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건의료체계는 지역 간 자원 격차, 인구구조 변화가 맞물리며 구조적 전환의 국면에 진입하였다. 이러한 격차의 상당 부분은 총량 지표나 평균값에 가려져 정책의 시야에서 쉽게 누락 된다. 본 호는 공간, 시간, 관계라는 세 축에서 작동하는 의료불평등을 10편의 연구를 통해 드러내고, 그 구조적 해법의 방향을 모색한다.
Jung [1]의 “의대증원 갈등에 관한 의료계 대응의 세 가지 문제점”은 2024년 의대증원 국면에서 나타난 의료계 대응의 한계를 분석한 종설이다. 저자는 정책 참여에 필요한 전문성 부족에서 비롯된 세 가지 문제를 제시한다. 첫째, 의료계는 한국 의료체계 거버넌스를 권위주의로 오인하나 그 실체는 자유방임적 성격을 띤다. 둘째, 모델링에 의존한 비판은 정책과정과 정당성 문제를 간과하였다. 셋째, 집합행동의 실패로 일관된 대응과 정책연합 구축에 이르지 못하였다. 연구는 의사-사회과학자와 의사-정책가 육성, 정책역량 제고를 과제로 제시한다.
Ock 등[2]의 “현행 의료 부문 예비타당성조사 문제점 및 개편 방안”은 울산의료원 재조사 사례를 통해 의료 부문 예비타당성조사 체계의 한계를 분석한 종설이다. 현행 제도는 일반 공공투자 사업의 비용-편익분석 틀에 기반하여 의료서비스의 특수성과 공공적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분석결과, 편익 산정범위의 협소성, 비현실적 분석 가정, 진료권과 편익범위 간 불일치가 확인되었다. 응급의료, 만성질환 관리, 감염병 대응 등 공공병원의 핵심 기능은 계량화의 어려움으로 배제되거나 축소되었다. 연구는 평가지표 재설계, 보건의료 전문기관 중심 평가체계 구축, 시민참여와 안정적 재정지원의 제도화를 제안한다.
Kim 등[3]의 “상급종합병원 외래 회송 환자의 재내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진료의뢰ㆍ회송 이후 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재내원 관련 요인을 분석한 연구이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의 전자의무기록을 활용해 외래 회송 59,922건을 후향적으로 분석하였다. 종속변수는 180일 이내 재내원 여부와 365일 이내 재내원 횟수이며, 로지스틱 회귀분석과 음이항 회귀분석을 적용하였다. 분석결과, 180일 이내 재내원율은 27.0%였고, 고령과 높은 동반질환 부담, 암 질환에서 재내원이 증가하였다. 협력기관 회송은 비협력기관보다 재내원 여부와 횟수가 모두 낮았다. 연구는 재내원이 빈번한 환자군에 대한 표적화된 회송 관리와 협력기관 기반 진료연계 강화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Kim 등[4]의 “외래환자의 의사 신뢰도 관련 요인과 치료 순응도 간의 관계”는 의사 신뢰도와 치료 순응도 간 관계에서 환자만족도의 매개효과를 검증한 연구이다. 전국 성인 686명을 대상으로 위계적 회귀분석과 매개효과 분석을 적용하였다. 분석결과, 헬스리터러시, 주관적 건강수준, 의사의 전문성ㆍ공감성ㆍ수용성ㆍ진실성 등이 의사 신뢰도와 유의한 관련성을 보였다. 의사 신뢰도는 치료 순응도와 양의 관련성을 보였고, 환자만족도가 이를 부분 매개하였다. 연구는 의사 신뢰도와 환자만족도를 함께 고려한 환자 경험 개선전략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Choi 등[5]의 “인구구조 변화와 공간적 상호의존성이 지역 의 료이용 격차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별 의료이용의 시공간적 특성을 분석하고 미래 의료이용을 예측한 연구이다. 전국 229개 시ㆍ군ㆍ구를 대상으로 입ㆍ내원일수와 진료비를 종속변수로, 인구구조 변수와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기반 통제변수를 활용 하였다. 공간적 의존성을 검정하고 발생 핫스팟 분석과 지리정보 시스템(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기반 random forest 모형으로 2025–2031년 의료이용을 예측하였다. 분석결과, 지역당 의료이용은 수도권 핫스팟에서 높은 반면, 1인당 의료이용은 고령화가 심화된 비수도권 콜드스팟에서 높게 예측되었다. 연구 는 핫스팟 지역의 수요관리와 콜드스팟 지역의 필수의료 접근성 강화를 정책과제로 제시한다.
Lee 등[6]의 “마을 단위 장애인에 대한 다학제주치의팀 중재의 예비 효과성 평가”는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한 다학제주치의팀 통합 중재모델의 예비 효과성을 평가한 연구이다. 안산시와 대전시 거주 장애인 41명을 대상으로 약 6개월간 의료, 재활, 복지, 영양 맞춤형 사례관리를 시행하고 단일군 사전-사후 비교를 수행하였다. 웰빙, 신체기능, 서비스 만족도, 사회적 네트워크 등 다차원 지표를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전문직 간 협력 역량이 7.9% 향상되었고, 참여자의 86.6%에서 통증이 감소하였으며, 삶의 만족 도와 지역사회 지원 영역에서 웰빙이 개선되었다. 연구는 자원이 제한된 환경에서 다학제 통합 중재가 장애인 건강권 증진에 유효 한 모델임을 시사한다.
Kim [7]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분포의 이중 불평등: 인구 비례 지표의 한계와 공간적 접근성의 재평가”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공간적 분포 불균형을 인구 가중과 면적 가중의 이중 프레임워크로 분석한 연구이다. 재고-흐름 기반 추계모형으로 전국 229개 시군구의 지니계수와 공간자기상관을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인구 가중 지니계수(0.222)와 면적 가중 지니계수(0.591) 간 극심한 괴리가 확인되었으며, 두 지표 모두 유의한 공간적 군집을 보였다. 연구는 인구 비례 지표만으로는 공간적 접근성 불평 등을 포착할 수 없으며, 취약지 유형별 차등 정책과 지리적 커버 리지 지표 도입이 필요함을 제시한다.
Kang 등[8]의 “시간 제약 미충족의료의 관련 요인: 근로형태와 교육수준의 결합범주를 중심으로”는 취업 성인의 시간 제약 미충족의료와 근로형태ㆍ교육수준의 관련성을 분석한 연구이다. 한 국의료패널 2020–2023년 자료를 활용해 일반화추정방정식 로 지스틱 회귀분석을 적용하였다. 분석결과, 전일제 근로자와 고학력 집단에서 미충족의료 경험 가능성이 유의하게 높았다. 연구는 시간제 근로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보다 취업자의 의료이용 시간 접근성을 개선해야 함을 제시한다.
Shim과 Nam [9]의 “The association between shift work and mental health outcomes among Korean nurses”는 국내 간호사를 대상으로 교대근무와 정신건강의 관련성을 분석한 연구이다. 한국간호사건강연구 Module 1 (2013–2015) 참여자 20,613명을 대상으로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수행하였다. 분석결과, 교대근무 간호사는 범불안장애, 우울증상, 피로의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또한 수면문제가 없는 경우에도 교대근무 는 우울증상 위험을 1.54배 높였다. 연구는 간호사의 정신건강 악화를 완화하기 위한 직장 차원의 중재가 필요함을 제시한다.
Kim 등[10]의 “Association of regional safety and depres- sive symptom experience rate: using data from 2016 to 2020”은 지역 안전수준과 우울증상 경험률의 관련성을 분석한 연구이다. 2016–2020년 228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지역사회건강조사와 지역안전지수 자료를 활용해 선형혼합효과모형을 적용 하였다. 분석결과, 안전수준이 중간인 지역은 우울증상 경험률이 0.75%p, 매우 위험한 지역은 1.03%p 높았다. 또한 화재, 생활안전, 자살 안전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우울증상 경험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연구는 고위험 지역의 안전수준 개선이 우울증상 부담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본 호의 연구들은 의료불평등이 지역의 공간적 분포, 의료이용의 시간적 제약, 환자와 의료진의 관계라는 세 층위에서 복합적으로 작동함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이는 인구 비례지표와 계량화 중심의 평가틀만으로는 취약지와 취약집단의 실상을 포착할 수 없으며, 각 격차의 성격에 맞춘 차등적 정책설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향후 연구는 보이지 않는 격차를 가시화하는 측정방법론과 지역 기반 통합중재의 근거를 축적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의료계의 정책 역량과 안정적 재정 기반의 제도화가 요구된다.
이해상충
이광수는 보건행정학회지의 편집위원장이지만 이 연구의 심사위원 선정, 평가, 결정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그 외에는 이 연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관이나 이해당사자로부터 재정적, 인적 지원을 포함한 일체의 지원을 받은 바 없으며, 연구윤리와 관련된 제반 이해상충이 없음을 선언한다.
ORCID
Kwang-Soo Lee: https://orcid.org/0000-0003-4492-6019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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