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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중심적 서술을 넘어 인과적 설명으로: 촉매의 작용 메커니즘 자료 도입이 교사 인식에 미치는 영향

Beyond Result-Oriented Descriptions toward Causal Explanations: The Impact of Introducing Catalytic Mechanism Materials on Teacher Perceptions

  • 황영하 (한국교원대학교 화학교육과) ;
  • 백성혜 (한국교원대학교 화학교육과)
  • Young-Ha Hwang (Department of Chemistry Education,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
  • Seoung-Hey Paik (Department of Chemistry Education,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 투고 : 2025.12.15
  • 심사 : 2026.01.24
  • 발행 : 2026.04.20

초록

본 연구는 교과서의 결과 중심적 서술 구조가 교사의 설명 기제에 미치는 영향과, 메커니즘 중심의 설명 도구 제공이 교사의 인식 전환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연구 절차는 4단계 구조로 설계하여 2022 개정 교육과정 고등학교 선택과목인 '물질과 에너지' 교과서의 서술 구조를 분석하고, 현직 화학교사 10명을 대상으로 초기 설명 기제를 진단하였다. 이후 촉매의 작용 메커니즘을 교육 자료로 제공한 후, 교사들의 인식 변화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4종의 교과서는 모두 활성화 에너지 감소라는 결과 중심적 서술과 에너지 도표 중심의 시각적 표상에 치중하고 있었으며, 이는 교사의 사고를 현상적 수준에 고착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질적 메커니즘 설명 도구를 접한 교사들은 이를 과잉 교수가 아닌 필수적인 인지적 비계로 재인식하며, 단순한 '결과 전달자'에서 현상의 원인을 밝히는 '인과적 설명가'로 확장되는 뚜렷한 인식론적 전환을 보였다. 본 연구는 교사가 과학적 설명의 주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사 교육 과정에서 인과적 설명 역량의 강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나아가 국가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촉매 작용의 메커니즘적 설명을 공식적으로 포함함으로써, 교사에게 인과적 설명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정당성을 부여해야 함을 제언한다.

This study aims to investigate the influence of result-centric narrative structures in textbooks on teachers' explanatory mechanisms and to analyze the effects of providing mechanism-centered explanatory tools on shifting teachers' perceptions. The research procedure followed a four-stage design, which involved analyzing the narrative structures of textbooks for "Matter and Energy"-a high school elective under the 2022 Revised National Curriculum-and diagnosing the initial explanatory mechanisms of ten in-service chemistry teachers. Subsequently, after providing educational materials on catalytic mechanisms, the changes in teachers' perceptions were analyzed. The results revealed that all four textbooks focused predominantly on result-centric descriptions, such as the reduction of activation energy, and visual representations centered on energy diagrams. This structure was found to be a cause for confining teachers' thinking to a phenomenological level. However, teachers who subsequently encountered qualitative mechanism-based explanatory tools re-envisioned them as essential cognitive scaffolding rather than an instructional burden, demonstrating a distinct epistemological shift from simple 'conclusion transmitters' to 'causal explainers' who reveal the underlying causes of phenomena. This study suggests that for teachers to grow as agents of scientific explanation, it is necessary to strengthen their capacity for causal explanation within teacher education programs. Furthermore, it proposes that institutional legitimacy for providing causal explanations should be granted to teachers by officially specifying the inclusion of mechanistic explanations of catalysis within the national curriculum and textbooks.

키워드

 서론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은 단편적 지식의 암기를 지양하고, 핵심 아이디어(core idea) 중심의 깊이 있는 이해와 실생활 맥락에서의 적용을 통해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1 이러한 교육적 흐름은 학생들이 자연현상을 단순히 기술하는 것을 넘어, 현상이 ‘왜’ 그리고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하고 예측하는 사고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최근 과학교육 연구에서는이러한역량을 ‘과학적설명(scientific explanation)’의 구성 능력으로 정의2하며, 단순한 사실적 지식(what)에서 인과적 과정(how/why)에 대한 이해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화학 교육에서 반응 속도와 촉매 개념은 미시적 수준의 상호작용과 거시적 현상을 연결해야 하는 대표적인 주제이다. 이는 반응 속도론이 입자들의 유효 충돌 기제와 에너지 장벽이라는 미시적 모형을 통해 거시적인 반응 속도 변화를 설명하는 인과적 구조를 지니기 때문이다.3 실제로 Calik & Ayas(2005)3는 학생들이 촉매의 역할을 단순히 ‘반응을 돕는 물질’로만 인식할 뿐, 미시적 수준에서 반응 경로를 어떻게 변경하는지 연결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두 층위 간의 통합적 교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Taber(2013)4가 지적했듯이,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결과 중심적 설명 방식이 지배적이다. 많은 경우 촉매는 ‘활성화 에너지를 낮추어 반응 속도를 빠르게 하는 물질’이라는 결과 중심적 서술 수준에서 다루어진다. 하지만 Russ et al.(2008)5이 제시한 ‘메커니즘적 추론(mechanistic reasoning)’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결과 중심의 서술은 현상의 결과(속도 증가)와 조건(에너지 변화)을 기술할 뿐, 그 이면의 실체적 인과 과정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즉, 학생들에게 ‘활성화 에너지가 낮아졌다’는 사실은 전달되지만, ‘분자 수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활성화 에너지가 낮아졌는가?’에 대한 설명적 갈증은 해소되지 못하는 것이다.

촉매는 물질의 상태나 성질로 고정하여 이해하기보다, 반응이 진행되는 동안 작동하는 과정(process)으로 파악할 때 그 개념의 본질이 드러날 수 있다. 촉매는 반응물과 생성물의 총괄적 변화는 바꾸지 않으면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반응 경로를 달리하게 함으로써 반응 속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촉매는 반응계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반응이 진행되는 동안 어떤 단계가 선택되고 강화되는지에 의해 그 본질이 드러난다. 따라서 촉매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촉매로 인해 반응 속도가 빨라진다’와 같은 결과적 진술을 넘어서, 촉매가 개입했을 때 반응이 어떻게 다른 경로로 진행되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적 관점을 요구한다.

하지만 경로의 변경 과정에 대한 설명 없이 ‘활성화 에너지가 낮아진다’는 결과만을 제시하는 교과서의 서술 방식은 원인과 결과 사이의 인과적 고리를 단절시킬 수 있다. 이러한 설명의 공백은 학생들에게 촉매 작용을 입력(촉매 투입)과 출력(반응 속도 증가) 사이의 ‘블랙박스(black box)’로 남겨두게 하여, 촉매를 반응에 참여하지 않는 추상적인 물질로 오인하게 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촉매 개념을 도입할 때 메커니즘적 설명을 제공하는 것은 단순히 심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응 진행에 따른 에너지 도표에서 표시된 활성화 에너지(Ea)와 실제 화학 반응을 연결하는 인지적 가교로서, 학생들이 현상의 원인을 미시적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구성하고 실질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필수적인 교수 전략이 될 수 있다.

현행 2022 개정 교육과정 성취기준 [12물에04-04]는 ‘촉매에 따라 반응 속도가 달라짐을 이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 현장의 수업은 이러한 국가 교육과정의 성취 기준에 기반하며, 교과서는 이를 구현하는 일차적인 자료로서 교사가 수업을 설계하고 내용을 재구성하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규범적 도구로 작용한다.6,7 따라서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이 동일하더라도, 실제 교과서가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기술하느냐는 교사의 수업 실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존의 선행 연구8,9들은 수업이 정의적 수준에 머무르는 원인을 주로 교사의 내용 지식(CK) 부족이나 교사가 지닌 오개념에서 기인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본 연구는 이러한 현상을 교사 개인의 역량 문제로 국한하기보다는, 교과서가 지니는 ‘인식론적 권위’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교육 환경에서 교과서는 수업 설계와 평가의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만약 교과서가 촉매의 작용 원리를 생략하고 결과만을 서술한다면, 교사는 이를 ‘가르쳐야 할 지식의 범위’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설령 교사가 메커니즘을 알고 있더라도 교과서에 없는 내용을 가르치는 것은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서 불필요한 과잉 교수로 간주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교사의 설명 기제는 점차 교과서의 서술 프레임 내부로 고착화되고, 결국 학생들에게 인과적 설명을 제공할 기회조차 차단되는 ‘교수학적 축소’가 발생하게 될 수 있다. 이는 교사가 교육과정을 이탈하거나 직무를 소홀히 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취기준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교사일수록 교과서가 제시한 현상적 결과의 기술을 지식의 절대적 한계선으로 받아들이게 됨으로써, 과학적 설명의 질적 깊이가 구조적으로 제한되는 역설적 상황을 지적하는 것이다.

실제로 선행 연구들3,9에 따르면,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조차 촉매를 반응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서 속도만 조절하는 ‘마법적인 물질’로 인식하거나, 단순한 수학적 ‘반응 조건 변수’로 치부하는 경향이 보고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교사가 촉매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실제 예시를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촉매 개념에 대한 교육이 단순한 현상 암기를 넘어 유의미한 과학적 설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활성화 에너지를 낮춘다’는 결과적 진술의 이면에 존재하는 인과적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메커니즘적 접근이 교과서에서도 제시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2022 개정 교육과정 고등학교 ‘물질과 에너지’ 교과서11-14의 촉매 개념 서술이 정의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 아니면 인과적 과정을 포함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이러한 서술 구조가 교사의 개념 설명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고자 한다. 특히 본 연구는 수업 현장에서 인과적 설명이 부재한 원인을 교사 개인의 역량 문제로 국한하기보다, 교과서에서 서술된 개념의 인과적 설명 부재가 미치는 구조적 영향력을 규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교사들에게 촉매의 구체적 작용 메커니즘을 제공했을 때, 인식 전환의 양상을 확인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본 연구는 교과서의 불충분한 서술이 교사의 전문성 발휘를 어떻게 제한하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 자료 개선 및 교사 전문성 함양을 위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연구 방법

본 연구는 교과서의 불충분한 서술이 교사의 설명 기제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메커니즘 중심의 자료 제공이 교사의 인식 전환에 미치는 효과를 실증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이를 위해 연구 절차를 설명의 환경적 맥락 분석, 교사의 초기 설명 기제 진단, 인과적 설명 도구의 처치, 인식 변화 분석의 4단계 순환 구조로 설계하였다.

1단계: 설명의 환경적 맥락 분석

교사의 설명은 그들이 사용하는 주된 교수 도구인 교과서의 서술 방식에 크게 의존한다.6,7 따라서 교과서 분석은 교사의 설명 기제를 형성하는 환경적 조건을 규명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행 단계이다. 본 연구는 설명 기제를 제약하는 핵심 요인으로서 ‘학생용 교과서’의 서술 구조에 주목하였다. 물론 학교 현장에는 교사용 지도서나 참고서가 존재하며, 여기에는 본문보다 상세한 설명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교육과정 이행과 평가의 공정성이 강조되는 대한민국의 교육 맥락에서, 학생용 교과서는 수업과 평가의 주요한 준거로 기능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교사를 둘러싼 구조적 조건을 파악하기 위해 분석 대상을 학생용 교과서 본문으로 한정하였다. 구체적인 분석 대상으로는 2022 개정 교육과정 고등학교 ‘물질과 에너지’ 교과서로서 검정 절차를 통과하여 시중에 출판된 4종 전종을 선정하였다. 이는 해당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이 실제 교과서에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전수 분석함으로써 연구 결과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본 연구가 시행된 시점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물질과 에너지 교과서는 아직 교육 현장에 사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교과서가 교사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것은 이전 교육과정 교과서나 과거의 교육 경험에 기반하여 형성된 것일 것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2015 개정 교육과정 화학Ⅱ와 2022 개정 교육과정 물질과 에너지 내 반응 속도 관련 성취기준을 비교하고 일부 교과서를 파일럿 분석한 결과, 촉매 개념에 대한 정의와 서술 구조, 시각적 자료의 형태가 교육과정 개정 전후로 큰 변화 없이 유사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에 따라 최신 교육과정인 2022 개정 교과서에 대한 분석이 교사들의 설명 기제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을 예측하고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데 적합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분석은 각 교과서 본문의 개념 서술, 시각적 표상, 그리고 탐구 활동의 발문 구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연구 대상 교과서 목록은 Table 1과 같다.

Table 1. Textbooks analyzed in this 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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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의 교과서 분석은 단순한 내용의 유무나 지식의 포괄성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제시된 설명이 학습자의 심층적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설명의 질적 수준을 파악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과학적 설명과 메커니즘적 추론에 관한 선행 연구를 토대로 본 연구에 적합한 분석틀을 고안하였다.

우선, Braaten & Windschitl(2011)2은 학교 과학에서의 설명이 단순히 관찰된 현상을 기술하거나 정의를 진술하는 무엇(what)의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현상의 원인을 인과적으로 밝히는 왜(why)와 어떻게(how)의 차원으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 관점은 교과서의 서술이 ‘현상적·정의적서술’에그치는지, 아니면 ‘인과적·설명적서술’로 확장되는지를 판별하는 일차적인 준거가 되었다. 나아가 Russ et al.(2008)5은 과학적 탐구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장 높은 수준의 추론을 ‘메커니즘적 추론’으로 정의하였다. 이에 따르면, 메커니즘적 추론은 현상을 일으키는 기저의 실체(분자, 전자)와 그들의 활동을 통해 거시적 현상의 인과적 연쇄를 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활성화 에너지가 낮아진다’는 결과적 진술 이면에 존재하는 미시적 실체들의 상호작용 과정이 텍스트와 시각 자료에 구체적으로 드러나는지를 핵심 분석 요소로 설정하였다. 이에 따라 분석 영역은 크게 ‘개념 서술의 인과성’, ‘시각적 표상의 과정성’, ‘탐구 발문의 추론성’의 세 가지 차원으로 구조화되었다.

첫째, ‘개념 서술의 인과성’은 텍스트가 촉매의 기능을 결과론적 정의로만 진술하는지, 아니면 입자 수준의 메커니즘을 통해 인과적으로 설명하는지를 분석한다. 둘째, ‘시각적 표상의 과정성’은 시각 자료가 단순한 에너지 준위 변화(결과)만을 보여주는지, 아니면 반응 경로의 변경이나 중간체 형성 과정을 입자 모형으로 시각화했는지를 평가한다. 셋째, ‘탐구 발문의 추론성’은 활동의 질문이 현상 확인을 넘어 보이지 않는 기제를 추론하도록 유도하는지를 판단한다.

최종 분석틀은 화학교육 전공 교수 1인과 화학교육 전공 박사과정 교사 1인의 검토를 거쳐 내용 타당도를 확보하였다. 분석틀의 신뢰도 검증을 위해 두 연구자는 1권의 교과서를 독립적으로 시범 코딩하였으며, Cohen의 카파계수(κ)를 산출하여 코딩 일치도를 검증하였다(κ > 0.85). 이후 불일치 사례에 대해서는 연구자 간 논의와 합의를 통해 분석 결과를 조정하여 최종 코딩을 확정하였다. 구체적인 분석틀은 Table 2와 같다.

Table 2. Framework for textbook analy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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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교사의 초기 설명 기제 진단

본 연구는 통계적 일반화보다는 교과서의 서술 구조가 교사의 설명 기제에 미치는 심층적 맥락을 파악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의도적 표집 방법을 통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화학Ⅱ 교과목에서 ‘반응 속도와 촉매’ 단원을 실제로 지도한 경험이 있는 현직 화학교사 10명을 선정하였다. 이는 연구 수행 시점을 기준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고등학교 현장에 전면 적용되지 않았음을 고려한 것이다. 비록 교육과정의 명칭과 편제는 변경되었으나, 반응 속도와 촉매 개념의 학문적 위계와 교수 내용은 교육과정 변화와 무관하게 동일한 맥락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연구자는 이전 교육과정에서의 지도 경험이 교사의 설명 기제와 인식을 진단하는 데 타당한 준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구체적인 연구 대상자의 정보는 Table 3과 같다.

Table 3. Research particip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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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은 Google Form을 활용하여 진행되었으며, 사전 설문에서는 교사들이 촉매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문항 1), 그리고 실제 수업에서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는지(문항 2)를 물어 그들의 설명이 교과서의 서술 범위 내에 고착화되어 있는지 진단하였다. 특히 단순한 지식의 유무를 평가하는 것을 넘어, 교사가 ‘활성화 에너지 감소’라는 결과와 ‘촉매 투입’이라는 원인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인과적 설명 기제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하고자 하였다(문항 3). 또한, 현행 교과서의 서술 방식이 교육적으로 적절한지에 대한 교사의 비판적 인식을 조사하였다(문항 4). 서술형으로 수집된 자유 응답 자료는 Elo & Kyngäs(2008)15의 질적 내용 분석(qualitative content analysis) 기법에 따라 분석되었다. 분석 과정은 자료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는 준비 단계, 자료를 코딩하고 범주를 생성하는 조직화 단계, 그리고 최종 범주를 도출하는 결과 보고 단계로 진행되었다. 사전 설문에 사용된 문항은 Table 4와 같다.

Table 4. Survey items for the pre-surv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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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설문 응답의 구체적인 맥락과 교수학적 판단의 근거를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설문 완료 후 인터뷰를 병행하였다. 인터뷰는 설문에 참여한 교사 10명 전원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연구 제1저자가 직접 진행하였다. 인터뷰 문항은 설문 응답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 평소 촉매 수업 시 겪는 어려움 등을 묻는 반구조화된 질문으로 구성하였다. 인터뷰는 개별 교사당 약 30~50분 내외로 소요되었으며, 모든 내용은 참여자의 동의하에 녹음 및 전사되어 분석에 활용되었다. 인터뷰 자료는 설문 결과와 함께 질적 내용 분석 기법에 따라 분석되어 교사의 인식 구조를 다각도로 진단하는 데 활용되었다.

3단계: 인과적 설명 도구의 처치

사전 진단 결과 드러난 설명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교과서에서 생략된 인과적 연결 고리를 보완하는 ‘메커니즘 중심 교육 자료’를 처치 도구로 투입하였다. 해당 자료는 ① 반응물이 촉매 표면에 붙잡혀 배열이 달라지는 현상,② 중간체 형성을 통한 반응 경로 제공, ③ 효소의 선택적 배향 및 전자 환경 변화, ④ 전자 구조 조절을 통한 반응 조건 완화 과정을 포함하며, 교사들이 기존 교과서의 결과 중심적 설명 구조에서 벗어나 촉매 개념을 인과적 과정을 포함하여 지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안적 설명 도구로서 구성하였다. 각 과정은 상세한 단계를 제시하였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부록에 제시하였다.

4단계: 인식 변화 분석

자료 학습 후 진행된 사후 설문에서는 교사들이 기존 정의 중심 설명의 한계를 인식했는지(문항 1), 그리고 향후 수업에서 메커니즘적 설명을 도입할 의향이 있는지(문항 2)를 조사하여, 메커니즘 중심 교육 자료의 제공이 교사의 인식 구조 확장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였다. 설문 응답의 구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처치 도구로 제공된 메커니즘 관련 질적 자료에 대한 평가 및 실제 현장 적용 가능성을 심층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인터뷰를 병행하였다. 연구 환경 및 방법론적 절차는 2단계에서 기술한 것과 동일하게 진행하였으며, 사후 설문에 사용된 구체적인 문항은 Table 5와 같다.

Table 5. Survey items for the post-surv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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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분석은 질적 내용 분석 기법을 적용하여 진행하였다. 분석의 주안점은 교사들이 촉매 개념을 설명할 때 구성하는 과학적 설명의 구조적 특성과 인과적 연결성을 심층적으로 규명하는 데 두었다. 이를 위해 설문 응답과 인터뷰 전사 자료를 반복적으로 독해하며 의미 단위를 추출하였고, 추출된 텍스트가 담고 있는 설명의 층위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교사들의 인식이 단순한 어휘의 변화를 넘어, 설명의 인과적 깊이가 심화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도출하고자 하였다. 분석의 신뢰도 확보를 위해 화학교육 전공 교수 1인과 화학교육 전공 박사과정 현직 교사 1인이 독립적으로 코딩을 수행하였다. 두 평가자 간의 일치도를 확인하기 위해 Cohen의 카파 계수(κ)를 산출하여 높은 수준의 신뢰도를 확인하였으며(κ>0.85), 불일치 사례는 논의를 통해 합의된 최종 범주로 조정하였다.

연구 결과 및 논의

1단계: 설명의 환경적 맥락 분석 결과

본 연구의 1단계 절차인 설명의 환경적 맥락 분석을 위해 2022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 4종을 분석한 결과의 요약은 Table 6과 같다. 모든 교과서는 촉매의 원리를 설명함에 있어 인과적 기제보다는 결과 중심의 정의적 서술과 시각적 표상에 치중하고 있었으며, 탐구 발문 역시 단순 확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Table 6. Summary of analysis results for each textbook (●: primary mode of description, △: mentioned but lacking specifi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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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서술의 인과성

분석 대상인 4종의 교과서는 공통적으로 촉매를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반응 속도를 변화시키는 물질’이라는 현상적·결과적 수준에서 서술하고 있었다. 모든 교과서가 과산화 수소(H2O2) 분해 반응을 공통 사례로 채택하여, 아이오딘화 칼륨(KI)을 정촉매, 묽은 인산(H3PO4)을 부촉매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서술 구조는 촉매 투입에 따른 ‘반응 속도 변화’라는 결과적 현상을 확인하는 데는 유용하나, 촉매가 반응물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속도를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인과적 메커니즘을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텍스트 상에서 ‘촉매의 존재’와 ‘속도 변화’ 사이를 연결하는 설명적 고리는 “활성화 에너지를 낮춘다”는 규칙으로 대체되어 있어, 학습자가 과학적 설명을 구성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이러한 설명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교과서 B1은 ‘새로운 반응 경로’라는 표현을 도입하여 메커니즘적 설명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해당 경로가 어떠한 물리적·화학적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지에 대한 상세 서술이 부재하여, 선행 지식이 없는 학습자에게는 ‘경로’라는 용어가 또 다른 암기 대상이나 모호한 개념으로 남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교과서 B4는 개념 설명부가 아닌 실생활 예시 단원에서나마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다. 금속 표면에 NO 분자가 달라 붙어 결합이 약해지는 과정을 입자 모형으로 시각화함으로써, ‘새로운 경로’의 실체를 미시적 상호작용 차원에서 설명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다만, 이러한 구체적 서술이 주된 개념 학습이 아닌 보조적인 사례 제시 영역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았다.

학생들은 촉매 개념을 학습하기 이전 단계에서 이미 ‘공유 결합’과 ‘유효 충돌’에 대한 선행 지식으로 학습한다. 따라서 “촉매 표면에 반응물이 달라붙어 분자 내 결합이 약해진다”거나 “반응물이 특정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충돌 확률이 높아진다”는 수준의 메커니즘적 설명은 학생들의 근접 발달 영역(ZPD) 내에서 충분히 이해 가능할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인과적 연결 고리 없이 ‘활성화 에너지가 낮아진다’는 결과만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학생들에게 무조건적인 암기를 강요하여 인지적 부하를 가중시킬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교과서의 서술은 교육적 생략의 범위를 넘어, 개념의 본질적 이해를 가로막는 개념적 단절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요구된다.

시각적 표상의 과정성

시각적 표상 측면에서도 교과서들은 결과 중심적 표상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모든 교과서는 촉매의 작용을 설명하기 위해 반응의 진행에 따른 에너지 곡선(Fig. 1)과 운동 에너지에 따른 분자 수 곡선(Fig. 2)을 주요 시각 자료로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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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Activation energy change with catalyst.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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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Number of molecules able to react depending on the activation energy.11

이러한 그래프들은 촉매 사용 전후의 에너지 장벽 높이 차이(결과)를 명확히 보여주지만, 정작 에너지가 낮아지는 과정은 보여주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입자들이 촉매 표면에 달라붙거나 배향이 변화하는 등의 미시적 상호작용 과정은 시각화되지 않은 채, 활성화 에너지라는 결과적 진술만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일반적인 경향과 달리, 교과서 B4에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실생활 예시를 설명하며 촉매 표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입자 모형으로 상세히 묘사하고 있었다. 이는 추상적인 에너지 장벽의 개념을 입자의 역동적인 거동과 연결하려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탐구 발문의 추론성

4종 교과서의 탐구 활동 및 관련 발문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의 문항이 Table 2에서 제시한 ‘확인/적용형’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탐구 활동은 주로 ‘과산화수소 분해 반응’과 같은 대표적인 실험을 통해 수행되는데, 이때 제시된 질문들은 학생들의 사고를 눈에 보이는 거시적 현상에만 집중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발문의 대부분은 “기포가 발생하는 속도를 비교해보자” 혹은 “반응 속도가 빠른 쪽은 어디인가?”와 같이 실험 결과를 관찰하고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러한 질문은 학생들이 ‘촉매를 넣으면 반응이 빨라진다’는 기학습된 정의를 실험 결과와 매칭시켜 정답을 확인하게 할 뿐, ‘왜 빨라졌는가?’에 대한 심층적인 사고를 유발하지 못한다. 또한, 자료 해석 활동에서 제시되는 질문들 역시 “활성화 에너지가 낮아진 경로는 어느 것인가?”와 같이 그래프상의 변화를 독해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작 학습자가 미시적 세계를 상상하여 “입자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에너지가 낮아졌을까?”를 추론해 보거나, 보이지 않는 인과적 기제를 설명해 보도록 유도하는 ‘설명/추론형’ 발문은 부재하였다.

일부 교과서에서는 “촉매 변환기에서 반응이 잘 일어나는 원리를 설명하시오”(Fig. 3) 또는 “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추론하시오”와 같은 서술형 발문이 간헐적으로 등장하였다. 표면적으로 이러한 문항은 학습자의 설명이나 추론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교과서 본문에서 촉매가 반응 속도를 변화시키는 구체적인 기제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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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 Examples of inferential questions in textbook items.13

추론은 학습한 원리를 근거로 하여 새로운 상황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인지 과정이다. 그러나 메커니즘적 지식이 부재한 상태에서 던져지는 ‘원리를 설명하라’는 질문은, 학생들에게 논리적 추론을 유도하기보다는 기학습된 결과론적 정의(활성화 에너지를 낮춘다)를 정답으로 재생산할 것을 요구하는 유사 설명 문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왜(why)를 묻고 있지만, 학생들은 무엇(what)으로 답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평가 문항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2단계: 교사의 초기 설명 기제 진단 결과

사전 설문을 통해 교사들의 촉매 개념에 대한 초기 인식과 설명 기제를 분석한 결과, 설문 1~4번 문항 전반에서 교과서의 서술 구조에 강하게 종속된 양상이 나타났다. 구체적인 응답 유형과 빈도는 Table 7과 같다.

Table 7. Response types and frequencies in pre-surveys (n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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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문항 1번부터 3번에 대한 응답을 살펴보면, 교사들은 촉매를 주로 ‘속도 변화’나 ‘활성화 에너지 감소’와 같은 결과적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었으며, 수업에서도 이러한 교과서적 기술을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특히 문항 3번에서 활성화 에너지가 낮아지는 구체적인 원인을 물었을 때, 대다수의 교사는 미시적 상호작용 기제를 설명하지 못한 채 “활성화 에너지를 낮추니까 낮아진다”와 같이 정의를 단순히 되풀이하는 동어반복적 응답에 그쳤다. 본 연구에서는 이처럼 인과적 기제보다 결과적 현상을 지식의 본질로 간주하고 이를 학생에게 전달하는 데 집중하는 교사들의 양상을 ‘결과 전달자’로 유목화하였다. 이러한 응답 패턴은 교사의 사고가 교과서의 서술 범위인 현상적 수준에 고착되어, 더 깊은 인과적 설명을 스스로 억제하는 ‘교수학적 축소’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현행 교과서 설명의 충분성을 묻는 문항 4번의 결과이다. 대다수의 교사가 현행 교과서의 설명이 학생들에게 충분하다고 응답하였는데, 인터뷰 분석 결과 이는 지식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교과서가 부여하는 절대적인 규범성에 기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참여 교사들은 교과서의 결과 중심적 서술 범위를 수업에서 다루어야 할 지식의 ‘안전한 한계선’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를 넘어선 메커니즘적 설명은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서 불필요하거나 과잉된 교수로 간주하여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었다. 결국, 교사들이 ‘결과 전달자’의 역할에 머무르는 것은 개인의 역량 문제라기보다, 교과서의 서술 구조가 교사의 전문적 발화를 제한하는 강력한 규범적 기제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분석한 ‘결과 전달자’서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교사 T2와의 심층 면담 사례를 제시한다. 면담 과정에서 교사 T2는 교과서의 서술 범위를 지식의 절대적인 경계선으로 설정하고, 그 내부에서만 설명을 구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연구자는 교과서적 기술을 넘어서는 인과적 설명의 필요성을 질문하였으며, 이에 대한 T2의 답변은 교사가 왜 현상적 결과의 전달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구조적 원인을 잘 보여준다.

연구자: “선생님께서는 촉매 개념을 실제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도입하고 설명하시나요?”

교사 T2: “촉매는 그냥 속도를 빠르게 하는 물질이라고 설명합니다. 교과서에 나온 그대로고, 학생들도 그 이상은 잘 이해하기 어려워하니까요.”

연구자:“입자 수준의 상호작용과 같은 인과적 기제를 더 깊게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으시나요?”

교사 T2: “필요성은 느끼지만, 교과서에 명시되지 않은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인지적 부하를 줄 수 있습니다.”

위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교사 T2는 촉매 작용의 메커니즘을 설명할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교과서의 서술 구조를 수업 지식의 한계선으로 설정하고 있었다. 이는 교사의 설명 기제가 교과서가 부여하는 규범적 틀에 종속되어, 현상의 원인을 밝히기보다는 결과적 현상의 기술에 머무르는 ‘정의 전달자’의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교과서의 권위가 교사의 발화를 제약하는 양상은 교사 T6와의 대화에도 드러났다. 연구자는 현행 교과서의 설명이 학생들의 본질적인 이해를 돕기에 충분한가에 대해 비판적으로 질문하였으며, 이에 대해 교사는 입시라는 현실적 제약을 근거로 자신의 교수학적 행위를 정당화하였다.

연구자: “사전 설문에서 교과서의 설명이 충분하다고 답변하셨습니다.‘왜 활성화 에너지가 낮아지는가?’라는 질문 없이도 촉매 작용의 본질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교사 T6: “학생들 수준에서는 교과서에 있는 설명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시험 문제를 푸는 데도 무리는 없으니까요.”

연구자: “그렇다면‘왜’라는 인과적 설명의 공백은 어떻게 메우시나요?”

교사 T6: “그 부분은 과학적 사실로서 받아들이게끔 유도합니다. 평가 체계 내에서 촉매는 활성화 에너지를 조절하는 변수로서의 기능이 강조되기 때문에, 굳이 교과서 범위를 벗어나 원인을 추론하게 만드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이러한 진술은 교과서의 결과 중심적 서술이 단순한 교수 자료를 넘어, 교사의 설명 기제를 통제하는 강력한 규범적 기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교사 T6는 인과적 기제의 부재를 인지하면서도 평가의 효율성을 위해 스스로 설명을 제한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다. 이는 현재 교실 수업의 인과적 설명 부재가 교사 개인의 역량 부족이 아닌, 설명의 원형을 제공하는 교과서의 구조적 결핍과 제도적 환경에서 기인한 것임을 보여준다.

반면, 모든 교사가 이러한 안주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 교사는 설명의 공백을 인지하고 갈증을 느끼고 있었으나, 이를 메울 적절한 설명 도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특히 교사 T9은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은 내면적 갈등을 토로하였다.

연구자: “선생님께서는 수업 중에 활성화 에너지가 왜 낮아지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원리를 설명하시는 편인가요?”

교사 T9: “아니요, 사실은 그 부분이 가장 답답합니다. 현행 교과서의 설명은 너무 간단해서 학생들이 촉매의 작용을 표면적으로만 이해하게 되거든요. 단순히 활성화 에너지가 낮아져서 속도가 빨라진다는 결과만 반복하다 보니 학생들도 기계적으로 암기할 뿐이죠.”

연구자: “설명을 더 확장하지 못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교사 T9: “저 스스로도 활성화 에너지가 왜 낮아지는지는 명확히 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인지 수준에 맞추어 설명에 참고할 만한 설명이나 모델이 부족하다 보니, 결국 교과서가 제시한 내용만 가르치게 됩니다.”

이러한 대화 맥락은 교사의 설명 부재가 단순히 지식의 결핍이라기보다, 현상을 인과적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교수학적 도구의 부재와 교과서의 서술에 의한 것임을 시사한다. 즉, 교사 T9은 ‘결과 전달자’의 역할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적절한 인지적 비계가 주어진다면 언제든 설명 구조를 바꿀 잠재적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4단계: 인식 변화 분석 결과

메커니즘적 설명 도구를 처치한 후 실시한 사후 설문의 구체적인 응답 유형과 빈도는 Table 8과 같다.

Table 8. Response types and frequencies in post-surveys (n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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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문항 1번의 결과를 분석하면, 교사들은 단순히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습득한 것을 넘어 기존 교과서의 결과 중심적 서술이 지닌 한계를 자각하고 인과적 보완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인식론적 전환을 보여주었다. 비록 7명의 교사가 “촉매의 실제 작용 과정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고 응답하였으나, 더욱 주목할 만한 변화는 사전 설문에서 교과서 설명이 충분하다고 응답했던 교사들이 처치 후에는 “기존의 현상 기술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인과적 보완이 필요함”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처럼 촉매 작용을 단순한 현상적 결과가 아닌 입자 간의 역동적인 상호작용 과정으로 재인식하고, 이를 ‘왜’와 ‘어떻게’로 연결하는 필수적 비계로 활용하려는 교사들의 양상을 ‘인과적 설명가’로 유목화하였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향후 수업 설계 계획(문항 2)으로도 이어져, 과반수의 교사가 향후 수업에서 결과 중심적 서술을 탈피하여 과정 중심의 설명을 보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역할 변화와 교수학적 도구의 유용성을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특히 사전 설문에서 교과서의 현상적 기술이 충분하다고 응답했던 교사 T3는, 질적 메커니즘 자료를 접한 후 자신의 교수학적 관점이 ‘결과’에서 ‘과정’으로 이동하는 성찰적 태도를 보였다.

연구자: “사전 설문에서는 교과서의 정의 중심 설명으로도 충분하다고 하셨는데, 메커니즘 자료를 보신 후에는 어떤 변화가 있으셨나요?”

교사 T3: “자료를 보고 나니 촉매가 단순히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게 아니라, 반응 과정에서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빨라진다는 현상만 알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 이면에 숨겨진 구체적인 상호작용 과정이 개념의 본질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자: “그러한 깨달음을 실제 수업에 어떻게 반영하실 건가요?”

교사 T3: “이제는 정의만 던져주고 외우라고 하는 수업은 못 할 것 같아요. 에너지가 낮아지는 그 인과적인 과정 자체가 학생들이 촉매를 이해하는 중요한 지점인데, 제가 그동안 그걸 무시해왔던 거죠. 앞으로는 정의만 말하지 않고 메커니즘을 함께 설명하며 학생들의 이해를 돕고 싶습니다.”

이러한 ‘인과적 설명가’로의 전환 양상은 교사 T7과의 면담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T7은 제공된 설명 도구가 추상적인 에너지 개념을 구체적인 입자의 거동으로 연결해 주는 인지적 비계(scaffolding)로서 기능했음을 강조하였다.

연구자: “이번에 제공된 설명 도구 중 선생님의 교수학적 관점에 가장 큰 자극을 준 지점은 무엇인가요?”

교사 T7: “촉매 표면에 반응물이 달라붙어 결합이 약해진다는 식의 설명이었습니다. 이전에는 경로를 바꾼다는 말을 관용구처럼 썼는데, 이제는 입자 수준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시각적으로 그려지더라고요. 자료를 통해 촉매의 역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거죠.”

연구자: “그것이 선생님의 수업 계획에도 변화를 주었나요?”

교사 T7: “네, 단순히 정의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정 중심의 설명을 보강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결합이나 충돌 개념을 활용해서, 에너지가 낮아지는 원인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게 만드는 인과적 설명을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이러한 대화 맥락은 교사들의 인식 변화가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제공된 메커니즘적 정보와 자신의 교수학적 신념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전문적 정체성이 확장되는 질적 도약의 과정임을 뒷받침한다. 결과적으로 교사들은 적절한 설명 도구가 제공되었을 때, 기존의 현상적 수준에 안주하던 ‘개념 전달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현상의 원인을 밝히는 ‘인과적 설명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특히 교사들은 메커니즘적 설명을 입시 환경에서의 부가적인 지식 전달로 치부하기보다, 현행 교과서의 정의적 서술이 지닌 설명력의 공백을 메워 학생들의 실질적인 이해를 돕는 유용한 교수학적 도구로 재인식하였다.

다만, 이러한 인식의 변화와 수업 개선 의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교실 현장에서 인과적 설명을 도입하는 데 따르는 구조적인 제약 요인 또한 확인되었다. 일부 교사들은 메커니즘적 설명의 필요성에는 깊이 공감하면서도, 실제 수업 적용에 대해서는 평가 체제와 교과서의 권위 사이에서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교사 T10과의 심층적인 대화는 구조적 저항이 나타나는 구체적인 이유를 잘 보여준다.

연구자: “제공해 드린 메커니즘 자료를 통해 촉매 작용의 인과적 과정을 확인하셨습니다. 앞으로 실제 수업에서 이러한 내용을 어떻게 활용하실 계획인가요?”

교사 T10: “저는 설명 방식을 크게 바꾸지 않을 생각입니다. 학생들에게는 시험 대비가 중요하기 때문에,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설명은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연구자: “인과적 설명이 학생들의 심층적 이해를 돕는다는 점을 인정하시면서도, 기존의 결과 중심적 서술 방식을 유지하시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교사 T10: “수업의 방향이 교사의 인식만으로 결정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평가 시스템이 활성화 에너지 변화라는 결과적 현상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메커니즘을 가르치는 것은 입시 효율성 측면에서‘과잉 교수’가 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대화 맥락은 교사가 인과적 설명 도구를 갖추더라도, 현행 교육과정과 평가 체제가 결과 중심의 현상 기술에 치중되어 있는 한 실제 수업으로의 전이는 제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교사 T10의 사례는 현재 교실에서 나타나는 설명의 억제가 교사의 인식 부족이 아닌 평가 시스템의 제약에 의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임을 뒷받침한다.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깊이 있는 이해를 구현하기 위해, 교과서의 서술 방식이 교사의 설명 기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교사의 인식 전환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연구 결과, 현행 교과서는 촉매의 작용 원리를 인과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활성화 에너지 변화’라는 결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었으며, 이는 교사들에게 암묵적인 가르침의 한계선으로 작용하여 설명적 사고를 제한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메커니즘 중심의 설명 도구를 접한 후 교사들은 촉매 작용을 반응물과 촉매 사이에서 일어나는 역동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으로 재인식하고, 수업을 인과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전문성 신장의 의지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현상의 원인을 밝히는 ‘인과적 설명가’로 성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교사 교육 과정에서 단순 지식 전달을 넘어선 ‘인과적 설명 구성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본 연구의 초기 조사에서 많은 교사들은 교과서의 현상적 기술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결과 전달자’의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과학적 이해는 ‘무엇(what)’을 기술하는 것뿐만 아니라, ‘왜(why)’와 ‘어떻게(how)’가 일어나는지 인과적 기제를 밝힐 때 비로소 달성될 수 있다. 따라서 교사는 현상이 일어나는 과정을 학생들의 인지 수준에 맞추어 교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교사 연수에서 단순히 내용 지식(CK)을 습득하는 차원을 넘어, 교사가 현상의 이면에 있는 미시적 메커니즘을 추론하고 이를 학생 수준에 맞게 재구성해 보는 설명적 실행 역량을 함양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할 것을 제언한다.

둘째, 촉매 개념을 다룰 때 거시적 결과와 미시적 과정을 연결하는 입자 모델 기반의 설명 전략이 도입되어야 한다. 본 연구가 제안하는 메커니즘적 설명의 수준은 대학 과정의 복잡한 전자 이동이나 정량적 계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위계와 학습자의 인지적 부하를 고려할 때, 제시되는 설명은 ‘촉매 표면에 반응물이 달라 붙어 분자 내 결합이 약해진다’ 또는 ‘배향이 달라져서 반응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와 같이, 활성화 에너지의 감소 원인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질적 수준에서 구성되어야 한다.

셋째, 본 연구의 사전 조사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교사들은 교과서에 제시되지 않은 내용을 가르치는 것을 과잉 교수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심리적 장벽을 해소하고 교사가 전문적인 설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미시적 상호작용을 시각화한 모델이 개발되어 교과서의 본문에 공식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교사들에게 인과적 설명을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적 정당성을 부여하여, 그들이 학생들의 심층적 이해를 위한 수업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하는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 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제언은 교사가 교과서 밖의 심화 내용을 임의로 추가하자는 것이 아니라, 과잉 교수로 오해될 소지를 줄이기 위해 메커니즘적 표상을 공식 텍스트에 포함시키자는 제도적 개선 방향에 초점을 둔다.

넷째, 보다 근본적으로는 다양한 수준의 설명이 교과서에 담길 수 있도록 검인정 체계의 유연성을 확대하는 방향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2022 개정 교육과정 성취기준인 ‘촉매에 따라 반응 속도가 달라짐을 이해’한다는 진술은 그 자체로 현상적 결과 중심의 이해에 치중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성취기준의 진술 방식은 교과서 검정·심의 과정에서 내용의 범위를 결정하는 엄격한 준거로 작용하며, 특히 ‘학습량의 적정화’를 강조하는 현행 심의 체계 아래에서는 인과적 메커니즘에 관한 서술이 과도한 학습 내용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메커니즘적 설명을 교육과정에 강제적으로 명시하는 방식보다는, 교과서 집필진이 학습자의 심층적 이해를 위해 인과적 설명을 자율적으로 포함할 수 있도록 검인정 심의 기준의 유연화를 도모하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를 통해 성취기준의 본질적 취지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설명 방식과 수준을 반영한 교과서가 개발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한계는 다음과 같다. 본 연구에서는 교사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으로 교과서의 서술 구조에 주목하였으나, 교사의 인식은 교과서 외에도 출신 대학의 커리큘럼, 교직 경력, 근무 학교의 문화, 개인적 연수 경험 등 다양한 변인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으로 형성된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개인적 배경 변인들이 교사의 인식 형성에 미치는 개별적 영향력을 통제하거나 심층적으로 분석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교사의 다양한 배경 변인을 고려하여, 교과서 외적인 요인들이 촉매 설명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규명하는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촉매 교육의 질적 제고는 텍스트의 수정을 넘어, 그 텍스트를 해석하고 가르치는 교사의 인식론적 전환과 이를 뒷받침하는 교육과정의 변화에서 시작될 수 있다. 또한 본 연구의 결과는 적절한 설명 도구의 제공이 교사를 ‘정의 전달자’에서 ‘인과적 설명가’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향후 이러한 교사의 인식 변화가 실제 교실 수업에서의 발화와 학생 상호작용으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추적하는 후속 연구가 이어진다면, 과학교육의 현장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Acknowledgement

Publication cost of this paper was supported by the Korean Chemical Society.

Supporting Information

본 연구에서 촉매 작용의 인과적 설명 기제를 진단하고 인식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개발 및 활용한 메커니즘적 설명 도구는 부록으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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