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은 공동체에서 비로소 등장한다. 공동체는 자신의 존속과 발전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공동체의 구성원인 개별자들은 또한 각각이 자신의 존속과 발전을 추구한다. 도덕은 개인의 이익과 공공선의 갈등 상황에서 요청된다. 도덕철학들은 개인을 도덕적 의무의 담지자로 규정하여 도덕의 수행을 요구하기도 하고, 이기적 욕망의 소유자로 인정하되 합리적 판단을 통한 도덕의 선택을 요구하기도 했다. 본고는 이런 입장에서 우선 인간을 이기적 욕망의 권리자로 규정한 순자 도덕철학을 분석하고, 그러한 규정이 공공선의 달성이라는 근본적 목적 사이에 어떤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지를 검토한다. 순자 철학에서 이기적 인간이 가진 행위는 오직 욕망의 추구라는 하나의 동력만을 가진다. 순자는 더 이롭다는 것으로 예의의 준수, 곧 도덕의 선택을 장려한다. 이로부터 두 가지 이론적 문제가 발생한다. 그 문제란 곧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유일한 추동력으로 삼는 인간관으로부터 야기되는 도덕적 선택의 동기 부재 문제와 도덕을 선택의 영역에 둠으로써 위반자에 대한 처벌이나 비난, 나아가 도덕의 강제가 불가능하다는 문제이다. 필자는 전자에 대해 도덕적 행위에는 극단적 상황에서의 영웅적 행위와 일상적 상황에서의 소극적 준수 행위가 있으며, 영웅적 행위의 어려움이 소극적 준수조차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일정정도의 해명을 시도했다. 다음으로 위반자에 대한 처벌이나 비난이 불가능하고 이에 따라 도덕이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그러한 문제제기가 사실은 도덕의 수행에 타율을 필수적인 것으로 전제하는 입장에 기인한 것임을 지적하였다.
18세기의 칸트는 당시의 자연과학은 올바른 방법론의 정립으로 말미암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형이상학(제일철학)은 엄밀한 학적 토대를 구축하지 못하여 '독단론'과 '회의론'이 전제하는 분쟁이 그치지 않은 싸움터에 불과하다고 인식하였다. 따라서 칸트는 엄밀한 이성의 자기비판을 통해 형이상학 및 인식의 가능성 문제를 제기하였으며, 이성의 월권적 사용에 의해 성립된 전래의 형이상학과 존재론은 선험철학으로 변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그는 도덕의 형이상학을 정초하기 위한 세 가지 정식, 즉 1) 보편법칙의 정식, 2) 목적 자체의 정식, 그리고 3) 자율의 정식을 제시하였다. 보편법칙의 정식은 도덕 혹은 윤리학이 '상대주의' 혹은 '회의주의'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필요요건이라고 할 수 있고, 목적 자체의 정식과 자율의 정식은 탈형이상학의 시대에 유일한 도덕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 착안하여 주자의 도덕철학이 칸트의 이 정식을 어느 정도 충족시키고 있는 지를 논구함으로써 그 현대적 의의를 탐구하려고 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주자의 도덕철학 또한 보편성의 정식을 충족시키고 있으며, 나아가 그 도덕 주체 또한 그 자체 내에 도덕법칙과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목적 존재라는 것, 그리고 도덕법칙을 자각하고 자기정립(위기(爲己))을 통해 그 도덕 법칙에 자율적으로 따르는 존재라는 것을 제시하였다. 따아서 주자의 도덕철학은 여전히 형이상자인 리(理)에 의해 정당화되는 형이상학적 윤리학이라는 점에서 이른바 '물자체'에 불가지론의 입장에서 '구성주의'를 주장하는 칸트의 입장과 구별된다. 그리고 주자 도덕철학의 핵심개념인 리(개념상 초월이자 현실상 내재)의 형이상학은 전래의 '초월적 이원론'과 현대의 '물리일원론'을 비판하는 제3의 입장으로 새로운 도덕의 가능성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삶을 의지현상으로 해석하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니체의 철학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삶의 가치에 대한 문제에서 니체는 쇼펜하우어를 비판한다. 맹목적인 삶에의 의지가 가져오는 고통 때문에 궁극적으로 삶에의 의지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쇼펜하우어의 입장을 니체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니체는 모든 존재를 이끌어가는 것은 삶에 대한 적극적인 긍정을 의미하는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이기 때문이다. 물론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은 이성에 대한 적극적인 신뢰에서 추상적인 개념을 통해서 인간의 삶과 세계를 묘사하려는 전통철학에 대해서 비판적이라는 점에서 긴밀한 철학적 연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삶의 가치에 대한 해석은 이들을 각자의 길로 걷게 만든다. 특히 니체는 도덕의 문제와 관련하여 쇼펜하우어의 입장을 비판한다. 계보학적 사유를 통해서 도덕의 기원과 인간의 도덕감정을 분석하는 니체는 동정심(Mitleid)을 도덕의 토대로 설정하는 쇼펜하우어에 대해서 원한감정(Ressentiment)을 도덕의 출발점으로 설정한다. 니체는 나약한 노예계급이 강자에 대한 원한감정 속에서 강자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선과 악의 개념을 만들어냈으며, 여기에서 도덕의 가치는 허구적인 기원을 갖는다고 지적한다. 니체의 이러한 해석은 도덕의 가치를 해체하며, 이러한 형태의 도덕가치는 결코 삶의 의미들을 구축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러한 도덕의 이상이 금욕적 이상과 연결될 때 그 위험성을 증가한다는 것이 니체의 지적이다. 니체는 이러한 금욕적 이상의 대표자로 쇼펜하우어의 도덕을 언급하는데, 이러한 금욕적 이상은 도덕의 가치가 어떤 식으로든 삶의 긍정을 의미해야 한다고 보는 니체의 입장에서는 해체되어야 할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도덕개념을 중심으로 쇼펜하우어철학에 니체의 비판이 지닌 특징들과 문제점들에 대해서 고찰하도록 한다.
현대에 들어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문화와 인간성의관계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문화는 인간성의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서구의 전통적인 생각이었으나, 현대의 문화상대주의적인 경향으로 인해 현대의 철학은 개개 문화가 지니는 인간성 형성 및 도덕적의미에 대해 크게 관심을 쏟지 않는다. 반면, 후설은 문화의 보편성을 주장하면서 문화보편주의적 관점에서 이른바 이상적인 도덕적 문화공동체를 추구한다. 이의 역사적, 철학적 근거가 되는 것이 고대 그리스에서 등장한 철학적 문화이다. 이 철학적 문화는 참된 인간성의 이념을 추구하면서 온 인류를 포괄하는 보편적인 도덕공동체의 정립을 지향하며 나름의 역사적인 타당성을 지닌다. 고대그리스의 철학적 문화는 인류가 나아가야 할 건전한 문화공동체의 이념을 보여주면서 문화가 도덕적 인간성의 실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 잘 보여준다는것이 후설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러한 후설의 철학적 문화에 기반한, 낙관적인도덕적 문화공동체의 이념은 하나의 이상일 뿐 현실성이 없다는 반론에 부딪힌다. 대표적으로 니버는 아무리 개인이 도덕적이라고 하더라도 공동체는 결코 도덕적일 수 없다는 주장을 편다. 니버의 주장은 일면 타당성이 있지만, 문화가지니는 도덕적, 연대적인 성격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인다. 후설의 철학적 문화공동체의 이상은 따라서 이것이 문화공동체의 성격을 지니는 한여전히 현대에서도 현실적 타당성을 지닌다.
칸트에 따르면 도덕은 단지 유익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인간의 인간다움을 지키고 보존하는 사회제도다. 그러나 이런 도덕도 병리현상을 일으키거나 동반할 수 있는데, 니체의 도덕비판을 그런 병리현상, 특히 도덕의 자기기만에 한 통렬한 비판으로 읽을 수 있다. 도덕의 구체적 병리현상에 한 니체의 비판으로부터 칸트적 입장에서 있는 사람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비판이 수행되는 기본적인 자세 및 관점과 관련해서는 끝내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할 터인데, 칸트적 입장에 따르면 도덕의 가장 근본적인 자세는 존중이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거리의 파토스"는 무시와 경멸에 기반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도덕, 윤리 교육의 위기는 학문적 정체성을 명확히 확립하지 못한 데에서 출발한다. 일제시대에는 식민지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수신'과목으로 출발하여, 미군정기 이후에는 '국민윤리'로서 개칭되면서 순수한 의미의 도덕교육과 일종의 반공교육과 정치 이데올로기 교육을 결합시켜 정체불명의 교과목을 만들어 정권 선전의 의도와 역할을 공공연히 담당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윤리교육의 학적 근거는 윤리학이며, 윤리학은 철학의 분과 학문이다. 이러한 명확한 사실을 피하기 위해서 일부 학자들은 도덕, 윤리 교과의 학제적 성격은 말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기존의 도덕, 윤리 교과의 학적 근거를 다른 학문에 나눠주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여 교육학에 교사 자격을 허용하게 만들고, 나아가 사회학에 교과가 통합될 위기에 처할 빌미를 제공해버리고 말았다. 윤리학의 모학문인 철학은 이미 고대로부터 학제적 성격이 아닌 통합학문의 이념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다른 학문들에서 학적 근거를 찾을 필요가 없다. 이제 도덕, 윤리 교육은 다시 순수한 의미의 도덕, 윤리의 역할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과거의 체제수호적인 반공교육이나 사회과학적 정치 교육은 해당 과목에 귀속시키고 윤리교육의 본래적 목적을 구현하여 현행 도덕 교과서의 학습 목표에 따라 다양한 도덕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판단능력"과 "삶의 이상과 원리를 체계화하여 실천할 수 있는 도덕적 성향을 길러" 주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 논문에서 칸트 도덕철학에서의 자율적 자유 개념의 루소적 기원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칸트가 자신의 자율적 자유 개념을 형성함에 있어서 그리고 자유를 자기 철학체계의 요석으로 간주함에 있어서 루소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루소 자유론의 어떤 측면이 칸트 자유론의 어느 부분에 영향을 주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세부적인 연구가 이루어 지지 않았다. 필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필자는 먼저 루소가 인간의 본성을 자유로 보았음을 살펴볼 것이다. 둘째로 루소의 세 가지 자유 개념을 고찰할 것이다. 루소는 자연적 자유, 시민적 자유, 도덕적 자유에 대해 고찰한다. 셋째로 칸트가 언급하는 다양한 자유 개념들을, 즉 선험적 자유, 실천적 자유, 자율적 자유의 개념들을 간략히 살펴본 뒤, 이 세 가지 자유 개념의 공통적인 요소가 자발성, 자기입법성, 보편성임을 밝힐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세 가지 요소의 루소적 기원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루소의 자유 개념을 해명하고자 한다. 보다 세부적으로 말한다면, 칸트는 루소의 자연적 자유 개념으로부터 의지의 자발성의 요소를, 루소가 말하는 시민적 자유의 개념으로부터 자기입법성을, 루소가 말하는 도덕적 자유의 개념으로부터 보편성을 받아들였음을 밝히고자 한다.
이 논문의 목적은 장구성의 성선 개념이 호상학과 같이 선악을 초월해 있는 것이 아니라 선한 마음의 근거로서 내재되어있는 것임을 밝히는 데 있다. 기존연구자들에 의하면, 선악을 초월한 성의 의미는 도덕적 본성의 내재성을 부정하는 것이고, 이로 인해서 성이 외부조건에 따라서 선하게도 악하게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덕적 본성의 실현은 성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심에 근거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장구성은 고자의 성 개념을 비판함으로써 도덕적 본성의 내재성과 본성에 근거한 도덕적 실천을 논증해 나간다. 장구성의 성선 개념은 '성은 인의예지로서 내재된 도덕적 본성이다'라는 명제로 압축될 수 있다. 이 명제는 세 가지 조건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성은 곧 인의예지이다. 둘째, 인의예지는 사단의 근거로서만 존재한다. 셋째, 사단은 그 근원인 도덕적 본성을 확인할 수 있는 단서이다. 첫 번째 조건은 '곧'이 '바로 그' 혹은 '나아가다' 중에 어떤 것으로 해석되느냐에 따라서 도덕적 본성의 내재성여부가 가려진다는 것이다. 전자의 의미라면, 성이 인의예지로서 내재된 도덕적 본성이다. 반면에 후자의 의미라면, 인의예지는 도덕적 실천이 이루어진 후에 명명되는 덕목이다. 두 번째 조건은 인의예지와 사단이 체용의 관계를 이루느냐의 여부를 묻는 것이다. 체용의 의미는 도덕적 본성[인의예지]에 근거해서만 드러나는 것이 선한 마음[사단]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세 번째 조건은 사단이 도덕적 본성을 확인하는 단서로 쓰였느냐의 여부를 묻는 것이다. 도덕적 본성이 내 마음에 내재되어있다면, 본성실현의 관건은 그 본성을 확인하는 데에 달려있다. 이때 선한 마음은 확충해서 완전하게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근원을 찾아가는 단서이다. 장구성은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킴으로써 맹자의 성선 개념이 도덕적 본성의 내재성임을 증명한다.
본 논문은 서구에서 1990년대부터 활발하게 논의되었던 공동체주의와 자유주의의 논쟁을 헤겔 "법철학"의 도덕성과 인륜성의 개념을 중심으로 우리 한국사회의 정치현실과 연관시켜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본 논문은 공동체주의를 헤겔의 입장에서 재조명하고자 한다. 헤겔은 "법철학"에서 공동체를 근대의 윤리적-정치적 질서체계를 세우기 위한 근본적인 의미로서 파악하였다. 여기서 헤겔은 칸트의 도덕성을 수용하여 법과 국가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다시 규명하였다. 필자는 이 논쟁의 광범위한 영역을 헤겔의 도덕성과 인륜성에 대해 한정하여 논의해 보고, 결론부분에서 우리 한국의 정치 현실상황을 반성적 성찰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본 논문은 형이상학과 종교 그리고 도덕에 대한 니체의 비판을 정동을 통해 해명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인간의 실존적 건강을 위한 니체의 철학적 시도는 현실적 삶의 세계로서의 대지에 대한 긍정을 통해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생성하는 대지에 대한 긍정은 곧 이 대지를 쾌의 세계로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형이상학과 종교는 지금까지 이편의 대지세계를 쾌에 반하는 불쾌의 장소로 가정했다. 다시 말해 형이상학과 종교는 인간의 고유한 정동을 억압해왔다. 형이상학, 종교 그리고 도덕의 관점에서 정동은 위험한 것이다. 하지만 니체에 의하면 정동은 오히려 인간의 자연성을 드러낼 수 있는 근본조건이다. 본 논문은 형이상학, 종교, 도덕에 대한 니체의 비판을 그의 정동 개념을 실마리로 하여 논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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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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