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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평형 상황에서 동적 평형에 대한 고등학생의 속도론적 이해 분석

An Analysis of High School Students' Kinetic Understanding of Dynamic Equilibrium in Phase Equilibrium Contexts

  • Sungki Kim (Korea Institute for Curriculum and Evaluation)
  • 투고 : 2026.01.05
  • 심사 : 2026.02.05
  • 발행 : 2026.04.20

초록

본 연구는 상평형 상황에서 고등학생들이 동적 평형을 속도론적으로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탐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충청남도 소재 일반계 H고등학교에서 화학II를수강하는 학생 92명을 대상으로, 증발 및 응축 속도 변화와 온도 변화에 따른 평형 도달 시간 및 평형에서의 속도를 묻는 설문을 실시하고 범주별 응답 유형과 사고 유형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학생들은 응축 속도에 비해 증발 속도와 평형에서의 속도에 대한 이해에서 더 큰 어려움을 보였으며, 특히 증발 속도 개념은 동적 평형을 속도론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에서 다른 개념들의 통합적 이해를 견인하는 문턱 개념(threshold concept)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온도 변화와 관련하여 평형 도달 시간과 평형에서의 속도를 통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동적 평형 교수·학습에서 증발 속도 개념을 명시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으며, 온도 변화에 따른 평형 이동을 개별 범주로 분리하기보다 속도론적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지도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This study aims to explore how high school students understand dynamic equilibrium from a kinetic perspective in phase equilibrium contexts. To this end, a survey was administered to 92 students enrolled in Chemistry II at a general high school in Chungcheongnam-do, South Korea. The survey asked students to describe changes in evaporation and condensation rates, as well as the time required to reach equilibrium and the rates at equilibrium under conditions of temperature change. Students' responses were analyzed by categorizing response types and identifying patterns of reasoning. The results showed that students experienced greater difficulty in understanding evaporation rates and rates at equilibrium than condensation rates. In particular, the concept of evaporation rate was found to function as a threshold concept that drives integrative understanding of related kinetic concepts in students' kinetic understanding of dynamic equilibrium. In addition, many students showed a tendency to struggle with integratively considering the time to reach equilibrium and the rates at equilibrium when temperature changed. These findings suggest the need to explicitly address the concept of evaporation rate in teaching dynamic equilibrium and to emphasize an integrative kinetic approach to equilibrium shifts under temperature change, rather than treating each aspect as an isolated category.

키워드

서론

과학 교육은 단순한 지식의 습득에 머무르지 않고, 학습자가 지식을 활용하여 사고하고 실제 문제 해결과 실천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1,2 특히 인공 지능의 발전으로 사실적 지식의 암기만으로도 정답에 도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단순한 지식의 ‘앎’은 교육적 의미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3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 교육 연구에서 개념 학습은 여전히 국내외적으로 핵심적인 연구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개념 이해가 과학적 사고와 문제 해결의 기초를 형성하기 때문이다.4,5 이에 최근의 개념 학습 연구는 학생이 특정 개념을 알고 있는지 여부를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데서 나아가, 학생들이 해당 개념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해석하는지를 진단하려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개념 학습은 단순한 지식의 보유 여부가 아니라, 학습자 이해의 깊이와 사고 체계를 탐색하는 중요한 연구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학생들이 과학의 여러 분야 중 특히 화학에서 개념 학습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화학이 눈으로 관찰 가능한 현상을 관찰 불가능한 입자나 분자 수준으로 설명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거시적 현상과 미시적 설명 사이의 간극으로 인해 개념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다. Chittleborough & Treagust는 눈으로 관찰 가능한 현상과 이를 설명하기 위한 입자나 분자의 거동을 모두 실제(real)로 정의하고, 이 두 실제를 연결하기 위해 준미시적 표상의 활용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6 준미시적 표상은 실제 세계는 아니지만 눈으로 볼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내어 관찰 불가능한 미시 세계의 설명을 돕는 도구를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분자, 이온 등과 같은 실제 입자를 관찰 가능한 입자 모형으로 표현한 후, 이들의 상호 작용을 관찰 가능한 형태로 표현함으로써 관찰 불가능한 미시적 설명을 돕는 사고의 도구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화학 개념 학습과 관련한 선행연구에서도 준미시적 표상과 관련된 연구가 국내외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으며, 학생들의 준미시적 표상 능력이 전반적으로 부족함이 반복적으로 보고되었다.79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준미시적 표상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다양한 교수·학습 전략을 탐색하는 연구가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코딩이나 인공 지능을 활용한 교육이 강조되면서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AI 기반 도구를 활용하여 준미시적 표상 능력의 향상을 도모하는 연구도 활발히 수행되고 있으나, Kim et al.은 준미시적 표상을 위해 단순한 매체 활용을 넘어서 전통적인 교수·학습 접근의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10

한편 Chiu et al.은 화학 평형 학습에서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계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상호 작용에 대한 정신 모델을 구성하는 능력의 부족을 지적하였다.11 Kim et al.은 이러한 정신 모델 구성 능력의 부족이 화학 평형을 속도론적으로 접근하는 데 필요한 이해의 부족과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10 화학 평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계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과정과 이들 간의 상호 작용을 하나의 통합된 구조로 파악할 수 있는 사고가 요구된다.

화학 평형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은 반응 지수(Q)와 평형 상수(K)를 활용하여 계의 상태를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평형 이동 여부를 판단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러한 접근은 현재 계에 존재하는 물질의 농도를 이용하여 반응 지수를 계산하고 이를 평형 상수와 비교함으로써, 비교적 단순한 절차로 평형 상태를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러나 이 방식은 평형 상태에서 계의 특성인 동적인 평형에 대한 설명을 희석하며, 계 내부에서 일어나는 정반응과 역반응의 진행 과정을 충분히 드러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속도론적 접근은 정반응과 역반응의 속도 변화를 함께 고려하여 평형 상태를 설명하며, 이를 통해 평형이 형성되고 유지되는 과정을 과정 중심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Kim et al.은 이러한 속도론적 접근을 통해 화학 평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반응과 역반응의 변화 뿐만 아니라, 증발과 응축과 같이 계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반대 과정의 상호 작용을 함께 고려하는 사고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10 이는 화학 평형을 속도론적으로 접근하는 과정이 거시적으로 관찰되는 현상과 미시적 이해 사이의 연결을 요구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Kim et al.은 준미시적 표상을 활용하여 동적 평형 상황을 속도론적으로 접근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하였다.10 즉, 준미시적 표상을 이용하여 정반응과 역반응과 같은 상호작용을 이해하며,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계의 평형 형성 과정을 개념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거시적 현상과 미시적 설명을 매개하는 사고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여러 선행연구에서도 화학 평형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속도론적 접근을 시도하였으며, 이를 위한 방안으로 준미시적 표상을 활용하였다. 코딩이나 AI 기반 도구를 활용하여 화학 평형 학습의 효과를 탐색한 연구12-14에서도 속도론의 중요성을 명시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으나, 스프라이트와 같이 입자에 부여된 코드를 살펴보면 정반응 속도와 역반응 속도 개념이 내재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평형을 속도론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에서 계 내부의 상호 작용을 고려하여 거시적 현상을 과정 중심적으로 해석하는 사고가 전통적 접근에 비해 더욱 강조됨을 보여준다. 이러한 이유로 선행 연구에서 평형에 대한 속도론적 접근 방식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평형에 대한 거시적, 미시적 이해 수준을 탐색하기도 하였다.10,13

기존의 속도론을 결합한 화학 평형 관련 연구는 전통적인 교수 전략과 비교하여 속도론을 도입하였을 때의 학습 효과를 검증하는 데 초점을 두었을 뿐, 학생들에게 속도론적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를 강조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적 시사점은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화학 평형의 여러 상황 중 상평형을 중심으로 화학 평형을 속도론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어려움을 겪는지를 탐색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화학 평형의 속도론적 접근을 위한 교수·학습 전략 도출에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연구 방법

연구 대상

이 연구는 충청남도에 위치한 일반계 H고등학교에서 재학 중인 92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은 모두 2024년에 화학Ⅰ을 이수하였으며, 2025년에 화학Ⅱ를 수강하였다. 설문을 진행하기에 앞서 학생들에게 연구의 취지와 절차를 설명하였으며, 연구 참여에 동의한 학생에 한하여 설문에 응답하도록 하였다. 설문에 참여한 92명의 학생 중 남학생은 52명(56.5%), 여학생은 40명(43.5%)으로, 남학생의 비율이 다소 높았다.

설문 도구

이 연구에서는 Kim et al.10이 개발한 설문 도구를 사용하였다. Kim et al.은 액체의 증발과 기체의 응축과 관련된 동적 평형에 대한 이해를 속도론적 관점에서 탐색하기 위해 Table 1과 같은 설문 도구를 개발하였다.

Table 1. Survey instrument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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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구는 크게 두 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항 1은 밀폐된 용기에 물을 넣은 후 액체와 증기가 동적 평형 상태에 도달하는 과정을 제시하고, 이때 증발 속도와 응축 속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그래프로 표현한 뒤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요구한다. 문항 2는 문항 1과 동일한 상황을 제시하되, 밀폐 용기 내부의 온도가 문항 1보다 높은 경우를 가정하고, 이때 증발 속도와 응축 속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응답하도록 한다.

Kim et al.은 증발 속도와 응축 속도 사이의 관계를 속도론적 관점에서 설명하기 위해 시간에 따른 증발 속도와 응축 속도의 변화를 이론적으로 탐색하였다.10 문항 1의 경우, 온도가 일정한 조건에서 증발 속도(ve1)는 시간과 무관하게 일정하며, 응축 속도(vc1)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증가하다 증발 속도와 동일한 값이 되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문항 2에서는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증발 속도(ve2)가 증가하고, 이에 대응하여 응축 속도(vc2) 또한 증가하면서 새로운 평형 상태에 도달하게 되며, 평형에 도달하는 시간도 온도가 낮을 때에 비해 더 단축된다. 이를 정리하면 Fig.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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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Plot of evaporation rate (ve) and condensation rate (vc) against time at two different temperatures.10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속도 변화 관계를 학생 응답의 과학적 타당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활용하였다. 즉, 본 설문 도구를 통해 문항 1에서는 동적 평형 형성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분석하고, 문항 2에서는 온도 변화에 따라 기존 평형과 새로운 평형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속도론적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자료 수집 및 분석

본 연구는 H고등학교에서 화학Ⅱ를 수강한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학생들이 설문에 응답하기에 앞서, Table 1에 제시된 두 문항의 상황을 교사가 설명하여 학생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도록 하였다. 또한 문항 1과 문항 2의 응답이 연결될 수 있도록, 설문지의 그래프에 제시된 점선을 고려하여 속도와 시간의 변화를 답하도록 안내하였다. 설문 응답에는 평균적으로 약 10분이 소요되었으며,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시간 제한을 두지 않고 추가 시간을 제공하였다. 이로 인해 시간 부족으로 응답을 중단하거나 제한된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다. 총 92명의 학생이 설문에 응답하였으며, 이 중 무응답 설문지 4부를 제외한 88명의 학생 응답이 최종 분석에 사용되었다.

기존에 검사 도구를 개발한 Kim et al.은 학생들의 응답을 불완전 이해, 거시적 부분 이해, 미시적 부분 이해, 거시적 및 미시적 이해의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 중 미시적 이해를 속도론적 이해로 해석하였다.10 이러한 분석은 학생들이 평형을 속도론적으로 접근하였는지를 판단하는 데에는 유용하나, 속도론적 관점에서 평형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탐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동적 평형에 대한 속도론적 접근을 보다 구체적으로 탐색하기 위해 증발 속도와 응축 속도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전반적인 응답 유형을 분석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Table 2와 같이 분석틀을 설정하였다.

Table 2. Analytical frame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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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항 1의 경우, 증발 속도와 응축 속도가 평형에 도달할 때까지 각각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처음부터 일정함, 감소 후 일정함, 증가 후 일정함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또한 평형에서 증발 속도와 응축 속도의 비교는 동일함과 동일하지 않음의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문항 2의 경우, 평형에 도달하는 시간은 문항 1과 비교하여 변화 없음, 단축됨, 지연됨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또한 평형에서의 속도는 문항 1과 비교하여 증가함과 변화 없음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온도가 상승한 조건에서 형성된 평형의 속도 값이 문항 1에서 제시된 평형의 속도 값보다 감소한다고 응답한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평형 시점에서의 속도 변화 범주에는 감소 유형을 포함하지 않았다.

학생들의 응답은 Table 2에 제시된 분석틀에 따라 범주별로 분류하였다. 학습자가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내용을 그래프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그래프 표현 능력이 개념 이해 수준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15 이에 단순히 학생들이 그린 그래프만을 기준으로 응답을 분류할 경우, 학생들의 사고를 충분히 탐색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본 연구에서는 학생들이 그린 증발 속도와 응축 속도 그래프뿐만 아니라, 해당 그래프를 그렇게 표현한 이유에 대한 서술형 설명을 함께 고려하여 응답을 분류하였다. 한편, 속도론적 접근에 대한 이해에는 미시적 이해가 수반될 필요가 있으나, 학생들의 미시적 설명을 범주별 사고 유형과 일대일로 연결하여 해석하는 데에는 해석상의 제약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학생들이 각 문항에서 보인 범주별 사고 양상에 초점을 두어 분석함으로써, 평형에 대한 속도론적 접근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해의 어려움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분석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학생 응답의 분류는 화학교육 전공 박사 1인과 현장 화학 교사 1인이 독립적으로 수행하였다. 이후 두 분석자 간 분류 일치도를 확인하기 위해 C ohen의 kappa 값을 산출하였다. 단순 일치율(percent agreement)은 우연에 의한 일치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으므로,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을 보정할 수 있는 Cohen의 kappa를 사용하였다. Cohen의 해석 기준에 따르면 kappa 값이 0.21–0.40은 보통 수준(fair), 0.41–0.60은 중간 수준(moderate), 0.61–0.80은 상당한 수준(substantial), 0.81–1.00은 거의 완전한 일치(almost perfect agreement)를 의미한다.15,16 본 연구에서 SPSS 24를 이용하여 산출한 kappa 값은 0.813으로, 거의 완전한 일치를 나타내어 학생 응답 분류의 신뢰도가 충분히 확보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분류 결과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에는 논의를 통해 합의에 도달한 후 최종 응답 유형으로 확정하였다.

각 범주별 과학적 응답의 빈도와 비율을 산출한 후, 이를 연결하여 학생들의 속도론적 사고 유형을 구체화하였다. 더불어 각 문항에서 범주별 과학적 응답 비율의 단순 곱을 이용하여 각 문항에서 과학적으로 응답한 사고 유형의 기대 확률을 계산하고, 이를 해당 문항에서 과학적으로 응답한 사고 유형의 실제 비율과 비교하였다. 이 기대 확률은 범주 간 판단이 서로 독립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가정하에 산출한 이론적 기준값으로, 실제 응답 결과와의 비교를 통해 학생들의 통합적 사고 양상을 해석하기 위한 참조점으로 활용되었다.

연구 결과 및 논의

증발 및 응축 속도와 관련된 개념

문항 1에서 증발 속도, 응축 속도, 평형에서 속도 비교라는 세 가지 범주에 대해 과학적으로 응답한 학생의 빈도와 비율은 Table 3에 제시하였다.

Table 3. Frequencies and proportions of scientifically accurate responses by category (Item 1, N=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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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 속도가 평형 도달 과정과 무관하게 처음부터 일정하다고 응답한 학생은 36명(40.9%)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하였다. 반면, 응축 속도가 평형 도달 전까지 증가하다가 평형에 도달하면 일정해진다고 응답한 학생은 77명(87.5%)으로, 증발 속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이해 수준을 보였다. 선행연구에서는 학생들이 응축 과정을 기체 입자의 충돌 빈도 증가나 입자 수 증가와 직관적으로 연관 지어 이해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18 본 연구에서 응축 속도 범주에서 과학적 응답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결과 역시, 이러한 직관적 사고가 학생들의 응답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학생들이 상평형과 관련된 동적 평형 상황을 속도론적으로 접근할 때, 응축 속도에 비해 증발 속도에 대한 개념 이해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하며, 증발 속도의 변화 과정을 명시적으로 강조한 교수·학습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또한 평형에서 속도 비교 범주에 대해 증발 속도와 응축 속도가 동일하다고 과학적으로 응답한 학생은 71명(80.7%)으로 비교적 높은 비율을 나타냈지만, 응축 속도에 대한 과학적 응답 비율에 비해서는 다소 낮은 수준이었다. 두 속도가 동일하지 않다고 응답한 17명의 학생들 중 12명(70.6%)의 학생들은 동적 평형 상태에서 각각의 속도가 평형에 도달하면 변하지 않고 일정하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었으나, Fig. 2와 같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두 속도의 크기가 서로 같다는 관계까지는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생들이 동적 평형을 반응이 완결된 정적인 평형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겉보기에는 반응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대 방향의 과정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동적인 상태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해당 상태가 두 반대 과정의 속도가 동일하다는 관계에 의해 유지된다는 관계적 의미까지는 충분히 구성하지 못하는 사고 특성과 연결된다. 이러한 양상은 기존의 화학 평형 관련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보고된 바 있다.19 이에 동적 평형을 속도론적으로 접근하는 교수·학습에서는 정반응과 역반응의 속도가 평형에 도달하며 일정해지는 역동적인 과정뿐만 아니라, 이때 두 속도의 크기가 서로 동일함을 함께 강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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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Representative examples of responses indicating unequal rates at equilibrium.

Table 4는 문항 1에서 학생들의 응답을 범주별 응답 유형으로 연결하여 학생들의 속도론적 사고를 보다 구체화하여 제시한 것이다.

Table 4. Detailed analysis of responses by category (Item 1, N=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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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tific concept

증발 속도와 응축 속도의 응답 유형이 각각 3가지이며, 평형에서 속도 비교의 응답 유형이 2가지이기 때문에 가능한 사고 유형은 18가지이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보인 학생들의 사고 유형은 총 10가지이었다. 증발 속도에 대한 응답 유형 중 ‘처음부터 일정하다’고 응답한 유형은 2가지 사고 유형으로, ‘감소하다 일정해진다’는 응답 유형은 3가지 사고 유형으로, ‘증가하다 일정해진다’는 응답 유형은 5가지 사고 유형으로 분류되었다. 이와 같이 비과학적 응답을 포함한 사고 유형이 세분화되었다는 점은, 학생들의 속도 개념 이해가 다양한 방식으로 분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증발 속도에 대해 과학적으로 응답한 학생들의 사고 유형 수가 가장 적다는 점은 증발 속도 개념이 오개념으로 분화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음을 시사한다.

증발 속도가 ‘처음부터 일정하다’라고 응답한 36명의 학생 모두는 평형에서 속도 비교 범주에서도 과학적으로 응답하였으며, 이들 중 단 2명만이 응축 속도에 대해 오개념을 보였다. 이는 증발 속도에 대한 개념 이해가 확립된 학생일수록 다른 범주에서도 오개념으로 응답할 가능성이 낮음을 의미한다. 한편, 응축 속도에 대해 ‘증가하다 일정해진다’라고 응답하고 평형에서 ‘두 속도는 동일하다’라고 과학적으로 응답한 학생들 중에서, 증발 속도가 ‘감소하다 일정해진다’라고 응답한 사고 유형은 13명(14.8%), ‘증가하다 일정해진다’라고 응답한 사고 유형은 15명(17.1%)으로 다른 사고 유형에 비해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Table 3에 제시된 각 범주의 과학적 응답 비율을 독립적으로 가정하여 계산한 세 범주 모두에 대해 과학적으로 응답할 기대 확률은 28.8%이다. 그러나 Table 4에 제시된 실제 통합 정답률은 38.6%로, 기대 확률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세 범주에 대한 학생들의 판단이 단순히 독립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특정 범주에 대한 이해가 다른 범주들의 판단과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증발 속도 범주에서 과학적으로 응답한 학생들이 다른 범주에서도 과학적 응답을 보이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 점을 고려할 때, 증발 속도 개념의 이해가 동적 평형을 속도론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다른 범주들의 통합적 사고를 견인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문턱 개념이란 학습자가 해당 개념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사고 방식이나 관점이 질적으로 전환되며, 관련된 다른 개념들을 통합적으로 재구성하게 하는 핵심 개념을 의미하며, “아하”의 깨달음을 가는 관문 또는 통로(portal or gateway)이다.20 Meyer & Land는 문턱 개념의 주요 특징으로 전환적(transformative), 통합적(integrative), 그리고 학습자에게 본질적으로 까다로운(troublesome) 속성을 지닌다는 점을 제시하였다.21 특히 통합적 특성은 특정 개념의 이해가 다른 관련 개념들의 이해를 연결하고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본 연구에서 증발 속도 범주에서 과학적으로 응답한 학생들이 응축 속도 및 평형에서의 속도 비교 범주에서도 높은 비율로 과학적 응답을 보인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이는 증발 속도 개념에 대한 이해가 상평형 상황에서의 동적 평형을 속도론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에서 다른 범주들의 사고를 통합적으로 조직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증발 속도 개념은 단일 개념에 대한 이해를 넘어, 동적 평형을 구성하는 여러 속도 개념들을 연결하는 중심 개념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증발 속도 범주에서 과학적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점은, 이 개념이 학생들에게 본질적으로 까다로운 개념임을 시사한다.

여러 연구에서 개념 학습을 위해 문턱 개념의 발견과 이에 따른 교수·학습적 처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20,22 이러한 측면에서 상평형 상황의 동적 평형을 속도론적 측면으로 이해하는 데 작용한 문턱 개념의 탐색은 중요한 교육적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상평형과 관련된 동적 평형 교수·학습에서는 응축이나 평형 조건에 대한 설명에 앞서, 증발 속도가 어떤 조건에서 왜 일정하게 유지되는지를 입자적 관점에서 명시적으로 설명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온도 변화에 따른 증발 및 응축 속도와 관련된 개념

문항 2와 같이 온도가 높아진 조건에서 평형 도달 시간과 평형에서의 속도라는 두 가지 범주에 대해 과학적으로 응답한 학생의 빈도와 비율은 Table 5에 제시하였다. 평형 도달 시간 범주에서는 문항 1에서 응답한 시간에 비해 더 빠르게 평형에 도달한다고 과학적으로 응답한 학생이 65명(73.9%)으로 나타났다. 반면, 평형에서의 속도 범주에서는 문항 1에서 응답한 평형에서의 속도에 비해 더 빨라진다고 과학적으로 응답한 학생이 44명(50.0%)에 그쳤다. 이는 온도 상승 조건에서 학생들이 평형에 도달하는 시간의 변화는 비교적 잘 인식하는 반면, 평형 상태에 유지되는 속도의 변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불완전한 이해를 보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온도가 높아졌을 때 형성되는 새로운 평형 상태를 속도론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평형 도달 시간에 비해 평형에서의 속도 변화를 이해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

Table 5. Frequencies and proportions of scientifically accurate responses by category (Item 2, N=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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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화학 평형 개념 학습을 다룬 여러 선행연구에서도 온도 변화와 관련된 평형 이해에서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10,19,23 그러나 흥미롭게도 Table 3과 Table 5의 결과를 비교해 보면, 온도 변화 조건에서 평형 도달 시간과 평형에서 속도 범주의 과학적 응답이 각각 73.9%, 50.0%로, 문항 1에서 나타난 증발 속도의 과학적 응답 비율(40.9%)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학생들이 온도 변화라는 조건이 추가되었을 때 개별 범주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과학적 판단을 수행할 수 있으나, 이러한 판단이 반드시 동적 평형의 속도론적 구조에 대한 통합적 이해로 이어지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즉, 학생들의 어려움은 단순히 온도 변화 효과를 ‘모른다’기보다, 평형 상태에서 시간과 속도라는 서로 다른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여 해석하는 데서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Table 6은 문항 2에서 학생들의 응답을 범주별 응답 유형으로 연결하여 학생들의 속도론적 사고를 보다 두 범주 중 과학적 응답률이 낮았던 평형에서 속도 범주를 기준으로 구체화하여 제시한 것이다.

Table 6. Detailed analysis of responses by category (Item 2, N=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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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ientific concept

평형에서의 속도에 대한 응답 유형이 2가지이고, 평형에 도달하는 시간에 대한 응답 유형이 3가지이므로 가능한 사고 유형은 총 6가지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 6가지 사고 유형이 모두 학생들의 응답에서 확인되었다. 온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평형에 도달한 후의 속도는 이전보다 빨라지고, 평형에 도달하는 시간도 단축된다고 두 범주 모두에 대해 과학적으로 응답한 학생은 26명(29.5%)으로, Table 5와 같이 온도 변화에 따라 두 범주를 각각 독립적으로 분석하였을 때는 범주별 과학적 응답 비율이 낮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범주를 동시에 고려하는 사고 유형 분석에서는 과학적 응답 비율이 현저히 낮아졌다. 두 범주의 과학적 응답 비율을 독립적으로 가정하여 계산한 기대 확률(37.0%)보다도 낮게 나타났다. 이는 문항 1에서 실제 통합 정답률이 기대 확률보다 높게 나타난 결과와 대조되는 양상으로, 조건 변화가 수반되는 상황에서 두 범주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사고가 학생들에게 추가적인 인지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평형에 도달하는 시간은 문항 1의 상황에 비해 감소한다고 과학적으로 응답하였으나, 평형에서의 속도는 문항 1의 상황과 비교하여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사고 유형이 39명(44.3%)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 응답 유형은 온도 상승의 효과를 평형 도달 시간의 감소와는 연결하였으나, 평형 상태에서 유지되는 속도의 변화와는 충분히 통합하지 못한 사고 유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평형 도달 시간은 거시적 관점에서 비교적 관찰 가능한 지표인 반면, 평형에서의 속도는 직접 관찰할 수 없고 미시적인 입자의 거동을 통해 추론해야 하는 개념이라는 점과 관련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평형에서의 속도 변화를 해석하는 데 추가적인 인지적 부담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응답 유형이 문항 2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난 것은, 거시적으로 관찰 가능한 정보에 의존한 부분적 속도론적 사고가 미시적 추론을 요구하는 속도 개념과 충분히 통합되지 못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대로 평형에서의 속도는 증가한다고 과학적으로 응답하였으나, 평형에 도달하는 시간은 변화가 없거나 증가한다고응답한학생도각각 12명과 6명으로, 총 18명(20.5%)에 달하였다. 이처럼 두 범주 중 하나만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다른 범주는 비과학적으로 인식한 학생은 전체의 57명(64.8%)으로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다. 이는 조건 변화 상황에서 속도와 시간 개념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데서 발생하는 인지적 간섭의 전형적인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선행연구에서 보고된 온도 변화에 따른 화학 평형 학습의 어려움이 단순한 개별적 개념의 이해 부족이 아니라, 서로 다른 범주에 대한 이해를 연결 및 통합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

한편 문항 1에서 증발 속도 개념에 대해 과학적으로 응답한 36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문항 2 응답을 분석한 결과, 평형 도달 시간 범주에서는 86.1%, 평형에서의 속도 범주에서는 80.6%의 과학적 응답 비율을 보였다. 이는 전체 학생의 응답 비율을 제시한 Table 5와 비교할 때 두 범주 모두에서 높은 수치이다. 이러한 결과는 증발 속도 개념에 대해 과학적으로 이해한 학생들이 온도 변화라는 조건이 추가된 상황에서도 속도론적 이해를 다른 평형 상황으로 전이하여 적용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문항 2의 응답에서도 증발 속도 개념이 다른 평형 상황에 대한 이해를 견인하는 문턱 개념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적 근거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온도 변화에 따른 평형 이동을 교수할 때에는 두 범주를 단순히 독립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증발 및 응축 속도가 평형 도달 시간의 변화를 어떻게 초래하는지를 하나의 속도론적 틀 안에서 명시적으로 연결하여 이해하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 및 제언

이 연구의 목적은 상평형 상황에서 고등학생들이 동적 평형을 속도론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어려움을 탐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충청남도 소재 일반계 H고등학교에서 화학Ⅱ를 수강하는 학생 92명을 대상으로 Kim et al.10이 개발한 설문 도구를 적용하여 조사하였다. 설문 도구는 두 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었으며, 문항 1은 증발 속도, 응축 속도, 평형에서 속도 비교의 세가지 범주를 중심으로, 문항 2는 문항 1과 동일한 상황에서 온도가 상승한 조건을 제시하고 평형 도달 시간과 평형에서 속도라는 두 가지 범주를 중심으로 응답을 유형화하였다. 이후 각 문항에 대해 독립적으로 분석된 범주별 응답 유형을 연결하여 학생들의 속도론적 사고 유형을 구체화하였다.

문항 1 분석 결과, 증발 속도에 대해 과학적으로 응답한 학생의 비율은 40.9%로 낮은 반면, 응축 속도에 대해서는 87.5%로 상대적으로 높은 이해 수준을 보였다. 또한 평형에서 두 속도가 동일하다고 응답한 학생이 다수였으나, 일부 학생들은 각 속도가 일정하다는 점은 인식하면서도 두 속도의 크기가 동일하다는 관계적 의미까지는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항 2 분석 결과, 온도 상승 시 평형 도달 시간이 더 짧아진다고 과학적으로 응답한 학생의 비율은 73.9%였으나, 평형에서의 속도가 더 빨라진다고 응답한 학생은 50.0%에 그쳐 속도 변화 이해에서 더 큰 어려움이 확인되었다. 특히 두 범주를 통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두 가지 모두에 대해 과학적으로 응답한 학생은 29.5%에 불과하였으며, 다수의 학생이 평형 도달 시간과 평형에서의 속도 중 하나만을 과학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상평형 상황에서 동적 평형을 속도론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에 증발 속도 개념이 핵심적인 문턱 개념으로 작용함을 시사한다. 또한 온도 변화에 따른 화학 평형 학습의 어려움은 개별 범주에 대한 이해 부족보다는, 서로 다른 범주 간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데서 비롯됨을 보여준다. 이는 화학 평형을 속도론적으로 접근하는 데 필요한 문턱 개념을 구체적으로 밝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기존 연구가 온도 변화에 따른 평형 이동의 어려움을 현상적으로 보고하는 데 그쳤다면, 본 연구는 그 학습 어려움의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문항 1에서 증발 속도 개념에 대해 과학적으로 응답한 학생들이 문항 2에서도 평형 도달 시간(86.1%)과 평형에서의 속도(80.6%) 범주에서 높은 과학적 응답 비율을 보였다는 점은, 증발 속도 개념의 획득이 다른 평형 조건에서도 속도론적 개념을 전이하여 적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화학 평형을 속도론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추후 연구를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과정 차원에서 화학 평형을 속도론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현행 교육과정은 전통적으로 화학 평형을 속도론과 분리하여 다루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화학Ⅰ에서 동적 평형을 정성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화학Ⅱ 평형 상수 및 평형 이동, 반응 속도가 모두 다루어지나 이 내용들이 서로 다른 단원에서 제시함으로써 속도론적 접근에 구조적 제약이 존재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평형이 일반선택 과목에서, 반응 속도가 진로선택 과목에서 다루어지면서 이러한 분절이 더욱 심화되었다. 그러나 선행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되었듯이 화학 평형의 본질적 이해를 위해서는 속도론적 접근이 필수적이므로, 향후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평형을 속도론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의 계열성과 범위를 재구성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요구된다.

둘째, 다양한 평형 상황을 대상으로 한 속도론적 접근 탐색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가장 단순한 평형 상황인 상평형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속도론적 접근에서의 어려움을 분석하였다. 그러나 화학에서 다루는 평형은 상평형 외에도 용해 평형, 산–염기 평형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하며, 제시되는 평형 상황에 따라 속도론적 접근에서 요구되는 범주와 사고 유형 또한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평형 상황을 대상으로 속도론적 접근의 어려움을 비교·분석하는 연구를 통해, 화학 평형을 속도론적으로 지도하기 위한 보다 종합적인 교육적 시사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셋째, 평형에 대한 속도론적 접근을 학생들의 미시적 설명과 연결하여 심층적으로 탐색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연구 목적과 분석틀에 따라 증발 속도와 응축 속도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평형 이해를 범주화하여 분석하였다. 그러나 선행연구에서 지적하듯이, 속도론적 접근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는 학생들이 제시하는 입자 수준의 근거와 인과적 설명을 통해 확인될 수 있다. 본 연구는 설문 기반 자료에 의존하였기 때문에 학생들이 작성한 그래프 및 서술형 설명만으로는 미시적 추론의 과정과 정신 모델을 충분히 구체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실제 제시된 문제 상황을 학생들이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실시간 추론 양상과 인지적 간섭을 분석하고, 이를 면담 자료와 결합하여 학생들의 미시적 설명과 개념 조직 방식을 심층적으로 탐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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