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과학에서 모델은 관찰한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연현상을 추상화하고 단순화한 표상으로 정의된다.1-3 과학자들은 모델을 만들어 자연현상을 설명하며 탐구하기 때문에 모델은 과학 탐구의 도구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모델을 만드는 과정인 모델링은 과학 탐구를 수행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실천 행위 중의 하나이다.4 모델링 활동은 수동적으로 기존의 모델을 습득하는 형태가 아니라 스스로 모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구조화할 수 있고,5 과학 탐구 과정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으며,6-8 과학 탐구의 진정한 실행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과학교육은 모델링이라는 실천 행위를 반영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의 차세대 과학 교육 표준(Next Generation Science Standards, NGSS)에서는 과학교육의 목표로 ‘증거에 바탕을 둔 모델의 구성 능력 함양’을 제시하였다.9 또한 국내에서도 많은 과학교육 연구자들이 모델과 모델링에 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였으며,10 2015 개정 교육과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모델링 과정을 통해 자연현상을 설명하고 해석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11-12 특히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모델링하는 경험을 통해 디지털 소양을 함양하도록 제시하고 있는데,12 소프트웨어와 같은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면 시각적이고 동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 수 있으며, 다양한 상호작용을 고려한 시스템 사고 모델도 구현할 수 있다.13
하지만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모델링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주체인 교사의 모델 및 모델링과 관련된 이해가 필요하다. 교사의 모델 및 모델링에 대한 이해는 모델링을 지도할 때 학생들이 생산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14 교사가 가지고 있는 모델에 대한 인식에 따라 수업에서 활용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15 따라서 모델링을 적용한 성공적인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모델이 무엇인지, 무엇을 나타내는지,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의미16,17하는 모델의 본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모델링 과정은 모델을 만들어서 평가하고 수정하여 적용하는 것이다.18,19 하지만 과학자들의 모델링 과정은 매우 복잡하여 과학교육에 적용하는 것에는 차이점이 존재하므로 모델링 과정을 단계적으로 분석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다.20 또한 모델링에서는 모델을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모델의 수정이 이루어지고, 이러한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 모델이 정교화되기 때문에 모델의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1,21 이는 미국의 차세대를 위한 과학교육 표준(NGSS)에서 제시하는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위한 세 가지 활동 영역 중 만들어진 설계의 적절성을 분석하고 토론하며 평가하는 활동을 의미한다.9 모델링 과정을 제시한 선행연구 중 Stewart et al.22이 제시한 모델 수정의 기술은 모델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진 모델링 과정으로 Fig. 1과 같이 현상을 관찰하고 공유하여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설계하며 비평에 대한 반박 과정을 거쳐 합의가 될 때까지 모델을 수정하여 완성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모델을 평가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모델은 정교화되며,1,21,23 모델의 본성에 대한 인식도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개발된 모델은 모델의 본성에 대한 인식을 분석하기 적합하므로24 모델을 평가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모델의 변화된 부분을 비교하여 분석한다면 모델의 본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확인하는 것에 있어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Figure 1. Techniques for Model Modification.22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모델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예비화학교사들의 모델의 본성에 대한 인식을 분석한 선행연구24에 이어 모델의 평가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모델의 본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연구하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모델링 교육에 대한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연구 방법
연구 대상
본 연구의 대상자는 충청북도에 위치한 사범대학 화학교육전공 3학년 19명이다. 이 중에는 화학교육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환경교육과 3학년 3명이 포함되었으며, 성별은 남 13명, 여 6명이다. 연구 대상자들은 중등학교 정교사 2급 교원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교육학, 교과 교육학 및 교과 내용학 영역의 교과목을 어느 정도 이수한 상태였으나, 과학 모델이나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교수 학습과 관련된 교과목을 수강한 경험은 없었다. 연구 대상자들은 연구의 목적 및 방법에 대한 안내를 받은 후, 연구 참여 동의서를 작성하였다. 또한 본인이 원하는 경우 언제든지 연구에 참여하는 것을 중단할 수 있음을 설명받았다.
연구 절차
본 연구는 화학교육과에서 개설한 교과교육 영역의 필수 교과목인 화학교재연구 강좌를 통해 이루어졌다. 강좌는 교육실습으로 인해 4시간씩 10주, 5시간 1주로 총 11주 45시간동안 진행되었고, 그 중 1주부터 8주까지 32시간동안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모델링 과정을 수행하도록 요구하였다. 예비교사들은 6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그룹별로 기체의 압력과 부피의 관계를 알아보는 실험을 수행한 후 블록코딩 프로그램인 스크래치를 활용하여 기체의 압력과 부피 사이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설계하고 개발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나타난 예비교사들의 모델의 본성에 대한 인식은 선행연구24에서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모델의 설계와 개발’ 과정 이후에 진행된 ‘모델의 평가와 수정’ 과정에서 나타난 모델의 본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알아보았다. ‘모델의 평가와 수정’ 과정은 Table 1과 같이 6주에 각 그룹에서 개발한 모델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으며, 7주에는 이를 토대로 그룹별로 모델을 수정하도록 하였으며, 8주에는 수정된 모델에 대한 발표와 최종평가가진행되었다. 그룹별로평가를거쳐수정된모델과 함께 모델을 평가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여 그룹별로 예비교사들의 모델의 본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연구하였다.
Table 1. Model evaluation and modification process using technology
자료 수집
본 연구에 사용된 자료는 모델링 과정 중 ‘모델의 평가와 수정’ 과정에서 수집되었으며, 수집한 자료는 Table 2와 같다. 6주에는 그룹별로 개발한 모델을 평가하였으며, 이 과정을 녹화 기록하였다. 7주에 평가 내용을 바탕으로 모델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그룹별로 상호작용한 내용을 문서로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하였다. 8주에 수정한 모델을 제출하도록 하였고, 수정한 모델을 발표하고 최종 평가하는 과정을 녹화 기록하였다. 또한 모델을 수정하는 과정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는 비구조화된 면담을 그룹별로 실시하여 그 과정을 녹화 기록하였다. 강좌의 마지막 주인 11주에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개발한 모델을 평가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모델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개별 에세이로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하였다.
Table 2. Data collection types and methods
자료 분석
모델의 본성은 표상적 측면과 설명적 측면으로 구분된다. 표상적 측면은 자연현상을 추상화하고 단순화한 표상으로 나타낸 것으로 표상화, 함축화, 간단화로 나눌 수 있고, 설명적 측면은 자연현상을 추상적인 개념이나 이론과 연결하여 설명하는 것으로 분석, 해석, 추론, 설명, 정량화로 나눌 수 있다.21,24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24에서 분석한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모델의 설계와 개발’ 과정에서 나타난 예비교사들의 모델의 본성에 대한 인식이 ‘모델의 평가와 수정’ 과정을 통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분석하였다. 선행연구24에서 인식이 부족하다고 분석된 표상적 측면의 함축화와 간단화, 설명적 측면의 해석, 추론, 설명, 정량화를 중심으로 분석하였으며, 분석한 각 요소에 대한 정의는 Table 3에 나타내었다.
Table 3. Analyzed elements of the nature of model21
예비교사들의 모델의 본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예비교사들이 그룹별로 수정한 모델에서 모델의 본성과 관련된 대표적인 요소들을 추출하고 개방 코딩(open coding), 범주화(categorizing), 범주 확인(check category)의 절차를 가지는 반복적 비교분석법을 사용하여 분석하였으며, 모델을 분석할 때에는 모델의 작동과 코드를 함께 분석하여 모델의 구조와 구성 요소, 작동 방식, 가정이나 제약 사항까지도 확인하였다.24 30년의 연구 경력을 가진 과학교육 전문가 1인과 12년의 교직 경력을 가진 현직 화학 교사 1인이 독립적으로 분석하고 분석자 간 교차 검토를 진행하여 코딩의 일관성과 연구의 신뢰도를 높였다. 또한 수집된 문서와 발표 및 면담 내용에서 모델을 수정한 이유를 파악하거나 모델의 본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의미한 내용을 추출하여 분석하였으며, 에세이에서 수정된 모델을 통해 나타나지 않은 인식 변화를 추출하여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및 논의
표상적 측면의 함축화에 대한 인식 변화
선행연구24에서 B그룹은 압력을 입자의 색 변화 빈도로, E그룹은 압력을 입자의 빠르기로, F그룹은 압력을 실린더 내부의 밝기로 함축화하여 모델을 개발하였으며, 나머지 그룹이 개발한 모델에서는 함축화와 관련된 요소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모델의 평가와 수정’ 과정에서는 함축화를 표현한 그룹들의 모델을 시연하며 자연현상의 어떤 특성이 어떻게 함축화되어 나타났는지, 함축화가 적절하게 잘 표현되었는지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중에서 E그룹은 부피가 감소하면 충돌 횟수가 증가하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Fig. 2와 같이 압력을 입자의 빠르기로 나타내어 모델을 설계하고 개발하였다. 이는 자연현상 중 일부 특성을 함축화(abstraction)21,25 한 것으로, 모델의 본성의 표상적 측면 중 함축화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24
Figure 2. Code showing the speed change of the particles following volume change (Group E).24
하지만 기체 부피에 따라 입자의 운동 속도를 다르게 설정하여 압력을 표현한 것은 잘못된 개념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모델의 표상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다가 함축화를 잘못 표현한 사례이다. 따라서 ‘모델의 평가와 수정’ 과정에서 모델을 작동하여 자연현상을 설명하고자 하였을 때 설명적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였다. E그룹은 온도라는 변인을 고려하지 못하고 함축화 하였음을 깨닫고 ‘모델의 평가와 수정’ 과정에서 온도에 따라 입자의 운동 속도가 결정되도록 모델을 수정하였으며, 수정된 스프라이트를 Fig. 3에 나타내었다. E그룹의 예비 교사가 작성한 에세이에서도 테크놀로지로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개념이나 오류를 포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Figure 3. Code showing particle speed depending on temperature (Group E).
구상한 모델을 스크래치를 통해 구현하는 과정에서도 실험 결과와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오류를 포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렵지만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11주, 예비교사 E-3의 에세이).
하지만 ‘모델의 설계와 개발’ 과정에서 함축화와 관련된 요소가 나타나지 않았던 그룹은 수정된 모델에서도 함축화와 관련된 요소들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면담과 에세이에서도 함축화에 대한 인식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표상적 측면의 간단화에 대한 인식 변화
선행연구24에서 입자 충돌은 모든 그룹이 완전탄성충돌로 간단화하였으나, 입자의종류는간단화하지못하는그룹들이 있었다. 따라서 ‘모델의 평가와 수정’ 과정에서는 개발한 모델에서 입자의 종류를 어떻게 표현하였는지 상호 비교하고 입자의 종류를 간단히 하지 못하였을 때의 문제점과 함께 자연현상과 모델의 차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특히 C그룹은 ‘모델의 설계’ 과정에서 공기를 구성하는 기체의 종류를 구별하여 입자의 크기와 색을 달리하여 표현하도록 설계하였으며, ‘모델의 개발’ 과정에서 개발한 모델에서는 입자의 종류에 따라 색을 달리하여 표현하였다. 이는 관심 있는 특징은 부각하여 나타내고 다른 특징은 최소화하는 간단화(simplification)1,4,26에 대한 인식을 가지지 못한 것이다.24 따라서 ‘모델의 평가와 수정’ 과정에서 입자의 종류에 따라 입자의 크기를 달리하여 표현하였을 때 모델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기체의 종류에 상관없이 그리는 게 더 현실에 가까운 건지, 아니면 기체의 종류를 반영해서 다르게 그리는 게 더 현실에 가까운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중략) 크기가 이만한 공간에 기체가 들어간다면 기체 입자의 크기가 다르다고 한들 우리가 변별할 수 있는 정도일까? 관찰 현상과 관련지어서 생각해 보고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때 모델의 스케일, 비율, 비례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해. 기체 입자가 크든 작든 입자 사이의 거리는 너무 멀고, 거리가 가까우면 액체나 고체가 되어서 이미 보일의 법칙이 적용 안 돼. (6주, C그룹에 대한 교수자의 평가)
C그룹의 예비교사가 작성한 에세이를 보면 모델은 사실을 그대로 묘사하거나 자연현상을 복제하는 것이 아닌 단순화하고 상징화하여 왜 그런지를 이해하는 설명 방식으로 자연현상을 간단화하는 과정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또한 모델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생략되어야 모델이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인식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자연현상과 100% 일치하는 것이 좋은 모델인 것은 아니다. 과학 이론에 있어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야 하고, 그 외의 것들은 과감히 생략해야 모델로서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11주, 예비교사 C-2의 에세이)
설명적 측면의 해석에 대한 인식 변화
선행연구24에서 A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은 기체 입자의 충돌로 압력의 변화를 해석하였으나, A그룹은 Fig. 4와 같이 실험에서 사용된 압력 값을 누르면 실험에서 수집한 데이터에 맞게 부피가 조절되는 모델을 설계하고 개발하였다. A그룹은 모델을 통해 실험에서 파악된 변인들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기보다는 단순히 자연현상인 기체의 압력과 부피 사이의 관계를 표상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모델의 목적을 두어, 모델 변인의 결과와 경험적 자료를 해석하여 그 관계를 밝히는 해석(interpretation)1,27,28에 대한 인식을 가지지 못하였다.24
Figure 4. Code showing volume value from the experiment when a pressure value is selected (Group A).24
‘모델의 평가와 수정’ 과정에서 기체의 부피와 압력 사이의 관계는 모델이나 이론을 통해 획득되는 것이 아닌 실험에서의 관찰을 통해 획득되는 것임을 인지하게 하고, 설명적 측면에서 모델의 목적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후 수정한 모델을 살펴보면 Fig. 5와 같이 피스톤 내부에서 입자의 충돌을 카운트하고 입자의 충돌 수를 시간과 보정값으로 나누어 실험에서의 압력 값과 스케일을 맞추어 비교하며 입자의 충돌로 기체의 압력과 부피의 관계가 설명 가능한지를 보여주었다. 이는 미국의 차세대 과학교육 표준(NGSS)에서 자연현상과 모델 사이를 평가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9 A그룹의 면담 내용에서도 모델의 목적을 인지하여 해석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Figure 5. Modified model and code showing pressure measurements on the model (Group A).
처음에는 모델이 관계의 경향성을 생각하는 걸로 알았는데 (중략) 이 관계가 왜 생기는지,‘Why’라는 단어가 중요한 것 같아서 왜 이렇게 됐는지를 설명할 수 있도록 모델을 수정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주, A그룹의 면담)
A그룹의 예비교사들이 작성한 에세이에서도 모델에 대한 생각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모델링 과정을 경험하기 이전에는 모델을 사실이라고 생각하거나 모델과 이론을 동일하다고 생각하였으나, 모델링을 경험한 이후 그 차이를 인식하게 되었고 모델은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과학 모델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번 강의를 듣기 전과 후로 나뉜다. 강의를 듣기 전, 나에게 과학 모델은 사실에 가까웠던 것 같다. 모델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던 곳은 과학 교과서인데,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그 모델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실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화학교재연구 강의를 듣고 나서는 과학 모델은 사실이 아닌, 자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중략) 이러한 흐름을 학습하면서 모델이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과학의 잠정성에 의해 언제든 변화할 수 있고, 과학자의 논리와 상상을 통해 만들어진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1주, 예비교사 A-1의 에세이)
수업 초기에는 과학 모델과 이론, 그리고 실제 세계를 구분하기 어려웠고, 사실 과학 모델과 이론을 같다고 생각하였던 것 같다. 그러나 수업을 진행하고 모델을 만들어 보면서 과학 모델은 실제 세계를 설명하는 체계 중 하나이며, 이론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설명 체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학 모델은 이론과 명확히 들어맞기 어려우며, 명확히 들어맞는 경우가 있다고 해도 이것이 실제 세계와 완전히 동일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면,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과학 모델, 이론, 실제 세계는 서로 얽혀있지만 모두 각각 다른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11주, 예비교사 A-3의 에세이)
설명적 측면의 추론에 대한 인식 변화
선행연구24에서 E그룹은 내부 기체 입자와 외부 기체 입자를 함께 표현하여 압력의 평형을 설명하였다. 이는 모델에서 포함되어야 할 관계를 선택하여 모델의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해 추측하여 가설을 생성하는 추론(reasoning)에 해당되는 것으로,21,25 추론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하지만 나머지 그룹의 모델에서는 추론과 관련된 요소들이 나타나지 않아 추론에 대한 인식을 가지지 못하였다.24 ‘모델의 평가와 수정’ 과정에서 E그룹의 모델을 시연하며 추론과 관련된 내용들의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E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은 수정된 모델에서도 추론과 관련된 요소들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면담과 에세이에서도 추론에 대한 인식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압력을 가하면 부피가 줄어들면서 외부는 무시하고 내부의 압력이 증가하고 감소하는 것만 표현하는데 외부에도 공기가 있거나 누르는 힘이 있어. 외부와 내부를 다 표현하는 것, 그래서 평형 상태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시뮬레이션하는 게 중요해. 내부만 표현하면 반쪽짜리야. 그래서 외부와 내부의 동적 평형이나 압력을 가하는 것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고려한다는 게 아주 마음에 들었고 (중략) (6주, E그룹에 대한 교수자의 평가)
설명적 측면의 설명에 대한 인식 변화
압력을 입자의 충돌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입자가 충돌하는 면적의 설정이 필요하다. 이는 모델 요소들의 관계를 확인하여 하나의 요소가 다른 요소를 변화시키는 원인에 대해 증명하고, 모델의 변수들이 인과적이나 상관적으로 관련되어 있음을 명백하게 하는 설명(explanation)에 해당된다.21,29,30 하지만 선행연구24에서 대부분 그룹은 입자가 충돌하는 면적을 설정하지 않아 설명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설명에 대한 인식은 가지고 있더라도 모든 실린더 벽의 충돌을 카운트하도록 하여 부피가 변하면 실린더의 양쪽 벽은 면적이 달라지는 것을 고려하지 못하여 입자가 충돌하는 면적을 일정하게 하지 않았다. 따라서 ‘모델의 평가와 수정’ 과정에서 각 그룹의 모델을 시연하여 그 결과를 실험 결과와 비교하며 평가하였고, 기체 입자의 충돌로 압력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입자가 충돌하는 일정한 면적이 필요함을 논의하였다. 이후 모든 그룹이 입자가 충돌하는 일정한 면적을 설정하여 모델을 개선하였다. ‘모델의 설계와 개발’ 과정에서 입자가 충돌하는 면적을 설정하지 않았던 B그룹은 수정된 모델에서 입자가 벽에 충돌하는 것을 카운트하여 압력을 설명하였다. 수정된 모델과 충돌 면적 설정 스프라이트를 Fig. 6에 나타내었다.
Figure 6. Modified model and code setting the area where particles collide (Group B).
‘모델의 설계와 개발’ 과정에서 기체 입자가 충돌하는 면적을 일정하게 나타내지 못하였던 C그룹은 ‘모델의 평가와 수정’ 과정에서 피스톤의 위치에 따라 입자가 충돌하는 면적을 계산하고 충돌 횟수를 시간과 면적으로 나누는 코드를 추가하여 일정한 면적에 입자가 충돌하는 횟수로 압력을 설명하였다. 수정된 모델의 입자 충돌 면적 설정 및 단위 면적당 충돌 횟수 코드를 Fig. 7에 나타내었다.
Figure 7. Code to set the area where particles collide and display the number of collisions per unit area (Group C).
설명적 측면의 정량화에 대한 인식 변화
선행연구24에서 입자의 충돌 횟수를 수치화하지 못하여 정량화하지 못한 그룹들이 있었다. 이는 모델의 요소와 관계에 대한 양적 표현을 위해 수학적인 형태로 표현하는 정량화(quantification)22,31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24 ‘모델의 평가와 수정’ 과정에서 정량화된 모델과 정량화되지 않은 모델을 비교하여 평가하며 정량화된 모델이 패턴을 발견하고 자연현상을 설명하기에 유용함을 논의하였고, 이후 모든 그룹이 입자의 충돌 횟수를 수치화하여 모델을 개선하였다. 그중에서 E그룹의 사례를 보면 ‘모델의 설계와 개발’ 과정에서 부피와 입자의 충돌 횟수를 수치화하지 않아 정량화하지 못하였으나, ‘모델의 평가와 수정’ 과정에서 부피와 입자의 충돌 횟수를 수치화하고 단위시간 당 충돌 횟수를 수식화한 모델로 수정되어 정량화에 대한 인식을 가지게 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수정된 모델과 부피 및 입자의 충돌횟수를 수치화하는 코드를 Fig. 8에 나타내었다.
Figure 8. Modified model and code that quantifies the number of particle collisions (Group E).
결론 및 제언
본 연구에서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모델링 과정 중 ‘모델의 수정과 평가’ 과정에서 나타난 예비화학교사의 모델의 본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분석하였다. ‘모델의 설계와 개발’ 과정에서 모델의 본성에 대한 인식을 알아본 선행연구24에서 인식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표상적 측면의 함축화와 간단화, 설명적 측면의 해석, 추론, 설명, 정량화 중에서 표상적 측면의 간단화, 설명적 측면의 해석, 설명, 정량화는 ‘모델의 평가와 수정’ 과정에서 모델을 수정하며 해당 요소에 대한 인식이 변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예비교사들은 모델은 사실을 그대로 묘사하거나 자연현상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화해야 설명적 측면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음을 깨닫고 모델의 본성 중 표상적 측면의 간단화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었다. 모델의 본성 중 설명적 측면에서는 자연현상과 모델을 연결하여 해석하지 못하였으나 모델의 목적을 인지하고 인식이 개선되어 모델이 수정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입자가 충돌하는 면적을 설정하지 않거나 단위면적을 고려하지 못해 압력을 입자의 충돌로 설명하지 못했다가 모델을 수정하며 설명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는 정량화라는 수학적 사고가 함께 해결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수학적 사고는 과학에서 변수를 나타내고 변수들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기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모형 일부는 수학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수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자연현상을 기술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모형을 만들 수 있다.4 이렇게 ‘모델의 평가와 수정’ 과정에서 모델의 본성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개발한 모델을 평가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예비교사의 모델의 본성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루어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의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첫째, 모델링 교육을 통해 모델의 본성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모델의 평가와 수정’ 과정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모델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자연현상과 모델을 비교하며 검증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통해 모델의 수정이 이루어지고 모델이 정교화되기 때문에,1,21,23 모델을 평가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모델의 목적, 가치, 한계 등을 깨닫고 모델의 본성에 대한 인식이 변화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개발한 모델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여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소통할 수 있는 민주적인 수업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둘째, 본 연구에서 표상적 측면의 함축화와 설명적 측면의 추론에 대한 예비교사의 인식 변화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모델의 본성에 해당하는 여러 요소 중에서 표상적 측면의 함축화와 설명적 측면의 추론은 다른 요소들에 비해 인식의 변화가 어려운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욱 정교한 교육 설계가 필요하다.
셋째, 선행연구24와 본 연구에서는 테크놀로지 도구로 블록코딩 프로그램인 스크래치를 사용하여 동적인 모델을 개발하고 수정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테크놀로지 도구는 내적 표상인 정신 모델을 외적 표상으로 나타내기에 적합하며 개발된 모델을 통해 학습자의 생각을 분석할 수 있어 모델의 본성에 대한 인식을 분석하기에 유용하다.24 또한 다양한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모델 구현이 가능하며,13 모델을 동적으로 작동하면서 자연현상과 비교하고 검증하며 결과를 즉시 비교할 수 있기에 모델을 수정하고 정교화하기에 적합하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도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려는 변화가 필요하며 테크놀로지가 의미있는 교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2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과제번호 NRF-2022R1A2C2005683/NRF-2022S1A5C2A0409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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