약한 고리인 아시아가 밑으로부터의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한 것은 소위 한류에서 비롯된다. 본 연구는 한류 현상을 경제적 혹은 국가주의적 성과로 평가하는 것은 이에 연루된 국제적 차원의 역사적 사회적 복합적인 권력 관계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본 연구는 구체적 현실에 접근하기 위해 아시아 수용자 연구를 시도하였다. 아시아 수용자 중 가장 유사성이 높은 동아시아에 한정하여 중국과 일본 수용자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수용자 조사에는 특히 현재 높은 인기를 보이는 역사 드라마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이는 장르와 기술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가장 두드러진 장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시아 수용자들이 한국 역사 드라마의 이데올로기를 구체적인 수용 과정에서 어떻게 해독하는지는 흥미 있는 연구문제가 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정체성의 문제에 최고의 성과를 보이는 라깡의 이론을 사용하였다. 특히 집단 정체성의 문제를 보기 위해 정신분석학을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한 들뢰즈와 가타리의 이론을 기반으로 연구하였다. 또한 집단 정체성을 역사적으로 구현한 민족주의 논의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초국적 민족주의 이론을 보완적으로 사용하였다.
최근 포스트휴머니즘은 오늘날 북아메리카와 서유럽을 비롯하여 동아시아 학문 공동체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포스트휴머니즘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NBIC기술의 융합으로 사유와 논의가 가능해진 개념이다. 포스트휴머니즘는 기존의 휴머니즘 그리고 트랜스 휴머니즘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서구 휴머니즘 전통의 핵심은 17세기 합리주의 정신에 이르러 하나의 절정을 이룬다. 논자는 오늘날 뜨거운 화두인 포스트휴먼 논의의 발단은 서구 모더니티로부터 비롯된다고 본다. 기술의 융합적 발전이 인간, 인간의 본질, 인간의 정의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NBIC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융합은 인간을 변화시키고 있음은 분명하다. 우리는 그것을 트랜스휴머니즘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이제 인류문명은 트랜스휴머니즘을 넘어서 각종 보철술이 인간의 몸을 대신하는 포스트휴먼으로 진화 가능한 단계로 접어들었다. 기술의 급진적인 발전으로 기존의 근대적 재현과 표상, 상징체계가 바뀌는 것이다. 미셀 푸코는 '이를 두고 '근대적 인간의 소멸'을 예견한 바 있다. (1) 우리는 이 시점에서 이러한 급진적이고도 근본적인 변화를 촉발하는 '기술혁명' 시대에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적인 적인 것은 무엇인가'에 관한 이른바 인간학적 지평에 대환 논의가 긴급하다고 판단한다.
2017년 동남아의 정치경제는 대미의존적 안보질서와 대중의존적 경제질서가 중첩하는 역설적 '이중질서'로 요약되는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조건에서 전개된다. 경제발전의 지속적 진전과 정치발전의 만성적 부진이 날카롭게 엇갈리는 동남아의 두 얼굴은 동남아와 동북아를 포괄하는 동아시아의 두 얼굴을 충실하게 반영한다. 정치적 차원에서, 전체주의의 향수를 떨쳐내기 어려운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구사회주의권은 전체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의 완충지대에 서식하고, 민주주의의 명분을 저버리기 어려운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원자본주의권은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의 회색지대를 전전한다. 경제적 차원에서, 계획경제의 거대한 유산을 포기하기 어려운 구사회주의권은 신국가주의적 '베이징 콘센서스'로 분장되는 중국형 국가자본주의의 은밀한 유혹과 타협하고, 시장경제의 화려한 신화를 외면하기 어려운 원자본주의권은 신자유주의적 '워싱턴 콘센서스'로 포장되는 미국형 자유자본주의의 오만한 압력에 노출된다. 그에 따라 동남아의 지역통합을 대변하는 아세안 공동체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경쟁적 협공에 따라 '신냉전'의 부상이 예감되는 전략적 곤경에서 끊임없이 부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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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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