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2024년 2월 6일,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매년 2,000명씩 5년간 증원하여 1만 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한다는 발표를 하였다. 이어 3월 20일에 대학별 정원을 배분하였다. 전체 증원 2,000명 중 비수도권에 82% (1,639명), 경인지역에 18% (361명)를 배정하였다. 서울에는 신규 정원을 배치하지 않았다. 지역거점 국립대학에 총 정원 200명 수준을 배정하고, 50명 미만 소규모 의과대학의 총정원을 100–130명으로 늘린다고 발표하였다. 5월 30일에는 각 대학의 수요조사를 받아 모집 정원 1,497명 증원이 확정되었다. 이로써 2025년도 모집정원은 4,695명으로 2024년도 모집정원 3,198명에 비해 46.8%가 늘어난 것이었다. 이러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추진에 대해 의료계의 극렬한 저항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의 명분은 의사 수를 늘려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 공급을 늘리고 의료취약지역에 의사 공급을 늘린다는 것에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도록 필수의료 부문의 수가를 인상하고, 필수의료에 수반되는 중대 의료사고에 대한 면책을 강화하며, 지역의료를 강화하는 ‘지역완결형 의료’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고 의사의 전공 간, 지역 간 분포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의사의 과잉 공급은 의료비 증가를 유발하고 의료의 질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쌍방의 주장 사이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게 되면서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사직하고 의과대학생이 동맹 휴학을 했다. 이어 교수들의 사직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도 학생 모집은 강행되었다. 그러나 입학생들마저 휴학 투쟁을 이어 나갔다. 최근에 정부가 2026년도 정원은 3,058명으로 조정하고 ‘보건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서 2027년도 이후의 정원을 논의하도록 후퇴하였다. 이에 학생들의 복학과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2027년도 이후의 의과대학 정원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 그리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제반 문제들에 대한 혼란과 대립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의과대학 정원은 의약분업사태 당시에 3,300명의 정원을 3,058명으로 줄인 이후에 20년이 넘도록 동결되어 있었음에도 의사인력의 수급에 대한 학술적인 논쟁이 활발하지 못하였다. 문재인정부에서 의과대학 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증원하는 계획을 발표하였으나 의료계의 저항에 부딪혀 추진을 철회한 바 있다. 이에 촉발되어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이 모아졌고 2023년에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제정되고 실태 조사를 시행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의사인력정책에 대한 합의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 논문은 의사인력 공급정책의 적절성에 대해 해외 학술문헌을 중심으로 고찰하고 시사점을 제시해 보고자 하였다. 연구방법으로는 의사인력 공급과 관련한 쟁점을 정리하고, 쟁점에 대한 문헌들을 검색하고 고찰하였다. 검색은 PubMed, Google Scholar, ChatGPT4o를 활용하였다. 검 색기간은 1970년 이후에 발표된 peer-reviewed 논문을 중심으로 하였고, 검색 키워드는 medical school capacity, medi- cal school seats, physician supply, regional distribution of physicians, specialty distribution of physicians, physician supply and healthcare cost, physician supply and health- care quality/health outcome 등을 사용하였다. ChatGPT4o 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학술문헌의 원문을 찾아서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쟁점들이 특정 주제가 아닌 다면적이고 포괄적인 주제였기 때문에 체계적 문헌고찰 방법론에 의존하지 않았다. 의사 인력 공급의 적절성에 대한 쟁점을 중심으로 연구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Table 1).
첫째, 의사인력의 규모와 지역 간, 전문분야 간 배분은 어떻게 해야 적절한가? (1) 의사인력의 배출(의과대학 정원)의 적절한 규모는 어떠해야 하나? (2) 의사인력의 지역 간 균형 배치는 가능한가? (3) 의사인력의 전문분야 간 적절한 배분은 가능한가?
둘째, 의사인력 공급을 늘리게 되면 어떠한 파급효과가 발생하나? (1) 의사인력 공급이 늘어나면 의료비는 증가하나?(2) 의사 인력 공급이 늘어나면 의료의 질이나 성과, 건강결과는 개선되는가? (3) 의사인력 공급 확충에 대해 의사단체는 어떠한 정치적 대응을 하는가?
의사인력 공급과 관련한 학술적 논의
1. 의사인력의 규모와 배분
1) 의사인력(의과대학 정원)의 규모
의사인력의 공급은 의과대학의 입학과 활동 의사가 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그동안 국민들의 의료수요가 다양한 요인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적절한 인력 공급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의사의 지역 간, 전공 간 배분의 문제가 의사인력의 전체 공급규모와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 즉 지역 및 전문분야 간 배분이 잘 이루어지면 의사 수의 공급 확충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아도 된다. 의사인력 공급 혹은 의과 대학 정원의 문제에 대한 학술논문들은 의사의 교육과 수련에 관한 연구들에 비해 많지는 않다. 그리고 대부분 논문들이 미국의 경우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는 다소 맥락이 다른 점 을 감안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의사 면허는 주(State of Medi- cal Board)에서 발급하며 의과대학 정원에 대한 연방 차원의 상한 규정은 없다. 주별로 정원을 정한다. 다만, 전문의에 대해서 연방 차원에서 전공분야별 균형을 맞추려는 배분 규제가 있다.
Cooper [1]는 신중한 계획 없이는 의과대학 정원을 늘렸을 때에 일부 전문분야의 의사 공급이 과잉될 수 있고, 다른 전문분야의 의사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의과대학 정원의 적절한 규모를 결정하기 위해 국가 및 지역 수준에서 의료 수요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를 수행할 것을 권장한다. Bloor 등[2]은 영국에서 의과대학 입학자가 1998/1999년 5,062명에서 2004/2005년 7,932명으로 6년 만에 50% 이상 증가한 것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러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해 의사 부족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의사 배출 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상당한 불확실성과 위험이 존재한다. 의료인력의 생산성 변화의 원인과 생산성 추세에 대한 연구에 더 많은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의사의 활동과 진료패턴의 변화를 더 잘 측정하고 관리하면 의과대학 정원을 대규모로 늘리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Huguier와 Romestaing [3]은 프랑스의 의사인력에 대해 논의하였다. 의사의 의학교육과 졸업은 국가의 전적인 통제하에 있다. 공식 교육을 마친 모든 학생(만 18세)이 입학할 수 있지만, 2학년의 입학 허용 인원은 매년 정부에서 결정한다. 외국 의과대학 졸업생은 국가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실습을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정부는 단기적으로(예: 외국인 의과대학 졸업생을 수입하여 빈자리를 채우는 등) 또는 장기적으로(의사 부족 또는 공급 과잉에 대처하기 위해 학생 수를 늘리거나 줄이는 등) 의료인력의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양한 제약으로 인해 이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즉 변화에 대한 저항, 다양한 로비 세력, 더 중요한 것은 관련 정보의 부족임을 제기하였다. Aftab 등[4]은 의과대학 정원을 결정하는 학교의 의사결정 자율성이 정부 규제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연구하였다. 학교가 어느 정도 자율성을 유지해야 하지만, 규제기관은 인력이 국가의 의료수요에 부합하도록 상한선이나 목표를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cheffler와 Arnold [5]는 2030년 OECD 국가들의 의사와 간호사 수요에 대한 예측모델을 개발하였다. 보건서비스 수요는 1인당 소득, 개인 보건 관련 지출, 그리고 인구의 고령화를 고려하였고, 인력 공급은 autoregressive integrated moving average 모형을 사용하여 예측하였다. 32개 OECD 국가에서 40만 명의 의사 부족을 예측하였다. 흥미롭게도 한국은 2030년에 의사 수요 154,839명, 공급 158,660명으로 3,821명의 공급 초과(의사 수 대비 2.4%)로 추정되었다. 주요한 제안은 의사인력 공급의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의료서비스 전달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의사뿐만 아니라 전체 의료인력 시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경우 특히 매니지드 케어 도입으로 시장 권력은 의사의 유인수요 능력을 감소시켰다. 매니지드 케어는 또한 의사의 직업적 자율성과 소득을 감소시켰다. 매니지드 케어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의사 과잉 공급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의사 보조원(physician assistant, PA)과 전문간호사의 활용을 강력히 지지하였다. 요컨대, ‘적정한’ 의사 수의 결정은 더 넓은 인력의 맥락에서 접근해야 할 것, 예상되는 경제성장과 그 성장을 수용하는 데 필요한 수요를 예측해야 한다. 의사를 지원하는 인력들이 의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의사 과잉을 유지하는 것이 의사 부족보다 덜 문제라고 주장한다. Evans 등[6]은 의과대학 정원의 증가와 의과대학 신설에도 불구 하고 일차진료나 취약지역의 의사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음 을 지적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 의과대학들의 대응을 조사한 바 있다. 대학들의 69.2%가 농촌지역, 67.4%가 도시 소외지역, 45.3%가 일차진료 분야에서 실습할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모집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alsberg [7]는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것은 중요한 단계이지만 국가의 진화하는 의료수요에 전략적으로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는 특정 전문분야와 지역에 맞게 조정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의사 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는 전문간호사 및 PA와 같은 다른 의료전문가의 역할 에 대해서도 논의하며, 복잡한 의사 부족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교육개혁과 광범위한 의료시스템 변화를 결합한 다각적인 접근방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Pasha 등[8]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신뢰할 만한 근거에 의한 의사인력 수요의 예측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여러 방법론은 불명확하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결과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다. 연방 및 주 정부가 매년 약 150억 달러를 전공 의학교육(Graduate Medical Education, GME) 지급에 투자하지만, 그 자금이 미래의 의사인력 형성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거의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연방 차원에서 정치적 중립의 데이터 기반 전문가 패널에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향후의 의사 공급을 보장하는 최적의 해결책임을 논의한다.
이상의 논문들은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과대학 등록을 확대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결과에 대해 논의하였다. 신중한 계획 없이는 일부 전문분야의 과잉 등록으로 인해 의사 공급이 과잉될 수 있고, 다른 전문분야의 의사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논문들은 입학 정원을 결정하기 위해 국가 및 지역수준에서 의료수요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를 수행할 것을 권장한다. 논문들에서 고찰할 수 있는 것은 적절한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결정하는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의사결정과정, 타 의료직종, 의료전달체계를 비롯한 의료시스템이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이다. 이는 학술적으로 규명하기에는 제한적인 주제이다. 다 만, 의학교육에 대한 전문가들아 참여하는 정보에 입각한 증거 기반의 의사결정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최근 의과대학 정원 증원의 근거로 인용한 3개 보고서가 있는데, Shin 등[9], Hong [10], Lee 등[11]이다. 의료이용량의 변화, 의사진료일수의 변화, 인구변화와 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의 의료수요를 추계하고 의사 공급 부족의 규모를 제시했다. Shin 등[9]에서는 의사 부족 규모를 2025년 5,165명, 203 년 13,208명, 2035년 25,300명으로 추산하였다. Hong [10] 은 2050년에 26,57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입학 정원을 1,500명 늘려도 2043년에 3,035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원을 늘려도 수도권, 대도시는 과잉, 나머지 지역은 과소로 전망된다고 지적하였다. Lee 등[11]은 고령화, 여성의사의 증가, 노동생산성, 근로시간의 감소를 반영한 추계에서 2050년 공급 부족 22,308–30,637명을 전망했다. 이들의 연구방법은 의료수요를 결정짓는 인구추계와 진료생산성 시나리오에 따라 필요 의사 수를 추정하여 의사인력 공급의 과부족을 추계하였다. Jeong 등[12]은 방법을 달리하여 인구 천명 당 임상의사 수를 종속변수로 하여 설명변수의 계수를 추정하고, 설명변수의 미래전망치를 대입하여 미래 임상의사 수를 추정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그 결과, 의사 수는 과부족하지만 2035–2040년에 공급 과잉으로 전환한다고 추정하였다. 따라서 의과대학 정원을 4,000명 선으로 지속하다가 2031년부터 정원을 축소 조정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Park [13]은 의과대학 정원 증원은 의학교육의 질이 높 은 의과대학 중심으로 증원하되, 대규모 의과대학은 입학인원을 20%–30% 늘리고, 소규모 의과대학은 입학인원을 40%–50% 늘릴 것을 제안하여 전체 증원규모는 760–1,066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에 따른 의료수요를 추정하여 정원을 축소 조정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대한의사협회 등에서 발간하는 보고서들에서는 미래의 의사인력에 대해 과잉 공급이라는 결론을 내고 있다. 미래의 의사인력 전망에 대해 상반된 결론이 도출되는 데에는 방법론의 차이도 있지만 추계에 사용된 가정의 차이에서 크게 비롯된다. 또한 각 연구들은 가정의 불확실성 때문에 민감도 분석을 했고,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의사 공급의 과부족 정도는 상당한 차이가 남을 유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연구들에서 의사와 타 직종 간의 역할 분담, 의료전달 체계, 의학기술의 변화, 서비스 제공의 방식과 같은 전체적인 접근은 부족하다.
2) 의사인력의 공급 증가와 지역 간 균형 분포
앞 절에서 의사인력의 공급 규모에 대해 논의하면서 지역 간 분포 문제도 일부 언급했지만, 본 절에서는 의사인력의 공급 확대가 지역 간 분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집중해 보았 다. Gravelle과 Sutton [14]은 지역적 형평성을 달성하기 위해 의사 공급을 늘린 여러 국가의 경험을 검토한 결과, 전체 의사 공급을 늘린다고 해서 더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캐나다와 같은 국가에서 교육훈련 인력과 채용 노력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시골과 의료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에서 의사를 유치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었다. 라이프스타일 선호도 및 경력 개발 기회와 같은 비경제적 요인이 의사의 진료지역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되었다. Baicker와 Chandra [15]는 의사 밀도가 높을수록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고, 의사 밀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더 나은 인프라와 전문경력 개발의 기 회가 많아져서 더 많은 의사를 유치하고 있었다. 다만, 재정적 인센티브와 정부 정책은 의료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의 진료를 장려함으로써 지역적 불균형을 부분적으로 해결할 뿐이라고 밝혔다. Rosenthal 등[16]은 미국에서 의사 공급을 늘리면 도시지역의 의료수요를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농촌과 소외된 지역은 여전히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다 평등한 분배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농촌에 특화된 의료교육과 더 나은 지원시스템과 같은 다른 요소들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Sem- powski [17]는 의료취약지역에서 의사의 진료를 장려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National Health Service Corps와 같은 연방 프로그램의 경우에 단기적인 배치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의사를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다. 전반적으로 의사 분포는 일시적으로 개선되지만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그 효과는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다. Gravelle과 Sutton [14]은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해 의사 공급을 늘리면 의료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지만, 지역불평등을 크게 줄인다는 증거는 제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시장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에서 전반적인 공급 증가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도시나 부유한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Simoens와 Hurst [18]는 OECD 국가의 데이터를 비교하였으며, 의사 수가 늘어날수록 전반적인 의료서비스 접근성은 개선되지만 지역 간 불균형은 여전하며, 의사를 농촌지역에 재배치하려는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시지역으로 더 많은 의사가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 Starfield 등[19]은 국제비교 연구에서 의사 밀도 증가가 자동으로 더 나은 분배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시골 진료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의사 배치 규제와 같은 정책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았다. Goodman과 Grumbach [20]는 의과대학 확대가 미국 내 의사의 지리적 분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였다. 대부분의 졸업생이 도시와 부유한 지역을 선호하기 때문에 의과대학 확대만으로는 지역격차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의과대학 시골 진료 장학금이나 시골 레지던트 우대정책과 같은 타깃 프로그램이 의사의 지역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데 더 효과적이었다. Pettersson 등[21]은 의사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농촌과 도시 간의 불균등한 분포가 지속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의사인력의 이동성은 가족 선호도, 직업 기회,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개인적 및 직업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Pong과 Pitblado [22]는 캐나다의 경우에도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농촌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결론짓고 의사 수를 늘리는 것과 함께 재정적 인센티브 및 일과 삶의 균형 개선과 같은 구체적 정책이 더 나은 분포 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Bärnighausen와 Bloom [23]은 국제적 증거를 검토하여 일반적인 의사 공급 증가가 지역 간 공평한 분배로 일관되게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쿠바와 같이 중앙집권적 계획이 강력한 국가에서는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졌지만, 시장 지향적인 의료시스템에서는 격차가 지속되었다. 농촌 레지던트 프로그램과 의료취약지역에 대한 재정적 인센티브 등 의사 공급 증가를 보완하기 위한 포괄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Tchoe 등[24]은 OECD국가 간 비교를 통해 의사인력의 지역(광역지자체) 간 격차는 크지 않다고 관찰하였고, 시군구, 읍면동별 격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역설하였다. 특히 현재의 전국적으로 단일화된 자유방임형 의료전달체계에서 지역분권형 책임 의료체계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즉 지역이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지역의 보건의료 공급과 이용, 의료의 질 및 건강을 관리하도록 하는 체계이다. 이 체계하에서 지방의 의사인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특수목적의 의과대학의 신설이나 기존 의과대학의 지역특별전형 모집이 효과적이라고 제안하였다. 단기적으로는 지방에 의사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지역면허제, 이동형(방문형) 진료나 비대면 진료의 활성화, 의사보조인 력의 활용에 중점으로 두고, 기존의 비활동 의사의 활용 및 활동 의사의 지역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3) 의사인력의 전문분야별 적절한 배분
본 절에서는 의사인력의 전문분야별 배분 문제를 논의한 논문들에 집중해 보았다. 논문들은 전문분야에 걸쳐 의사를 적절히 배치하는 것의 복잡성을 강조하며, 재정적 인센티브, 교육경로(educational pathways) 및 의료결과가 모두 상호 연결된 요인임을 보여준다. Nicholson과 Souleles [25]는 의과대학생들이 전문분야를 선택하는 의사결정과정에서 금전적 인센티브의 역할을 연구했다. 높은 연봉 잠재력과 라이프스타일 선호도가 전문과목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쳐 피부과, 정형외과, 방사선과 등 수익성이 높은 전문과목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일차진료나 노인의학과처럼 과소 대표되는 전문과목을 대상으로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인력 분포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한다. Dorsey 등[26]은 의과대학생들의 전문과목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즉 소득 기대치, 일과 삶의 균형, 라이프스타일 고려사항 등을 조사했다. 고소득 및 시술 기반(procedure-based) 전문분야가 더 많은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어 가정의학과와 같은 일반 진료과목의 부족으로 이어짐을 발견한다. 저자들은 특히 농촌과 소외된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보다 균형 잡힌 전문의 배분을 장려하기 위한 교육 및 재정적 개입을 옹호한다. Starfield와 Fryer [27]는 전문의와 1차진료 의사의 조합이 의료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1차진료 의사의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사망률이 낮아지는 등 건강결과가 더 좋으며, 전문의 공급 과잉은 불필요한 시술과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의료시스템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의사인력의 균형을 재조정할 것을 권장한다. Salsberg와 Grover [28]는 인력 배분계획의 부실이 전문분야, 특히 일차진료 분야의 의사 분포 불균형을 초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료시스템의 인센티브가 일반 진료보다 전문화를 장려하여 일차진료 의사 부족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의과대학생들이 일차진료와 같이 소외된 분야에 진출하도록 장려하는 정책을 옹호한다. Goodman [29]은 의사의 전문분야별 진료에 대한 접근성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일차진료 의사에 비해 전문의의 공급 과잉이 건강결과의 개선 없이 의료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특히 의료서비스가 취약한 지역에서 일차진료 전문분야를 추구하도록 장려하는 정책개혁을 권고한다. Staiger 등[30]은 시장역학과 정책 결정이 의사인력을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의과대학생의 전문과목 선택과 레지던트 매칭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조사했다. 전공 선호도의 추세, 재정적 인센티브의 영향, 다양한 의료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의 역할을 분석했다. 궁극적으로 인구의 의료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여러 전문분야에 걸쳐 의사를 균형 있게 배치하기 위해 교육정책과 시장 인센티브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Petterson 등[21]은 미국에서 의사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도시에는 전문의가 너무 많고 농촌에는 일 차진료 서비스 제공자가 너무 적다는 문제를 강조하였다. 여러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으며, 지리적 및 전문과목 관련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Grover 등[31]은 미국 의료시스템이 변화하는 요구에 맞춰 의사인력을 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인구고령화와 의료보험 확대에 따라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일차진료 분야의 의사 부족에 대한 우려를 강조한다. 저자들은 현재 GME에 대한 자금 지원의 한계 에 대해 논의하며, 메디케어가 지원하는 교육 슬롯(‘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가 재정 지원하는 레지던시’)이 거의 20년 동안 동결되어 의사의 지리적 분포가 불평등하고 인구 통계 변화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의사 수련을 국가 보건 우선순위에 더 잘 맞추기 위해 GME에 대한 재정개혁을 옹호하며, 국가의 보건 요구를 충족하는 의사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더 많은 책임과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Phillips 등[32]은 전문분야별 의사 분포가 인력계획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양한 전문분야에 대한 미래 수요를 모델링하고 일차진료와 특정 외과 분야에서 심각한 인력 부족을 예측하였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 입학 및 레지던트 정원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더 나은 인력계획이 의료접근 성과 의료성과를 모두 개선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2016년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33]는 인구통계 및 의료적 추세를 이용하여 일차진료 의사 부족을 예측했다. 어떤 개입이 없다면 2025년까지 미국 의료시스템이 일차진료 의사의 심각한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보고서는 일차진료 전문분야의 레지던트 수련과정을 늘리고 해당 분야에 진입하는 의사들을 위한 대출 면제(loan forgiveness)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자원을 재분배할 것을 권장한다.
우리나라의 필수의료 전공자 부족에 따른 필수의료 붕괴대책으로 Yang [34]은 필수의료의 매력도를 높이고(수가 인상, 형사 처벌 면제, 무과실책임보상제), 비필수의료의 매력도를 낮추는 조치(의사 외 타 직종의 진입 허용으로 가격경쟁, 공급자유인수 요의 억제)를 제시했다. Kim [35]은 소아과와 산부인과 의사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수가 인상, 응급의사 부족에 대해서는 경증응급 환자를 위한 연중 24시간 병원 운영의 허용, 지방 의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건강보험의 광역지자체별 분리 운영을 제안 했다. 이에 대해 Woo [36]는 필수의료 수가 인상은 병원의 수익만 증가시킬 뿐 필수의료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필수ㆍ지역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공공병원 확충이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은 비수도권 의과대학 중심이지만 사실상 ‘무늬만 지역 의과대학’일 뿐 수련은 수도권에서 받으므로 지역 의사 부족을 메꾸기 어렵고, 늘어난 의사들이 필수의료에 종사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본다.
2. 의사인력 공급 증가의 파급효과
1) 의사인력 증가와 의료비 지출
의료공급자 단체는 의사인력의 공급이 증가하면 의료비가 증가하고 국민의 부담 증가로 이어져 건강보험재정을 위협하므로 의과대학 정원의 증원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술적으로 보아 타당해 보이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해외의 여러 문헌들에서 학술적인 검증이 이루어졌다. 일찍이 보건경제학자인 Feld- stein [37]은 의사 수 증가로 의사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 격이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체 의료비 지출이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의사들이 소득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서비스에 대한 추가 수요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Wennberg와 Gittelsohn [38]은 미국에서 1인당 의사 수가 많은 지역은 병원 입원 및 의료서비스 비율이 높은 경우가 많으며, 건강결과가 개선되지 않고 의료비 지출이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이에 반해 Evans [39]는 의사의 행동은 윤리적 규범, 규제환경, 환자의 선호도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고 강조한다. 의료서비스가 규제되는 지역에서는 의사 공급이 증가해도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 논문은 의료 전문가가 전적으로 수요를 좌우할 수 없음을 시사하는 증거를 제시한다. Fuchs와 Newhouse [40], Newhouse [41]는 역시 의사 수가 증가하면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는데, 의사가 의료서비스 소비에 관한 환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Fuchs [42]는 특정 지역에서 외과의사 공급이 증가한다고 해서 수술건수가 비례적으로 증가하거나 비용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신 수술에 대한 수요는 안정적이었으며, 이는 의사 수가 반드시 의료비 지출을 주도하지는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Feld-man과 Sloan [43]은 의사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 종종 가격과 의료비 지출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시장에 더 많은 의사가 진입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대신 효율성과 비용 절감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고 하였다. Pauly [44]는 의사와 환자 간의 비대칭적인 정보, 공급자의 유인수요에 의해 의료바가 증가하며, 행위별 수가 지불모델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주장했다. Rice [45]는 의사들의 공급 증가로 더 많은 경쟁에 직면하게 되면 소득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수요를 유도할 수 있다는 가설을 입증했다. Weisbrod [46]는 의료지출은 의사 수의 증가보다는 기술발전 및 보험 인센티브와 같은 다른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McGuire와 Pauly [47]는 의사가 재정적 인센티브에 민감하지만 의사 수가 증가한다고 해서 반드시 지출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의사 결정이 보험사의 환급정책에 의해 제한되기 때문이다. 상한선 지급에 직면하면 의사가 더 효율적으로 치료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더 많은 의사가 더 많은 지출과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Baker 등[48]은 의사 수가 증가하고 기술가용성이 증가하면 의사들이 더 많은 수입을 창출하기 위해 필요하거나 불필요한 서비스(특히 영상진단)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지출도 증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Gruber와 Owings [49]는 츨산 감소로 인한 산부인과 의사의 소득감소 충격에 대해 제왕절개의 증가로 대응하는 공급자 유인수요(supplier induced demand) 증거를 제시했다. 반면, Gruber와 Owings [50]는 산부인과 의사 공급이 증가하면 제왕절개 분만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의사 행동은 단순히 의사 수보다 재정적 인센티브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시장의 압력으로 인해 의사들이 과도한 활용에 더 신중해지기 때문에 경쟁으로 인해 불필요한 시술이 줄어들고 전체 지출이 감소할 수 있다고 한다. Reinhardt [51]는 의사 공급 증가에 의한 유인수요는 의료비 지출 증가와 상관관계가 있지만, 그 효과는 국가의 의료시스템(예: 공공 대 민간)과 의사에 대한 재정적 인센티브 구조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Sloan과 Schwarz [52]는 의사 수 증가는 1970년대 의사진료비 지출 증가분의 약 1/5만 설명하며, 인구 구성 변화와 보험보장 확대가 더 큰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유도수요가 핵심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Henry 등[53]은 전문의 공급이 많아지면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은 향상될 수 있지만 불필요한 시술과 진단이 수행되어 전체 의료비용이 부풀려질 위험이 있다고 했다. Wen-nberg 등[54]은 미국에서 의사 밀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의료이용률과 지출이 높은 경향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러한 관계는 선택적 시술과 비응급 의료서비스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의사 수가 많은 지역일수록 의료비 지출의 한계 수익률이 낮은 경향이 있었으며, 이는 단순히 공급이 증가한다고 해서 비용이 비례적으로 증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었다[55]. Post 등[56]은 의사 공급 증가가 의료비 지출 증가의 주요 요인은 아니고, 대신 정보비대칭, 인센티브, 조직통합과 같은 다른 요소가 비용 증가에 더 큰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Sirovich 등[57]은 의사가 많은 지역의 주치의는 환자 치료결과를 반드시 개선하지 않으면서도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사 공급이 많을수록 더 공격적인 서비스 이용을 통해 의료비 지출이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Baicker와 Chandra [58]는 전문의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비용이 상승하는 대신에 성과 개선은 안보인 다고 보고하였다. Ma와 McGuire [59]는 대만에서 도시지역에서 의사 공급이 증가하면 의료비 지출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의사의 재정적 인센티브가 서비스 제공과 연계되어 있는 시스템에서 특히 그렇다고 보았다. Zhang 등[60]은 지역 간 의료비 지출과 이용의 변이가 크고, 단순히 의사밀도 증가가 지출 증가를 유발한다는 일괄적인 설명은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와 같이 논문들은 의사인력의 공급 증가가 의료비에 미치는 영향은 엇갈리는 결과들을 보여준다. 대체로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방향의 결과들이 다소 많다고 볼 수 있으며 일반적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그리고 의사 밀도의 증가에 비례하여 의료비가 증가하기보다는 체감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어떠 한 조건이나 상황에서 의료비가 증가하기도 하고 감소하기도 한다. 중증질환이나 외과적 수술이 수반되는 경우에는 의사 수 증가가 의료비를 반드시 증가시키지는 않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선택적 시술이나 비필수적 진료 부문에서는 의사 수 증가가 의료비를 증가시킬 우려가 커진다. 결국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이 큰 진료 부문에서 의사 수 증가의 의료비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의료비 청구에 대한 억제가 가능한 의료시스템에 서는 의료비가 의사 수에 비례해서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 의사인력 증가와 의료성과
앞 절에서 의사 밀도의 증가가 의료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을 살펴보았는데, 의료비가 증가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성과가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Baicker와 Chandra [15]는 의사 공급을 늘리면 환자 만족도와 치료결과로 측정한 의료의 질이 향상되지만, 이는 의사 대 환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의료서비스가 잘 갖춰진 지역에서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결과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Goodman과 Grum- bach [20]는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 의사 공급과 건강결과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다. 일차진료 의사의 공급이 증가하면 사망률 감소, 예방 가능한 입원 감소 등에서 약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반적인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흥미롭게도 이 연구는 진료 조정 및 기타 자원에 대한 접근성과 같은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단순히 의사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항상 더 나은 품질의 진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Macinko 등[61] 역시 일차진료 의사의 공급 증가는 심장병, 암,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아지는 등 건강결과가 개선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일차진료 의사가 많은 지역일수록 더 나은 예방조치를 취하여 전반적인 인구 건강 개선에 기여한다고 제안 한다. Ricketts와 Holmes [62]는 농촌지역에 초점을 맞추어 일차진료 의사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 예방 가능한 입원 감소, 만성질환 발병률 감소 등 더 나은 건강결과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농촌지역의 의사 부족이 건강불평 등을 악화시키므로 이러한 지역의 의사 공급을 늘리면 더 뚜렷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Shi 등[63]은 미국의 카운티 자료를 대상으로 일차진료 의사의 밀도 증가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 심장병, 암 발생률이 낮아지는 등 건강결과가 개선되는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저자들은 주치의가 예방 치료, 조기진단, 만성질환 관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여 전반적인 인구건강을 개선했다고 주장했다. Allin 등[64]은 캐나다에서 의사 공급이 증가하면 의료서비스가 취약한 지역에서 의료 접근성이 향상되지만, 기대 수명 및 사망률 감소와 같은 건강결 과의 개선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의료의 질은 의사 전문분야 간 배분과 의료적 여건, 그리고 의료체계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Chen 등[65]은 의사 공급이 치료 가능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사회경제적 요인과 건강보험 확대를 통제하면 그 유의성이 소멸됨을 보였다. 의사공급과 성과 개선 간 관계는 전체적으로 불안정하지만 특정 질환에서 개선 가능함으로 시사한다. Basu 등[66]은 사회경제적 계층 간의 건강격차에 초점을 맞추어, 의사 공급 증가는 의료취약 계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했다. 취약 계층의 영아 사망률 감소, 만성질환 관리 개선과 같은 의료서비스 접근성, 예방서비스, 건강결과가 개선되는 것을 관찰했다. 이상의 논의들에서 분명한 것은 지방과 소외지역에서 의사인력의 공급 증가, 특히 일차진료 의사의 공급 확충이 의료의 질이나 건강결과를 향상시키는 데에 효과적이나, 도시 및 부유한 지역에서의 의사인력 증가는 의료의 질이나 건강결과를 별 달리 제고하지 못하면서 의료비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3) 의과대학 정원 증원의 정치학
의사인력의 공급은 ‘의과대학 입학 정원’과 ‘면허’라는 규제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자율통제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규제기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다. 의과대학 정원의 증원이 의료전문가 집단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예상하여 벌이는 정치적 행위에 대한 학술논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Light [67]는 의료계가 인증 기관에 대한 통제와 정책 영향력을 통해 전략적으로 공급을 제한하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대한 저항은 의사인력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한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보았다. Stevens [68]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의사단체들이 의과대학 입학 확대에 저항하기 위해 정치적 자본을 활용했으며, 명분은 양질의 의학교육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경제적 이득도 중요한 동기가 된다고 주장하였다. Cooper [69]는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가 의사들의 소득수준을 보호하고 시장 포화(saturation)를 피하기 위해 입학 정원의 확대를 막기 위해 정부에 대해 로비 활동을 하고 미국의학협회는 인증기관과 긴밀히 협력하여 등록 상한선을 유지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Reinhardt [70] 역시 의사단체는 의과대학의 급격한 확장이 교육기준과 의학의 전문성을 희석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였지만, 근본적인 동기는 경쟁을 제한하여 의사라는 직업의 경제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보았다. Gruen 등[71]은 의료단체와 정부 간의 긴장관계를 살펴보았다. 의사 수를 늘리려는 정부와 의사의 양보다는 질에 초점을 맞추는 의사단체 간의 대립이 역사적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의사집단의 이익을 보호하고 의사들 간의 소득분배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로비를 벌인다고 했다. Staiger 등[30]은 AMA는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확대하면 의학교육의 질이 낮아지고 의사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의사의 소득과 직업 전망이 낮아질 것이라 주장해 왔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저항은 의료의 질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포장되어 왔지만, 이는 경제적 이기심과도 관련지을 수 있다고 보았다. Johnson과 Green [72]도 의사단체들은 교육 표준과 환자안전을 유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의료계 내에 형성된 기존 권력구조에 균열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강조하였다. 의과대학 입학 정원의 규모는 의사들의 경제적 지위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광범위한 욕구의 반영이라고 보았다. Beck [73]는 의과대학 인증기관과 면허요건에 대한 영향력을 통해 의학협회가 의사 공급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였다고 주장한다. 의사단체들은 의사 대 환자 비율을 유지하여 소득 감소를 초래하는 시장 포화를 피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의사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대중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전문가 의 자율성과 통제를 우선시한다고 본다. Willis [74]는 영국의학 협회(British Medical Association) 역시 공식적으로는 의료 질 관리와 환자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지만, 실제로는 의사들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고 전문적인 위상을 유지하는 것과 밀접하 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상과 같이 대부분의 논의들은 의사단체는 전문가 집단으로써 의학교육과 의료의 질 유지를 강조하면서 독점화된 집단의 경제적 위상도 유지하려 한다는 점에 모아지고 있다.
고찰과 시사점
1. 의사인력의 적정 공급
의사인력의 적절한 공급규모를 통제하는 데에는 많은 요인들을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의과대학 입학에서 배출까지 소요되는 장기간 동안에 의료환경과 의료수요가 변화해 버린다. 그리고 의사의 생산성도 변화하고, 의료서비스의 전달방식이나 타 의료직종들 간의 역할 분담에도 변화가 오고, 의사의 전문분 야별 배치나 지역 간 배치에 있어서도 불균형이 초래되면 의사인력의 규모보다는 인력의 배치가 중요해지게 된다. 많은 연구들은 의과대학 정원의 증원에 있어서 정원의 급격한 확대가 미치는 부작용을 감안하여 점진적 조정을 권고하고 있다. 의과대학 정원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전공분야(소위 필수의료)와 소외지역 에서 의사가 부족해지는 상황은 대부분의 국가들이 겪는 현상이다. 필수의료 분야와 소외지역에 의사 공급을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학술적 연구가 극히 부족한 편이다. 소외지역에서의 수련이나 인센티브 제공, 의과대학 입학에 지역할당 등과 같은 대책이 대부분이다. 의사인력 공급에 있어서 의료서비스의 전달체계 등 의료시스템의 변화 등 다각적인 고려를 제안하는 연구들이 있지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연구는 부족하다. 의료서비스의 효과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의사의 연간 진료일수(외래진료와 입원재원일수)와 같은 단순한 양적 지표로 의사인력의 수급을 추계하는 방법론에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효과성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의사 서비스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인력으로 PA, 전문간호사, 약사 등을 감안하여 적정한 의사 수를 산정하자는 논의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의사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 논의는 과학적인 역할 분담에 대한 논의 외에 법적 문제와 직종 간 이해갈등이 얽혀 있어 풀어내기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술적인 연구와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일부 연구에서는 의사 수의 부족 보다는 다소의 과잉이 덜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비대칭적이고 독점적인 의사 시장에서는 다소의 공급 과잉이 문제를 풀어가는 데에 정책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의료인력 공급은 국가별 보건의료체계와 연계되어 있다. 이 논문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의 연구사례를 고찰하였는데, 우리나라 의료체계와 차이가 나는 맥락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의사인력 수급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하기 위해 비교적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전문가패널을 구성하여 의사인력의 장단기적 수급에 대한 논의를 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패널을 어떻게 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합의 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어렵다. 전문가패널에는 의사와 타 의료 직종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고 의료전문가 외에 타 전공의 전문가, 그리고 환자단체가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의과대학 정원을 정하는 데에 의과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하되 상한을 규제하자는 제안도 있는데, 자율적인 정원 조정에 대한 합의된 방안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연구들은 의사협회 등에서 발간하는 보고서들에서 장기적으로 의사의 과잉 공급을 주장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의사인력의 공급 부족을 전망한다. 의사인력을 비롯하여 의료인력 전반의 수급추계나 서비스의 전달이나 역할에 대한 주장들은 많지만 학술적인 관점의 연구는 극히 부족하다. 의사 공급 부족을 예견하면서도 의과대학 정원의 적절한 증원 규모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더구나 필수 의사인력의 양성이나 소외 지역에 대한 의사 공급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고민에 그치고 학술적인 연구들은 거의 없는 편이다.
의사인력의 지역별 균형 공급 문제에 대해서 논문들은 의사 공급을 늘리는 것이 전반적인 의료의 질과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보다 균등한 지역 분포를 달성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임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입지 선호도, 경제적 인센티브, 경력 개발, 인프라, 라이프스타일 선호도와 같은 요인이 근본적인 요인일 수 있으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논의한다. 즉 의사 공급을 늘리더라도 지역격차를 해소하기에는 그 자체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소외지역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는 필요하지만 부분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의사 수의 공급 확대는 도시지역의 수요를 충족시킬 뿐이며, 도시지역의 의사 과잉 공급으로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때에 농촌에 특화된 교육과 수련을 통해서 소외지역으로 의사 공급을 유도하는 것이 다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교육수련이 충분히 강조되지는 않는다. 의료체계가 시장지향적인 시스템일 경우 도시의 부유 지역에 의사 공급이 집중되기 쉽다는 것은 OECD 국가들의 대부분의 경험이다. 의사의 공급 확대는 도시에 더 많은 의사들을 몰리게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이러한 상황을 우려한다고 본다. 그래서 의사 배치를 규제하자는 주장이 대두된다. 지역에 대한 의사 공급의 확대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보다는 지방 근무에 대한 장학금이나 시골지역에서의 레지던시 우대 및 인센티브 부여정책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 단일 의 의료전달체계와 건강보험체계를 운영하고 있고, 의료기관의 개설이 자유롭고 의료이용이 자유로운 상황하에서 의과대학 정원의 증원에 따라 의사 공급이 늘어날 때에 소외지역에 의사 공급이 충분히 배치되기 어렵다. 또한 전문분야 간 정원이 규제되어 있어 전문분야 의사들이 균형 있게 배출될 것 같지만 타 전문 분야로 진출하는 데에 엄격한 규제가 없어 인기 진료분야에 전문의들이 쏠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의과대학 정원의 증원과 더불어 전문분야 간, 지역 간 균형 배분을 위한 어느 정도 의 규제는 필요해 보인다. 만약 의과대학 정원이 계속 동결될 경우에는 더더욱 규제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방 의과대학, 특히 지방 국립 의과대학에 대한 정원의 대폭 확충이 지역에 대한 의사 확충으로 자동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고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의과대학의 정원의 대학별 배분은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고, 필수진료 의사를 양성 할 수 있으며 의사의 지역 근무를 담보할 수 있는 교육수련 계획과 실천방안을 제시하는 대학을 중심으로 정원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의사의 전문분야 선택에서 소득과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는 데에는 외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피부과, 정형외과, 영상의학과를 선호하는 현상이 일반적이다. 또한 정형화된 시술(procedure)을 따르면 되는 전문분야를 선호한다. 가정의학과와 같은 일반적인 진료과목(generalists)을 기피한다. 전문의의 공급 과잉은 불필요한 시술과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므로 전문의와 일반의 균형적인 공급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전문분야 간 균형 배치를 위해서 의과대학 교육과 더불어 시장적인 인센티브의 조정이 중요할 것이다. 선진 외국의 경우 도시에 전문의가 많고, 지방에 일차진료의가 적은 문제가 상존한다. 대체적으로 일차진료의사, 외과분야 전문의의 전반적인 부족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의사가 전문의이기 때문에 지방에 전문의가 부족할 뿐 아니라, 전문의가 일반의 역할을 하는 비효율을 안고 있기도 하다. 의과대학 정원의 확대 이전에 전문의와 일차 진료의사의 균형적인 양성 문제, 필수진료 전문의의 양성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필수분야 의사의 공급을 위해서는 필수진료행위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중대 과실이나 고의로 인한 의료사고를 제외하고는 면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수진료행위에 대한 상대가치수가 산정은 원가가 아닌 가치 기반의 정책적 수가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필수진료 강화를 위한 수가 인상이나 보전금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병원에 대한 지원이 아닌 병원 내 필수진료 투자(인력과 장비)에 대한 지원이 되어야 한다.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은 공적인 의료사고보험을 도입하거나 국민건강보험제도 내에 의료사고기금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재원은 가입자와 공급자의 보험료와 국고 지원으로 마련할 것을 검토한다(Table 2).
2. 의사인력 공급 증가의 파급효과
의사인력의 공급 증가가 의료비를 증가시킬 가능성을 검증하고, 의사가 많아지면 의료의 질이나 의료성과가 향상되는지에 대한 문헌고찰의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았다. 먼저 의료비 증가에 대해서 논문들은 공통적으로 행위별 수가제나 기타 재정적 인센티브가 있는 시스템에서 의사 공급이 증가하면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시사하였다. 이러한 증가는 의사가 유발하는 수요와 환자의 서비스 이용률 증가로 인해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에 따르면 의료비 지출 증가가 항상 더 나은 건강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결과들을 도출하였다. 반면에 의사 공급이 증가한다고 해서 반드시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들도 있었다. 의사 공급과 의료비 지출의 관계가 규제, 기술발전, 보험구조, 윤리적 규범과 같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지역별 진료패턴이나 공급자 간의 경쟁, 재정적 인센티브와 같은 요인이 의료비용을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의사가 많으면 의료접근성이 향상되고, 경쟁으로 인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져 불필요한 지출을 억제하는 측면도 있 다.
의사 밀도의 증가는 유도수요를 통해 의료비를 증가시킬 가능성을 부인하지 못한다. 문제는 더 많은 의료서비스 제공이 건강 결과의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증거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다만, 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한 규제나 의료비용의 청구에 대한 규제시스템에 따라 전체적인 의료비는 증가하지 않거나 감소할 수도 있다. 의료서비스의 유형에 따라서도 의사 수 증가와 의료비 증가 간에 비례관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외과 수술의 경우에서 외과의사의 증가가 반드시 수술을 견인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선택적 시술과 비응급 의료서비스 부문에서 의료비를 증가시킬 유인이 크다. 한편, 의사 밀도의 증가가 의사들 간의 경쟁을 부추겨 가격이 인하되고 진료효율의 제고로 전체 의료비가 하락할 수도 있다. 의료시장은 의사-환자 간 비대칭 구조이고 도덕적 해이를 통한 유도수요가 가능한 환경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의사 수 증가는 의료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특히 진료비 총액에 대한 상한 규제가 없는 행위수가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개연성은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의사가 기대하는 목표수입을 채우기 위한 수단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의사 밀도가 증가할 때에 추가 수요를 유인하거나 비급여 제공을 통해서 의료비를 부풀릴 가능성이 크다. 의사 수 증가보다는 기술발전이나 실손보험시장의 확대, 그리고 환자의 의료수요의 고급화 등이 더 큰 의료비 증가요인으로 볼 수도 있다. 어떤 요인이 의료비 증가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의사 밀도의 증가와 의료성과 간의 관련성에 대한 논문들의 대체적인 흐름을 보면 의사 공급 증가가 의료의 질과 건강결과가 개선될 수 있다는 다양한 수준의 증거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의사 밀도 외에 의사를 비롯한 의료자원의 공평한 분배, 의료접근 성의 형평, 의료조정(care coordination)과 같은 다른 의료시스템 구성요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소외된 지역이나 인구집단에서 의료 및 건강결과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미 의사들이 포화된 지역에서는 그 효과가 덜 두드러지거나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소외지역에 의사를 공급하는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일차진료를 담당하는 의사의 존재가 건강결과를 개선하는 데에 비용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중증질환이나 외상 및 응급질환에 대처하는 접근성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시골지역에 그러한 인프라를 충분히 구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해당 분야의 전문의와 의료기관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 빠른 길이 될 것이다. 지역에서의 건강결과의 개선은 건강결정요인 이론에 비추어보면 의료적 측면에서의 애로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적 측면에서 예방이나 만성질환의 관리를 통해 예방 가능한 입원의 감소 등을 통해서 사망률과 기대여명을 개선하는 데에 부분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의학 교육과 수련에서 일차진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의사에 대한 ‘면허’제도는 의사 집단에 대한 규제이자 독점적 권한을 부여하는 양면성을 지닌다. 많은 국가들에서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 의료접근성을 제고하려 하지만 의료계는 의과대학 정원을 최소한으로 유지하여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물론 면허나 자격으로 부여되는 전문인 직종의 대부분이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통상적이다. 과거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늘리는 데에 의료계가 어떻게 저항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저항의 동기는 무엇인지에 대한 논문들이 생산되었다. 대부분의 결론은 양질의 의학교육을 유지한다는 명분을 내세 우지만 시장에서의 경제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동기도 작용한다고 보았다. 의학교육의 표준을 엄격히 지켜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의 입학 사정과 면허 부여의 엄격성, 의과대학의 평가인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의과대학의 정원을 늘리거나 의과대학을 과도하게 설립하게 되면 이러한 의학교육의 엄격한 표준을 지키기 어렵게 되고 의사인력의 공급 과잉으로 시장이 포화(saturation)되어 의사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져 의사의 경제적 지위가 불안해지고 의료의 질도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러한 상황을 방어하기 위해 의료계는 엘리트집단으로서의 정치적 자본(political capital)을 충분히 활용하려 한다. 한편 면허제는 의사의 독점적 관행을 강화하고 비의사 직종과의 경쟁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의사 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자격인증시스템과 같은 대체모델이 제안되기도 한다. White [75]는 의사 면허제는 공익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하였으며 전문적인 자율규제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옹호하였다. 그러나 의사에 대한 독점적인 면허 부여가 갖는 데에 대한 비판도 따른다. Leffler [76]는 면허제도가 효율성이나 공익성 측면에서의 문제를 지적하고 세 가지 대안을 제시하였다. 첫째, 모든 국가 개입을 없애는 것, 둘째, 일정 수준 이상의 의사에게만 진입을 제한하지 않는 인증, 셋째, 면허제도를 유 지하되 현재 면허를 보유한 의사에게 부여된 많은 업무를 없애는 것을 제안한다. 심지어 Blevins [77]는 의사 면허제와 의료행위에 대한 규제로 인해 비의사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줄어들고 가격은 높아졌다고 진단한다. 의료서비스 직종들 간의 경쟁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면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고 의료 비용을 낮추며 정부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보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계는 의사협회, 의학교육평가원, 의학회, 의학한림원 등 유관 단체들로 구성된 전문인 직종으로서의 자율 통제 권한과 경제적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서로 공조하고 있고, 정치권과 정부를 대상으로 때로는 로비를 하고 때로는 저항하게 된다. 환자 대중의 요구보다는 전문인 집단의 권위와 자율적 통제를 우선시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대중의 의료수요와 의료접근성을 우선시하려는 정부의 규제에 대해 저항하기도 한다. 결국에는 대중의 요구와 의료계의 집단적 규율, 그리고 정부의 정책 3자 간의 힘의 게임 속에서 의과대학 정원규모와 면허의 부여가 결정될 것이다(Table 3).
결 론
이 논문은 의과대학의 정원을 대폭 확충하려는 윤석열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으로 인한 갈등 상황 속에서 의사인력 공급 확충의 적절성과 의사 수 증가가 의료의 질이나 건강결과에 미치는 파급 효과에 대해 해외의 학술문헌들을 중심으로 고찰하고,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해 보고자 하였다.
대부분의 연구들의 결론은 의사인력의 확충(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비례하여 지역 간, 전문과목 간 균형적인 배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의사 공급 증가는 도시 및 부유지역에 집중되고, 고소득과 저위험의 전문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의사인력의 확충규모(즉 의과대학 정원)는 의사의 지역 간, 전문과목 간 분포 문제와 함께 연결지어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의사의 분포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면 정원의 확충규모는 최소화할 수 있다. 그밖에 의사의 미래 생산성 변화, 서비스의 전달방식, PA나 전문간호사 등 타 의료직종과의 역할 분담, 즉 의사 직능의 보완 및 대체효과에 따라 의사인력의 확충 정도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소외지역에서의 수련, 재정적 인센티브 부여, 입학 시 지역할당 등 지역으로의 유인 혹은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의사 수의 부족보다는 다소의 과잉이 정책적으로 다양한 선택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리고 의사인력의 확충규모와 배분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전문가패널에서 논의하는 것이 이해관계를 조정해 나가는 데에 유익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의 의과대학 정원은 점진적으로 증원하되, 대학별 증원의 할당을 재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 기피하는 필수 전공과 일차진료 분야 전공을 강화하거나 소외지역에서의 수련을 강화하는 대학에 정원을 늘려주는 방식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유인책과 더불어 규제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상대가치수가의 산정방식을 원가 기반에서 가치 기반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수가정책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의료사고의 위험 때문에 기피하는 필수 전공을 보전하기 위해 ‘의료사고 보험’의 도입 혹은 국민건강보험 내 ‘의료사고기금’의 신설을 검토한다. 의사인력의 확충이 미치는 파급효과 측면에서 총액의 제한이 없이 행위별수가제를 운영하고 의료이용과 의료공급에 제한이 거의 없고, 민간 실손보험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전체적인 의료환경이 경쟁적이기까지 한 우리나라에서는 의사인력 확충이 의료비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의료비의 증가가 건강결과를 개선하는 데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의사 수 확충이 이루어지게 되면 의료이용 및 지 출에 대한 규제, 건강보험 및 실손보험에 대한 제도적 규율 강화, 의사의 윤리적 규범 강화와 같은 조치들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선택적 시술과 비필수, 비응급 진료 부문, 비급여 부문에서의 방만한 이용과 공급에 대한 통제가 따라야 한다. 일차진료 부문의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수련체계로 개편하고, 소외지역에서의 일차진료 의사 및 의사 보조인력의 배치가 의료비용 대비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의료인력 배치에 한계가 있는 소외지역의 경우에는 신속한 의료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스마트한 서비스 전달방식에 투자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 논문의 한계점은 주제와 관련한 모든 해외 문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문헌고찰 방법을 적용하지 못한 것이다. 의사인력 공급의 적절성과 의료체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들이 다각적이며 포괄적이었고, 소주제들 상호 간에 복잡하게 얽혀 있었기 때문에 체계적 문헌고찰로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인력 공급과 관련한 쟁점들을 논리적으로 구성하고 쟁점별로 문헌들을 최대한 검색하여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문헌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따라서 이 논문이 제시하고자 하는 주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는 크게 무리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문헌을 선택함에 있어서 적절성 여부는 저자의 판단에 의존하였고, 이에 따르는 위험은 저자의 몫이다. 추후에 좀 더 과학적인 후속 연구를 기대해 본다.
이해상충
이 연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관이나 이해당사자로부터 재정적, 인적 지원을 포함한 일체의 지원을 받은 바 없으며, 연구윤리와 관련된 제반 이해상충이 없음을 선언한다.
ORCID
Byongho Tchoe: https://orcid.org/0000-0003-3115-53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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