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첨치목(Ophidiiformes) 첨치과(Ophidiidae)에 속하는 붉은메기(Hoplobrotula armata)는 동중국해, 일본 남부해를 비롯한 우리나라 남해와 동해에 분포하며(Kim et al., 2005), 수심 350 m 이하에서 서식하는 어종으로 알려져 있다(Masuda et al., 1984). 첨치과는 온대해역의 대륙붕과 산호지역에 서식하며, 저층트롤과 주낙으로 어획되는 상업성 어종이다(Horn, 1993). 우리나라에서 출현하는 첨치과 어류는 붉은메기를 포함하여 5속 5종으로 보고된 바 있으며, 그중에서 붉은메기는 식용으로 이용되어 상업적 가치가 높다. 통계청의 어업생산 동향조사에 따르면, 붉은메기의 어획량은 2011년 2,105t에서 2021년 625t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KOSIS, 2023). 상업적 가치가 있으며 자원이 감소하고 있는 어종임에도 불구하고, 붉은메기의 생태에 관한 국내 연구로는 식성(Baeck et al., 2012)의 연구 결과만이 보고되었으며, 국외 연구로는 첨치과의 군집연구(Alves et al., 2002), 산란(Horn, 1993), 식성(Nyegaard et al., 2004) 등 첨치과에 관한 연구만이 수행되어 붉은메기에 관한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다.
식성연구는 어류의 생태와 생태계 내에서의 해당 종의 기능적인 역할을 이해하고, 포식자와 피식자 사이의 먹이사슬 구조를 나타내어 생물 간의 상호관계를 파악할 수 있으므로 어류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Kim and Kang, 1999; Huh et al., 2009). 국내에서 이미 붉은메기의 식성에 관한 연구(Baeck et al., 2012)가 이루어진 바 있지만, 채집 해역의 범위와 약 10년의 연구시기 차이가 있어 해양환경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붉은메기의 섭식양상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남해에 출현하는 붉은메기의 위내용물 분석 결과와 먹이생물의 조성, 크기군별 위내용물 조성 변화를 파악하여 지속적인 자원관리를 위한 기초생태학적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재료 및 방법
이번 연구에 사용된 붉은메기는 2021년 2월부터 11월까지 국립수산과학원의 수산과학조사선 저층트롤어구(bottom trawl net)를 통해, 우리나라 남해해역에서 채집하여 조사하였다(Fig. 1).
Fig. 1. A map showing the trench where Hoplobrotula armata were caught in the South Sea (■) of Korea.
채집된 시료는 총 469개체로 현장에서 전장 0.1 cm, 중량 1 g 단위까지 측정하였다. 측정 후 위를 적출하여 10% 포르말린으로 고정하여 실험실로 운반하였다. 위내용물 분석 시 해부현미경을 사용하여 가능한 가장 낮은 종(Species) 수준까지 도감을 참고하여 분석하였고, 소화가 진행됨으로써 종 수준까지 분류가 불가한 경우, 과(Family) 또는 속(Genus) 수준까지 동정하였다. 정량분석을 위하여 분석한 먹이생물의 개체수를 계수하고, 습중량은 0.001 g 단위까지 측정하였다. 붉은메기의 위내용물 분석 결과는 아래와 같은 식을 사용하여 먹이생물의 출현빈도(%F), 개체수비(%N), 습중량비(%W)로 나타냈다.
%F=Ai/N×100
%N=Ni/Ntotal×100
%W=Wi/Wtotal×100
여기서, Ai는 위내용물 중 해당 먹이생물이 출현한 붉은메기의 개체수이고, N은 먹이를 섭식한 붉은메기의 총 개체수, Ni (Wi)는 해당하는 먹이생물의 개체수(습중량)이며, Ntotal (Wtotal)은 전체 먹이생물의 개체수(습중량)이다.
이후, 먹이생물의 상대중요도지수(index of relative importance, IRI)를 Pinkas et al.(1971)의 식을 통해 나타내었다.
IRI= (%N+%W)×%F
또한 상대중요도지수를 백분율로 환산하여 상대중요도지수비(%IRI)를 나타내 먹이생물 선호도를 분석하였다.
크기군별 붉은메기의 위내용물 조성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5개의 크기군(<25.0 cm, 25.0~30.0 cm, 30.0~35.0 cm, 35.0~40.0 cm, ≥40.0 cm)으로 구분하였다. 또한 각각의 크기군의 개체당 평균 먹이생물 개체수(Mean number of preys per gut, mN/ST)와 개체당 평균 먹이생물 중량(Mean weight of preys per gut, mW/ST)을 구하여 먹이섭식의 특성을 파악하고자 하였으며, 유의성은 one-way ANOVA를 이용하여 검정하였다.
결과
이번 연구에서 채집된 붉은메기는 총 469개체였으며, 전장(total length)은 10.5~63.5 cm의 범위를 보였고, 평균 전장은 30.3±9.1 cm로 나타났다(Fig. 2).
Fig. 2. Total length (TL)-frequency distribution of Hoplobrotula armata collected in the South Sea of Korea.
채집된 붉은메기 469개체 중, 먹이생물을 전혀 섭식하지 않은 붉은메기는 345개체로 73.6%의 공복률을 나타냈다. 공복인 개체를 제외한 124개체를 대상으로 위내용물을 분석한 결과(Table 1), 가장 중요한 먹이생물은 새우류(Macrura)였으며, 55.3%의 출현빈도, 47.6%의 개체수비, 31.4%의 습중량비로 63.6%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나타내었다. 새우류 중에서는 긴줄꼬마도화새우(Plesionika ortmanni), 마루자주새우(Crangon hakodatei), 큰손딱총새우(Alpheus digitalis)가 높은 비율을 보이며 우점하였다. 두 번째로 중요한 먹이생물은 30.6%의 출현빈도, 20.3%의 개체수비, 38.4%의 습중량비로 26.2%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차지한 어류(Pisces)였다. 어류 중에서는 악어치(Champsodon snyderi), 멸치(Engraulis japonicus), 성대(Chelidonichthys spinosus)가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저서어류(benthic fishes)인 외가시양태(Hoplichthys gilberti)도 섭식하였다. 그 외에 게류(Brachyura), 갯가재류(Stomatopoda), 집게류(Anomura) 등이 출현하였지만 상대중요도지수비 각각 4.9% 이하로 그 양은 비교적 많지 않았다.
Table 1. Composition of the stomach contents of Hoplobrotula armata by frequency of occurrence (%F), number (%N), weight (%W) and index of relative importance (IRI) in the South Sea of Korea
+: less than 0.1%
붉은메기의 크기군에 따른 먹이생물 조성을 살펴본 결과(Fig. 3), <25.0 cm 크기군에서 새우류가 58.5%의 상대중요도지수비로 가장 우점하는 먹이생물이었으며, 다음으로는 상대중요도지수비 19.8%인 게류, 18.1%인 어류 순으로 우점하였다. 25.0~30.0 cm 크기군에서는 새우류와 어류가 각각 상대중요도지수비 52.9%와 44.4%를 나타내 가장 중요한 먹이생물이였다. 30.0~35.0 cm와 35.0~40.0 cm 크기군에서는 새우류가 각각 84.4%와 79.8%의 상대중요도지수비로 우점하였다. ≥40.0 cm 크기군에서는 새우류가 상대중요도지수비 33.8%로 감소하는 반면, 어류가 상대중요도지수비 37.6%로 증가하였다.
Fig. 3. Ontogenetic changes in composition of the stomach components by %IRI of Hoplobrotula armata collected in the South Sea of Korea.
성장함에 따라 붉은메기의 개체당 평균 먹이생물의 개체수(mN/ST, one-way ANOVA, F=4.069, P<0.05)는 <25.0 cm에서 35.0~40.0 cm의 크기군까지 증가하였고, ≥40 cm의 크기군에서는 감소하였다(Fig. 4). 먹이생물의 평균적인 중량(mW/ST, one-way ANOVA, F=8.095, P>0.05)의 경우 성장함에 따라 증가하였다. 이번 연구에서 붉은메기의 개체당 평균 먹이생물 개체수(mN/ST)는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나, 평균 먹이생물 중량(mW/ST)은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Fig. 4. Variation of the mean number of preys per stomach (mN/ST, inds./stomach) and mean weight of preys per stomach (mW/ST, g/stomach) of Hoplobrotula armata collected in the South Sea of Korea.
고찰
이번 연구에서 붉은메기의 공복률은 73.6%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처럼 공복률이 높은 이유는 조업 과정에서 수압의 변화로 인해 부레가 팽창하면서 위를 입 밖으로 밀어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이와 유사하게 조업 시 위를 뱉는 어종으로는 보구치(Pennahia argentata), 참조기(Larimichthys polyactis) 등이 있으며, 이들의 공복률 또한 높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Koh et al., 2014; Kang et al., 2022).
남해에 출현하는 붉은메기의 주 먹이생물은 63.6%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나타낸 새우류였으며, 그중 긴줄꼬마도화새우의 섭식비율이 가장 높았다. 또한 선행연구에서도 새우류는 29.5%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나타냈으며, 그중 긴줄꼬마도화새우의 섭식비율이 가장 높아 이번 연구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Baeck et al., 2012). 긴줄꼬마도화새우는 400 m 이내의 저서환경에 분포하며 남해의 저서환경에서 다량으로 출현한다고 알려져 있다(Cha et al., 2001; Jeong et al., 2015). 따라서 붉은메기가 섭식하기 용이한 긴줄꼬마도화새우를 주로 섭식한 것으로 판단된다. 새우류 다음으로 중요한 먹이생물은 26.2%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차지한 어류였다. 선행연구에서 붉은메기는 열쌍동가리(Parapercis multifasciata), 돛양태(Callonymus lunatus), 황매퉁이(Trachinocephalus myops) 등 저서성 어종만을 섭식하였지만(Baeck et al., 2012), 이번 연구에서는 저서성 어종뿐만 아니라 멸치와 같은 부유성 어종도 함께 섭식하였다. 일반적으로 어류는 에너지 효율을 위해 먹이를 찾기 위한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먹이를 섭식하기 위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서식환경에서 출현량이 높은 먹이생물을 주로 섭식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Persson and Diehl, 1990). 하지만 붉은메기는 저서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에너지적 효율을 위하여 서식환경에서 출현량이 높은 부유성 어종도 섭식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멸치와 같은 대부분의 부어류는 요각류(Copepoda), 난바다곤쟁이류(Euphausiacea) 등의 동물성 플랑크톤을 주로 섭식하며, 동물성 플랑크톤의 주야수직이동에 따라 표층과 저층을 색이회유를 하기 때문에 저층 생태계 포식자의 주요 먹이생물이 될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Kim et al., 2022). 붉은메기와 유사한 저서환경에 서식하는 황아귀의 경우, 멸치를 포함한 부유성 어종을 섭식한다는 선행연구 결과가 있다(Kim et al., 2022).
붉은메기의 크기군별 먹이생물 조성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40.0 cm 크기군을 제외한 모든 크기군에서 가장 우점하는 먹이생물은 새우류였으며, ≥40.0 cm 크기군에서는 어류였다. 선행연구에서도 ≥40.0 cm 크기군의 붉은메기에서 갑각류의 섭식비율이 감소하고 어류의 섭식비율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이번 연구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Baeck et al., 2012).
크기군에 따른 붉은메기의 평균 먹이생물의 개체수와 중량의 변화 결과를 보았을 때 ≥40.0 cm 크기군을 제외한 모든 크기군에서 개체수와 중량 모두 증가하였으며, ≥40.0 cm 크기군에서 먹이생물이 개체수는 감소하고 중량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어류는 일정 크기 이상으로 성장을 하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작은 개체를 여러 번 섭식하는 것보다 한 번에 큰 개체를 섭식하는 경향을 보인다(An et al., 2012). 또한, 붉은메기와 같이 저서에 서식하는 꼼치의 경우, 주로 갑각류를 섭식하나, 성장함에 따라 갑각류에서 어류로 먹이전환을 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Huh, 1997). 따라서 붉은메기는 40.0 cm 미만의 크기군에서는 서식환경인 저서해역에서 비교적 쉽게 섭식할 수 있는 갑각류를 섭식하고, 40.0 cm 이상의 크기군에서 어류로 먹이전환을 하여 에너지적 효율을 높인 것으로 판단된다.
사사
이 논문은 2023년도 국립수산과학원 수산과학연구사업(R2023001)의 지원으로 수행된 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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