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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담 <개구리 왕 혹은 충직한 하인리히>의 융심리학적 해석 : 민담에 나타난 대극의 합일 (The Interpretaion of the Fairy Tale <The Frog King or Iron Heinrich> in Light of Jungian Psychology : The Unification of Opposites in the Fairytale)

  • 이보섭
    • 심성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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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6권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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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5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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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 이 민담의 시작 부분은 집단의식의 중심에서 땅-모성-여성적 원리가 집단무의식 속으로 사라지고 일방적으로 하늘-부성-남성적 원리가 지배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이 원리는 왕으로 나타나 있다. 어머니 없이 자라는 왕의 딸은 긍정적 부성 콤플렉스의 영향과 진정한 여성적 아이덴티티를 발견하는데 중요한 땅-모성-여성적 원리로부터의 단절로 하늘-정신의 세계에 머물며 자기(the Self)를 상징하는 금공을 가지고 노는 것과 같은 자아팽창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녀에게 필요한 원리는 왕자였으나 마녀의 마법으로 변신한 개구리를 통해 다가온다. 이 개구리는 부정적 모성 콤플렉스의 영향을 받은 남성의 모습이라고 융심리학적으로 볼 수 있다. 혐오스럽고, 흉측하게 느껴진 개구리는 공주의 그림자, 땅적인 동물적 본능을 상징한다. 깊은 우물에 빠진 금공은 오직 그의 도움으로만 꺼낼 수 있다. 그의 도움의 대가에 대한 대화는 그들의 대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개구리가 원하는 것은 여성적 가치인 관계, 땅적인 에로스이지만 공주가 줄 수 있는 것은 남성적 가치인 하늘적 로고스이다. 개구리가 그녀의 잃어버린 공을 가져오자, 즉 공주가 그녀의 잃었던 리비도(libido)를 되찾자, 그녀는 개구리와의 약속을 완전히 잊는다. 일반적으로 의식화되기 시작한 내용은 쉽게 다시 무의식으로 떨어지고 억압된다. 개구리는 아버지 형상이자, 집단적 질서의 철저한 집행자인 왕의 도움이 없었다면 공주와 함께할 수 없었다. 공주는 처음에는 아버지의 로고스에 마지못해 복종한다. 그러나 그녀의 순수한 본능의 충동이 강해지면서 자아를 그녀의 부성 콤플렉스의 세력으로부터 풀려나게 한다. 바로 이 순간 개구리는 왕자로 변한다. 그도 모성 콤플렉스로부터 해방된 것이다. 공주와 개구리-왕자의 결혼은 대극의 합일을 상징한다. 하늘은 땅적이 되고 땅은 하늘적이 된다. 젊은 왕의 하인 하인리히가 공주와 왕자를 마차에 태우고 왕자의 나라로 되돌아가는 동안, 하인리히의 심장을 감싸고 있던 세 개의 철끈은 끊어진다. 땅모성-여성 의식의 장소인 심장이 이제 해방된 것이다. 무의식 속으로 사라졌던 원칙이 집단의식으로 나타나서 전체성이 회복되었다. 하늘-부성-남성적인 원리, 땅-모성-여성적인 원리 모두를 포함하는, 즉 로고스와 에로스 원칙을 동시에 적용하는 자기에 의해서 집단의식이 기능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