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故배기형. 그의 심미관과 독특한 건축세계는 예리한 해부학적 관점과 결부되는 구성에 크게 비중을 두면서도 거기엔 새로움이 스며있다. 지금도 우리는 한일은행 을지로지점(1962), 한전 영월 제2화력 발전소(1962), 유네스코빌딩(1966) 등 건축사에 기록된 작품들에서 그의 건축가로서의 완숙된 건축적 기량과 높은 전문성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막상 건축가 배기형에 대한 연재를 시작하려다 보니 안타깝게도 그의 건축가로서의 행적에 관한 자료가 많지 않을 뿐더러 성장과정 역시 그와 가까웠던 몇몇 분들의 증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본지는 고 배기형 선생의 문하생이었던 인하대 원정수교수의 도움을 얻어 그에 관한 기록과 자료를 찾는 일에서부터 시작해 주변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건축가로서의 역정과 작품세계를 총3회에 걸쳐 연재한다.
1982년, 건축작품 뿐만 아니라 저술활동으로도 유명한, Claude Parent이라는 건축가는 '건축가, 사회의 어릿광대(L' Architecte, bouffon social)'라는 책을 펴내면서 그 첫머리에, '이 책은 증오심으로 쓰여졌다. 그 증오심의 정도는 그동안 겪은 고통만이 증명하리라'고 썼다. 2001년 4월, Philippe Tr tiack란 젊은 건축평론가는 '건축가를 매달 필요가 있을까요?(Faut-il pendre les architectes?)'라는 책을 펴냈다. 거의 같은 시기 한국에선, 건축사 협회 인터넷 사이트에, '우리는 교도소에 가야만 하나?)'라는 글이 실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건축가들이 이런 글을 쓰게 되었을까?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건축가라는 직업이 사회적으로 공인되었는지, 각 시대에 따른 직업적 위기와, 그 위기에 대응하여 어떻게 극복하고자 노력하였는지를 알아보며, 현재에 논의되는 문제점들은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은 또 어떻게 경주되고 있는 가를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문화가 다르고 나라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오늘날 건축가 직업 세계에서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는 한국이나 프랑스나 크게 다르지않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프랑스의 예가 한국의 현실을 반추해보고 나아가 발전적 모델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한국의 건축가' 기획연재는 그동안 게재 되었던 이희태(95년 3월호 ~ 5월호), 김정수(95년 6월호 ~ 8월호)에 이어 건축가 김수근(1931~1986)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호부터 소개되는 건축가 김수근편 에서는 그가 태어난 1931년부터 1960년까지의 유년시절과 건축의 수련기(성장배경과 서울의 북촌, 일본에서의 건축교육)를 시작으로 1960년부터 1972년까지의 한국건축의 새로운 이념형을 찾아서(김수근 건축연구소,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인간환경 계획연구소), 공간시대(1972년~1986년)등으로 구분하여 그의 작품세계를 분석ㆍ소개하고자 한다.
제외국도 그렇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건축작품 활동에 있어서 구조에 관한 부분을 전공하고 그것을 전업으로하는 직종이 분화되어가고 있다. 건축전체를 자기주도하에 꾸며나가는 건축가의 활동에 대하여 전문분야별로 협조하는 기술자에는 많은 종별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구조기술자가 먼저 손꼽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건축물이 건축가의 뜻데로 지어지고 외력에 대하여 건전하고 경제적으로 지어져야 된다는 점에 대하여 건축가와 구조기술자가 각자 고찰 하여야 되겠다고 생각되는 소견들을 몇가지 내 나름데로 살펴볼까 한다.
건축가 고 김수근이 간암으로 타계한 지 20년이 흘렀다. 그가 한국 건축계에 남긴 족적은 가히 절대적이다. 매년 가장 획기적인 작품을 발표한 건축가를 선정하는 '김수근건축상'은 국내 건축계에서 그의 입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단서. 한국의 건축을 논할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 김수근. 그렇다면 묻겠다. 당신은 과연 그가 남긴 223개의 건축물 중 몇 가지나 알고 있는가.
20세기, 한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그 곁에서 우리는 다양한 변화를 보고 있다. 또 그속에서 바쁘게 생활하며 간단하지 않은 경제현실과 세계건축의 시대적 변화와 추세를 관망하는 우리 건축사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변하지 않는 것이 없는 이시대, 어떤 건축가를 소개해야 하는가? 누가 우리에게 왜, 의미있는 건축가인가? 인터넷의 시대, 국가경제와 체제이념의 경계도 무너지는 상황 속에서, 쓰레기들이 가득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지구촌 곳곳에 있는 건축과 건물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은 얼마나 황당한 모습인지? 우리 스스로 어떤 자신감을 지닐 수 있을까? 외국 건축가들을 개략 2개월 단위로 연재를 시작하려 한다. 여기에 연재되는 건축가들은 필자가 알고 싶은 또는 원치는 않지만 알아보아야 할 건축가를 대상으로 한다. 즉, 알고 있는 건축가이기 때문에 또는 긍정적인 측면만 있어서, 대상 건축가를 선택하여 서술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상에서 얻은 자료는 인터넷 웹사이트 주소를 각주에 밝힌다. 그러나 그 정보는 한시적으로 존재할 수 있고 그 정보에 근거한 필자의 견해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독자들의 의견을 환영한다. 연재에 대한 의견도 좋고 궁금해하는 건축가를 제안해도 좋다. 독자 여러분의 기대 정도와 요구수준을 유지하며 계속 보완, 정리하여 10회에 걸쳐 격월로 연재코자 한다.
도시의 얼굴을 만드는 건축가 민성진. 기존의 형태를 탈피하지 못하고 구태의연하게 모방한 것이라면 이미 죽은 건축물이나 다름없다고 당당히 말하는 그는 모험과 실험 정신으로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건축가 민성진을 그가 디자인한 압구정동 SDA 건물 3층의 SKM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의 나이가 일흔을 넘었다는 사실을 그가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처럼 나도 그를 일흔이 넘은 노건축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의 작품은 싱싱하고 젊고 도발적이기 까지 하다. 젊은 건축가들에게 '너희들 나만큼 할 수 있어' 라고 뽐내는 듯이 말이다. 아마도 그가 미국에서 가구 만들기, 집지어 팔아보기 등의 일반건축가들도 좀처럼 해보기 힘든 영역을 넘나들어본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한국에서 건축가 혼자 사무실을 꾸려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미 깨닫고 재능있는 젊은 건축가들과 파트너십으로 운영하는 조직을 이미 만들어 낸 것은, 역시 내용 중에 스스럼없이 그가 밝히는 돈을 벌고자하는 목적보다는 최소한의 체면을 유지하며 건축사무실을 운영하고자 하는 묘수풀이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어떤 새로운 건축을 만들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지 기대가 된다.
-편집주-
ㆍ이사진들(ARCHITECTURE WITHOUT ARCHITECTS)은 1964년 11월 9일부터 1965년 2월 7일까지 약 4개월간에 걸쳐서 미국의 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된 작품들로서 이 전시회는 현대미술관의 국제부의 협찬하에서 건축가 B. Rudofsky가 연구, 제작, 편집, 전시 및 디자인까지 도맡아 완성한 것이며,
ㆍ이 비형식적이라 할 수 있는 건축물의 전시를 함에 있어서는 죤ㆍ시몬ㆍ구겐하임재단과 포드재단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아서 이 계획의 연구를 이룰 수 있었으며 또한 건축가 Walter Gropius, Pietro Belluschi, Jose' Luis Sert, Richard Neutra, Gio Ponti, Kenzo Tange 등의 열광적인 협조와 추천으로서 이들 작품의 전시가 가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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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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